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소울로 단련된 게임 기자의 '인왕' 도전기
2016.09.16 10:08게임메카 김헌상 기자
▲ '인왕' 트레일러 (영상출처: 공식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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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에이 테크모 게임즈의 ‘인왕’은 우여곡절이 많은 게임이다. 지난 2004년 첫 공개된 이후, 기념비적인 코에이 첫 PS3 타이틀이 될 계획이었다. 여기에 영화 등 다양한 미디어믹스까지 예정된 ‘엄친아’ 타이틀이었다. 그런데 2006년 나온다던 게임은 개발사 ‘팀 닌자’의 대표작 ‘닌자 가이덴’과 너무나도 유사하다는 이유로 백지화되었다. 그리고 오는 2017년 2월, ‘인왕’은 드디어 세상에 나가게 된다. 지난 8월에는 한국어 체험판을 배포하며 한국어화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심어주었다. 이에 기자는 9월 14일, ‘TGS 2016’이 시작하자마자 ‘인왕’ 시연대로 달려가보았다.
특히 이번 시연에는 미션이 있었다. 15분 내에 시연버전에서 준비된 최종 보스까지 잡으면 선물을 준다는 것이었다. 이에 기자는 ‘다크 소울 3’로 단련된 손가락의 감각을 믿으며 시연대에 들어섰다. 결국 보스인 ‘설녀’ 앞에서 무릎을 꿇고 말았지만, 그 실패가 분하게 느껴질 정도로 게임에 몰입할 수 있었다. 짧은 시연 시간에도 몇 번이고 죽음을 반복했지만, ‘다크 소울’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깰 수 있다’는 느낌을 심어주었기 때문이다.
▲ '인왕' 대표이미지 (사진제공: 코에이 테크모 게임즈)
‘인왕’은 코에이 테크모 게임즈 산하 팀 닌자에서 개발한 3인칭 액션게임이다. 전국시대 일본에서 사무라이로 활약하는 주인공 ‘윌리엄 애덤스’가 일본 전통 신화 속 괴물들과 싸우며 ‘오다 노부나가’를 둘러싼 사건에 개입하게 된다는 것이 게임의 골자다. 처음에는 ‘더 위쳐’ 시리즈의 ‘게롤트’같은 전형적인 서양인 외모의 주인공이 사무라이가 된다는 설정이 우습게 느껴졌지만, 갑옷의 디자인이나 주무기로 사용하는 일본도, 그리고 이를 휘두르는 모습 등이 굉장히 자연스러운 수준이라 이질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겉보기에는 합격점이니, 추후 자연스러운 스토리가 전개된다면 큰 문제없이 게임에 몰입할 수 있을 것이다.
▲ 주인공 '윌리엄 애덤스'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인왕’ 진행방식은 기본적으로 ‘다크 소울’과 상당히 유사하다. 플레이어에게 ‘이곳으로 가라’는 등, 명확한 목표가 주어지지 않아 맵 곳곳을 세심하게 살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적과 싸우게 된다. 그러나 한 번만 피격당해도 체력의 3분의 1이 뭉텅뭉텅 깎여 나가고, 심지어 연속으로 공격받으면 잠시 움직일 수 없는 상태에 놓인다. 여기에 공격이나 회피를 헤프게 하면 스태미너도 금방 떨어져 위험해진다. 마지막으로 죽게되면 지금까지 획득한 경험치가 전부 사라지고, 처음 시작했던 체크포인트로 돌아간다. 여기에 ‘You Died’라는 사망메시지까지 ‘낙명(落命, ‘목숨을 잃었다’는 의미의 한자어)’로 일본스럽게 출력된다. 즉, ‘인왕’ 역시 시원시원하게 공격을 퍼붓기보다는 모든 행동을 신중하게 고민해야 하는 중후함을 매력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 신중한 컨트롤이 중요 (사진제공: 코에이 테크모 게임즈)
이러한 ‘묵직한’ 액션은 자연스럽게 높은 난이도로 이어진다. 다시 말해 좋아하는 사람만 좋아하는 매니악한 게임이 되어버린다는 것이다. 선배격인 ‘다크 소울’은 몬스터 패턴의 허점을 조금씩 노출해, ‘깰 수 있겠다’는 느낌을 주며 도전 욕구를 자극한다. 하지만 ‘인왕’은 이와 다르다. 전투 자체의 난이도가 높긴 하지만 패턴이 까다롭진 않기 때문이다.
시연 버전에서 등장한 적은 대부분 한 두번 상대하면 움직임을 전부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평이해, 집중력을 유지하면 큰 피해없이 상대할 수 있었다. 물론 보스 공략은 실패로 돌아갔지만, 2차전을 치룰 수 있다면 보스 역시 쉽게 잡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 이런 점은 자칫하면 게임을 단조롭게 만들 수도 있는데, ‘인왕’은 장비를 모으고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RPG’ 요소를 통해 플레이어에게 ‘강해졌다’는 느낌을 주며 게임을 진행하게 만든다.
먼저 전투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장비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조무래기를 쓰러트렸는데도 무기부터 갑옷까지 수많은 장비 아이템이 드롭된다. 여기에 ‘붉은 피무덤’이라는 요소를 통해 장비 파밍도 더욱 쉽게 할 수 있다. 맵 중간중간에 위치한 피무덤을 선택하면 적대 NPC가 소환되어 싸우게 된다. 이 NPC는 플레이어와 유사한 기술을 사용하고, 체력도 더 뛰어나 녹록치 않은 상대다. 하지만 승리하게 되면 자신이 착용하고 있는 장비 하나를 무작위로 드롭한다. 만약 원하는 장비가 있다면 계속해서 도전할 수 있다.
▲ 요괴뿐만 아니라 인간과도 싸우게 된다 (사진제공: 코에이 테크모 게임즈)
이처럼 비교적 적은 노력으로 다양한 장비를 얻을 수 있는데, 개개의 장비 성능 역시 확고하게 나뉜다. 특히 무기에서 이러한 개성이 크게 드러난다. 기본이 되는 ‘일본도’는 공격력, 공격속도 등이 모두 평범해 가장 다루기 쉽다. 그에 비해 ‘장창’은 공격력이나 사거리가 더 뛰어나다. 하지만 공격 하나하나가 느리고, 범위 자체가 좁은 편이라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 장창은 익숙해지기 어렵다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원거리 무기도 비슷하게 나뉜다. ‘활’은 장전이나 발사가 모두 빨라 다양한 상황에서 활용하기 쉬웠다. 하지만 ‘총’은 시대적 배경에 맞게 화승총인지라 장전부터 발사까지 상당히 오래 걸렸다. 물론 그만큼 공격력은 발군이지만, 느린 속도 탓에 장창처럼 사용하기 까다로울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근접무기보다 안정적인 공격이 가능한 원거리 무기인 만큼, 안전 거리를 확보하기 쉬워 활보다 더 도움이 됐다. 이처럼 무기 간 개성이 확실하고, 쓰임새가 달라 액션의 재미를 높인다.
▲ 총의 파괴력은 발군!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또한 게임을 진행하며 캐릭터를 더욱 강화시킬 수 있다. 기본적인 레벨업은 ‘다크 소울’처럼 적을 쓰러트려 얻는 일종의 경험치 ‘암리타’를 소모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여기에 ‘인왕’은 스킬이라는, RPG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요소를 더했다. ‘두루마리’ 등의 아이템을 얻으면 특정 스킬을 획득할 수 있고, 커맨드 입력을 통해 사용하게 된다. 개중에는 검을 뽑으며 강력한 일격을 선사하는 발도술이나, 검신에 불꽃을 입히는 기술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레벨업을 통한 능력치 상승 외에도 스킬 획득을 통해 더욱 강해질 수 있는 셈이다.
▲ 검에 불꽃을 담아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위에서도 말했지만, 기자는 ‘TGS 2016’이 시작되자마자 ‘인왕’을 향해 뛰어갔다. 중후함이 느껴지는 액션게임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서양인 사무라이’라는 설정에는 코웃음을 쳤지만, ‘다크 소울’과 비슷하다는 말에 마음이 동했다. 정확히는 ‘다크 소울’만 따라해도 충분히 재미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인왕’은 그 자체만으로도 재밌다. 물론 ‘다크 소울’을 전혀 의식하지 않았다고 말하기엔 비슷한 부분이 많지만, ‘인왕’역시 나름의 개성과 특징도 분명히 지니고 있다. ‘다크 소울’ 유사품을 기대했는데, 꽉 찬 액션 대작에게 행복한 카운터 펀치를 맞은 것 같다.
▲ 보스에게 패배한 기자는 참가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