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구동성] 게임할 때 항상 컵라면 쌓아놓고 먹지 않아요
2015.11.20 17:11 게임메카 허새롬 기자
메카만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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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한 가지에만 몰두하는 사람을 ‘외골수’라 말합니다. 좋아 보이지만 썩 긍정적인 뜻의 표현은 아닙니다. 하나에 집중하느라 주변에 산재해 있는 다른 요소들을 놓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이 단어는 보건복지부를 지칭하는 데 아주 적합한 표현인 것 같습니다.
보건복지부의 외골수다운 모습은 게임중독 공익광고에서 아주 잘 드러나지요. 한결같이 황당할 정도로 편향된 모습만 조망합니다. 일주일 전 게재한 공익광고 영상에서도 그렇습니다. 어두운 방과 컵라면이 가득 쌓인 책상, 그리고 구부정한 자세로 게임을 하고 있는 사람의 모습을 비춥니다. 이 사람의 눈은 잔뜩 충혈된 상태이고, 발작적으로 마우스를 클릭하고 있죠.
앞서 언급된 연출만으로도 논란의 여지가 충분한데, 그 뒤에 이어진 영상 때문에 더 문제가 됐습니다. 해가 쨍쨍한 야외에서 악기 연습과 운동 등 게임이 아닌 활동을 하는 모습은 긍정적으로 비추어 대조의 효과를 노렸기 때문이지요. 즉, 애초에 게임을 부정적인 것으로 단정짓고 어두운 연출만 한 것입니다.
당연히 항의가 빗발쳤습니다. 누리꾼들은 “어느 취미건 과도하게 하면 문제가 되는 건 마찬가진데 왜 게임만 저렇게 묘사하나”, “게임은 취미로 보지 않는 듯” 등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죠. 결국 보건복지부는 내용 수정이 필요하다며 유튜브에 올려놨던 영상을 비공개로 돌려버렸습니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초에도 게임중독 예방 광고를 내놓아, 비슷한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습니다. 당시 공개된 공익광고에서는 게임에 중독된 사람이 아무 이유 없이 행인을 폭행하고, 컴퓨터가 앞에 없는데도 손을 떠는 모습을 묘사한 장면이 담겼죠. 이 때 광고 영상도 큰 비판을 받았고, 결국 송출이 중단됐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유독 게임중독 공익광고만 그렇다는 겁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3년 음주문화 개선에 관련한 광고를 내보냈었는데, ‘과도하지만 않으면 술로 인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라는 메시지가 담긴 영상이었죠. 대표적인 중독유발 물질인 알코올에서도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발견하는 보건복지부가, 왜 게임에서는 그런 시야를 가지지 못하는지 궁금할 정도입니다.
어떤 취미활동이건 일상생활을 내던질 정도로 몰입하면 문제가 되기 마련입니다. 뭐든지 장단이 있는데, 보건복지부는 ‘게임’이라는 키워드를 바라보면 ‘중독’밖에 떠오르지 않나 봅니다. 어찌 됐건 게임중독 공익광고로만 벌써 두 번째 문제인데, 공익을 위해 광고를 제작할 때는 좀 더 표현에 신중을 기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기껏 세금 들여 제작한 광고가 의도 전달은커녕 논란만 일으키고 중단된다면 아깝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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