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트 파이터 5' 슬로건은 리셋, 고수와 초보 모두 동등하게
2016.01.12 21:29 게임메카 김영훈 기자
▲ 캡콤 오노 요시노리 총괄 프로듀서(좌)와 아야노 토모아키 어시스턴트 프로듀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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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초, 전국 오락실의 90% 가까이를 독점하다시피 한 게임이 있다. 국내에서 ‘스타크래프트’보다 앞서 자타공인 국민게임으로 군림했던 ‘스트리트 파이터’. 이제는 대전격투게임이 비주류로 전락했음에도, 여전히 그 이름은 많은 이들이 뇌리에 아로새겨져 있다. 그리고 드디어 오는 2월 16일(화), 최신작 ‘스트리트 파이터 5’가 한국어화를 거쳐 우리 곁으로 돌아온다.
이 놀라운 소식을 전한 것은 ‘스트리트 파이터’ 시리즈 총괄 프로듀서인 오노 요시노리와 어시스턴트 프로듀서 아야노 토모아키다. 일본 현지에서 ‘스트리트 파이터’의 얼굴 마담으로 통하는 이들은 5편 출시를 앞두고 글로벌 미디어 투어의 첫 행선지로 한국을 골랐다. 끊임없이 농담을 날리는 오노와 성실히 게임을 설명하는 아야노, 이 묘한 조합에게 ‘스트리트 파이터 5’의 비전을 들어봤다.
“’스트리트 파이터 4’ 개발을 추진할 당시에는 시리즈의 명맥이 거의 끊긴 상태였어요. 어떻게든 윗선을 설득하고, 유저들을 끌어 모으기 위해 애썼죠. 그래서 당시 시리즈 팬덤을 재결성하기 위해 내건 슬로건이 ‘동창회’였습니다. 그게 벌써 8년 전 이라니(웃음)”
오노 프로듀서는 캡콤 내에서 점차 입지를 잃어가던 ‘스트리트 파이터’를 부활시킨 장본인이다. 언제나 얼굴에는 함박웃음을 머금고 작은 ‘블랑카’ 피규어를 들고 다니며, 특유의 쇼맨쉽으로 게임을 적극적으로 어필했다. 비록 몇몇 캐릭터의 밸런스 조절에 실패해 팬들의 질타를 받기도 했지만, 누구도 ‘스트리트 파이터’를 위한 오노 프로듀서의 공로를 무시하진 못한다.
그런 그가 ‘스트리트 파이터 5’에서 내건 슬로건은 ‘리셋’이다. 4편으로 시리즈에 숨을 불어 넣었으니, 이제 신규 유저를 위한 정책을 펼쳐 제2 부흥기로 이끌겠다는 것이다. “’스트리트 파이터 4’가 8년을 이어오며 수많은 고수가 탄생했습니다. 이들은 게임의 중요한 동반자이지만 신규 유저 입장에선 두려운 진입 장벽이기도 하죠. 이번 작에선 시스템을 대폭 개편하여 새롭게 게임을 접하는 이들도 동등한 입장에서 겨룰 수 있도록 했습니다. 말하자면 전작의 챔피언이라도 이제는 다시 도전자가 되는 것이죠”
▲ '리셋'을 슬로건으로 내세운 '스트리트 파이터 5' (영상출처: 공식유튜브)
‘리셋’의 기치를 내건 ‘스트리트 파이터 5’ 신규 시스템은 V 스킬과 V 트리거, V 리버설 그리고 크리티컬 아츠로 이어진다. 이는 신규 유저를 위해 간단한 조작으로도 각 캐릭터의 개성적인 기술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외에도 전작에서 악명 높았던 강제연결은 기본기의 선입력이 가능해져 난이도가 대폭 낮아지는 등 전체적으로 진입장벽을 없애는데 주력했다 스토리 모드를 겸한 튜토리얼을 추가한 것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류’와 같이 기존 감각 그대로 즐길 수 있는 캐릭터가 없지는 않지만, 대부분은 조작감이 많이 바뀌었어요. ‘춘리’나 ‘베가’처럼 겉모습은 친숙하지만 속은 완전히 변한 경우도 있습니다. 여기에 신규 참전한 ‘라라’, ‘라시드’, ‘팡’, ‘네칼리’는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움직임을 부여하는데 주력했죠”
이번 작은 출시 시점에 16명의 캐릭터가 등장하고, 향후 1년 동안 6명이 추가로 참전한다. 여기서 끝은 아니지만, 이후 업데이트는 내년에나 발표할 수 있단다. 과연 베일에 쌓인 23번째 캐릭터는 누가 될까? ‘스트리트 파이터’는 30년간 시리즈를 이어오며 수십 명의 캐릭터를 배출했는데, 무슨 기준으로 다음 참전자를 선정하는지 궁금했다
이에 아야노 어시스턴트 프로듀서는 유저들의 피드백을 적극 반영하여 신작에 재등장할 캐릭터를 꼽는다고 알려줬다. 그러나 오노 프로듀서는 향후 추가될 예정인 ‘유리안’을 가리키며 “팬티 한 장 달랑 걸친 근육질 남자를 팬들이 원한다니 도저히 납득할 수 없습니다. 캐릭터 선정은 아야노의 독단으로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과거에 비해 너무나 축소된 대전격투게임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 과감히 ‘리셋’의 칼을 뽑아 든 오노 프로듀서. 그러나 그가 오랫동안 ‘스트리트 파이터’를 성원해준 마니아층을 저버린 것은 아니다. 오노 프로듀서는 지난해 일본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던 ‘스트리트 파이터 2’ 대회를 조만간 한국에서도 선보일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왕년에 동네 오락실을 주름잡았던 파이터라면, 한국어화 정식 발매되는 ‘스트리트 파이터 5’를 즐기며 다가올 대회를 준비하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