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갈아라, 조이시티 8자형 보드게임 '주사위의 신'
2015.10.16 14:29 게임메카 허새롬 기자
캐주얼게임은 모바일 기기와 유저의 플레이 성향에 완전히 ‘핏’되는 수트 같은 존재다. 가볍게 즐길 만한 게임을 찾는 라이트 유저부터 RPG를 즐기다 잠깐 휴식이 필요한 하드코어 유저까지 다양한 게이머를 아우를 수 있는 강점을 지녔다. 한마디로, 타겟층이 한정된 RPG에 비해 잠재 유저풀이 크다. 그러다 보니 많은 유저만 확보해놓으면 조금씩만 결제해도 어느 정도의 매출은 보장된다. 거기에 적절한 소셜 요소를 양념처럼 뿌리면 입소문도 단번에 난다. 개발 기간과 비용도 RPG보다 작은 편이니 금상첨화다.
단, 이 모든 이점은 ‘성공’이 전제되어야 한다. 대중을 겨냥한 수없이 많은 캐주얼게임이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으나 흥헹에 도달한 것은 몇 없다. ‘애니팡’과 ‘애니팡 2’, ‘캔디크러시사가’, ‘캔디크러쉬소다’, ‘모두의마블’, ‘포코팡’, ‘프렌즈팝’ 정도가 끝이다. 이 중에서 아직 의미 있는 매출을 내고 있는 게임은 얼마 없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조이시티가 자사의 신규 캐주얼게임 ‘주사위의 신’으로 승부수를 걸겠다고 나섰다. 최대 과제는 국내 모바일 보드게임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유지하고 있는 ‘모두의마블’을 넘어야 한다는 것이다. ‘롤삼국지’, ‘소환사가 되고싶어’ 등 수많은 게임이 넘지 못했던 그 산을 ‘주사위의 신’은 넘을 수 있을까? 그래서 게임메카는 ‘주사위의 신’을 만든 조이시티 한성현 PD와 박준승 사업 팀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 (왼쪽부터) 조이시티 박준승 사업 팀장, 한성현 PD
‘모두의마블’ 개발자가 만든 완전히 다른 ‘주사위의 신'
조이시티 한성현 PD는 사실 카카오 버전 ‘모두의마블’을 만들었던 개발자 출신이다. 그는 ‘주사위의 신’을 만들면서 ‘모두의마블’을 비롯해 게이머들이 기존에 접해왔던 모바일 보드게임들과는 다른 경험을 줄 수 있도록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을 썼다고 설명했다.
“‘주사위의 신’도 보드판에 있는 도시를 점령하고, 통행료를 거둬서 상대를 먼저 파산시키는 사람이 이기는 ‘부루마블’, ‘모노폴리’ 류 보드게임이긴 합니다. 하지만, 맵 구성을 달리 하고 스킬 카드 시스템을 넣어서 좀 더 빠른 호흡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했습니다. 어떤 도시든 먼저 도착하면 돈을 지불하지 않고도 정복이 가능하고, 출발점으로 돌아올 때마다 건물 등급이 올라가게 해서 기다림을 최소화했죠"
▲ '주사위의 신' 한성현 PD
‘주사위의 신’을 달라 보이게 만드는 시스템은 두 가지로 압축된다. 우선 현재 국내에 출시된 모바일 보드게임은 ‘부루마블’, ‘모노폴리’와 같은 정사각형 보드판을 사용한 반면, ‘주사위의 신’은 8자 모양 보드판이 등장한다. 그리고 맵 가운데 갈림길을 만들어, ‘행운로드’와 ‘고난로드’ 구간을 구분해 게임에 변수와 긴장감을 더했다. 행운로드에는 통행료를 상승시키거나 도시 인수권을 획득할 수 있는 구간이 존재하고, 고난로드에 접어들면 반대로 패널티만 이어진다.
또 다른 차별점은 TCG에서 영감을 얻은 스킬 카드 시스템이다. 스킬 카드는 플레이어 턴이 돌아오면 사용할 수 있는데, 대부분 카드들이 게임의 판도를 바꿀 만한 강력한 효과를 지녀 무엇을 내느냐에 따라 승패가 크게 갈린다. 여기에 TCG가 아닌 ‘보드게임’이 메인인 만큼 ‘카드를 내서 효과를 본다’는 기본적인 요소에 집중하고, 카드를 낼 때 필요한 비용이나 특정 조건을 맞춰야 하는 등의 복잡한 룰은 배제했다. 카드로 전투를 유리하게 이끄는 부분만 가져와 유저들이 어렵게 느끼지 않도록 한 것이다.
▲ '주사위의 신' 게임 소개 영상 (영상제공: 조이시티)
“카드를 내는 것만으로도 TCG같은 느낌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대신 카드가 전투에 확실한 영향을 주도록 효과를 확실하게 설정해 중요도를 높였죠. 아무래도 모바일이다보니 플레이 시간이 길면 지루하잖아요. 플레이타임을 8분에서 15분 정도로 짧게 잡은 대신 ‘카드’ 등으로 집중도를 확 올려서 몰입감을 충분히 느끼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중국에 뿌리 내리는 첫 국내 보드게임 될 것
앞서 설명했듯 ‘주사위의 신’은 지금까지 접했던 국내 모바일 보드게임과는 차별점이 많다. 국내에는 다소 생소한 게임인 중국 전통 보드게임 ‘대부옹’을 모델로 했기 때문이다. 중국 내에서는 ‘부루마블’보다 더 잘 알려진 ‘대부옹’을 보며 제작진은 한국에는 없던 색다른 게임에 대한 영감을 받았다. 8자 모양 보드판, 행운로드와 고난로드 갈림길도 ‘대부옹’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다.
▲ 조이시티 박준승 사업 팀장
조이시티 박준승 사업 팀장은 “현재 국내 모바일 보드게임 중 중국과 서양에 반향을 일으킨 타이틀이 없는데, 그쪽을 어떻게 공략할까 생각하다가 중국 사람들에게 익숙한 ‘대부옹’을 접목해보면 어떨까 싶었죠. 서구 유저들은 독특함을 느낄 것이고, 중국 유저들에게는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조이시티는 그 중에서도 유독 중국을 주시하고 있다. 중국은 모바일 보드게임 장르에 한해 독보적인 ‘1인자’가 없는 상태다. 한국을 비롯한 동남아와 일본까지 점한 ‘모두의마블’도 중국을 점령하진 못했다.
그래서 조이시티는 보드게임 1인자가 없는 중국을 메인 타겟으로 보고, 현지 유저들에게 친숙한 ‘대부옹’에서 영향을 받은 게임성에 출시 초기 마케팅에 힘을 집중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주사위의 신’을 중국에 안착시키기 위한 기반은 다져진 상태다. 조이시티는 ‘주사위의 신’에 앞서 중국에 ‘건쉽배틀’과 ‘워십배틀’을 출시하며 2,000만이 넘는 유저풀을 확보해 놓았고, 이를 통해 자체 서비스도 경험한 바 있다.
여기에 이광수, 하하 등 ‘런닝맨’ 주요 출연진을 홍보모델로 기용하고, ‘주사위의 신’ 게임성을 보여줄 수 있는 프로모션을 준비 중이다. 현재는 국내 활동만 계획되어 있지만, 향후 추이를 보고 해외 홍보모델로도 선정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런닝맨’은 중국에서도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기에, 이들이 합류한다면 중국 현지에서도 적잖은 반향이 있으리라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