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 오브 페이트, TRPG가 그리운 게이머에게 추천
2016.03.23 20:36게임메카 김헌상 기자
▲ '핸드 오브 페이트' 트레일러 (영상출처: 공식 유튜브)
RPG라고 하면 온라인게임이 바로 떠오르지만, 원래 RPG는 여러 사람들이 모여서 즐기던 보드게임 ‘TRPG’에서 비롯됐다. ‘던전 앤 드래곤’으로 대변되는 TRPG는 걸출한 입담으로 사람들을 모험의 세계로 이끄는 ‘게임 마스터’와 그 도움을 받아 가상의 세계로 들어가는 ‘플레이어’가 함께 만들어가는 모험담이었다. ‘룰북’을 뒤져가며 우리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TRPG는 게임과 함께 소설을 읽는 듯한 재미를 주며 지금도 마니아를 중심으로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2015년 인디제작사 디파이언트 디벨롭먼트가 내놓은 액션 RPG ‘핸드 오브 페이트’는 이러한 TRPG의 느낌을 살렸다. 전투에서는 무기를 들고 휘두르는 캐릭터를 눈으로 볼 수 있지만, 스토리는 ‘카드’와 ‘글’을 위주로 진행되어 내가 원하는 장면을 상상하며 즐기는 TRPG같다. 여기에 지난 18일(금) 에이치투 인터렉티브를 통해 정식 한국어화를 거쳐 언어장벽도 없어졌다.
▲ 게임을 시작해보자
다양한 카드 조합으로 폭넓은 공략
‘핸드 오브 페이트’를 시작하면 가장 먼저 눈에 보이는 것은 수많은 카드가 놓인 테이블과 신비한 분위기를 풍기는 남성 ‘카드 딜러’, 당장에라도 마법 의식이 벌어질 것 같은 배경이다. 그러나 눈에 들어오는 인물이나 배경은 중요하지 않다. 실제 게임은 카드에 적힌 텍스트로 진행되기 때문에 스스로 상상해야 하기 때문이다.
▲ 뒤에 있는 것들은 신경쓰지 마세요
게임을 시작하기에 앞서 플레이어는 2종류 덱을 구성한다. 먼저 장비 덱은 무기와 방패, 갑옷, 장신구 등 다양한 장비 카드로 만든다. 장비 카드 효과는 다양하다. 가령 무기 ‘타오르는 열의’는 주변 적을 태우는 반면, ‘서리 송곳니’는 얼음을 발사한다. 전투 외에도 ‘음식’ 소모량을 줄여주는 방패 ‘용기의 숨결’처럼 운영에 도움을 주는 카드도 있다.
▲ 다양한 장비카드가 있다
▲ 그만큼 개성도 다양하다
그리고 ‘사제의 도움’, ‘매복’, ‘백색 미노타우르스의 노래’ 등 모험을 스토리 진행 중 벌어지는 다양한 상황을 담은 ‘인카운터 덱’을 꾸린다. 쉽게 말해 앞으로 진행될 상황을 서술한 카드인 셈이다. 여기에 너무 손쉬운 진행을 막기 위해 몇몇 ‘인카운터’는 덱에서 뺄 수 없고, 한 번도 마주치지 않은 ‘인카운터’는 내용을 알 수 없어 이해득실을 파악하기 어렵다. 즉, 카드를 뽑아 스토리를 진행하는 TRPG 방식을 고수하되, 특정 상황을 강제하거나 알지 못하는 카드를 주며 이야기가 변화무쌍하게 진행되도록 한 것이다.
▲ '인카운터' 역시 무수히 많다
▲ 덱에 넣고 플레이해보자
TRPG 매력 가득한 모험
게임을 시작하면 ‘카드 딜러’는 ‘인카운터 덱’에서 카드를 뽑아 테이블 위에 올린다. 플레이어는 이 카드를 한 장씩 확인해 이벤트를 수행하면서, 다음 지역으로 갈 수 있는 ‘계단’이나 쓰러트려야 할 최종 보스를 찾아내야 한다. 그리고 ‘음식’과 ‘골드’라고 하는 한정된 자원이 주어진다. ‘음식’은 플레이어가 특정 행동할 때마다 소모되기 때문에 최우선적으로 확보해야 하고, ‘골드’는 상점에서 아이템을 사는데 쓰인다. 이 두 자원을 관리하며 캐릭터를 육성하고, 최종보스를 물리치면 새로운 카드를 얻을 수 있다.
▲ 계단을 찾아 다음 지역으로 진행하다가
▲ 보스를 잡으면 클리어!
게임을 진행하며 수도 없이 마주치게 될 이벤트는 여러 갈래로 나뉜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기도 하고, 갑작스런 적의 매복에 걸리기도 한다. 플레이어의 선택을 요구하는 이벤트도 종종 나온다. 얼마 없는 ‘음식’을 나눠달라는 농민이나 도적질에 가담하라는 악당도 등장한다. 이 선택에 따라 새로운 장비나 자원을 얻기도 하고, 원치 않는 전투를 치를 수도 있다. 즉, 선택지에 따라 한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모험이 이어진다.
▲ 축복을 걸어주긴 하지만 음식이 없으면 플레이어도 고달프다!
▲ 정의감을 찾았지만 보상은 시원찮았다
변화무쌍한 모험에 맛을 더하는 것이 바로 ‘카드 딜러’다. 그는 기본적으로 카드를 섞고 뽑으며, 플레이어 행동을 해설한다. TRPG로 치자면 게임을 이끌어가는 ‘마스터’인 셈이다. 여기에 ‘제 4의 벽’ 정도는 가볍게 무시하고 ‘자네는 말이 없다’고 하거나 ‘이제 게임을 이해했느냐’고 물으며, 마치 옆에서 같이 게임을 하는 느낌을 준다. 때로는 모호한 어조로 세계관을 슬쩍 언급해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한다. 즉, ‘카드 딜러’는 여러 사람이 테이블에 둘러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즐기는 TRPG 분위기를 살리는 주역이다.
▲ 친절한 '카드딜러'는 이것저것 말해준다
▲ 게임을 잘하면 인정해주기도 한다
버튼만 눌러도 이긴다, 너무 쉬운 전투
‘핸드 오브 페이트’가 TRPG와 다른 부분은 전투다. ‘랫맨 수렵회’, ‘매복’ 등 게임 속 이벤트에서 전투가 발생하며, ‘카드딜러’가 뽑아주는 몬스터 카드 내용에 따라 적의 종류나 숫자가 달라진다. 다만 아쉬운 부분은 ‘액션 RPG’라는 말이 무색하게 전투가 간단하게 설계되었다는 점이다.
▲ 쉽게 얻는 보물은 없다
적이 조금 멀리 있어도, 공격버튼을 누르면 캐릭터가 자동으로 움직여 맞추기 때문에 세밀한 움직임도 필요 없고, 공격을 무시하거나 넘어지지 않는 ‘슈퍼 아머’가 있는 적도 거의 없어 평타 하나만으로 충분하다. 또, 회피 판정이 널널해 조금만 집중해도 공격을 모두 피하며 전투를 마칠 수 있다.
▲ 또 쓸데없는 것을 베어버렸군...
여기에 적의 공격을 무력화하고 반격하는 ‘카운터’도 전투 긴장감을 반감시키다. ‘카운터’는 몬스터 머리 위 녹색 표시가 보이면 버튼 하나를 눌러 사용할 수 있다. 타이밍 맞게 누르기만 하면 아무런 피해 없이 공격을 이어갈 수 있고, 화살 등 일부 원거리 공격은 도로 튕겨내기도 한다. 물론 ‘핸드 오브 페이트’가 화려한 액션을 앞세운 게임은 아니지만, 게임 중 유일하게 활동적으로 움직이는 전투만은 세밀히 그렸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 이렇게 알려주면 카운터를 할 수밖에 없다
TRPG 분위기는 확실하다
수많은 RPG가 범람하고 있는 게임시장에서 ‘핸드 오브 페이트’는 독창적인 매력을 선보인다. 대화와 상상력을 통해 진행되는 TRPG 모험에 다양한 덱을 구성해 매번 새로운 플레이를 즐길 수 있는 TCG 요소도 추가했다. 너무 밋밋한 전투가 아쉽지만, 텍스트 위주의 게임에서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는 감초역할로는 충분하다. 예전 TRPG에서 느낄 수 있었던 매력이 그립다면, ‘핸드 오브 페이트’가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 자, TRPG의 세계로 떠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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