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게임 우수성 알리는 ESA, 입닫은 한국 게임산업협회
2016.04.12 17:38게임메카 김미희 기자
▲ '비디오 게임이 아이들의 심리와 학습발달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결과를 정리한 ESA의 뉴스레터 (사진출처: ESA 공식 홈페이지)
20대 총선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며 막바지 선거운동이 한창이다. 표심을 잡기 위해서는 내가 가진 강점이 무엇인지 정확히 어필해야 한다. 이는 비단 선거만의 문제는 아니다. 면접에서도 본인의 강점을 말하지 못하고 뒤로 숨는 태도는 좋은 점수를 얻지 못한다. 많은 자료와 경험을 토대로 ‘내 능력’이 뭔가를 당당하게 말할 수 있어야 인사담당관에게 긍정적인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 그리고 ‘내 능력’은 다른 누군가가 대신 말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이 점은 ‘게임산업’도 마찬가지다. 게임산업이 사회에 어떠한 좋은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는 곳은 ‘게임업계’다. 그리고 미국 게임업계는 이를 적극적으로 실천 중이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에도 ‘게임산업협회’가 있다. 액티비전 블리자드, 베데스다, EA, MS 등 현지 게임사가 속해 있는 ‘ESA(Entertainment Software Association)’가 그 주인공이다.
ESA 공식 홈페이지에는 게임산업에 대한 연구결과나 외부 자료를 모아서 보여주는 ‘뉴스룸’ 코너가 있다. 지난 4월 6일(현지 기준)에는 ‘1주일에 5시간 이상 게임을 즐긴 아이가 게임을 하지 않은 아이보다 더 높은 학업 성취도와 사회 적응력을 보여줬다’는 연구결과를 정리해 제시했다. 이번 연구는 콜롬비아 대학교와 파리 제 5대학이 만 6세에서 11세 사이 아동 3,200명을 대상으로 ‘비디오 게임 이용 습관’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나온 결론이다.
게임의 순기능을 주목한 발표를 보여주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ESA는 지난 2015년 11월에도 자체 설문조사를 통해 2012년 미국 대통령 대선 당시 게이머들의 투표욜이 79%에 달하며, 이는 당시 집계된 전체 투표율 69%를 뛰어넘는 수치라고 공식 발표한 바 있다. 이 외에도 MS가 모션 트래킹 기능이 탑재된 키넥트를 활용해 ‘다발성 경화증’ 치료 프로그램을 지원한 사례나 3D 게임을 즐기는 것이 기억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결과 등을 계속 소개하고 있다.
다시 말해 ESA는 게임의 긍정적인 부분을 다룬 객관적인 자료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활동은 게임에 대한 색다른 면을 대중에 보여주는데 주요하게 작용한다. 단순히 즐기거나, 여가시간을 보내는데 활용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아픈 사람을 치료하고, 아이에게 도움을 주는 긍정적인 콘텐츠임을 알게 한다. 즉, ESA는 외부 연구를 토대로 ‘게임은 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콘텐츠’임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한국 게임업계의 ‘게임 알리기’는 소극적이다. 대표 게임협회라 할 수 있는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 공식 홈페이지의 주 내용은 협회 소개와 공식 보도자료,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등 주요 사업 소개에 그치고 있다. 여기에 2015년에 발표된 자료 역시 앞서 이야기한 ‘자율규제’와 협회가 주최하는 ‘지스타 2015’와 게임대상 관련 내용, 강신철 협회장 취임을 알리는 것에 그쳤다.
▲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 CI (사진출처: 협회 공식 홈페이지)
이 외에도 지난 2014년에는 ‘게임중독법’ 등 게임 규제에 대한 공동성명을 내거나 규제에 반대하는 온라인 서명운동 등을 진행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활동은 외부 공격에 대한 맞대응 이상이 될 수 없다. 다시 말해, ‘게임의 순기능’을 직접 찾아서 발표하거나 이를 위한 연구를 진행하며 게임에 대한 여론을 긍정적으로 바꾸려는 활동이 없었다. 이는 지난 2015년 1월부터 ‘게임과 폭력의 상관성’을 직접 조사 중인 ESA와 비교하면 ‘제자리 지키기’에 급급하다고 밖에 볼 수 없다.
특히 한국은 미국과 비교하면 게임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부정적이다. 2011년부터 시행된 강제적 셧다운제에 이어 게임사 매출 최대 1%를 중독치유기금으로 징수한다는 ‘1% 징수법’, 게임을 술, 마약, 도박과 함께 4대중독물질로 규정한다는 ‘게임중독법’이 꼬리를 물고 등장한 배경에는 ‘게임은 사회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여론의 인식이 있다.
일례로 올해 초에는 강력 아동학대사건이 연이어 일어나는 와중 ‘게임중독이 아동학대를 불렀다’라는 뉴스가 나기도 했다. 여기에 지난 2월에는 보건복지부가 ‘인터넷중독에 질병코드 신설을 추진한다’라고 밝히며 ‘게임 여론’이 발칵 뒤집힌 바 있다. 사방에서 게임을 때리는 이 상황에서도 한국 게임업계, 그리고 업계를 대표하는 협회는 아무런 성명이 없었다. 게임을 업으로 삼은 게임업계가 잘못된 인식을 깨지 않으면, 누가 이를 대신해줄 사람은 없다.
즉, 부정적인 여론과 여기서 파생되는 규제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게임업계 스스로가 게임은 대중문화이자, 사회에 꼭 필요한 콘텐츠임을 보여줘야 한다. 즉, 게임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아주고, 대중이 모르는 ‘게임의 순기능’을 찾아내 공개하며 여론의 관심을 다른 방향으로 돌리는데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 다시 말해 ‘게임’을 어엿한 ‘문화 콘텐츠’ 덤에 올려놓지 못한다면 게임산업 역시 규제의 굴레를 벗어나기 어려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