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항해시대 5, 드넓은 바다에서 답답함을 느끼다
2014.12.10 22:01 게임메카 이찬중 기자
▲ '대항해시대 5'가 지난 2일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코에이테크모에서 개발하고, 간드로메다에서 서비스하는 웹게임 ‘대항해시대 5’가 지난 2일(화)부터 정식 서비스에 돌입했다. ‘대항해시대 5’는 1999년 ‘대항해시대 4’가 발매된 이후 15년만에 나온 정식 넘버링 타이틀이다.
‘대항해시대 5’가 내세운 특징은 시리즈 핵심 콘텐츠인 ‘탐색’, ‘교역’, ‘해전’ 등을 웹게임에 고스란히 담아냈다는 점이다. 여기에 실존하는 유명 탐험가와 해적은 물론, 전작에서 등장했던 주인공들을 항해사로 고용할 수 있다. 여기에 새 항로를 개척하는 신규 시스템 ‘멀티 포르토라노’ 시스템을 더했다.
하지만 직접 체험해본 ‘대항해시대 5’는 예상과는 사뭇 달랐다. 우선 게임 내 대부분 활동에 필요한 ‘행동력’이 지나치게 부족해서 게임을 제대로 플레이하기 어려웠다. 여기에 전작 핵심 콘텐츠였던 ‘교역’, ‘탐험’, ‘해전’도 단순해져, 재미가 반감했다.
▲ '대항해시대 5' 공식 트레일러 (영상출처: 공식 유튜브 채널)
‘행동력’에 발목 잡힌 자유로운 해양 모험
웹게임으로 개발되면서, ‘대항해시대 5’는 ‘행동력’이라 불리는 피로도 시스템을 채택했다. ‘행동력’은 게임 내 항해를 포함한 대부분 활동에 필요하며, 다 떨어지면 일정 시간을 기다리거나, 캐시 아이템인 ‘행동력 회복제’로 채울 수 있다. 또한 레벨 업을 하면 행동력이 가득 찬다.
1레벨 기준 ‘행동력’은 50이며, 레벨이 오를 때마다 최대 ‘행동력’이 1포인트씩 늘어난다. 얼핏 보기에는 꽤 많은 것처럼 보이지만, 게임을 진행할수록 ‘행동력’ 부족에 시달린다. 항해 거리에 따라 2에서 많으면 20까지, 거점 조사와 교역 투자도 매 회마다 5씩, 적대국가 항구에 교섭을 시도하거나, 숨어들려고 할 때도 10포인트가 필요하다. 즉, 행동 몇 번에 가진 ‘행동력’을 모두 소모하는 것이다.
▲ 저 화살표 하나가 '행동력' 1포인트라고 생각하면 된다
▲ 플레이 중 레벨 업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초반에는 레벨 업이 빨라 불편하지 않으나, 중반으로 갈수록 ‘행동력’이 부족으로 인해 맥이 끊긴다. 실제로 교역을 위해 적대국가 항구에 뇌물을 주고 들어가려고 했는데, 뇌물을 주는데도 ‘행동력’이 따로 필요해 당황스러웠던 적이 있다.
캐시 아이템도 완벽한 해결책이 되진 않았다. ‘행동력 회복제’를 쓰면, 최대치의 절반만 차기 때문이다. 즉, 결제를 통해서도 부족한 ‘행동력’을 채우기 어려웠다. 이러한 부분은 장시간 플레이가 필수인 ‘대항해시대 5’에서 흐름을 끊어 흥미를 잃게 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 아니 내 돈 주고 투자하는데...이게 무슨소리요?
▲ 식량 조달에만 무려 '행동력' 10포인트가!
▲ 그냥 꽉 채워주면 안되나요
행동력에 이어 ‘발굴 포인트’까지, 탐험하기 정말 힘들다
‘대항해시대’ 시리즈의 핵심은 바로 ‘교역’, ‘탐험’, 해전’이다. ‘대항해시대 5’는 3가지 콘텐츠를 미니 게임으로 풀어 진입장벽을 낮췄다. 그러나 이 역시 ‘행동력’ 부족이 발목을 잡았다.
우선 ‘탐험’은 ‘행동력’을 필요 이상으로 소모시키는 콘텐츠로 전락했다. 유적이나 보물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맵에 위치한 거점을 조사해야 한다. 물론 거점을 수색하는 과정에도 ‘행동력’이 필요하다.
거점을 찾아낸 후에도 ‘행동력’ 부족은 이어진다. 거점에 입항해서 ‘조사’를 시작하면, 일정 확률로 유적이 나온다. 그러나 유적을 발견해도 바로 발굴할 수는 없다. 유적을 3, 4차례 조사해야 그 장소에서 보물 발굴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사’ 한번에 ‘행동력’이 5 포인트씩 소모되는 것을 토대로 계산해보면, ‘조사’에만 최소 20 포인트가 필요하다.
▲ 아무것도 없는 장소를 수색해야하는 불안감
▲ '행동력' 소모 얼마 안하고 발견하면 다행이다
▲ 그러나 도착하면 '조사'가 플레이어를 기다린다...
‘발굴’에 돌입해도 바로 ‘보물’이 나오지 않는다. 확률에 따라 발굴 지점이 텅 비어있거나, 함정 또는 도굴꾼이 기다리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발굴’은 일정 거리 이상 항해를 하거나, 레벨 업 시에 채워지는 ‘발굴 포인트’가 따로 들어간다. 즉, ‘행동력’을 소모해 ‘발굴’에 돌입해도, ‘발굴 포인트’가 없으면 유물을 캘 수 없는 것이다.
들인 자원에 비해 주는 보상도 부족하다. 유적이나 유물은 왕궁에 보고해도 소량의 명예와 금화만 받을 수 있다. 노력에 비해 보상이 적다는 것이다. 그나마 후반부에는 ‘주점 여급’ 호감도를 올리는 데 사용될 뿐이다. 차라리 주점에서 주는 ‘해적 소탕’이나 ‘교역 퀘스트’가 더 많은 보상을 준다. 이처럼 들어가는 자원에 비해 보상이 적은 탓에, ‘탐험’은 본래 유물을 발굴하던 재미가 큰 폭으로 줄었다.
▲ 이거 하나 발굴하려고, 그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니...
▲ 가끔은 이런 '꽝'도 만날 수 있다
▲ 그냥 앞바다에 떠있는 해적선 잡는게 더 나았다
간편했지만 긴장감이 없다, 교역과 해전
‘교역’ 방법 자체는 전작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한 도시에서 특산품을 구매하고, 다른 도시에 팔면 수익과 ‘명성’ 경험치를 얻을 수 있다. 또한, 기존 '대항해시대'와 마찬가지로 ‘투자’로 새로운 특산품을 열거나 품질을 높일 수 있다. 여기에 미니게임을 투자 효과를 늘릴 수 있다. 숫자 카드를 뽑아 그 합이 9가 되면 투자 효과가 2배가 되고, 그 이상을 초과하면 효과가 반으로 준다.
문제는 ‘교역’으로 수익을 너무 쉽게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유저와의 경쟁 없이 단순히 다른 도시에 팔지 않는 교역품을 실어 나르기 만해도 어느 정도 수익이 보장된다. 교역과 투자를 통한 경쟁을 핵심으로 한 ‘대항해시대’ 시리즈 특징을 생각하면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 경쟁자도 없기 때문에, 정말 손쉽게 교역해보자
▲ 카드게임 중에 '블랙잭'이 연상되는 '투자' 미니게임
‘해전’도 마찬가지다. 전투는 근거리, 중거리, 원거리로 나뉜 가위바위보 방식의 미니게임으로 바뀌었고, 플레이어가 가진 항해사와 함선 전투력이 승패를 좌우했다. 미니게임을 이용하면 비슷한 수준의 적은 처치할 수 있지만, 함선이나 항해사 능력이 크게 벌어지면 이기기 힘들다. 실제로, 아군이 이기는 패를 내도, 능력치 차이로 역으로 침몰 당한 적도 많았다.
여기에 다른 플레이어와 겨루는 기능도 없기 때문에, 항상 같은 패를 내는 NPC와 지루하게 전투를 이어나갈 수 밖에 없다. 또한 NPC ‘해적’이나 ‘군함’은 갑자기 습격해와도 대부분 막대한 피해 없이 지나갈 수 있어, 전작에서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해적을 피해가던 긴박감도 큰 폭으로 줄었다.
함선에 장착할 수 있는 장비도 있지만, 어떤 장비를 장착하느냐에 따라 속도, 거리 등이 확연히 달라졌던 전작에 비해 영향력이 낮다. 기존 ‘대항해시대’ 시리즈에서 대포, 범선 별로 나뉘었던 특성이 '가위바위보'를 대변하는 근거리, 중거리, 원거리로 간소화된 것이다.
▲ 근거리, 중거리, 원거리 중 하나를 빠르게 선택하자
▲ 특이하게도 NPC 적은 한가지 공격만 계속 쓴다
▲ 장비도 있긴 하지만, 결국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건 함선과 항해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