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남] 모든 '남캐'의 성전환? 황당한 게임계 만우절 TOP5
2016.03.31 11:06게임메카 김영훈 기자
※ [순위 정하는 남자]는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을 골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4월 1일 ‘만우절’이 목전에 다가왔습니다. 정직하고 건실하게 살아온 사람들이 일년에 딱 하루, 유쾌한 거짓말을 허락 받는 날이죠. 특히나 올해는 정부에서 4월 첫째 날을 대체공휴일로 지정하여, 갑작스레 2박 3일 황금 연휴까지 펼쳐졌습니다. 독자 여러분도 이번 연휴를 위한 멋진 계획을 세워두셨나요? 따스한 봄 여행도 좋고, 모처럼 게임을 켠 김에 왕까지 깨는 것도 괜찮겠죠. 그것도 아니면 밀린 잠을 몰아서 자기를 추천합니다.
…는 전부 거짓말입니다. 죄송합니다. 4월 1일은 제대로 등교도 하고, 출근도 하고, 부대 복귀도 해야 하는 그저 평범한 금요일이죠. 아직 3월 31일이긴 하지만, 모처럼 만우절 특집이라 필자도 한번 장난을 쳐봤습니다. 이제 내일이면 여러 게임사에서 앞다투어 거짓말을 쏟아낼 테니, 잠시 워밍업이었다고 생각해주시길. 게임 업계는 주요 소비층이 젊은 만큼, 유독 만우절을 성대하게 챙기는 편이죠. 그렇다면 업계의 역대 만우절 장난 중 가장 황당한 것은 무엇일까요?
5위 전 영웅 여성화(카오스 온라인), 신규 유저 유치율 800%의 묘안
▲ 전 영웅 여성화로 L모 게임을 제치고 일발 역전을 노린다
5위는 네오액트의 ‘카오스 온라인’ 2014년 만우절 장난 ‘전 영웅 여성화’입니다. 말 그대로 수십여 명의 남자 영웅들을 모조리 성전환시켜 완벽한 ‘여탕’ 게임으로 거듭나겠다는 패기 넘치는 선언이었죠. 유저들이 그려준 상당히 엄한(…) 성전환 영웅 팬아트까지 제시하며, 업데이트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개발진의 모습이 압권이었습니다.
당시 ‘카오스 온라인’ 개발 PD가 밝힌 내부 데이터에 따르면, 2012~13년도 유료 콘텐츠 매출 가운데 94% 이상이 오로지 여성 영웅에게서 발생했답니다. 반면 남성 및 괴물 영웅과 소모품에서 얻은 수익은 다해봐야 5%에 불과했죠. 신규 영웅 출시에 따른 회원 증가율도 여성 영웅 쪽이 82%나 높답니다. 심지어 무작위 선정한 남성 영웅 6명의 공식/랭킹대전 선택률이 여성 영웅 한 명보다 낮다고 하니 개발진으로서도 한숨만 나올 밖에요.
이러한 자료를 참작할 때 ‘카오스 온라인’ 전 영웅의 여성화는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이라는 것이 PD의 변입니다. 만약 여성 영웅만 남게 된다면 신규 유저 유치율은 연 800%로 급증하여, 약 2개월 만에 L모 게임를 가볍게 재치고 3년 내에 세계에서 가장 많은 회원을 보유한 온라인게임이 될 수 있다고 호언했습니다. 그러나 이 ‘내부 데이터’가 그다지 신뢰할만한 자료는 아니었는지, 실제로 여성화 스킨이 대거 출시된 2016년 현재까지도 이렇다 할 성장세는 보이지 않네요.
▲ 여성 영웅의 매출 비중과 선택률 데이터, 그야말로 압도적이다
4위 신규 모드 전차장의 협곡(월드 오브 탱크), 8비트의 추억이 새록새록
▲ 어릴 적 향수를 자극하는 8비트 게임 모드 '전차장의 협곡'
4위는 워게이밍의 ‘월드 오브 탱크’ 2014년 만우절 장난인 신규 모드 ‘전차장의 협곡’입니다. 이름부터 L모 게임의 ‘소환사의 협곡’를 대놓고 패러디했는데, 내용물은 더욱 장난끼가 넘칩니다. 탱크부터 전장의 놓인 건물, 나무, 하천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네모 반듯한 복셀 디자인으로 탈바꿈한 것이죠. 마치 8비트 고전 게임을 연상케 하는 그래픽이 매우 정겹습니다.
어릴 적 패미컴을 하고 자란 세대라면 ‘전차장의 협곡’의 정체를 단박에 알아챘을 겁니다. 맵 가득히 들어찬 갈색 벽돌과 쉽사리 부서지지 않는 강철 장벽, 여기에 네모난 나무까지… 바로 남코의 85년작 ‘배틀시티’에서 보던 모습이죠. 2030 게이머의 생애 첫 전차게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배틀시티’가 최신작 ‘월드 오브 탱크’ 안에서 화려하게 부활한 겁니다.
대부분의 만우절 장난이 그저 눈속임에 그치는데 반해, ‘전차장의 협곡’은 실제로 유저들이 참여해 즐겨볼 수 있었습니다. 겉보기에는 완연한 ‘배틀시티’이지만, 엄폐와 색적, 포격 등 전체적인 플레이 감각은 분명 ‘월드 오브 탱크’입니다. 다만 벽돌로 된 지형지물을 부수고 이동하거나 상대 전차를 강으로 밀어 넣어 처치하는 등 독특한 요소도 있었죠. 이후 2015년에는 새로운 8비트 게임모드인 ‘겨울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는데, 올해에는 또 어떤 이색적인 만우절 모드가 등장할지 기대됩니다.
▲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아마도 30년 정도 전에…
3위 신작 아그리버드(앵그리버드), 새 친구들과 함께 즐기는 농촌 라이프
▲ 새를 날리는 것도 이젠 지겹다, 본격 농경 시뮬레이션 출시!
3위는 로비오 엔터테인먼트의 ‘앵그리버드’ 2015년 만우절 장난 ‘아그리버드’ 출시입니다. 얼핏 ‘앵그리(Angry)’로 들리는 ‘아그리(Agri)’는 ‘밭의, 토양의’라는 뜻으로, 제목처럼 농경 시뮬레이션을 표방한 신작으로 소개됐죠. 공개된 영상을 보면 탑뷰 시점으로 농장을 경영하고, 미니게임을 통해 작물을 위협하는 두더지를 격퇴하는 등 플레이 장면이 굉장히 그럴싸합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농장에서 얻은 수익으로는 산타 복장부터 가터벨트와 망사스타킹 등 온갖 의상을 사들일 수 있답니다. 이걸로 홍관조 ‘레드’부터 카나리아 ‘척’, 까마귀 ‘밤’ 등 여러 새들을 플레이어의 입맛대로 꾸며줄 수 있죠. 멋지게 차려 입은 후에는 여러 NPC와 만나 호감도를 쌓고, 원한다면 미모의 앵무새와 데이트도 가능합니다. 끝으로 밤이 되면 농장의 어둠 속에 숨어든 침입자를 추적하는 호러 요소까지 갖췄습니다.
비록 ‘아그리버드’ 발표일이 4월 1일이긴 했지만, 영상의 완성도가 워낙 높아 누리꾼들도 반신반의하는 눈치였습니다. 영상 속 이미지가 곧바로 출시해도 될 정도로 뛰어나다 못해 ‘앵그리버드’ 본편보다 나은 지경(…)이라, 실제로 개발 중이라는 추측이 돌았죠. ‘새를 날려 돼지의 집을 부수는’ 게임 방식이 수년째 이어지다 보니 신선한 시도가 더욱 반가웠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아그리버드’는 진짜였냐고요? 물론 새파란 거짓말이었죠.
▲ 어째 실제 게임보다 거짓말이 더 콘텐츠가 탄탄하다
2위 옵티머스 프라임 DLC(타이탄폴), 전장에 울려 퍼지는 ‘기고가가각!’
▲ 옵대장의 박력 넘치는 도끼질이 일품이다, 기고가가각!
2위는 리스폰 엔터테인먼트의 ‘타이탄폴’ 2014년 만우절 장난 ‘옵티머스 프라임’ DLC입니다. ‘타이탄폴’은 7미터에 달하는 거대 로봇을 조종해 싸우는 것이 특징인데, 이 DLC만 있으면 만화 ‘트랜스포머’의 주역 ‘옵티머스 프라임’를 탈 수 있다는 거죠. ‘타이탄폴’에 이만큼 잘 어울리는 컬래버레이션도 없는데다, 마침 영화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가 한창 마케팅에 열을 올리던 시기라 꽤나 설득력 있는 거짓말이었습니다.
영상에는 또 어찌나 공을 들였는지, 전장을 뛰어다니며 적을 때려 눕히는 ‘옵티머스 프라임’의 박력이 제대로 살아있습니다. 전용 무기인 도끼에다가 몸체 전면을 개방해 플레이어를 탑승시키는 특별한 모션까지 적용됐죠. 심지어 탑승 시 내부 UI까지 한땀한땀 정성스레 만들어 놓았습니다. 여기에 ‘옵티머스 프라임’의 전매특허인 중후한 목소리로 깔리는 나레이션이야말로 화룡정점이죠.
가뜩이나 콘텐츠 부족으로 질타를 받은 ‘타이탄폴’인데, 이 정도로 신경 쓴 장난이라면 차라리 정말로 저질렀으면 좋겠습니다. 찰진 ‘기고가가각!’ 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얼마든지 돈을 지불할 용의가 있는데 말이죠. 물론 ‘트랜스포머’ 저작권료가 만만치 않겠지만, 1편이 흥행에 성공한 만큼 후속작에서는 진지하게 제휴가 이루어지길 바라 마지않습니다.
▲ 장난만 치지 말고 진짜 옵대장을 탈 수 있도록 만들어!
1위 신규 직업 선비(디아블로 3), 이리오너라 이 미천한 악마 놈들아!
▲ 역시 블리자드야, 한국 전용 직업도 다 내주고…(코쓱)
1위는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디아블로 3’ 2014년 만우절 장난인 신규 직업 ‘선비’입니다. 블리자드는 일년 내내 만우절을 준비한다는 우스개가 돌 정도로 매년 쓸데없이(…) 완성도 높은 장난을 치곤 하죠. ‘카우 레벨’부터 ‘테라트론’, ‘암흑 기사’ 피규어, ‘호라드릭 큐브’ 앱, ‘아제로스’ 주식 거래소까지… 아예 블리자드만으로도 이 리스트를 가득 채우고도 남을 정도지만, 보다 다양한 게임을 소개하기 위해 딱 하나만을 엄선했습니다.
‘디아블로 3’ 최초의 한국 전용 직업 ‘선비’는 양반 특유의 느긋함으로 전장을 거닐며, 노련한 붓질과 벼루 던지기로 악마들을 퇴치합니다. 또한, 청렴한 기개로 시조를 읊조려 무지몽매한 적들의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죠. 비전력이나 분노를 활용하는 여느 직업과 달리 ‘선비’는 고유한 자원인 ‘필력’에서 힘을 얻는 것이 특징입니다. 서당 학도복부터 흰 두루마기에 검은 갓, 장원 급제 후 관복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행장도 ‘선비’만의 볼거리랍니다.
사극에서나 보던 ‘선비’가 당당하게 공식 소개페이지까지 열어놓고 “이리오너라, 이 미천한 악마 놈들아!”라고 외치는 광경은 뭇 누리꾼을 ‘뿜게’ 만들기에 충분했죠. 분명 어떻게 봐도 거짓말인데, 고풍스러운 일러스트에다 스크린샷, 깨알 같은 기술 아이콘까지 있으니 알면서도 빠져들게 됩니다. ‘어사출두’를 사용하면 쉬지 않고 호통을 치며 포졸들을 소환한다느니, ‘석봉지모’로 한석봉 어머님(…)을 모셔온다느니, 보면 볼수록 정신이 혼미해짐을 느낄 수 있죠. 정말로 조선를 배경으로 한 액션RPG가 하고 싶어질 지경입니다.
▲ 보면 볼수록 뇌가 마비되는지, 이상하게 위화감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