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우 군단, 넌 정말 준비가 된 확장팩이야"
2016.09.06 20:56게임메카 이찬중 기자
▲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신규 확장팩 '군단'이 출시됐다 (사진출처: 공식 웹사이트)
지난 9월 1일, 블리자드 MMORPG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6번째 확장팩 ‘군단’이 출시됐다. 오랜 적 ‘불타는 군단’의 침공, 그리고 “넌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질타한 악마사냥꾼 ‘일리단’의 귀환만으로, 수많은 와우저가 다시금 ‘아제로스’로 돌아왔다.
이번 확장팩 ‘군단’의 핵심은 스토리로 볼 수 있다. 특히 ‘절대 악’과의 전면전도 상당히 흥미로운 편이지만, 그보다 더욱 눈길을 끈 것은 바로 이전 확장팩인 ‘불타는 성전’을 뒤엎는 충격적인 전개였다. 어떤 의미로, 블리자드는 무려 9년 전부터 이런 엄청난 떡밥을 준비해둔 셈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번 ‘군단’은 지금까지 '꼭꼭' 숨겨둔 떡밥을 어떻게 풀어냈을까? 혹시 ‘드레노어의 전쟁군주’처럼 너무 많은 걸 담으려다가 무리수를 두지 않을까? 우선 결론부터 말하자면... ‘군단’은 준비된 확장팩이었다.
▲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군단' 공식 트레일러 (영상출처: 공식 유튜브 채널)
아제로스 멸망을 향한 ‘카운트다운’ 시작!
우선 ‘군단’ 확장팩에서는 이전 확장팩 ‘드레노어의 전쟁군주’ 결말 이후의 이야기를 다룬다. 간발의 차로 ‘아제로스’로 피신한 흑마법사 ‘굴단’은 이번 확장팩의 주 무대가 될 ‘부서진 섬’으로 향하게 된다. 거기서 오랜 숙적이자 악마 군단인 ‘불타는 군단’을 불러들이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런 절체절명의 상황에 대립을 이어오던 ‘호드’와 ‘얼라이언스’ 양진영도 이번만큼은 제대로 힘을 합쳐 대항한다.
기존 확장팩에서도 매번 ‘리치왕’이나 ‘데스윙’처럼 강력한 적들을 메인 빌런으로 내세웠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그야말로 ‘거대한 군대’를 적으로 내세운다. 특히 가장 눈여겨볼 포인트는 그 군세에 포함된 ‘악마’ 하나 하나가 모두 위에 소개된 인물들과 견줄 정도로 강력한 자들이라는 점이다. 누가 보더라도 ‘절체절명’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을 상황이다.
▲ 수많은 악마군단을 이끌고 재등장한 '굴단'
▲ 그야말로 호드와 얼라이언스, 양진영을 쓸어버릴 대전쟁이 시작된다
게임을 플레이하다보면 이런 위기감은 방문하게 되는 지역 여기저기에서 잘 드러난다. 아군 세력이 적과 치열한 전투를 펼치고 있거나, 일부에서는 악마들이 침투에 성공해 원주민들을 오염시키기도 한다. 이전에는 ‘모험’을 펼친다는 느낌이 강했다면, 이번에는 정말로 ‘침공’을 막기 위한 전쟁에 뛰어들었다는 느낌을 제대로 받는다.
이런 세계에 퀘스트는 영웅인 플레이어를 자연스럽게 전쟁에 참여시킨다. 퀘스트의 연출도 화려해지고, 단순 수집과 처치보다는 명확한 이유를 제공하는 편이다. 특히나 스토리에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퀘스트는 깨면 깰수록 다음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플레이어에게 궁금증을 더해준다.
또한, 이런 메인 퀘스트 흐름 외에도 개별로 즐길 수 있는 ‘서브 퀘스트’도 상당한 매력이 있다. 이전까지 ‘서브 퀘스트’가 단순히 경험치를 얻는 수단이었다면, 이제는 흥미로운 스토리와 여러 장치가 더해져 풀어가는 재미가 생겼다. 특히나 그 보상도 만만치 않은 편이라, 이를 찾으러 다니면서 주변을 탐색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 퀘스트 연출 자체도 이전에 비해 한층 업그레이드된 느낌이다
▲ 이전과 달리, 흥미롭고 재미있는 퀘스트로 꽉 채우고 있다
‘일리다리’의 합류, 얘네 원래 적 아니었나?
이번 확장팩 '군단'에는 많은 콘텐츠가 들어있고 하나하나 스케일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그 가운데에서 주인공 하나를 꼽으라 한다면 그것은 바로 신규 직업 ‘악마사냥꾼’이다. 게임에서 이들은 ‘군단’의 침공과 함께 새롭게 합류한 영웅들로, 과거 확장팩인 ‘불타는 성전’에서는 플레이어와 적대하던 세력이다. 아마 이들이 플레이어를 돕게 된 이유도 의아할 수 있는데, 직접 생성해서 플레이해보면 그간 빈 공백기들이 하나씩 메워지는 느낌이다.
스토리와 영상을 살펴보면, 이들이 왜 그렇게 했는지 행보가 명확해진다. 본래 ‘일리단’이 섬기던 이들이 정작 왜 다른 플레이어들이 ‘일리단’을 처치했을 때 없었는지, 도대체 무슨 목적을 위해 싸우는지 이번 ‘악마사냥꾼’을 플레이하면서 살펴볼 수 있었다.
▲ 어서와, 악마사냥꾼은 처음이지?
전선에 합류한 시점은 다른 직업보다 늦을지 몰라도, 전투에서 ‘악마사냥꾼’이 선보이는 능력은 강력하다. 가장 먼저 와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점프', 키보드 '스페이스바' 누르기를 두 번이나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 파티나 레이드에서 두 배로 더 열심히 뛰어오르자. 그리고 이 상태에서 악마의 날개를 펼쳐 활강이 가능하다는 것은 보너스.
전반적인 공격도 화려한 편이다. 현란하게 움직이며 주위의 적을 마구잡이로 베어 넘기는 건 물론, 정면으로 빠르게 돌진하며 베거나, 적을 무기로 가르면서 빠르게 뒤로 물러나는 기술도 존재한다. 그리고 일정 시간 악마로 변신해 눈에서 빔을 쏘거나 일정 범위의 적을 강타하는, '워크래프트 3'에 나왔던 '탈대'도 그대로 구현됐다. 플레이해보면 빠른 공격을 내세운 ‘도적’과도 강력한 타격을 위주로 하는 ‘전사’와도 다른 손맛이다.
물론 아직 파티나 레이드에서의 역할은 판단하기 이르지만 기존 직업과의 차별화, 그리고 이번 확장팩의 메인이라 할 수 있는 ‘일리단’과의 접점만으로도 매력은 확실하다.
▲ 손맛과 능력 모두 만족하는 '악마사냥꾼'... 영웅답다! (사진출처: 영상 갈무리)
‘최고 용사’에게 걸맞은 무기와 거점... 준비됐습니다!
와우에서 확장팩이 나올 때마다 플레이어의 위상은 점점 높아진다. '불타는 군단'이라는 거대한 세력과 맞서게 된 이번 '군단'에서도 플레이어는 이전 '사령관'에서 '최고의 용사'로 그 위치가 격상됐다. 이런 높아진 위상을 느낄 수 있는 콘텐츠도 '드레노어의 전쟁군주'에서는 ‘주둔지’뿐이었다면, '군단'에서는 여러 콘텐츠를 곳곳에 안배해 놓았다.
이런 부분을 가장 잘 대변해주는 콘텐츠는 바로 ‘유물 무기’다. ‘유물 무기’는 이번 확장팩에서 추가된 성장형 무기로, 게임에 등장하는 12가지 직업이 지닌 전문화 수에 맞춰 총 36가지가 마련됐다. 특히 매번 던전에서 나오는 평범한(?) 무기를 쓰다가,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둠해머’와 ‘파멸의 인도자’와 같은 무기를 착용했을 때의 느낌은 정말 달랐다. 마치 진짜 ‘영웅’이 된 듯한...
성장형 무기답게, 이번 ‘유물 무기’는 플레이어와 함께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하는 동료가 된다. 무엇보다 특별한 자원인 ‘유물력’만 있으면 다방면에서 능력을 개방할 수도 있어, 레벨 업과는 또 다른 성장의 재미를 게임에 더한다. 실제로 성장에 필요한 ‘유물력’을 모으기 위해 퀘스트를 하나도 빼놓지 않고 하거나, 보물상자를 찾으러 주위를 돌아다녔을 정도다.
▲ 정말...이걸 손에 쥐었을 때의 그 감격이란...
▲ 이후에도 꾸준히 '유물력'으로 관리해주면서, 함께 성장하게 된다
각 직업을 대표하는 용사들이 모인 ‘직업 조합 전당’도 이번 확장팩의 눈길을 끄는 주요 콘텐츠다. 이전에 ‘드레노어의 전쟁군주’에서 거점이 마치 영지 경영과도 같은 재미를 제공했다면, 이번에는 전략게임에서 흔히 보는 전초기지 관리에 가깝다. 실제로 ‘직업 조합 전당’은 앞으로의 ‘부서진 섬’ 공략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다.
‘직업 조합 전당’의 가장 핵심은 바로 자신의 휘하 병력들을 ‘부서진 섬’으로 임무를 보낼 수 있다는 점이다. 임무 수행을 통해 다양한 보상을 얻기도 하지만, 때로는 특별한 퀘스트를 만족시키기 위해 보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기본적으로 짧은 3시간부터, 길면 며칠씩 걸리기 때문에, 육성을 하는 도중에도 틈틈히 신경을 써야 한다.
▲ 직업별로 다양한 '전당'이 준비됐다 (사진출처: 영상 갈무리)
▲ 그래도 전반적인 느낌은 '주둔지'와 크게 다르진 않다
전반적으로 보면 ‘주둔지’와 크게 다를 바는 없지만, 보다 화려해진 외견은 플레이어에게 큰 만족감을 준다. 특히 각 ‘직업 조합 전당’은 그 분위기와 모습이 직업에 따라 천차만별 달라진다. 가령, 전사는 역대 영웅들의 혼이 살아 숨쉬는 ‘용맹의 전당’을 거점으로 삼고, 주술사들은 거대한 폭풍우 근처에 위치한 ‘아제로스의 심장’이라는 동굴에서 머물게 된다. 심지어 흑마법사는 악마를 몰아내고 차원 한구석을 점령해서 쓸 정도라고 하니, 각 직업의 특징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셈이다.
날갯짓 한번으로도 충분한 ‘군단’의 재미
사실 이번 ‘군단’ 초기만해도 갑작스러운 ‘일리단’의 귀환이 행여나 블리자드가 던지는 무리수가 아닐까 싶었다. 여기에 ‘유물 무기’와 ‘직업 조합 전당’은 이를 무마하기 위한 콘텐츠로도 보이기도 했고... 이러한 스토리 무리수를 ‘드레노어의 전쟁군주’ 에서도 겪은 터라, 불안감은 더욱 증폭됐다.
그러나, 우려와는 달리 직접 플레이해본 ‘군단’은 탄탄한 완성도를 자랑하고 있었다. 단순히 생각나는 대로 갑자기 넣은 게 아니라 명확하게 요점을 잡아낸 스토리는 와우저들에게 충분한 몰입감을 선사했고, 여기에 플레이어의 위상 상승과 함께 자연스럽게 ‘유물 무기’를 얻는 과정 또한 만족스럽게 그리고 충분히 이해되게끔 그려냈다.
심지어, 아직 ‘군단’은 주요 콘텐츠를 모두 보여준 상태도 아니다. ‘레이드’와 ‘PvP’ 등 대표 콘텐츠가 빠져있는 상태다. 그럼에도 지금의 '군단'은 단순 빈말이 아닌, 정말 제대로 '준비된 확장팩'이라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 아직 레이드 콘텐츠도 안나온 상태지만, 충분히 만족이다!
▲ 본격적인 '불타는 군단'과의 전투, 기대해도 좋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