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일로 5 가디언즈 "번지가 필요해!"
2015.11.05 09:40 게임메카 이찬중 기자
▲ '헤일로 5'가 지난 10월 27일 정식 발매됐다 (사진출처: 공식 웹사이트)
‘헤일로’ 시리즈는 Xbox를 논할 때 빠지지 않는 대표 타이틀 중 하나로, 콘솔 FPS와 멀티플레이 부문에서 한 획을 그은 작품이다. 당시 PC 전유물로 여겨졌던 FPS를 콘솔로 최적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완성도 높은 게임성과 흥미로운 세계관, 그리고 카리스마 넘치는 주인공 ‘마스터 치프’를 통해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이런 부분을 보면 ‘헤일로’의 별명인 Xbox의 선구자, 구세주라는 말이 아깝지 않을 정도다.
이번 최신작 ‘헤일로 5: 가디언즈(이하 헤일로 5)’도 이런 명성에 걸맞게, 그야말로 처음 발표됐을 당시 엄청난 관심을 모았다. 특히 ‘마스터 치프’의 새로운 이야기는 물론, 이와 대립 구도를 이루는 ‘로크’의 등장은 많은 이들을 설레게 하였다. 여기에 팀 단위로 싸우는 ‘분대 시스템’, 거대한 기동병기 ‘수호자’와 스토리에서 벌이는 일전, 그리고 기존 하이퍼 FPS로 원점 회귀하는 ‘워존’ 모드의 등장은 그야말로 팬들이 꿈꾸던 완벽한 SF 경험에 가까워 보였다.
이윽고 출시일인 10월 27일(금), 전설적인 우주전사 ‘마스터 치프’가 5편으로 돌아왔다. 과연 3년이라는 긴 시간 끝에 돌아온 ‘헤일로’는 어떤 모습으로 돌아왔을까?
▲ '헤일로 5' 공식 트레일러 (영상출처: 공식 유튜브 채널)
‘분대’를 데리고 왔지만, 강력하진 않다
이번 ‘헤일로 5’에서 전설적인 우주 용사 ‘마스터 치프’의 여정은 이어진다. 다만, 이제는 혼자가 아니라 자신과 같은 역전의 용사들로 이루어진 분대 ‘블루 팀’을 이끌고 싸워나간다. 여기에 신규 주인공 ‘로크’와 그의 ‘오시리스 팀’의 이야기까지 더해지면서, 서로 다른 목표를 지닌 두 명의 이야기를 15개의 미션을 통해 풀어나가게 된다.
게임을 처음 시작할 때 보여주는 인트로 영상은 이런 ‘슈퍼 솔져’라는 설정을 여실히 보여준다. 공중 강하 후, 주인공 ‘로크’를 비롯해 휘하 3명의 분대원은 각각 자신만의 화려한 액션을 선보이며 수많은 ‘코버넌트’ 병사를 쓰러뜨린다. 여기에 주인공 ‘로크’ 자신도 적을 처치하면서 지휘를 꾸준히 하는 등 장관을 연출한다. 그러나 영상이 끝난 후, 1인칭 시점으로 바뀌면서 플레이어는 현실로 끌려간다.
▲ '헤일로 5' 인트로 영상, 사실 이 때가 제일 신난다 (영상출처: 공식 유튜브 채널)
실제 게임에서 보여주는 ‘분대 전투’는 영상처럼 화려하거나 멋지지 않다. 게임에서 분대원 지휘는 버튼을 눌러 이동, 공격, 구조, 탑승 4가지 행동을 지정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다만, 여기서 분대원 지휘란 대원 각각을 지휘하는 게 아니라, 모두에게 행동이 일괄 지정되기 때문에 세밀한 조정이 불가능하다. 실제로 한번은 적에게 당해서 구조 요청을 하니, 캐릭터를 치료하려고 모든 분대원들이 앞다투어 달려가는 돌발 상황이 발생했다.
더군다나 분대원 인공지능이 뛰어난 편도 아니다. 지휘라도 하지 않으면 개활지에서 엄폐도 하지 않고 적을 상대하거나, 다른 분대원을 부활시키려고 갔다가 바로 옆에 있는 적에게 차례로 쓰러지는 답답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특히 분대원들이 나름 ‘마스터 치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슈퍼 솔져’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부분들은 여러모로 이해하기 힘들었다.
▲ 위치를 지정하면, 분대원들 전원 그 방향으로 달려간다
▲ 도움을 요청하면, 적이 있어도 달려온다!
▲ 말은 잘 듣는 건 좋지만, 가끔 이렇게 사이좋게 죽는 처참한 상황도 발생한다
난해한 스토리, 이해하려면 ‘헤일로’ 강의가 필요
매 작품마다 흥미로운 세계관과 복선 가득한 스토리를 내놨던 만큼, ‘헤일로 5’ 스토리에 대한 기대감도 상당히 컸다. 특히 신 캐릭터 ‘로크’의 등장, 그리고 의미심장한 ‘마스터 치프’의 모습, 여기에 여러 영상에서 언급된 ‘숨겨진 진실’에 대한 이야기는 기자마저도 설레게 만들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실제로 겪은 스토리는 전작의 스토리를 연거푸 살펴봐도 이해하기 힘든 일 투성이였다.
스토리 모드를 진행하면서, 가장 눈에 거슬렸던 점은 스토리텔링이 난해하다는 점이다. 전작에서 주인공 ‘마스터 치프’와 그 적대 세력인 ‘다이댁트’ 대립의 이야기를 흡입력 있게 풀어냈다면, 이번 작품은 수 많은 복선만 깔다가 이야기가 끝난 느낌이다. 떡밥만 던져 놓고 풀어내지 않은 이야기들이 많다보니, 게임 스토리를 진행하면서도 주요 캐릭터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기 벅찰 정도였다.
또한, 이전과는 다른 주인공의 모습에서도 몰입감이나 공감을 느끼기 힘들었다. 두 명의 주인공 시점으로 게임을 진행한다는 점은 신선했지만, 사실상 메인 주인공인 ‘마스터 치프’는 이번에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 실제로 미션도 새로운 주인공 ‘로크’를 플레이하는 쪽에 비중이 맞춰졌고, 활약도 훨씬 많다. 그렇다고 이번에 처음 등장한 ‘로크’라는 인물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보니, 게임을 플레이하는 내내 어느 한 명으로도 몰입하기 힘들었다.
▲ '마스터 치프'는... 이번 작품에서 어딘가 많이 끌려다닌다
▲ 특히 떡밥은 많지만, 처음하는 사람에게는 이해하기 정말 벅차다
▲ 사실 미션과 활약만 봐서는 '로크'가 진 주인공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나마 멀티플레이는 제대로 살렸다
플레이 내내 불편했던 ‘헤일로 5’의 스토리 모드와 달리, 멀티플레이는 이번 작품의 꽃이라고 불릴 정도로 큰 재미를 선사했다. 특히 전작에서 복잡하다고 평을 받은 시스템을 대폭 개선하고, 누구나 공평한 조건에서 실력을 겨루는 방향으로 바뀌면서, 초기에 ‘헤일로’가 보여준 재미로 회귀했다는 걸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멀티플레이는 크게 4 대 4 대전을 중심으로 한 ‘아레나’와 최대 24명이 함께 즐기는 대규모 전장 ‘워존’으로 나뉜다. 특히 ‘아레나’에서는 기본적인 팀과 협동해 상대를 전멸시키는 ‘슬레이어’ 모드를 비롯해, 단 하나의 목숨으로 펼치는 ‘브레이크 아웃’, 개인전 개념의 ‘프리 포 올’, 그리고 방어구 없이 권총 하나에 의지하는 독특한 ‘스왓’ 등 다채로운 규칙에 따라 대전을 즐길 수 있었다.
▲ 내복만 입고 '스파르탄'끼리 한판 붙자!
▲ 방어구가 없기 때문에, 가벼우면서도 쫄깃한 재미를 경험할 수 있다.
이 중 ‘워존’은 이번 ‘헤일로 5’의 백미라고도 할 수 있다. 거점 점령, 탈것, 여기에 제 3세력으로 NPC 적들이 끼어드는 전장은 캠페인에서 담아내지 못했던 박진감 넘치는 SF 전장을 여실히 보여준다. 어떤 면에서는 ‘배틀필드’의 전장을 ‘헤일로’ 특유의 느낌을 살려 그대로 옮겨냈다는 생각도 들 정도였다.
‘워존’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거점 점령 혹은 처치로 1,000점을 상대 팀보다 먼저 모으면 승리한다. 조건은 간단하지만, 인원 수가 많기 때문에 오히려 대전보다 긴밀한 협동이 필요하다. 여기에 잘만 운용한다면 한번에 여러 명을 단번에 쓰러뜨릴 수 있는 다양한 탈것과 일정 시간마다 등장해 쓰러뜨리면 다량의 점수를 주는 NPC 세력 장군도 있어, 이런 부분을 공략하는 전략적인 재미도 상당하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이번에 추가된 ‘스파르탄 어빌리티’와 이런 전장이 잘 맞았다는 점이다. ‘워존’에서 선보인 전장은 꽤 넓은 크기를 자랑했지만, 질주와 부스터, 기어오르기 등 다양한 액션 덕분에 부담되지 않았다. 여기에 돌진해서 정면에 있는 상대 팀을 무식하게 날려버리거나, 충격파를 일으켜 한번에 여러 명을 처치하는 짜릿함을 그야말로 ‘워존’에서만 경험할 수 있었다.
▲ 이제는 '헤일로'에서도 대규모 전장을 즐길 수 있다
▲ 다양한 탈것부터...
▲ 점수를 많이 주는 'NPC 세력'까지 전략적인 요소도 풍부한 편이다
바탕이 나쁘지 않았기에, 더 아쉽다
이번 ‘헤일로 5’가 더욱 아쉽게 느껴지는 건, 그 밑바탕이 되는 게임성은 나름 훌륭했기 때문이다. 레이저로 대변되는 SF 세계관에도 그 특징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총기들, 뛰어난 연출로 쏘는 재미 확실히 챙긴 타격감, ‘스파르탄 어빌리티’로 더해진 화끈한 액션 등을 보면 FPS 자체의 완성도는 상당히 높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런 탄탄한 구성은 멀티플레이에서 특히 강점으로 부각되어 확실한 재미를 주었다.
하지만, 멀티플레이에서 받았던 좋은 인상은 캠페인을 플레이하면서 희석됐다. 헤일로는 다른 FPS와 달리 스토리가 상당히 부각되는 게임이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플레이어 이해를 돕고자하는 배려가 없이 난해하고, 두 명으로 나누어진 주인공에 대한 몰입도 상당히 떨어진다. 설상가상으로 핵심으로 내세웠던 ‘분대전투’까지 전략성이 떨어져 외면을 받았다.
꽤 좋은 인상을 받고 재미있게 즐겼던 멀리플레이, 난해하고 몰입감 떨어지는 싱글 캠페인... 콘텐츠 크기로 보면 반반이라 볼 수 있지만, 헤일로의 진짜 색으로 볼 수 있는 스토리가 약해진 것에 크게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다.
▲ 바닥을 쾅하고 내려치는 '그라운드 파운드'는 이번 작품의 묘미 중 하나다
▲ 게임성은 나쁘지 않아, 스토리에서 느껴지는 아쉬움이 더욱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