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슬바니아: 로드 오브 섀도우 2, 액션은 살고 '악마성'은 죽었다
2014.03.14 12:08 게임메카 불꽃괴수
좋은 의미, 또는 나쁜 의미로 악마성 시리즈 팬 사이에서 많은 이야기가 오갔던 ‘캐슬바니아: 로드 오브 섀도우’의 후속작 ‘캐슬바니아: 로드 오브 섀도우 2(이하 로드 오브 섀도우 2)’가 지난 6일에 정식 발매되었다. 전작의 경우 기대 이상의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지만 악마성답지 않은 요소로 팬들에게 지탄을 받았고 충격적인 결말로도 이슈를 낳았다. 과연 ‘로드 오브 섀도우 2’는 전작에서 불거졌던 논란을 잠식시킬 수 있을까?
▲ 근데 이거... 표지부터가 대놓고 스포일러다
자유로워진 게임 진행 방식
‘로드 오브 섀도우 2’에서 가장 눈여겨볼 요소는 전작을 포함한 기존 악마성 시리즈 팬들을 의식한 ‘변화’다. 먼저 전작에서는 장면마다 카메라 시점이 고정되었는데, 이를 플레이어가 직접 조작할 수 있도록 바뀌었다. 또한 화사하고 밝은 톤이었던 배경도 일신하여, 기존 시리즈처럼 고딕 호러 풍의 웅장하면서도 음산한 느낌을 받도록 했다.
각 구간이 스테이지로 분리되어 있었던 전작의 게임 진행 방식은 ‘탐험형’ 스타일로 변경되었다. 주어진 이동 능력 내에서 자유롭게 행동하며 맵 이곳 저곳에 숨겨져 있는 요소들을 찾아다니는 탐험형 스타일 도입은 팬들 사이에서 최고의 명작으로 손꼽히는 ‘악마성 드라큘라 X 월하의 야상곡’을 떠올리게 한다.
▲ 자유롭게 시점을 변경하여 게임을 진행할 수 있다
채찍질? 칼질? 아니면 주먹질? 3가지의 손맛을 느껴보자
전작에서 채찍의 공격력 강화와 부가속성 부여, 특수 기술 추가 등 부가적인 요소였던 ‘빛 / 어둠 마법’의 요소는 새롭게 등장한 무기인 ‘보이드 소드’와 ‘카오스 클로’로 계승되었다. 사용 시 전용의 게이지를 소모하는 점은 전작과 동일하나, 단순히 채찍만 휘둘렀던 전작에 비해 좀 더 다양한 무기를 다루는 재미를 느낄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방패를 앞세운 적을 손쉽게 해치우기 위해서는 ‘카오스 클로’로 방패를 날려야 하는 등 상황에 맞게 무기를 바꿔 사용하는 ‘공방요소’도 추가되었다.
▲ 강렬한 붉은 빛을 자랑하는 '채찍'
▲ 적 타격 시 생명력을 회복하는 '보이드 소드'
▲ 방어력을 갖춘 적에게는 '카오스 클로'로 공격하자!
단순 구매만 가능했던 전작의 ‘스킬 구매 / 업그레이드’ 시스템에는 숙련도를 기반으로 무기를 강화하는 육성 요소가 추가되었다. 각 스킬에 존재하는 숙련도를 100%까지 달성하면 이를 무기의 경험치로 환산할 수 있다. 경험치가 누적되면 레벨이 상승하고 무기의 위력이 강해지기 때문에 다양한 스킬을 사용할수록 더 강해지는 주인공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전작 엔딩 이후 종족이 바뀐 덕분인지 몰라도 ‘잡기’는 ‘흡혈’로 바뀌었다. 전작에서 ‘잡기’는 적의 HP와 관계없이 강력한 일격을 넣을 수 있었지만 ‘흡혈’은 적이 빈사상태일 경우에만 사용할 수 있다. 대신 타이밍에 맞춰 버튼을 눌러야 하는 번거로운 과정이 사라졌으며 ‘흡혈’을 구사할 경우 HP 회복도 되기 때문에 ‘드라큘라’ 다운 플레이의 재미를 만끽할 수 있다.
▲ 스킬 숙련도를 100% 채웠다면 무기를 강화하자
▲ 빈사상태의 적을 흡혈하면 생명력이 회복된다
의도는 좋았지만 조화롭지 않은 결과
전투에 있어서 다양한 요소를 넣어 액션의 재미요소를 늘린 것은 좋지만 전작에 비해 전투 난이도가 대폭 상승한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때리는 대로 녹아내렸던 전작과 달리 ‘로드 오브 섀도우 2’에서는 적들의 체력이 상승했고 패턴 역시 다양해졌다. 플레이어의 공격 판정을 무시하고 반격하거나 원거리에서 공격하는 적들의 수가 많아졌다. 방패나 갑옷 등 방어구로 무장한 적은 ‘카오스 클로’로 방어구를 날리지 않으면 주인공의 공격에 대미지를 거의 받지 않아서 ‘카오스 클로’를 사용할 때 필요한 ‘카오스 게이지’를 관리하는 플레이를 강요받는다.
이러한 난이도 상승은 ‘그저 보이는 대로 때려부수기’만 하는 단순한 액션을 탈피하고자 하는 노력으로 보이지만, 탐험 형태가 부각된 게임 플레이 구조와 맞물려 좋지 않은 의미의 시너지 효과가 발생했다. 숨겨진 요소를 찾기 위해 맵 구석구석을 뒤질 때마다 난이도 높은 적들과 마주치기 때문에 게임 플레이 자체가 매우 피곤하다. 오히려 이런 형태의 적 패턴과 난이도는 스테이지 형식으로 나뉜 전작에 더 어울리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 중, 후반에 자주 등장하는 진압경찰
'방패 + 비행 + 원거리 공격'의 세 가지 콤비네이션을 갖춘 골치아픈 적이다
아쉬운 ‘악마성’의 맛
탐험 형식의 게임 플레이 방식을 추구했지만 탐험과 관련된 정보와 편의기능 제공에 대한 부분에서 부족한 부분이 많이 보인다. 전체 지도를 제공하지 않아 아이템을 사용하지 않고 숨겨진 요소를 찾거나 전체 지도 상에서 플레이어의 현재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물론 2D가 아닌 3D의 전체 맵 제공은 표현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겠지만 전체 지도를 보면서 직접 뛰어다니는 ‘악마성’ 시리즈 특유의 탐험 플레이 맛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느낌을 받는다.
이 밖에 탐험형 플레이를 지향한 데 반해 플레이 시간 자체가 그리 길지 않으며 숨겨지거나 추가된 요소가 많지 않아 게임 볼륨이 부족하다. 숨겨진 요소를 무시하고 게임 클리어에만 집중할 경우 약 20시간 정도만 플레이하면 충분히 엔딩을 볼 수 있다. 숨겨진 요소 역시 무기와 생명력 게이지, 아이템 상한 증가, 챌린지 모드 해제 정도 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다양한 파고들기 요소와 플레이 가능 캐릭터 추가 등 클리어 이후에도 다시 게임을 잡게 만드는 기존 시리즈의 매력을 살리지 못한 것은 DLC를 의식한 의도적인 축소가 아닌가 의구심을 갖게 만든다.
▲ 현재 위치만 보일 뿐 전체 지도는 볼 수 없다
▲ 수집 요소도 존재하지만 플레이에 직접적인 재미는 주지 않는다
▲ 3월 25일 발매되는 DLC에서는 플레이 가능 캐릭터가 추가된다
‘잠입’은 과연 ‘악마성’ 시리즈와 어울리는 요소인가?
팬들 사이에서 가장 논란이 된 ‘잠입’ 요소의 도입은 ‘악마성’ 시리즈와 가장 어울리지 않는, 이질적인 요소라 할 수 있다. 전작의 감수를 담당한 곳이 ‘메탈기어’ 시리즈로 유명한 ‘코지마 프로덕션’이었기 때문에 잠입 요소가 추가된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플레이어의 공격이 먹히지 않는 경비병이나 ‘쥐 변신’ 등 기존 세계관 설정과 너무나도 동떨어진 나약함으로 표현된 잠입 요소는 기존 시리즈 팬들에게 가장 불만족스러운 요소로 지적 받고 있다.
▲ 주인공이 강대한 존재가 되었지만 경비병이 더 강하다
▲ 팬들에게 가장 많은 지탄을 받은 '쥐 변신'
액션 게임 마니아에게 추천! ‘악마성’ 마니아에게는 비추!
‘악마성’이라는 이름값을 내려놓고 ‘로드 오브 섀도우 2’의 재미와 완성도를 이야기하자면 그럭저럭 할만하고 괜찮은 타격감을 갖춘 3D 액션 게임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악마성 시리즈가 가진 고유의 재미가 잘 표현되었는가’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는 ‘자기 몸에 맞지 않는 옷을 무리하게 입었다’라고 말하고 싶다. 비유를 하자면 ‘돼지고기 김치찌개’를 시켰는데 정작 맛을 보니 ‘참치 김치찌개’였던 상황이라고 할까? 게임의 질 자체는 크게 떨어지지 않지만 내가 생각했던 악마성의 재미는 많이 느낄 수 없었다.
대대로 3D 그래픽으로 출시된 ‘악마성’ 시리즈는 팬들에게 좋은 반응을 받은 적이 거의 없다. 제법 좋은 성적을 거둔 전작도 ‘악마성’ 시리즈답지 않다는 평가가 많았던 것을 고려해보면 3D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은 매우 어려우면서 대단한 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부디 다음 차기작에서는 ‘악마성’ 시리즈 특유의 요소와 재미가 잘 표현되어 팬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