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달수 수위를 죽이게 해줘 손노리~~(화이트데이)
2001.10.15 02:05금강선
불만을 가지고 시작한 화이트데이처음에 이 게임의 공략을 맡게 되었을 때는 [아뿔사!]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마침 PS 2용으로 기대작 호러게임인 사일런트 힐 2가 발매될 시기였는데 갑자기 왠 국산 호러게임을 맡으라는 것인가하는 생각으로 절규의 비명을 질러댔다. 그야말로 화이트데이 때문에 사일런트 힐 2를 플레이 하는데 브레이크가 걸린 것이었다. 아뿔사하는 마음이었지만 그래도 어쩌랴... 궁시렁 궁시렁 거리면서 화이트데이를 시작했다.
사일런트 힐 2를 놔두고 화이트데이를...
처음 오프닝을 보고서 \"음... 아직 그래픽은 많이 부족하구나\"라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국산게임이 많이 발전했구나\"하는 모순되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헤드셋을 끼고 게임을 시작했다. \"국산게임의 연출력으로 과연 얼마나 무섭겠냐?\"는 편견을 가지고 말이다. 그러나 나의 이러한 생각들은 게임을 하면 할 수록 조금씩 변해가게 되었는데...
나무의 싱그러운 표현 광원효과 좋고~
무슨 캔커피 광고같다 - -;; 첫 만남...
빵빵한 그래픽(뭐가...? - -) 오프닝은 이걸로 끝난다
그래픽의 평가기준게임에서 3D 그래픽을 평가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폴리곤의 숫자일까? 300만 폴리곤이 100만 폴리곤보다 좋다는 식의 계산인가... 사람마다 나름대로의 평가기준이 존재하겠지만 보편적으로 전세계의 유명한 게임 비평가들이 제시하고 있는 3D그래픽의 평가기준은 [게임의 분위기를 얼마나 적절히 살려주고 있는가]이며 나의 그래픽 평가기준도 그러하다.
한가지 예를들어 패미통 역사상 3번째로 만점을 받은 바 있는 스퀘어의 [베이그란트 스토리]의 경우 그래픽이 상당히 거칠고 도트가 많이 튄다. 그리 좋은 그래픽이라고 할 수 없지만 패미통의 리뷰어 4명은 모두 만점을 주었다. 게임 분위기에 이만큼 적절한 그래픽도 없기 때문이다.
베이그란트 스토리의 그래픽 좋진 않아도 분위기를 살리고 있다
화이트데이도 마찬가지다. 그다지 칭찬해줄 수준의 그래픽은 아니지만 게임의 진행에 전혀 불편함이 없으며 게임의 분위기를 잘 살려주고 있다. 물론 절대적인 그래픽은 바이오하자드 베로니카나 사일런트 힐 2 같은 게임에 비할 바가 못되겠지만 학교라는 게임의 무대를 표현하는데 있어 전혀 거부감이 없었고 쾌적한 플레이가 가능했다는 점에서 합격점을 주고 싶다. 또한 손노리에서 자체제작했다는 왕리얼엔진에 대해서도 합격점을 주고 싶다. 미국에 id소프트의 퀘이크엔진, 레릭 엔터테인먼트의 언리얼엔진이 있고 일본에 세가의 나오미엔진, 남코의 시스템246 등이 있다면 우리나라엔 손노리의 왕리얼엔진이 있다!!
학교의 분위기를 잘 살리고 있다 이정도면 합격점 아닌가?
이게 진정 국산게임의 사운드란 말입니까?황병기 선생이 누군지 나는 모른다. 가야금을 뜯으셨는지 거문고를 뜯으셨는지 나는 몰랐다. 그렇지만 이 사람이 만든 화이트데이의 사운드는 최고다. 배경음악은 물론이고 효과음도 압권이다. 비오는 소리나 조용하게 울려퍼지는 발걸음, `끼익`하면서 긴장감을 자극시키는 문여는 소리 등등 굉장히 수준의 효과음을 만들어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배경음악. 나는 태어나서 \"가야금소리가 이렇게 무섭게 느껴질 수도 있구나\"라는 것을 실감했다. 적절히 절제되면서도 가끔씩은 확실하게 터져주는 사운드는 만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하다. 화이트데이의 사운드 수준은 유명 호러게임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고 자신한다.
이분이 그 유명한 황병기 선생이다. 그의 3집 앨범이 바로 「 미궁 」
손노리의 연출 센스는 몇점?역겹고 잔인한 연출만이 호러게임의 `공포`를 극대화 시켜준다고 생각해본적은 한번도 없지만 그래픽이 좋으면 좋을수록 공포감있는 연출을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한 나에게 화이트데이의 연출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모두가 패러디라고 생각하겠지만(사실 패러디지 뭐...) 섬뜩했던 `링`의 연출, 뒤를 돌아봤을 때 갑자기 나타나는 귀신의 연출(정말 깜짝 놀랐다), 은미가 폭주하면서 유리가 깨지는 장면(그래픽의 수준을 떠나서 볼만했다) 등 조금은 어설픈 그래픽이었지만 꽤나 괜찮은 연출을 보여주었다. 오프닝의 연출도 산뜻했다.
목매달린 귀신의 연출!!! 유리창이 와장창!!
게임의 완성도를 평가하자면...게임의 완성도는 `훌륭하다`라는 말 한 마디로 표현하기엔 장장 3년동안 제작한 스텝들의 노고를 덜어주는데 미약한 말일까? 뭐랄까... 화이트데이는 그동안 내가 국산게임에서 불만을 느끼고 편견을 가지게 했던 많은 요소들을 말끔하게 해소시켜주었다는 표현이 적절할 듯하다. 항상 필자가 국내게임의 최대의 문제점으로 꼽아왔던 3가지 요소가 게임의 조잡한 인터페이스, 친근감 없어 읽기조차 싫어지는 글자폰트, 신선함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진부한 발상이나 베끼기식의 게임들이었다.
하지만 화이트데이는 이 세가지 요소를 모두 만족시켰다. 물론 화이트데이의 신선함만큼은 게임자체가 신선했다기보다는 주로 외국의 호러게임을 즐겼기 때문에 익숙했졌던 정서가 한국의 정서로 바뀜으로써 느껴지는 부분인 것 같다.
화이트데이의 인터페이스는 정말 쉽고 간편하다. 실제로 키보드를 누르지 않고도 마우스 하나만으로도 간편하게 모든 조작이 가능하게 설계된 쉬운 인터페이스와 아이콘 커서로 뭘 해야할지를 쉽게 알려주는 등 호러게임에 친숙하지 않은 라이트유저들까지도 쉽게 다가설 수 있도록 만들었다. 메뉴상에서 보여주는 메뉴구성도 상당히 보기 편하게 되어있어 게임을 진행하는데 상당히 편리하다.
아이콘으로 쉽게 표시된다 메뉴 또한 보기 편하다외국게임의 한글판이나 국산게임에서 늘 아쉬웠던 부분이 바로 글자폰트에 관한 문제이다. 외국게임의 글자들을 지우고 성급하게 갖다 붙인듯한 조잡한 글자들을 보면서 글을 읽고싶어지는 마음이 사라지는 부분이 허다한게 국산게임이었다. 하지만 화이트데이의 글자폰트는 세련되었다고까지 말하기는 이르지만 보는데 거부감이 없이 깔끔했다. 게임상에서 나오는 폰트는 다른것과 다를것이 없지만 왠지모를 깔끔함을 느낄 수 있었고 메모지에 적혀있는 글자도 상당히 보기편하게 정리되어 있어서 좋았다. 새련된 폰트라기보다는 보기편하게 만들어진 폰트라고 하는 것이 적절할 듯.
게임상의 글씨는 그럭저럭... 메모장의 글씨는 깔끔해 보기 편하다
공포의 수준은 특급호러게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공포수준을 평가해보자. 최근 대표적인 호러게임인 바이오 하자드를 비롯해 수많은 호러게임들이 `공포`라는 요소를 망각한채 `재미`만을 추구하는 식으로 호러게임의 본질이 왜곡되고 있었는데, 그 왜곡되던 호러게임의 본질을 국산게임인 화이트데이가 바로잡았다. 최근 호러게임의 `공포`의 동향은 무조건 갑자기 무언가가 등장해서 사람을 깜짝 놀라게 하거나 혐오스러운 장면을 연출해서 공포를 표현해보려는 시도가 대부분이었는데 화이트데이에서 게이머들에게 제공해주는 `공포`는 신선하면서도 단순하다.물론 위에서 언급했던 것과 같이 깜짝 놀라게 하는 장면들도 있지만 화이트데이가 게이머들에게 공포감을 주고 있다는 증거는 게임을 플레이하는 게이머들 자신의 모습에서 찾을 수 있다. 화이트데이를 플레이하는 대다수의 게이머들은 모든 행동 하나하나에 조심스럽다. 방에 불이 켜있나 꺼있나에까지 신경을 쓰게되며 발걸음소리가 날까봐 뛰지 않고 걷고, 불빛이 많이 비춰질까봐 손전등 대신 라이터를 사용한다. 수위에게 걸리면 안다는 것을 항상 피부로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건 솔직히 안무섭다... 다만... 수위에게 발각될까봐 무섭다!!!
좀 더 본질적으로 접근해서 왜 게이머들은 수위에게 걸리면 안된다는 것을 느끼게 될까? 걸리면 무조건 도망가는 방법밖에는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이 게임이 [언다잉]이나 [바이오 하자드]라면 게이머의 실력을 믿거나 게이머가 가진 무기를 믿고 \"한번 붙어볼까\"라는 생각을 가지게 될것이다. 당연히 적이 등장하는게 무서울리 없다. 아니, 오히려 어느때는 적이 너무 안나오면 심심하다면서 적을 기다리는 경우도 있을 정도이다. 만나도 총 몇방 적당히 날려주면 되니까. 하지만 화이트데이는 적을 공격할 수 없다. 걸리면 무조건 튀어야 한다. 또한 주인공을 따라오는 인물도 가상적으로 만들어진 좀비나 몬스터, 바이러스, 변이체도 아닌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일개 학교의 수위이다. `일상생활에서 만날 수 없는 존재`와 `일상생활속에 살아있는 존재`가 가져다주는 공포감의 차이가 아닌가 싶다. 수위의 손전등 불빛과 호루라기소리가 이렇게 무섭게 표현될 줄이야...
이녀석과 비교하자면... 좀비는 오히려 귀엽다... - -
배경도 게임을 즐기는 연령층이 가장 흔하게 접하고 있는 `학교`라는 소재를 사용하고 있다. 학교의 모습도 국내에 정서에 맞는 한국의 학교들을 그대로 그려냈기 때문에 더욱 친근감이 느껴지는 동시에 공포감이 느껴지는 것이다. 실제로 필자가 고등학교 때 교실에 혼자 남아서 밤새도록 공부를 한적이(믿어줘요 - -;;) 있었는데 잠깐 화장실을 갔다오는데도 그 공포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이렇게 아무도 없는(정확히 말하면 몇 명밖에 없는) `밤의 학교`라 하는 우리 생활에 밀접하게 접근해있는 소재를 택했기 때문에 공포감도 효과적으로 전달되었다는 얘기다.
청소년기의 일상생활인 「 학교 」 밤의 학교의 무서움을 아는가
그래도 아쉬운 요소들화이트데이의 찬양론자처럼 게임의 장점만을 늘어놓았지만 아직 부족한 부분도 많다. 우선 퍼즐이 상당히 쉽거나 조잡하고 식상하다. 바구니의 공 숫자대로의 금고를 여는 퍼즐, 시계 표준시를 맞추어 라커를 여는 퍼즐 등의 식상한 것들이나 L자막대 미로 등의 조잡한 퍼즐 등이 많아서 가끔씩 쓴 미소를 머금게 했다. 게임을 풀어나가는 방식에 있어서 아직은 바이오류의 게임에서 접해오던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고나 할까. 하지만 여러교실을 돌아다녀 불을 켜면 누전이 되어 조명장치를 떨어뜨린다는 발상이나 칠판에 적혀있는 한자퍼즐 등 참신한 퍼즐도 있었다. 내가 너무 완벽한 것을 바라는걸까?
참신한 퍼즐도 있는 반면 조잡한 퍼즐도 있다
게임플레이 시간이 너무 짧아서 뭔가 비어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두번플레이가 가능하다고 해도 한번 클리어를 한뒤 게임을 다시 즐길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또 바구니퍼즐이나 교실에 불켜기 퍼즐은 어렵게 만들어 놓은 수많은 교실들을 그냥 지나치게하기 아쉬워 들리게끔 억지로 가보게끔한 느낌이 강하게 묻어난다(어쩌면 잘한건지도). 신관에서는 체력의 한계가 있어 걸음이 느려지기 때문에 아무리 조작을 잘해도 쫓아오는 수위와의 격차를 벌릴 수가 없어 짜증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앞에 나타난 수위가 갑자기 사라지는 등 가끔씩 생기는 버그도 게임의 재미를 감소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국산게임의 미래나는 화이트데이에서 국산게임의 미래를 봤다. 화이트데이의 성공에 이어 수많은 가능성 있는 게임들이 쏟아져 나올지도 모른다는 기대에 들떠있다. 국산게임에 많은 편견을 가지고 있었지만 앞으로 나올 태조왕건, 마그나 카르타 등의 국산게임을 기다리고있는 내가 신기하기도 하다. 잘 만들어진 게임하나가 사람의 마음을 바꾼 것일까? 더불어 많은 게임 제작사들이 굳이 게임의 소재를 너무 먼 곳에서만 찾으려고 하지 말고 가장 가까운 곳을 주목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다시한번 화이트데이를 만드느라 3년동안 고생해온 스텝진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그나저나 손달수 수위의 퀘이크 스킨은 언제쯤 등장하려나...
기대작 마그나카르타 11월 발매되는 태조왕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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