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그필드를 뒤로 하고, 근대전으로 앞서 나간 배틀필드 1
2016.09.07 20:46게임메카 흑산령
▲ '배틀필드 1'이 지난 1일 테스트를 진행했다 (사진출처: 공식 웹사이트)
최근 FPS는 미래전으로 나아가는 추세다. FPS 양대 산맥 한 축을 담당하는 ‘콜 오브 듀티’는 근미래전을 넘어 우주로 떠난 지 오래고, 국내 FPS에서도 ‘드론’이나 ‘레일건’과 같은 장비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대세는 EA의 ‘배틀필드’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다. 시리즈의 최신작 ‘배틀필드 1’에서 시대를 거꾸로 돌아가 근대전의 시작이라 볼 수 있는 ‘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는 기존 작품에서 ‘배틀필드’가 잘 보여주던 ‘현대전’과도 너무나 큰 격차가 있어 처음에는 유저들도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나중에 트레일러를 비롯해 게임에 대한 세부 정보가 공개되기 시작하면서, 난색을 표하던 이들도 가장 열렬한 지지자로 돌아섰다.
시대를 역주행한 이번 ‘배틀필드 1’ 이렇게 큰 반향을 불러온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미래전에 지친 사람들이 환호하는 걸까? 아니면 FPS팬들 열광케 할 무언가가 있는 건가? 마침 지난 9월 1일부터 시작된 테스트를 통해 ‘배틀필드 1’을 직접 체험할 기회가 열렸다. 그 동안 해온 질문의 해답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이유는 없었다. 필자는 모래바람이 몰아치는 ‘시나이 사막’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 '배틀필드 1' 공식 트레일러 (영상출처: 공식 유튜브 채널)
‘버그필드’는 잊어달라, 개선된 ‘프로스트바이트 엔진’
‘배틀필드 1’에서 제일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개발사 다이스(DICE)에서 직접 개발한 ‘프로스트바이트 엔진’이다. 전작 ‘배틀필드 4’에서 최적화 문제와 각종 버그가 난무했던 것과 달리, 이번 작에서는 전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안정적인 플레이가 가능했다. 여기에 개선된 광원 과 날씨 효과를 바탕으로, 여타 게임과 비교를 불허하는 실감나는 전장을 그렸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환경은 단순한 눈요기거리가 아니다. 이번 테스트에 공개된 전장 ‘시나이 사막’ 에서는 빛과 날씨 변화에 따라 플레이스타일이 크게 바뀐다. 평상시에는 잠잠하다가 갑자기 모래폭풍이 몰아치는데, 이때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시야가 뿌옇게 흐려진다. 여기에 어두운 집 안에 들어갔다가 나오면 갑자기 밝아진 시야 때문에 눈이 부신 것을 표현한 연출, 조준경에 반사되는 햇빛까지 세밀하게 표현해낸다.
▲ 이전에 비해 그래픽과 최적화는 그야말로 '역대급'
▲ 모래폭풍이 몰아치면, 앞뒤 분간이 힘들어진다 (사진출처: 영상 갈무리)
한층 나아진 최적화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전작 ‘배틀필드 4’에서는 발매 초창기부터 눈에 띄는 버벅임과 다양한 버그가 즐비해 많은 유저들의 분노를 샀다. 그러나 ‘배틀필드 1’에서는 고품질의 그래픽에도 불구하고, 플레이 중 불편함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안정적이었다. 실제로 이번 리뷰를 작성할 때 사용한 PC는 i5-2320, 8g RAM, GTX 670 정도로 높은 사양이 아님에도, 평균 70에서 80 사이의 높은 초당 프레임을 기록했다. 이런 점에서 ‘배틀필드 1’은 FPS에서 가장 중요한 최적화와 그래픽에서는 충분히 합격점이다.
불편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철저한 ‘고증’
테스트에 공개된 ‘시나이 사막’의 가장 큰 특징은 매우 원시적인 전투가 펼쳐진다는 점이다. 조준경보다는 육안으로 적을 확인하는 경우가 더 많고, 장갑차 1대를 무력화시키려고 수많은 사람들이 달려드는 상황도 발생했다.
무기도 우악스러운 편이다. ‘대전차용 라이플’이라면서 크기만 큰 소총을 쥐어줬을 정도다. 여기에 장비도 제세동기 대신 작은 주사기, ‘컴뱃 나이프’ 대신 커다란 ‘메이스’ 등을 사용했다. ‘배틀필드 1’의 배경이 근대전이 꽃피기 시작하는 ‘1차 세계대전’이라는 점을 무기에서도 느낄 수 있다.
현대전에 익숙했던 사람들은 처음에는 조금 당황하겠지만, 기존에 맛보지 못한 전투는 상당히 신선하게 다가온다. 특히 ‘배틀필드 1’의 대표할 전술인 ‘총칼 돌격’로 적을 쓰러뜨렸을 때는 왠지 모를 짜릿함이 느껴질 정도다. 근대전을 살린 무기는 초기에 익숙하지 않아 조금은 불편할지도 모르지만, 이런 부분이 오히려 어떠한 게임에서도 맛보기 힘든 손맛을 선사한다.
▲ 투박한 무기들이 눈길을 끈다
▲ 두번 누른다고 줌이 더 멀리 되진 않는다...
기존 ‘분대 플레이’의 재미, 낯선 사막에서도 여전하다
‘배틀필드’ 시리즈를 설명할 때 여러 명이 한 팀을 이루는 ‘분대’와 역할을 나누는 ‘병과’ 시스템은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각 병사의 역할 분배와 분대를 중심으로 조직적인 플레이는 ‘배틀필드’ 시리즈 특징이기도 하다. 이번 테스트에서는 32 대 32 대결을 다룬 멀티플레이 점령전 ‘컨퀘스트’에서 ‘분대전투’의 묘미가 강하게 드러났다.
‘컨퀘스트’는 점령전 쟁탈을 중심으로 한 전장으로, 5인이 한 팀을 이룬 ‘분대’가 만약 한 몸처럼 움직이면, 순식간에 거점을 점령할 수 있었다. ‘분대’ 플레이의 가장 큰 장점은 전투 중 사망해도, 다른 분대원 바로 옆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분대를 이룬 병사 중 1명만이라도 살아있다면 빠른 복귀가 가능하다.
▲ 이번 테스트에서는 '컨퀘스트'만 플레이해볼 수 있었다
▲ 이전처럼 '분대 플레이'가 메인이다
적의 수가 많으면 연사력이 좋은 기관총을 사용하는 ‘보급병’을 골라 대인전 화력을 높이고, 탁 트인 곳에서 싸울 경우에는 ‘돌격병’으로 전선을 정리하면 된다. 아군 체력이 전반적으로 낮거나 빠른 부활이 필요하면 ‘의무병’을, 후방 지원이 필요하면 저격용 소총을 든 ‘정찰병’을 쓰면 된다.
여기에 함께 힘을 합치는 ‘분대 플레이’를 하다 보면 혼자 진행하는 것보다 빠르게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이러한 노력을 들인 유저에게는 특정 조건에 따라 다양한 무기와 장비가 해금되어, 꾸준히 이런 플레이를 이어나가게끔 만든다. 과거 ‘배틀필드’ 시리즈의 가장 큰 장점인 ‘분대’와 ‘병과’를 활용한 플레이는 이번 작품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 적절한 병과 선택이 '분대 플레이'의 재미를 높여준다
대전차 포탄에서 기병용 칼까지 다양한 탈것의 세계
‘분대’와 함께 ‘배틀필드’ 시리즈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탈 것’이다. 다양한 탈 것을 동원한 육해공 전투는 시리즈의 매력이기도 하다. ‘배틀필드 1’에서는 ‘1차 세계대전’의 전장에서 튀어나온 탑승장비를 만날 수 있었다.
‘배틀필드 1’의 탈 것은 무기와 마찬가지로 근대전 느낌을 물씬 풍긴다.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말을 탄 ‘기병’이다. 저격수들의 천적이라 불리는 기병은 말을 타고 여러 곳을 종횡무진 누비며 칼 한 자루로 숨어있는 적을 신속하게 처리한다. 거기에 자체적 아머 키트가 있어 보병전에서 비교적 오래 생존할 수 있다. 그 다음은 위, 아래로 날개가 달린 ‘복엽기’를 꼽을 수 있다. 나무와 캔버스 천으로 만들어져 내구성은 낮지만 당시 시대상을 가장 잘 드러내는 탈 것이라 볼 수 있다.
▲ 기병의 돌격은 그야말로 세계제이이이일!!
▲ 보기만해도 어째 불안불안한 '복엽기'...
거대 병기 ‘베헤모스’도 빼놓을 수 없다. ‘베헤모스’는 게임 내에서 가장 강력한 위력을 자랑하는 탈것으로, 전장에 따라 ‘거대 비행선’, ‘해안에 위치한 전함’ 등 다양한 형태로 등장한다. 이번 테스트의 ‘시나이 사막’에서는 기찻길을 따라 움직이는 ‘무장전차’의 형태를 띄고 있었다. ‘베헤모스’는 이동은 제한됐지만, 넓은 범위에 강한 포격을 가할 수 있다. 무엇보다 두 팀 중 한쪽이 열세에 몰렸을 때만 등장하기 때문에, 이번 테스트에서 ‘역전의 상징’으로 불렸다.
▲ 강력한 무장전차 '베헤모스'도 빼놓을 수 없다 (사진출처: 영상 갈무리)
멀티플레이는 검증이 끝났다, 싱글플레이만 남았다
‘배틀필드 1’은 성공적인 피드백과 시장조사로 성공 가능성을 연 게임이라고 말할 수 있다. ‘양산형’ 미래전에 지친 유저를 위해 ‘1차 세계대전’을 가져왔으며, 이전에 ‘배틀필드 4’에서 문제로 떠오른 버그나 최적화 부분도 완벽하게 잡아냈다. 여기에 ‘1차 세계대전’에 나옴직한 다양한 무기와 탈것, 전술을 사실적으로 담아내 색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이번 테스트만을 놓고 보면, ‘배틀필드 1’만의 차별화된 전쟁을 보여주겠다는 목표는 확실하게 달성했다. 다만, 아직 공개되지 않은 부분도 많다. 바로 ‘싱글플레이’다. 실제로 ‘배틀필드’의 경쟁작 ‘콜 오브 듀티’에 비해 싱글플레이가 빈약하다는 지적을 피하지 못했다. 따라서 ‘1차 세계대전’의 전장을 실감나게 보여준 멀티플레이만큼 싱글플레이에서도 팬들이 놀랄만한 재미를 보여줄 지가 관건이다.
▲ 멀티플레이만큼 싱글플레이도 기대해본다 (사진출처: 공식 웹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