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구동성] 액티비전블리자드는 진정한 프로였지만…
2012.07.13 17:42게임메카 류종화 기자
메카만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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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티비전블리자드 매각 후보, MS가 유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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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벤디, 결국 액티비전 블리자드 매각하나
얼마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8년동안 활약을 펼친 ‘캡틴 박’ 박지성 선수가 하위권 팀인 QPR로 이적했습니다. 아시아 최고의 선수로 손꼽히는 박지성 선수의 이적에 축구 관계자들의 시선이 한 곳에 집중되었죠. 국내 축구팬들에게는 그야말로 초특급 사건이었습니다.
이에 질세라 게임업계에서도 동서고금을 통틀어도 찾아보기 힘든 초대형 매물(?)이 출현했습니다. 아, 아직 출현까지는 아니고 예고 정도로 표현할 수 있겠네요. 바로 프랑스의 미디어통신업체 비벤디가 자신들이 소유하고 있는 액티비전블리자드의 지분 60%를 인수할 업체를 찾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것입니다.
사실 액티비전블리자드 지분 매각이 비벤디의 공식 입장 발표는 아닙니다. 그러나 지난 9년간 계속된 주가 하락과 최근 프랑스 통신업체 SFR 인수의 후폭풍으로 인해 자금 사정이 매우 좋지 않았으며, 얼마 전에는 CEO인 장 베르나드 레비가 자리에서 물러나는 등 압박을 받아 왔습니다. 이런 와중에 81억 달러(한화 약 9조 2천억 원)어치의 액티비전블리자드 주식 매각은 솔깃한 소리였겠죠. 실제로 비벤디는 TV, 음원, 통신 등 다양한 분야의 대형 업체들을 보유하고 있으며, 액티비전블리자드는 사실상 비벤디의 핵심 비즈니스는 아닙니다.
지난 6월부터 돌기 시작한 이 같은 소문에 네티즌들들도 다양한 추측을 제기했습니다. 게임메카 ID 돌아와줘요 님의 “아예 다른 분야의 업체가 인수해서 돈놀이 할 바엔 같은 게임업체가 인수해서 시너지 효과 내는게 좋을지도. 물론 잘못 인수하면 멀쩡한 업체 둘 다 망할 경우도 있겠지만...” 같은 의견과 같이 많은 유저들이 EA, DeNA, 텐센트 등 다양한 게임업체들을 인수 후보로 꼽았죠.
이처럼 가타부타 추측만 난무하던 비벤디의 액티비전블리자드 주식 매각설은 얼마 전 로이터 통신으로부터 협상 대상으로 MS와 텐센트, 타임워너, 콜버그 크래비스 로버츠(KKR), 프로비던스, 블랙스톤 등 해외 유명 기업들이 언급되면서 거의 기정사실화 되어가는 분위기입니다. 현재 MS와 타임워너는 노 코멘트로 일관하고 있으며 나머지 네 기업은 답변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만, 업계에서는 MS 혹은 텐센트의 지분 매각 가능성에 손을 들어주는 분위기입니다.
MS는 모두들 알다시피 세계 최대 IT업체 중 하나입니다. 이번 지분 인수에 필요한 충분한 자금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죠. Xbox 프랜차이즈를 통해 북미/유럽의 가정용 콘솔 업계를 사실상 지배하고 있으며, 차세대 Xbox의 브랜드 파워 강화를 위해 액티비전블리자드를 산하에 두려 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MS를 떠나 액티비전으로 적을 옮긴 번지 스튜디오만 괜히 뻘쭘해 지겠네요.
텐센트의 경우 작년 매출액이 9조원에 달하는 중국 1위 게임업체로, 탄탄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급격하게 성장을 이루고 있는데다 ‘리그 오브 레전드’ 의 라이엇게임즈를 산하로 끌어들인 데 이어 최근에는 언리얼엔진의 에픽게임스 지분도 인수하는 등 적극적인 투자를 보이고 있습니다. 최근엔 액티비전과 ‘콜 오브 듀티 온라인’ 의 중국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하는 등 액티비전블리자드에 대한 애정도 충만한 상태입니다. 텐센트가 액티비전블리자드를 인수할 경우 ‘리그 오브 레전드’ 의 ‘카서스’ 가 리치왕 ‘아서스’ 로 변할 가능성도 있겠네요.
물론 다른 업체들도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타임워너의 경우 계열사인 워너브라더스 엔터테인먼트를 통해 ‘배트맨: 아캄 시티’ 를 제작한 락스테디 스튜디오, ‘반지의 제왕 온라인’ 의 터바인 스튜디오 등을 인수하는 등 계속해서 게임 사업에 대한 투자를 확장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KKR이나 프로비던스, 블랙스톤 등 투자 전문기업이야 수익 가능성만 충분하다면 적극적으로 뛰어들 테죠.
그러나 게이머들은 특정 업체에 대한 감정보다는 액티비전과 블리자드의 역량이 감소되는 것을 가장 크게 염려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매각하지 않는 게 오히려 이득이 될 수도 있을 듯” 이라며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향후 발전 가능성을 크게 점치는 의견에서부터 “제발 돈 밝히는 업체에 넘어가지만 말기를…” 처럼 모회사의 간섭으로 인해 초심을 잃는 사례를 걱정하는 모습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블리자드도 비벤디로의 인수 이후 수익 일변도로 변했고 액티비전도 비슷했으니, 중국 등에 넘어간다고 크게 달라지진 않을 것” 같은 회의적인 의견도 존재하더군요.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지분 인수에 대한 얘기는 추측 단계를 넘어서서 구체적인 그림까지도 그려지는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그 주인공이 MS가 될지, 텐센트가 될지, 아니면 제 3의 업체가 될 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결과가 어찌되든 액티비전과 블리자드가 가지고 있는 개발과 퍼블리싱 역량만큼은 바래지 않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