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뜨거] '와우' 일리단의 부활에 게임판 들썩
2015.08.11 15:09 게임메카 김영훈 기자
[HOT!뜨거]는 지난주 가장 뜨거웠던 게임계 이슈를 누구나 알기 쉽고 자세하게 풀어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지난 7일(금) 새벽, 국제게임쇼 게임스컴 2015에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이하 와우)’ 차기 확장팩 ‘군단’이 최초 공개됐습니다. 새로운 지역 ‘부서진 섬’과 전설적인 유물의 등장은 물론 ‘일리단 스톰레이지’가 영웅직업 ‘악마사냥꾼’을 이끌고 돌아온다는 소식에 전세계 게이머들이 열광했는데요. ‘와우’에 관심이 없다면 이게 다 무슨 난리인가 했을 겁니다. 지금부터 찬찬히 하나하나 살펴보죠.
▲ 일리단 리턴즈! '와우: 군단'이 전격 공개됐습니다 (사진출처: 블리자드)
'와우'가 대체 뭐길래 전세계가 이렇게 열광할까?
‘와우’는 국내에 ‘스타크래프트’와 ‘디아블로’로 잘 알려진 블리자드에서 개발 및 서비스하는 MMORPG입니다. ‘스타크래프트’ 형님뻘인 ‘워크래프트’ 시리즈의 세계관을 계승한 정식 후속작이죠. 지난 2004년 서비스를 개시한 이래 장대한 시나리오와 다채로운 콘텐츠, 깊이 있는 게임성으로 그야말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는데요. 현재 총 244개 국가에서 1억 명이 넘는 유저가 ‘와우’를 즐겼거나 즐기고 있습니다. 게임 역사를 통틀어 손에 꼽히는 성공작이죠.
▲ '워크래프트' 세계관으로 MMORPG를 만들어 대성공을 거뒀죠 (사진출처: 블리자드)
블리자드표 게임과 원채 친밀한 한국에서도 ‘와우’는 거센 돌풍을 일으켰는데요. 국내 게임계는 ‘와우’ 전과 후로 나뉜다고 할 정도로 막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당시 PC방 이용순위를 비롯해 온갖 지표에서 상위권을 놓치지 않을 정도로 인기가 엄청났는데요. 정기적으로 이용료를 내야 하는 유료게임임을 감안하면 더욱 놀라운 성적이었습니다. ‘와우’ 대성공 이후 비슷한 아류게임들이 국내에 범람하기도 했습니다.
▲ 국내에도 수많은 '와우저'가 양산됐음은 물론입니다 (사진출처: 블리자드)
이제 왜 ‘와우’ 소식만 떴다 하면 수많은 게이머들이 촉각을 곤두세우는지 이해했으리라 봅니다. ‘와우’는 약 2년마다 확장팩 명목으로 대규모 업데이트를 이어왔는데요. 매 확장팩은 세계관을 진일보시키는 새로운 시나리오와 각종 콘텐츠 개선 및 추가로 ‘와우’가 10년이 넘도록 왕좌를 지킬 수 있게 해줬습니다. 역대 확장팩으로는 2007년 ‘불타는 성전’을 시작으로 ‘리치왕의 분노’, ‘대격변’, ‘판다리아의 안개’, ‘드레노어의 전쟁군주’ 그리고 이번에 공개된 ‘군단’이 있습니다.
▲ 이것이 바로 역대 '와우' 확장팩들 (사진출처: 블리자드)
서비스 10년 돌파, 이 시점에서 '군단'이 중요한 이유
새로운 ‘와우’ 확장팩은 언제나 화제의 중심에 있었지만, 이번 ‘군단’이 갖는 의미는 더욱 각별합니다. 바로 직전 확장팩 ‘드레노어의 전쟁군주’가 미흡한 완성도로 역대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기 때문인데요. 가뜩이나 서비스 10년이 넘어가는데 노후화를 막아줘야 할 확장팩이 형편없자 유저들은 냉정히 등을 돌렸습니다. 현재 ‘와우’ 유료 가입자는 9년 만의 최저치인데요. 이 시점에서 투입되는 ‘군단’의 역할은 명확합니다. 야구로 치면 9회말 구원투수죠.
▲ '드레노어의 전쟁군주'에 이르러 사상 최악의 부진을 겪고 있습니다 (사진출처: 블리자드)
떠나가는 유저들을 한시라도 빨리 붙잡으려는 듯 ‘군단’은 이례적으로 빨리 발표됐습니다. ‘드레노어의 전쟁군주’가 출시된 지 불과 9개월만인데요. 새롭게 추가되는 콘텐츠들의 면면도 매우 화려합니다. ‘유물’이란 ‘워크래프트’ 세계관의 상징적인 영웅들이 지닌 무기를 유저에게 주겠다는 것인데요. ‘아서 왕의 전설’로 치면 ‘엑스칼리버’쯤 되는 겁니다. 여기에 신규 직업 ‘악마사냥꾼’은 거대한 뿔과 날개가 돋아난 멋진 외형에 최초로 2단 점프까지 가능한데요. 한번이라도 ‘와우’를 즐긴 유저라면 구미가 당기지 않을 수 없겠죠.
▲ 전설적인 '유물'을 이제 직접 사용할 수 있습니다 (사진출처: 블리자드)
▲ 눈빛부터 강렬한 신규 직업 '악마사냥꾼' (사진출처: 블리자드)
시나리오도 한층 흥미롭게 흘러가는데요. ‘워크래프트’ 세계관의 궁극적인 적이라 할 수 있는 ‘불타는 군단’이 드디어 전면에 나섭니다. 확장팩 제목 ‘군단’이 바로 이 ‘불타는 군단’을 뜻하는 것이죠. 아울러 나이트엘프 ‘일리단’의 부활 또한 뭇 게이머들을 흥분시키는데요. 그는 블리자드가 낳은 수많은 캐릭터 가운데서도 손꼽히게 두터운 팬층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 백문이 불여일견! '일리단'의 부활을 직접 감상하시죠 (영상출처: 블리자드)
9회말 구원투수로 등판한 '일리단' 그는 누구인가
1994년 첫발을 내디딘 ‘워크래프트’는 2002년 출시된 3편에 이르러 세계관을 크게 확장하고 여러 인상 깊은 캐릭터들을 배출해냅니다. 바로 이 토대 위에 ‘와우’가 세워졌는데요. 자연히 ‘와우’ 유저들에게 ‘워크래프트 3’ 주역 캐릭터들은 각별한 의미를 지닙니다. 작중 오크측 주인공인 ‘쓰랄’은 ‘와우’에서 ‘녹색 예수’라 불릴 정도로 중요하게 다뤄지며, 인간측 주인공 ‘아서스’는 확장팩 ‘리치왕의 분노’ 최종 보스로 등장해 ‘와우’ 최전성기를 구가했죠.
▲ '워크래프트 3'는 '와우'의 직접적 토대가 됐습니다 (사진출처: 블리자드)
‘워크래프트 3’에서 ‘일리단’은 그의 형 ‘말퓨리온’과 함께 나이트엘프측 주역으로 활약합니다. 과거 나이트엘프와 악마가 벌인 ‘고대의 전쟁’ 당시 그는 스스로의 힘을 과신한 나머지 홀로 악마들을 물리치려 했으나 역으로 동족을 배신하는 최악의 결과를 낳는데요. 여기에 형의 연인 ‘티란데’를 향한 보답 받을 수 없는 사랑이 그를 더욱 괴롭게 하죠. 결국 전쟁이 종결된 후 그는 배신의 댓가로 영원히 유폐됩니다.
▲ 고대의 전쟁 당시 '일리단'과 그의 형 '말퓨리온' (사진출처: 블리자드)
그로부터 어느덧 만년이 지난 후, 그를 감옥에서 꺼내준 이는 놀랍게도 ‘티란데’였는데요. 다시금 악마들의 침공이 시작되자 숙련된 악마사냥꾼 ‘일리단’의 힘이 필요해진 겁니다. 이에 ‘티란데’에 대한 사랑을 만년간 지켜온 그는 자신을 유폐하고 고문한 동족을 위해 전장으로 향하죠. 그 후 ‘일리단’은 게임 내내 플레이어의 아군 혹은 적으로 등장해 갖가지 사건을 일으킵니다.
▲ '일리단'은 '워크래프트 3' 최고의 안티히어로였습니다 (사진출처: 워크래프트3 위키)
이처럼 ‘일리단’은 누구라도 반할만큼 매력적인 설정을 지녔습니다. 올곧기만 한 영웅도 극악한 악당도 아닌 복합적인 캐릭터성이 게이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죠. 더불어 그의 직업 ‘악마사냥꾼’은 쌍검을 휘두르며 악마로 변신하는 그야말로 ‘로망’의 결정체였는데요. 심지어 또 다른 인기 캐릭터 ‘아서스’와 라이벌 기믹까지 갖췄으니 이 정도면 인기가 없으려야 없을 수가 없습니다.
▲ 또 다른 인기남 '리치왕 아서스'와 라이벌 구도를 이룹니다 (사진출처: 워크래프트3 위키)
과거 확장팩에서의 허망한 최후... 그리고 '일리단 리턴즈'
그렇다면 왜 ‘일리단’의 ‘부활’이냐고요? ‘일리단’은 이미 ‘와우’에 한번 모습을 드러냈었습니다. 바로 첫 확장팩 ‘불타는 성전’에서 얼굴마담으로 활약했는데요. ‘와우’에 관심 없는 게이머라도 “너흰 아직 준비가 안 됐다!”라는 그의 위엄 넘치는 일갈은 들어봤을 법 합니다. 첫 확장팩의 물꼬를 열어젖히기에 이만한 적임자도 없어 보였죠.
▲ 말이 필요 없는 "너흰 아직 준비가 안 됐다!" (영상출처: 블리자드)
그러나 막상 ‘와우’에 등장한 ‘일리단’은 유저들의 기대와 사뭇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우선 시나리오가 그를 처치해야 할 대의명분을 제대로 제시해주지 못했는데요. 앞서 언급했듯 ‘일리단’은 ‘영원한 적도 아군도 아닌’ 안티히어로적인 존재입니다. 당연히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굳이 그를 죽여야 할 당위성을 찾기 어려운데요. 시나리오 전개가 그저 플레이어와 ‘일리단’을 억지로 싸움 붙이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 '와우'에 등장한 '일리단'은 기대와는 사뭇 달랐습니다 (사진출처: 워크래프트3 위키)
하물며 ‘불타는 성전’의 대미를 장식한 것은 ‘일리단’의 부관 ‘캘타스’와 그가 소환한 ‘불타는 군단’의 대간부 ‘킬제덴’이었습니다. ‘일리단’은 시네마틱 트레일러에서 엄청난 위용을 뽐내며 유저들을 끌어모았지만, 실제 게임 내에서는 그다지 취급이 좋지 못한 셈이죠. ‘워크래프트 3’부터 이어진 인기 캐릭터치고는 상당히 허망한 최후였습니다.
▲ '불타는 성전'의 진정한 최종보스는 '킬제덴'이죠 (사진출처: 블리자드)
애초에 시나리오상 ‘불타는 성전’에 어울리는 보스는 ‘킬제덴’이었단 점에서 ‘일리단’은 그저 얼굴마담으로 소모됐다는 것이 중평인데요. 아무리 그래도 ‘일리단’ 정도 되는 캐릭터가 이대로 퇴장할까하는 아쉬움은 이후 수년간 ‘일리단’ 부활에 대한 온갖 소문과 낭설을 낳게 됩니다. 그리고 지난 7일 새벽, 실제로 그가 살아 돌아온 거죠.
▲ 7일 새벽, 갑자기 이웃집 청년이 비명을 질렀다면 원인은... (사진출처: 영상갈무리)
이것은 부활의 서곡일까, 아니면 추락의 전조일까?
여기까지가 ‘와우’ 신규 확장팩 ‘군단’과 ‘일리단’에 대한 얘기였습니다. 10년 가까이 MMORPG의 왕좌를 지켜온 ‘와우’가 쇠퇴하는 바로 이때, 지난 5년간 죽을 줄로만 알았던 최고의 인기 캐릭터가 부활합니다. 어떻게 봐도 분위기 전환을 위한 긴급 투입인데요. 이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도 적잖습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일리단’의 부활을 연호했지만, 막상 나온다니 무리수가 아닌가 싶은 거죠.
▲ 막상 진짜 살아돌아오니 무리수 아닌가 싶기도... (사진출처: 블리자드)
그도 그럴 것이 아무리 쓸쓸한 퇴장이었다 한들 ‘일리단’은 분명 죽었습니다. 블리자드가 뚜렷한 비전과 탄탄한 시나리오 하에 그를 부활시키는 거라면 다행이겠지만, 지금으로썬 죽은 이의 손이라도 빌리려는 궁색함으로 보이는 실정입니다. 그간 움켜쥐고 있던 재료를 한꺼번에 쏟아 붓는 ‘군단’의 모습은 흡사 ‘최후의 만찬’을 연상케 합니다.
▲ 어떻게 봐도 등 돌린 유저들의 마음을 붙잡고자 긴급 투입된 꼴이죠
혹자는 “일리단으로도 안되면 그땐 아서스를 되살린다”는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하는데요. 시나리오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블리자드가 함부로 ‘판도라의 상자’를 열지 않으리라 믿고 싶습니다. 여하간 ‘일리단’이 돌아온다니 그간 ‘와우’를 쉬었던 유저들도 반신반의하면서도 복귀할 수 밖에 없겠는데요. 과연 ‘군단’이 ‘와우’ 제2의 전성기를 불러올지 아니면 씁쓸한 추억팔이로 전락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 부활의 서곡? 아니면 추락의 전조? '와우: 군단' 함께 보시죠 (영상출처: 블리자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