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그림 속의 그녀가 마치 살아 있는 듯 나와 눈을 마주치고, 미소를 보낸다면 얼마나 좋을까.”
2D 캐릭터를 사랑하는 유저들에게 꿈과 같은 게임이 국내 출시된다.
위치 기반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벤처 기업 포비커가 인디 게임 개발 스튜디오 마기소프트와 함께 지난 3월부터 미소녀 CCG(Collectible Card Game) 개발에 착수했다. 마기소프트는 국내에도 희귀한 비주얼노벨 제작사로, 다양한 매력의 미소녀를 앞세운 디지털 노벨 '섬마을 이야기' 개발경력이 있다. 이에 게임메카는 협력 중인 두 회사 대표를 만나 관련 내용을 들어봤다. 세간에서 말하는 전형적인 '오타쿠' 개발사와 모바일 벤처기업이 함께 만드는 '최첨단' 미소녀게임, 꽉 찬 내용물을 게임메카가 최초 공개한다.
2D 매니아들의 꿈의 기술 'Live2D'
포비커의 두 번째 모바일게임 ‘아이돌 파라다이스’는 플레이어가 연예인 스카우터가 돼 각 지역에서 아이돌을 캐스팅하고, 그들을 스타로 육성하는 내용을 담은 CCG이다. 포비커가 보유한 위치기반 기술을 이용해 가상세계에 실제 지역을 반영하여 현실감을 더했으며, 여기에 그래픽 신기술인 ‘Live2D’를 가미해 각 미소녀 캐릭터에 생명력을 더했다.
▲ Live2D 시연 영상 (출처: 유투브)
▲ Live2D를 사용한 일본 미소녀게임 (출처: Live2D 공식 홈페이지)
Live2D란 일본의 사이버노이즈(Cybernoids)가 보유하고 있는 신기술로, 2D 캐릭터가 터치에 반응하여 인터랙티브 3D 애니메이션처럼 만들어 주는 세계 최초의 드로잉 기술이다. 쉽게 말하자면 2D 그래픽에 3D적인 입체감을 불어 넣는 것인데, 대표적으로 ‘내 여동생이 이렇게 귀여울 리가 없어 포터블이 계속될 리 없어’, ‘어떤 마술과 과학의 군주활극’, ‘서몬나이트 5’, 반다이남코의 보드게임 ‘은혼’, ‘초차원게임 넵튠’, 시뮬레이션게임인 ‘바코드 그녀’ 등이 있다.
최근 일본 미소녀게임에서는 자주 볼 수 있는 기술이지만, 해외 계약으로 포비커가 최초로 파트너쉽을 체결하는 기회를 가지게 됐다.
▲ 포비커 고종옥 대표와 마기소프트 김환민 대표
▲ Live2D를 적용한 '아이돌 파라다이스' 게임 화면 (개발 중인 영상으로 출시 시 변경될 수 있습니다)
포비커 고종옥 대표는 “마기소프트 김환민 대표가 Live2D라는 기술을 추천해줘 일본 본사에 연락을 했는데, 처음에는 계약이 성사되지 않았다. 사이버노이즈 측에서 ‘회사 정책상 해외에 해당 기술을 공개할 생각이 없으며, 일본 기업에게도 제한적으로 공개하기 때문’이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초창기 어려움을 설명했다.
하지만 고종옥 대표는 굴하지 않고 Live2D에 대한 깊은 이해도와 ‘아이돌 파라다이스’에 대한 비전을 지속적으로 전달했고, 결국 사이버노이즈 측에서 좋은 답변을 얻어 계약을 이끌었다고 한다.
고종옥 대표는 “포비커가 단순히 게임뿐 아니라 모바일 관련 다양한 기술을 축적한 것을 높이 평가받았다. 또, 사이버노이즈에게도 ‘아이돌 파라다이스’를 통해 위치기반이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만들어진 Live2D를 선보일 수 있다는 점, 그리고 CCG에 Live2D 기술을 접목한다는 것 자체가 본사에서 생각하는 기준에 부합된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아이돌 파라다이스’는 약 90% 정도 개발이 완료됐으며, 기본적으로는 23명의 캐릭터가 등장하게 된다. 23개 캐릭터 중 많은 수에 Live2D를 탑재한 상황. 처음에는 비서 캐릭터에만 Live2D와 성우 보이스를 입히려고 했는데 내부 반응이 너무 좋아 노멀 플러스 카드 이상에는 전부 Live2D를 적용했다. 각 카드는 처음에는 일반 2D 그래픽 카드를 뽑아도, 각 캐릭터를 일정 레벨 이상 육성하면 움직이는 Live2D 버전으로 진화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홍대에서 미소녀 카드를 직접 겟!
▲ 해운대에 가면 비키니의 아름다운 그녀가 있을까?
‘아이돌 파라다이스’에서 게이머는 GPS로 좌표를 전송 받아 아이돌 카드를 수집할 수 있다. 일반적인 카드게임은 캐시 구매를 통해 레어 카드를 뽑을 확률을 높이지만, ‘아이돌 파라다이스’는 위치기반 서비스를 이용해 확률을 상승시킨다.
로컬/로케/해외 이벤트를 열때, 해당 지역에 있으면 가산점을 주는 형태다. 캐릭터 특색에 따라서 나타나는 장소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실제 그 장소에 가면 영입 보상이나 혜택이 훨씬 좋아지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홍대여신’ 카드는 홍대에서 뽑힐 확률이 타 지역보다 높다.
고종옥 대표는 “특정 위치에서 누군가를 만나는 느낌으로 아이돌을 캐스팅하는 재미를 살렸다. 열심히 키운 캐릭터를 데리고 나가 길거리 공연이나 로케 스케줄을 즐기는 등 스타 육성의 재미를 살렸다”고 설명했다.
물론 특정 위치에 가야만 카드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 특수성과 제한성의 게임의 재미가 될 수 있지만, 국내는 위치기반 서비스가 아직 초기 시장이라는 점을 감안했다. 고 대표는 “위치기반 서비스로 제한을 주기 보다 확률을 상승시키는 것처럼 이점을 주는 형태로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 DMZ에 가면...나올 법한 밀리터리룩의 미소녀
▲ 각 지역 로케 촬영이나 콘서트 투어 이벤트 등이 펼쳐지면
해당 콘셉트에 맞는 미소녀 카드 출몰 확률이 상승한다
▲ 이벤트 예제 화면
▲ 홍대, 해운대, 한국 땅 곳곳에 등장하는 미소녀들
미소녀로 오타쿠 시장 정조준
‘아이돌 파라다이스’는 얼핏 보아도 알 수 있는 일부 특수 계층을 노리는 미소녀게임이다. 게다가 Live2D라는 신기술을 이용해 국내 오타쿠 혹은 ‘오덕후’ 시장 공략을 노리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덕후’ 시장의 규모는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다. 서브컬쳐에 보수적인 국내에 최근 특수 촬영물 패션을 입은 아이돌 가수 크레용팝이 독보적인 인기를 누리는 등 주목을 받고 있다.
위치기반의 우연성과 Live2D를 이용하여 캐릭터에 생명력을 부여한 카드게임 ‘아이돌 파라다이스’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
아이돌 파라다이스, 기자가 직접 해보니…
[그래픽]
‘아이돌 파라다이스’는 국내 최초로 Live2D를 사용해 2D 그래픽의 제한적인 움직임을 마치 3D 그래픽처럼 부드럽고 깔끔한 모습으로 보여준다. 화면을 탭(터치)하면 메인 스테이지에 서 있는 캐릭터가 누르는 방향에 맞춰 고개를 돌리는 등 다양한 패턴으로 표시된다.
▲ 비서로 등장하는 제복/안경/트윈테일 미소녀 이미나
▲ 비서 캐릭터도 여러가지 복장 카드가 존재한다
Live2D는 일본에서 홍보용 애플리케이션을 시작으로, 여러 분야에서 사용 중인 시스템이다. 그만큼 다양한 분야로 발전하고 강화된 것이 특징이다. ‘아이돌 파라다이스’에서는 너무 기계적으로 보이지 않도록, 움직임을 최소화해 일정의 제한을 두고 이동한다. 고개를 돌리거나 시선 처리 등을 제한했다는 의미다. 과도하게 움직일 경우 부담스러울 수 있기 때문.
‘카드 세로 보기’와 같은 시스템이 들어간다면 훨씬 좋을 것 같지만 아직은 시기상조인 듯 보인다. 게임에 등장하는 아이돌 카드는 등급에 따라 대화 화면에서 Live2D가 적용되고 이벤트 CG가 추가되는 등 소위 말하는 미소녀 시뮬레이션게임을 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다만 아쉬운 점은 게임 속 스테이지(퀘스트)를 진행하는 연출이 스마트폰이라는 하드웨어적 제한으로 인해 많이 축소된 모습을 보여준다. 게임 속 일러스트 작가는 ‘섬마을 이야기’, ‘소드걸스’에서 활약했던 DEEPle을 포함하여 FKI, 밤톨, 헨샤코, 쿠로, 규찌, Rimni 등 여러 프로 일러스트 작가들이 활약했다. 동일한 아이돌이라 할지라도 육성 분기마다 존재하는 이벤트 CG는 서로 다른 원화가들이 그리는 콜라보레이션 시스템으로 모으는 재미를 더한다.
[인터페이스]
게임의 기본 인터페이스는 일반 카드배틀게임과 흡사하다. 기본적으로 퀘스트(스테이지), 강화(프로듀스), 관리(사무소)는 물론, 친구와 대화를 주고받는 메시지, 거래를 할 수 있는 옥션 등도 구성되어 있다.
또한, ‘아이돌 파라다이스’에는 특별한 인터페이스가 적용되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위치기반 시스템이다. ‘시공관을 넘나들며 미소녀를 만나 그녀들을 프로듀싱 한다’는 설정에 맞게 특별한 장소나 위치를 찾아가면 해당 아이돌 카드를 획득할 확률을 높여주는 시스템이 들어있다.
▲ 화면을 스와이프하면서 보유하고 있는 미소녀 카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 혹은 경매로 스타를 입찰할 수 있다
활동이 적은 게이머를 위해 해당 위치에 찾아가야 뽑을 수 있다는 부정적인 부분보다는 해당 위치를 찾아가면 뽑힐 확률이 올라간다는 식의 긍정적인 부분을 적용하여 최대한 많은 게이머들이 활용할 수 있게 했다. ‘아이돌 파라다이스’는 현재 23명의 아이돌 카드가 수록될 예정이지만, 여기에 의상 및 액세서리 등 약 100여 장 이상의 코스튬 카드를 추가해 수집의 재미를 더했다.
[사운드]
아이돌이 등장하는 게임인 만큼, 보컬곡이나 사운드가 눈에 띈다. 인디가수로 유명한 시드 사운드의 경쾌하고 발랄한 보컬곡을 포함하여, 게임 진행에는 밝고 화사한 느낌의 음악이 주를 이루고 있다. 아쉬운 점은 아직 목소리(성우)가 수록되지 않아 아이돌과 대화를 하는 등의 콘텐츠의 몰입감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재미요소]
▲ 미소녀게임의 필수인 개성 넘치는 캐릭터와 시나리오도 소설책 분량이라고
‘아이돌 파라다이스’는 CCG(Collectible card game)를 표방하고 있다. 그만큼 다양한 아이돌 카드를 수집하는 것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아이돌 카드는 단순하게 뽑고 모으는 정도가 아니라, 대화를 통해 새로운 이벤트 CG를 획득한다.
또한, 아이돌은 보컬, 모델별로 각자 특화된 속성을 가지고 있으며, 합성으로 강화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특수 능력을 가진 다양한 걸그룹을 육성할 수 있는데, 세 가지의 테크트리를 통해 육성시킬 수 있다. 보컬, 비주얼, 열정 등 각자의 성장 그래프에 맞춰 제각각 다른 스타로 크게 된다. 또한, 캐릭터마다 상성이 존재해 서로 잘 맞는 캐릭터를 구성해 걸그룹을 결성하면, 여러 가지 긍정적인 효과가 발생한다.
다양한 성격과 콘셉트를 가진 아이돌이 등장하여 미소녀게임을 하는 느낌을 잘 살리고 있다.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미소녀게임과 카드수집을 더한 작품인 셈이다.
[총평]
국내에서는 흔치 않은 Live2D를 사용하여 ‘보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으며, 위치기반 시스템과 코스튬 카드 덕분에 ‘모으는’ 즐거움도 체험할 수 있었다. CCG라는 장르는 보고, 모으는 부분에 중점을 둔 것인 만큼 ‘아이돌 파라다이스’는 ‘오덕후’에게 충분히 메리트가 있는 게임으로 보여 질 것이다. 물론, 성우가 들어가면 훨씬 더 좋을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