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디비전 베타, 문명 이상 가는 '타임머신' 슈팅 기대작
2016.02.02 20:23게임메카 흑산령
유비소프트는 ‘어쌔신 크리드’와 ‘레인보우 식스’ 등 굵직한 IP를 다수 배출한 개발사지만, 최근 주가는 예전같지 않았다. 2014년 주요 작품이었던 ‘어쌔신 크리드: 유니티’와 ‘와치 독스’가 게이머들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유비소프트가 2016년 핵심 타이틀로 내세운 ‘톰 클랜시의 더 디비전(Tom Clancy’s The Division, 이하 더 디비전)’에도 기대와 걱정이 반반 섞인 시선이 꽂혔다. 기대 이하의 완성도를 보여줬던 전작 사례에, 트레일러에서 보여진 모습은 정말 멋지지만 실제로도 그럴까 하는 노파심이 더해졌다.
‘더 디비전’은 지난해 E3와 게임스컴에서 맛보기로만 살짝 공개됐었다. 그런데, 게임을 좀 더 깊게파고들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유비소프트에서 3월 8일 정식 발매를 앞두고, ‘더 디비전’ 예약 구매자와 공식 홈페이지에서 테스터 신청을 한 유저를 대상으로 비공개 테스트를 진행한 것이다. 이번 테스트에서는 메인 미션 1개와 서브퀘스트 4개, 부가미션 7개, PvP 콘텐츠 ‘다크존’ 등이 공개됐다.
▲ '더 디비전' 비공개 테스트 타이틀 화면
▲ '더 디비전' 비공개 테스트 타이틀 화면
콘텐츠가 많지는 않았으나 ‘더 디비전’의 핵심 플레이를 미리 맛보기에는 충분했다. 테스트는 본래 지난 1월 29일부터 31일까지 이틀간 진행될 계획이었으나, 테스터들의 폭발적인 성원에 힘입어 하루가 연장됐다. 게임이 얼마나 재미있었으면 테스트 연장까지 했을까 궁금하지 않은가?
▲ '더 디비전' E3 2015 트레일러 (영상출처: 유비소프트 공식 유튜브 채널)
▲ '더 디비전' E3 2015 트레일러 (영상출처: 유비소프트 공식 유튜브 채널)
손에 땀 쥐게 만드는 훌륭한 세계관
북미 유저들은 ‘더 디비전’을 두고 ‘’문명’보다 시간이 더 잘 가는 게임’이라고 평했다. 그만큼 ‘더 디비전’은 플레이어를 강하게 끌어당기는 게임이다. 우선 2013년 타개한, 작가 톰 클랜시의 훌륭한 세계관이 베이스를 깔아준다.
‘더 디비전’은 전염병으로 황폐화된 세계를 배경으로 한다. 미국에서 만들었던 생체 살상무기가 실수로 유출됐고, 그 병균이 블랙 프라이데이에 유통된 지폐에 묻어 전 세계로 퍼진 게 원인이다. 당연히 전 세계는 아수라장이 되는데, 비밀조직 ‘더 디비전’은 그 속에서 일어나는 각종 사건들을 몰래 해결한다.
▲ 주변은 잔뜩 어지럽혀져 있다
UI가 깔끔해 주변 경관(?)을 보기에도 무리가 없다
▲ 바이러스는 주황색 점으로 표시된다
▲ 주변은 잔뜩 어지럽혀져 있다
UI가 깔끔해 주변 경관(?)을 보기에도 무리가 없다
▲ 바이러스는 주황색 점으로 표시된다
세계관만 봐도 포스트 아포칼립스 냄새가 풀풀 난다. 유비소프트는 이 꿈도 희망도 없는 세계를, 자체 엔진으로 수준 높게 구현해 냈다. 뼈대만 남을 정도로 처참하게 부서진 건물들과 곳곳에서 보이는 불길, 녹았다 얼었다를 반복하는 눈덩이만 봐도 처연한 느낌이 확 온다. NPC 대화에서도 황폐해진 도시 상황을 포착할 수 있다. 길을 지나가다 마주치는 생존자들은 PvE 구역인데도 불구하고 살려달라고 빈다. 시각, 청각적 요소까지 충족되다 보니 세계에 대한 몰입감도 엄청나다.
▲ 지나다니다 보면 시체가 널러져 있는 걸 심심찮게 볼 수 있다
▲ 지나다니다 보면 시체가 널러져 있는 걸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극단적 PvP의 묘미 ‘다크존’
‘더 디비전’의 핵심 콘텐츠이자, 진정한 묘미는 ‘다크존’이다. 유비소프트 역시 이번 테스트에서 ‘다크존’ 플레이 패턴을 가장 유심히 관찰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도 그럴 것이 테스트 기간 내내 ‘다크존’에서 많은 유저들이 게임을 즐겼고, PvE와 PvP가 동시에 가능한 만큼 다채로운 플레이 패턴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다크존’은 PvE와 PvP가 동시에 펼쳐진다. 플레이어들은 특정 보상이 들어 있는 상자를 획득하는 것을 목표로 주변을 탐색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강력한 보스를 만나게 된다. 더불어 ‘더 디비전’은 플레이어들을 디비전 요원이라 칭하는데, ‘다크존’ 내부에서는 요원끼리 공격이 가능하다. 단 같은 요원을 공격하면 ‘로그 에이전트’라는 적대 세력으로 변하며, 주변 ‘디비전 요원’들에게 위치가 드러나게 된다.
▲ '디비전 요원'들과 같이 정화를 진행하다가도
▲ 성질난다고 같은 팀을 죽이면 나쁜 놈이 됩니다
▲ '디비전 요원'들과 같이 정화를 진행하다가도
▲ 성질난다고 같은 팀을 죽이면 나쁜 놈이 됩니다
‘로그 에이전트’는 ‘디비전 요원’들이 ‘다크존’ 보스를 처리하고 힘겹게 얻은 보상을 가로채어 쉽게 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얻은 보상을 밖으로 가져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정화'를 진행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일정 시간을 버텨야만 다시 ‘디비전 요원’이 될 수 있는데, 기다리는 동안 디비전 요원을 공격하면 15초가 늘어나고, 사살하면 80초, 다수를 처리하면 300초까지 불어난다. 대기 시간 300초 이상 ‘로그 에이전트’들은 지도상에 표시되며, ‘디비전 요원’들의 집중 공격을 받기도 한다.
때문에 ‘정화’를 거친 보상을 중간에 가로채는 방법밖에 없다. 그래서 ‘정화’ 작업이 이루어지는 헬리콥터 호출 지역에서 보상을 지키려는 ‘디비전 요원’과 이를 빼앗으려는 ‘로그 에이전트’의 혈투가 벌어진다. 필자는 최대한 사람이 없는 곳으로 가서 호출을 했음에도 ‘로그 에이전트’들의 공격을 꽤 많이 받았다.
하지만 ‘디비전 요원’도 마냥 당하지만은 않는다. ‘디비전 요원’ 중에는 아예 ‘로그 에이전트’만 잡으러 다니는 무리도 있다. 재미있는 포인트는 양측 모두 상대를 처리할 때마다 ‘다크존 포인트’를 넉넉하게 얻을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는 점이다.
‘다크존 포인트’는 ‘더 디비전’ 최고 등급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는 일종의 화폐로, 많이 모으면 모을수록 캐릭터가 강력해진다. 즉 유비소프트는 ‘다크존’을 디자인하면서 보상과 퀘스트를 목표로 하는 사람, 그 보상을 도중에 갈취하려는 무리, ‘로그 에이전트’를 전문으로 사냥하는 ‘디비전 요원’ 등 세 가지 패턴 플레이어가 파생될 거라는 것을 예상했던 것이다. 세 가지 패턴 플레이어가 자연스럽게 서로 먹고 먹히는 관계가 되며 ‘다크존’은 더욱 사실적인 전장이 된다.
▲ 노랗게 표시된 무기가 고행 끝에 얻은 하이엔드급 장비
▲ 노랗게 표시된 무기가 고행 끝에 얻은 하이엔드급 장비
사격 실력보다 1인분 하는 게 더 중요하다
‘더 디비전’을 기대하는 많은 게이머들은, 이 게임은 컨트롤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격 실력이 뛰어날수록 게임에서 자신이 더 빛날 거라고 예상한다. 그러나 ‘더 디비전’은 그런 게임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건 사격 실력이 아닌, 자신의 병과에 대한 이해도다.
‘더 디비전’은 최신 FPS가 채택한 병과 시스템을 충실히 따른다. 여러 가지 스킬을 습득하고, 그중 가장 효율이 좋은 기술을 장착해 전투에 임하는 방식이다. 게임 내에서 습득할 수 있는 스킬의 수는 약 15개 이상이지만, 슬롯에 장착할 수 있는 스킬은 2가지뿐이다. 그래서 4인으로 팀을 짜서 미션에 돌입하면, 총 8개의 스킬을 긴밀하게 연계해 사용해야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
▲ 닥돌 안되고, 엄폐 먼저 하고 전략을 세우세요
▲ 적이 앞에 있을 때는 과감하게 사격!
▲ 닥돌 안되고, 엄폐 먼저 하고 전략을 세우세요
▲ 적이 앞에 있을 때는 과감하게 사격!
일례로, 필자는 팀원보다 훨씬 많은 수의 PK 플레이어에게 습격당했을 때도 스킬을 효과적으로 사용해 살아남았다. 당시 팀원 모두 스킬 슬롯 중 한 개는 무조건 ‘치료’ 스킬을 장비한 뒤, 각각 다른 성능의 기술을 사용했다. 1명은 적에게 가하는 대미지를 증가시키고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탐지’를 장비했고, 다른 1명은 적의 움직임을 방해해는 ‘점착 폭탄’을 담당했다.
이처럼 역할분담만 확실하다면 4명으로 이루어진 팀으로 더 많은 수의 적대 진영 플레이어를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반대로, 사격 실력이 좋아도 병과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없다면 적은 수로 이루어진 팀에도 밀리게 된다. 따라서 컨트롤이 좋지 않은 유저라면 공격수가 아닌 다른 병과를 선택해, 1인분만 명확히 해줘도 ‘더 디비전’을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다.
스킬 육성 시스템도 독특했다. ‘더 디비전’ 플레이어 스킬은 레벨 업이 아닌, 오프라인 모드에서 제공하는 ‘도시 재건’이라는 시스템으로 포인트를 모아 해금하는 방식으로 습득할 수 있다. 즉, 적을 많이 물리치지 않아도 캐릭터는 강화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유비소프트 오명을 완전히 씻어줄 ‘더 디비전’
테스트 기간 동안 즐겼던 ‘더 디비전’은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2012년 첫 공개 당시 보여줬던 그래픽보다 품질이 떨어졌다는 것 정도는 충분히 수용할 수 있을 정도였다. PC와 PS4로 테스트를 진행해본 결과, ‘더 디비전’은 PC에서 꾸준히 50~60프레임을 유지했고, PS4에서는 타 게임에 비해 로딩 시간이 현저히 짧았다. 그래서 하이엔드급 PC가 없는 유저도 ‘더 디비전’을 쾌적하게 플레이할 수 있었기에, 극단적인 PvP가 더욱 재미있었던 셈이다.
▲ 엄청난 퀄리티의 그래픽은 아니지만, 몰입에 문제는 없다
▲ 엄청난 퀄리티의 그래픽은 아니지만, 몰입에 문제는 없다
유비소프트의 새로운 물리엔진도 흡족했다. ‘더 디비전’ 맵 내에 배치된 대부분의 엄폐물 위에 올라갈 수 있었고, ‘레펠링’이라 불리는 현수하강 기능이 제공되어 흥미로웠다. FPS 특성상 물리 효과 연출이 중요한데, 까다로운 유저들을 만족시킬 만큼 완성도가 높았다. 이 외에 UI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과의 연계 등 멋진 요소들이 정말 많지만, 정식 출시일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실제로 플레이해보기를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