▲ 위메이드의 건물은 밤이 늦은 시간에도 밝게 빛나고 있는데...아우우~~~
그렇게 몇 년을 기다려온 론칭인데, 마냥 행복할 줄 안다면 오산. 게임을 출시하는 날에는 어김없이 개발사에는 폭풍이 몰아치는 법이다. 오픈과 동시에 처음으로 미개척지에 발을 딛는 유저들을 보고 행복하다가도, 접속자 폭주에 서버라도 다운될라 치면 개발실에는 웃음보다 무서운 긴장감이 몰아친다. 유저들은 게임 몬스터와 엉켜 싸우고, 개발자들은 처음 보는 버그와 싸운다.
일반적으로 PC 온라인게임의 출시일 모습라고 생각됐던 장면이, 최근에는 모바일 업계에도 펼쳐지고 있다. 어제(13일) 카카오 게임하기를 통해 출시된 위메이드의 ‘달을삼킨늑대’ 개발팀도 지금은 고요한 바다처럼 평온한 상황이지만, 이미 한차례 지나간 폭풍을 견뎌냈기에 이루어낸 업적이다.
12일 임시 오픈에서 자정에 닥친 첫 서버 점검, 그리고 재개장, 그리고 다시 두 번째 긴급 점검 후 지금의 안정적인 정식 오픈에 이르기까지 하루 24시간을 하얗게 불태운 위메이드 ‘달을삼킨늑대’ 개발팀을 직접 만나 보았다.
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정식 출시, 그런데...
▲ 위메이드의 2013년 기대작 '달을삼킨늑대 for Kakao'가 13일 출시됐다
위메이드에서 만든 액션 RPG ‘달을삼킨늑대’(이하 달삼)가 13일 카카오 게임하기로 출시됐다. 횡스크롤 방식의 3D 게임으로 PC MORPG에서 느낄 수 있었던 몰아치는 타격감과 액션이 특징이다.
‘달삼’은 무려 2년이란 긴 시간에 걸쳐 만들어졌는데, 주야독경 개발만 하다 정식 출시 이후 얼마나 흡족하면서 재미있는 사건 사고가 개발팀을 기다리고 있었을지 궁금했다. 이에 게임메카는 론칭 첫날 위메이드로 달려가 ‘달삼’ 개발을 책임진 김진욱 개발팀장을 만나 ‘달삼’ 론칭 24시에 얽힌 사건 보고를 들어 보았다. 김진욱 팀장은 “어제는 난리도 아니었다”면서도 지금은 지표가 오르는 모습을 즐겁게 지켜보고 있다며, 입을 열었다.
12일 PM 7:00 - 마켓 가오픈
위메이드는 모바일게임 타이틀마다 개발팀을 제외한 유관부서의 책임자들이 정해진다. 보통 게임프로젝트가 진행되면, 이 책임 담당자들이 모여 킥오프 미팅을 진행하고 호흡을 맞추게 되는데, 시작부터 출시까지 어떤 실수 없이 안전하게 게임을 론칭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이처럼 조직이 많고, 게임도 많기 때문인지 서로 실수를 최대한 줄이려고 문제가 발생될 때마다 기록한다. 그래서 다음 타이틀이 출시될 때는 기존 체크리스트를 통해 이미 발생한 실수가 반복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한다. ‘달삼’ 역시 이러한 점검 작업은 물론 정식 출시를 위해 많은 부분을 꼼꼼히 거쳤다. 하지만 의외로 문제는 예상치 못한 아주 사소한 곳에서 발생했다.
▲ 피곤함이 잔뜩 묻어나는 모습이었지만, 마음만은 평온하다던 김진욱 '달을삼킨늑대' 개발팀장
“서버 문제도 클라이언트 오류도 아니었어요. 게임을 처음 시작해서 튜토리얼을 완수 한 다음 팝업하는 마켓 리뷰 페이지가 떠야 하는데, 이게 모바일 버전이 아니라 PC용 페이지로 뜨는 거예요. 깜짝 놀랐죠. 스마트폰으로 하는 게임인데, PC용 페이지라니. 당장 유저들이 리뷰를 써야 하는데, 이걸 어쩌나 고민을 했어요. 중요한 문제이기는 한데, 이것 때문에 서버를 내리고 업데이트하기에는 사소할 수 있잖아요.”
12일 PM 11:00 - ‘13일이 다 됐는데…’ 자정을 앞두고 첫 서버 점검
서버를 내릴 것이냐 말 것이냐 고민을 하고 있는데, 운영팀에서 긴급 보고가 들어왔다. 마켓 출시후, 보도자료도 배포되지 않은 상황에서 찾아온 유저들이 꽤 있었다. 그런데 그중 몇 명에게 수상한 로그가 발견된 것이다. 이에 김진욱 팀장은 운영팀으로부터 일부 유저가 패킷을 위조해 재화를 습득해 가는 것 같다는 보고를 받았고, 확인해 보니 사실이었다.
문제를 일으킨 이 용감무쌍한(?) 게이머는 이후, 모 커뮤니티 사이트에 ‘내가 했다’며 자랑까지 했다고 한다. 화가 나기보다 우선 빠른 단속이 중요했다. 결국, 처음으로 서버를 닫고, 금방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스마트폰게임은 다양한 환경(Wi-Fi, 3G), 여러 기기에서 연결되기 때문에 PC게임에서는 생각지도 못했던 문제가 생기죠. 특히 안드로이드 기기는 핵이 난무하는 경우인데, 국내 안드로이드 폰 사용자가 워낙 많아지니까 그런 이슈도 점점 많아지고 있어요.”
‘달삼’의 경우 서버 구조를 PC 게임 급으로 세부적으로 구성해 이런 문제에는 쉽게 대응할 수 있다고 한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처음 만을 때에는 주변에서는 왜 그렇게 어렵게 게임을 만드느냐는 소리를 들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 그렇게 서버 구조를 짜지 않았다면 지금 서비스하기 힘들었을 수도 있다고.
“사실 가오픈을 한 이유도 그 때문이죠. 게임을 미리 온라인 테스트를 하지 않은 상황에서 카카오로 바로 열어버리면 사람이 너무 많이 몰리는데, 이때 이런 사태가 났다면 큰일 날 뻔했죠. 지표는 계속 올라가는데, 서버 내리기가 얼마나 안타까웠겠어요.”
13일 몇시인지도 모르겠는 새벽 - 새우잠을 자고 일어나
▲ 새우잠을 자고
▲ 일어나 다시 게임을 하고
다행히 빠르게 문제를 해결한 후 김진욱 팀장을 비롯한 개발팀 멤버들은 한시름을 놓게 됐다. 그리고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교대로 잠을 청하고 일어났다. 아침이 되어 기다리던 정식 오픈을 맞이했다. 2년 간 투자한 시간이 드디어 결실을 맛보는 순간이다. 정식 오픈 시간 13일 오후 3시.
고생한 시간에 대한 보람과 조금 더 잘할 걸 하는 후회가 교차하는 시간이었다.
“달을 삼킨 늑대, 모바일로 만나기 힘든 최고의 액션RPG -게임메카”
‘달삼’은 기존 위메이드의 PC게임이었던 ‘프로젝트 고블린’의 모바일 이식작으로 소개되고, 지스타 2012에 플레이 버전이 공개되면서 많은 눈길을 끈 게임이다. 당시 게임메카 취재진 또한 지스타에서 직접 시연한 후, “유니티 3D 엔진을 활용한 깔끔한 3D 그래픽과 부드러운 움직임, 오락실에서나 볼법한 화려하고 멋진 액션이 만나 모바일에서는 보기 힘든 최고의 액션RPG로 탄생했다”고 평가했을 수작이다.
'달삼'을 직접 해 보면 쉽게 떠올리는 타이틀이 있는데, 넥슨의 대표 PC MORPG '던전앤파이터'(이하 던파)다. ‘던파’처럼 간단한 조작만으로 쉽게 즐길 수 있는 콤보 액션이기 때문이다. 다만 스마트폰 환경에 맞추어 게이머가 자신의 레벨에 맞는 던전을 혼자, 혹은 친구와 함께 입장하여 미션을 수행하는 인스턴트 던전 클리어 방식을 채택했다.
이처럼 시작과 동시에 까다로운 코어 게이머들의 이목을 끌었고, 오픈된 시점에서 여기저기서 달고 쓴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지금도 ‘달삼’에 들어가 보면 각 채널 채팅방에서 상당히 수준높은(?) 유저들의 게임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그런 모습을 봐서 그런지, 출시의 기쁨도 잠시 김진욱 팀장의 머릿속에 파티플레이 빨리 원활하게 해야지 하는 생각만 가득 차 있다고.
▲ 파티플레이가 핵심인데 초반 네트워크 문제가 발생하기도
▲ 파티원과 콤보를 겨루며 파밍을 하는 재미가 '달을삼킨늑대'의 핵심인데
▲ 특히 레이드 중 상대방의 네트워크가 끊기면 난감한 사태가 발생한다
김진욱 팀장이 원하는 ‘달삼’의 모습은 한 판 더!를 부르는 게임이다. 재미있는데, 딱 한 판까지만 더 깨고 잘까, 깨고 나면 또 한 판만 더 깨고 싶어지는, 그런 뒷맛을 가진 게임 말이다. 그러면서도 김 팀장은 지금 ‘달삼’은 아직 거기까지 도달하기에는 2% 정도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지금 ‘달삼’은 난이도가 높다는 느낌이 들어요. 지표로 나타난 것은 아니지만 10년차가 되가는 개발자의 감이라고 할까요. 채팅창이나 커뮤니티를 통해 강하게 의견을 피력하는 사람들, 묵묵히 즐기는 게이머들, 모두의 의견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보고, 이들이 던전에서 어떤 장애물을 만나는지 분석을 한 후에 밸런스, 난이도 문제 등을 업데이트 해나갈 계획입니다.”
요즘은 게임이 빨리도 나왔다가 사라진다. 2년이라는 값진 시간을 투자했는데, 안타까운 일이다. 그만큼 모바일게임도 라이브 서비스로 라이프 싸이클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해졌다. 특히 모바일 게이머들은 PC 유저들보다 훨씬 즉각적인 게이머들이 많다 보니, 이에 맞는 적절한 대응으로 기존 게이머를 만족시키고, 지표를 끌어 올려야 한다. 어찌 보면 성공적인 론칭만큼 라이브 서비스가 더 중요하다.
모바일로 만나기 힘든 최고의 액션RPG라는 이름에 걸맞는 ‘달삼’팀의 여정이 이제 막 시작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