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구동성] 게임 금메달 리스트였던 한국, 기력 쇠해 '후들'
2016.08.05 16:10게임메카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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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는 중국 최대 게임쇼 ‘차이나조이’로 국내외 게임계가 떠들썩했습니다. 중국 시장의 중요성이 날로 커짐에 따라 수많은 업체와 매체, 관람객이 상하이를 찾았죠. 한국에 남은 기자도 각종 중국발 뉴스와 직접 다녀온 지인을 통해 여러 소식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몇 년 전만해도 차이나조이하면 그다지 즐길 거리는 없고 그나마 부스걸이 훌륭(…)한 정도였는데, 이번에 현지 반응은 전혀 딴판이더군요. 이러저러한 감상을 종합해보면 한 마디로 위상이 달라졌답니다.
올해 차이나조이에는 일반 관람객을 대상으로 한 B2C에 800여 곳, 사업을 목적으로 한 B2B에 400여 곳이며 출품된 게임 수는 3,500작에 달합니다. 이 가운데는 소니, MS, 유비소프트와 같은 해외 주요 게임사도 포함돼 있습니다. 이에 게임메카 ID 오렌지수정님은 “중국이 진짜 어마무시한 빅몬스터가 되어버렸어”라고 놀랐고, 게임메카 ID 크라웃또님 또한 “다들 이번 차조가 쩔었다더군요. 내년쯤엔 저도 가보려 합니다. 중국 대다나다...”라며 입을 다물지 못했죠.
무엇이 차이나조이를 이처럼 ‘핫’하게 만들었을까요? 지난해 게임백서에 의하면 2014년 중국 게임 시장 규모는 1,144억 8,000만 위안(한화 약 19조 원)에 달합니다. 규모로만 따지면 일본을 넘어서 북미와 대등한 수준의 주요 시장이 된겁니다. 거기다 지난해 콘솔 문호개방 덕분에 콘솔 게임사로서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블루오션이라 할 수 있죠. 이처럼 매력적인 시장 한복판에서 게임쇼가 열리니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요.
차이나조이의 약진은 우리네 게임쇼 지스타를 돌아보게 만듭니다. 한때는 국산 온라인게임의 성황 속에서 지스타도 발전을 거듭했습니다. 그러나 지독한 경기 침체와 함께 국내 게임 시장의 성장이 둔화되고, 신작 가뭄 속에 업계 분위기까지 바닥을 치며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거목이 뿌리부터 썩어 쓰러지듯 시장이 받쳐주지 못하는데 게임쇼가 흥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압도적인 시장을 자양분 삼은 차이나조이에 비해 지스타는 점차 동력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게임메카 ID PentaF님은 “내가 보기엔 이대로 가면 지스타는 패망의 길로 향한다. 우리나라 개발사들 지금 죄다 미니멀한 모바일게임만 쏟아내는 판이라 출품작도 없고”라며 혀를 찼고, 게임메카 ID vpdlfaktmx님도 “해외업체가 참여 안 하는 건 중국과 반대로 한국시장이 별볼일 없다는 거죠. 굳이 돈 써가며 게임을 홍보해야 할 시장이 아니다라는...”라고 자조했습니다. 게임메카 ID goukey님은 “이런 상황까지 치닫게 된 건 우리나라의 게임업계가 게임의 본질적인 재미를 추구하기 보다는 수익을 우선하는데 급급했다는 거죠”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올해는 유독 업계에 세파가 거셌습니다. 기대했던 신작은 전부 이렇다 할 성과가 없고, 되려 외산 게임이 또다시 왕좌를 차지했죠. 그나마 국내에서 맏형 노릇을 하던 넥슨도 최근 NXC 김정주 회장이 뇌물제공 혐의로 기소된데다 ‘서든어택 2’가 좌초되어 이번만큼은 힘들어 보입니다. 암울한 시장 분위기는 오는 11월 지스타에 여실히 반영되겠죠. 시장이 힘을 내야 게임쇼가 사는데… 국내 게임 산업의 자랑이었던 지스타의 미래가 염려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