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큘러스 콘텐츠 공모전, 지원사 15%가 한국 개발사
2015.04.19 20:25 게임메카 허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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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을 이을 차세대 플랫폼으로 주목받는 것은 다름아닌 가상현실이다. 가상현실은 2012년 킥스타터를 통해 촉발된 ‘오큘러스 리프트’를 씨앗으로 국내외에서 촉망받는 새로운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이 기기를 처음 개발하고, 최신 버전인 크레센트 베이를 내놓기까지 진두지휘 하고 있는 사람은 바로 게임을 좋아하는 스물두 살 청년 럭키 파머(Lukey Palmer)다. 럭키 파머는 이제 기업 가치 2조 원이 넘는 오큘러스VR의 창립자가 되었고, 또한 미래의 플랫폼 가상현실을 이끌어가는 엔지니어로 세계적인 유명인이 되었다.
▲ 오큘러스VR 럭키 파머 창립자
럭키 파머가 얼만전 서울에서 열린 ‘유나이트 2015’ 강연을 계기로 한국에 방문했다. 국내에는 오큘러스VR 지사가 존재하고 본사 CEO가 종종 방문해 한국 시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의견을 밝히곤 했지만, 창립자인 파머가 국내에서 공식 인터뷰를 진행한 것은 처음이다. 이는 그만큼 오큘러스VR에게 있어 한국 시장이 중요하다는 의미일 터다.
“한국은 북미 못지 않게 오큘러스 리프트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여주고 있는 국가입니다. 오큘러스 쉐어를 사용하는 국가 비율이나, 잔존율을 보면 시장 규모에 비해 북미에 절대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기술의 변화에 관심을 가지는 개발자들이 많기 때문이겠죠."
▲ '유나이트 2015 서울'에 설치된 오큘러스 리프트 체험 부스
파머는 한국 시장에서 가상현실 플랫폼에 대한 의미있는 반응을 포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북미에 비해 공개적으로 가상현실 콘텐츠를 제작하는 개발자나 회사가 많지는 않지만, 물밑에서 오큘러스VR과 함께 작업하고 있는 개발사가 국내에도 다수 존재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파머는 오큘러스VR이 진행 중인 모바일 가상현실 콘텐츠 공모전 ‘모바일 VR잼’에 지원한 1,300개 개발사 중 15%가 한국 개발사이며, 숫자만 따져도 200개에 이른다고 덧붙였다.
작년까지만 해도 생소한 분야였던 가상현실 플랫폼이, 언제 이렇게 촉망받는 블루오션으로 떠오를 수 있었을까? 실제로 국내에서는 몇몇 게임 개발자들만 관심을 가졌을 뿐, 대중화되기에는 힘들다는 평가도 많았는데 말이다. 파머는 삼성과의 협업, 그리고 페이스북 인수 건을 가상현실 플랫폼의 전환점으로 꼽았다.
▲ 오큘러스VR은 삼성과 협업해 '기어VR 2'도 내놨다
“오큘러스VR은 처음에 고작 15명으로 시작한 작은 스타트업이었어요. 그런데 삼성이 모바일 가상현실 기기를 함께 만들자고 제안하더군요. 그렇게 출시된 게 ‘기어VR’입니다. ‘기어VR’은 많은 사람들이 가상현실 플랫폼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됐죠. 그리고 페이스북이 오큘러스VR을 인수하면서, 세상에 우리가 어떤 일을 하는지 널리 알리게 됐습니다. 그리고 지금 페이스북은 개발에 일절 관여하지 않습니다. 당시에는 말이 많았지만, 결론적으로 좋은 선택이었던 거죠."
오큘러스VR은 이제 임직원만 230명에 달하는 큰 회사가 됐다. 그 덕분에 오큘러스 리프트 DK2를 발표한 후 6개월 만에 최신 버전인 ‘크레센트 베이’를 내놓을 수 있었다. ‘크레센트 베이’는 머리 위치의 변화만 인식했던 이전 버전들과 달리, 사용자의 움직임까지 인식한다. 멀미와 그래픽 격자 현상도 대부분 사라졌다. 이를 두고 외신에서는 ‘오큘러스 리프트’의 상용화 버전 출시가 코 앞으로 다가왔다고 평하기도 했다.
‘크레센트 베이’를 기점으로 다른 회사들에서도 가능성을 포착한 것인지, 큰 업체들의 가상현실 기기 제작 선언이 줄줄이 이어졌다. 소니는 ‘프로젝트 모피어스’를 GDC 2014에서 처음으로 공개했고, 컴퓨터 주변기기 전문 제작사인 레이저에서도 자체 가상현실 기기인 ‘OSVR’을 발표했다. 그리고, 한때 오큘러스VR과 협업했던 밸브는 HTC와 함께 ‘바이브’를 내놨다. 날로 경쟁사가 늘어나는 것에 대해 파머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위기감을 느끼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반갑죠. 여러 회사들이 가상현실 시장에 뛰어들수록, 시장 규모도 커지니까요. 달리 생각하면, 후발주자들은 기존에 주력 사업을 두고 가상현실 기기 프로젝트를 따로 진행하는데, 오큘러스VR은 오로지 가상현실 플랫폼에 관련한 작업에만 집중하죠. 하드웨어부터 콘텐츠, 그리고 플랫폼까지요. 그래서 오큘러스VR은 가상현실 시장의 선두주자로서, 계속 그 역할을 이어갈 것입니다."
하지만, ‘크레센트 베이’는 오큘러스 리프트의 마지막 프로토타입이 아니다. 파머는 ‘크레센트 베이’를 다듬어 소비자 버전으로 내놓기에는, 아직 스스로도 아쉬운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더 좋아질 여지가 남아 있습니다. 하드웨어의 완성도 말고도, 소프트웨어적인 부분에서도 연구할 게 많이 남았죠. 가상현실 기기를 정말 대중화시키고 싶다면, 콘텐츠까지도 완벽한 기기를 내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며 조금 더 기다려 줄 것을 당부했다. 물론, 개발은 빠르게 이루어질 것이며 정식 출시일은 머지않았다는 이야기도 잊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