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전무장, 디자인-콘텐츠-편의까지 백번 싸워본 솜씨
2015.07.16 20:43 게임메카 김영훈 기자
최근 국내 브라우저 기반 웹게임들의 기세가 눈에 띄게 사그라지고 있다. 과거처럼 조악한 그래픽과 단순한 게임성으로 천시받지는 않지만, 모바일게임이 대세로 떠오르며 ‘간편함’의 입지를 잃어버린 탓이다. 이런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모바일게임과 밥그릇 싸움을 벌이기보단, 이제야말로 온라인게임과 게임성으로 승부해야 하진 않을까.
봄날소프트가 선보이는 ‘백전무장’은 외견부터 상당히 공들인 ‘티’가 나는 웹게임이다. 쿼터뷰 시점과 포인트 앤 클릭 조작방식, 감성적인 2D 그래픽은 마치 90년대를 풍미한 클래식 MMORPG들을 연상시킨다. 여기에 웹게임 특유의 유저 편의 기능과 꽉 들어찬 각종 콘텐츠, 무엇보다 부담스럽지 않은 귀여운 그래픽은 여느 온라인게임에 견줄 만 하다.
▲ 온라인게임에 견줄만환 웹MMORPG '백전무장' (사진제공: 봄날소프트)
웹게임은 깊이가 없다고? 편견 날려버리는 다채로운 콘텐츠
웹게임이라 하면 콘텐츠가 단순반복적이고 시간만 많이 잡아먹는다는 인식이 있지만, ‘백전무장’은 어지간한 온라인게임보다 풍부한 즐길거리를 보여준다. 검사, 법사, 궁사 가운데 하나를 골라 ‘신성도’를 위협하는 악의 기운을 쫓는 과정에서 스토리가 점점 확장되며 여러 지역을 오가게 되는데, 50레벨이 되도록 한번도 비는 구간이 없을 만큼 퀘스트 동선이 촘촘하다.
▲ 캐릭터를 50레벨까지 성장시키며 한번의 정체구간도 겪지 않았다
만약 메인퀘스트만 뒤쫓는 것이 지루하다면, 언제든 여러 서브콘텐츠로 외도를 꾀할 수도 있다. 가령 귀여운 팬더를 조종해 경쟁자들을 피하며 보물 상자를 챙기는 ‘황금관’, 화면 상단에 뜨는 문제를 보고 OX 발판으로 이동해 답을 맞추는 ‘수수께끼’, 레이드의 일종인 ‘요괴봉인’, 3개 진영으로 나뉘어 PvP를 벌이는 ‘진영전’ 등 일일이 언급하기 어려울 정도로 즐길거리가 많다. 심지어 시원스런 풍경의 해변을 거닐다 보면 경험치가 올라있는 ‘낭만해변’이란 것까지 있다.
다만 이런 게임이 으레 그렇듯 퀘스트 내용이 단순한 사냥이나 채집에 국한 되는 것은 아쉽다. 플레이어가 성장의 고삐를 놓치지 않도록 계속 이끌어주는 것은 분명 칭찬할만하나, 내용면에서도 알찼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 필드 사냥이 지루하다면 인스턴스 던전에 뛰어들자
▲ 8층까지 길을 찾아 가기가 힘들었던 '팔괘미궁', 눈이 핑핑 돈다
▲ 개인적으로 '꿀잼'이었던 OX퀴즈 현장
화려하기보단 담백하다, 참 ‘정감어린’ 그래픽
‘낭만해변’처럼 경치를 즐기는 이색적인 콘텐츠가 나올 수 있었던 데는 아름다운 동양풍 디자인이 주효했다. 필자를 비롯한 많은 유저들은 외산 웹게임의 지나치리만치 화려한 시각효과를 부담스러워 한다. 그러나 ‘백전무장’은 무작정 보석들이 알알이 박힌 갑옷과 금빛으로 물든 전장을 보여주는 대신 고전 무협지를 보는 득한 담백한 디자인을 선택했다.
▲ 꺄~ 눈이 호강하는 정감가는 그래픽에 끌린다
파스텔톤으로 채색된 배경의 세밀함에도 눈길을 끈다. 강물 위로 굽이진 돌다리와 대나무 숲 사이 오솔길, 싱그러운 복숭아가 맺힌 나무들 사이로 핀 분홍빛 벚꽃들까지… 여기에 배경과 적절이 어우러지는 동양풍 건축물들과 벽에 빼곡히 새겨진 문양은 3D에선 느낄 수 없는 디테일이자 아름다움이다.
끝으로 애니메이션풍 일러스트와 이에 맞춘 귀여운 캐릭터 조형은 젊은 유저층에게 보다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요소로 보인다. 다만 반대로 성인 유저들에게 ‘애들이나 하는 게임’으로 비춰질 수 있으므로 전체적으로 일장일단이라 하겠다.
▲ 귀여운 일러스트와 그래픽은 젋은 유저층에 소구할 수 있는 요소다
업무 중에도 자면서도 성장은 계속된다, 쭈욱~
웹게임은 클라이언트 설치 없이 곧바로 브라우저에서 실행시킬 있는 ‘간편함’이 가장 큰 장점이다. 최근 웹 MMORPG들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게임 내에서도 최대한 간편한 플레이를 추구하고 있는데, 대표적은 것이 바로 전면적인 자동화 기능이다. 이는 말 그대로 퀘스트 수리부터 이동, 수행, 보고 및 다음 퀘스트로의 진행 과정 전부가 버튼 한번으로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 가만히 두면 알아서 퀘스트 깨러 쭉쭉 나아가는 캐릭터
웹게임이 익숙치 않아 잘 상상이 되지 않는다면, 최근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둔 ‘뮤 오리진’을 떠올려 보자. 근래 삼삼오오 등장하는 외산 모바일 MMORPG들은 사실 앞서 웹게임으로 이미 검증된 시스템을 그대로 차용한 것이다. 물론 게임에 따라서 편의 기능이 잘 짜여있어 부드럽게 진행되기도 하고, 반대로 계속해서 손이 가는 불편한 경우도 있다.
‘백전무장’의 강력한 ‘자동화’ 기능은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곧바로 발휘되는데, 우선 주변에 더 이상 적이 없고 퀘스트도 없다면 그 자리에 앉아 명상에 들어간다. 플레이어가 자리로 복귀할 경우 이 명상 시간에 따라 소정의 경험치를 받을 수 있다. 만약 퀘스트가 없지만 주변에 적이 많다면 알아서 끊임없이 사냥에 임한다. 끝으로 후속 퀘스트가 있다면 알아서 NPC에게 이동한 후 대화를 하고 또 다음으로 진행하는 똑똑한 모습을 보인다.
▲ 주변에 적이 있으면 알아서 계속 사냥에 임한다
웹게임도 완성도로 승부하는 시대, 검증대 위에 선 ‘백전무장’
수년 전 웹게임의 부흥과 함께 많은 회사들이 완성도에 대한 고려도 없이 마구잡이로 외산게임을 들여왔다. 그러나 이러한 열기는 새롭게 대두된 모바일게임에 밀려 금새 사그라졌다. 이번 달에만도 여러 웹게임이 쓸쓸히 서비스 종료 수순을 밟았다. 질적 성장 없이 양적 팽창만을 반복한 결과, 웹게임에 대한 게이머들의 편견만 가중시켰을 뿐이다.
이제는 웹게임도 게임성으로 승부해야 한다. 단지 웹게임끼리만이 아니라 클라이언트기반 온라인게임과도 콘텐츠의 양과 질을 치열하게 겨뤄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시장에 도전하는 ‘백전무장’가 유저들의 검증대 위에 섰다. 탄탄한 콘텐츠와 친근한 그래픽, 피로감을 덜어줄 편의 기능은 모두 갖췄다. 만약 웹게임에 대해 안 좋은 인식을 품고 있다면 한번쯤 ‘백전무장’을 즐겨보길 추천한다.
▲ 과연 저 무지개처럼 활짠 피는 웹게임이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