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랑의 재능을 지닌 남자의 여행길(천랑열전)
2003.02.25 17:06지명근
시작부터 비틀거린 기대작
‘천랑열전‘. 나르실리온을 제작했던 ‘가람과 바람‘사에서 제작을 발표하면서부터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작품이다. 게임제작발표 후 나르실리온을 즐겨본 게이머부터 천랑열전이라는 만화를 좋아하는 애독자까지, 많은 사람으로부터 기대를 모으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작 발매 당일, 게임을 받아본 사람들의 반응은 “게임을 즐기기도 힘들다” 라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의 열악한 개발조건이 불러온 고질병인 버그, 그리고 선발매, 후패치라는 절차를 천랑열전은 그대로 따라가고 있었다. 천랑열전이 발매된 후 며칠이 지난 2월 21일, 1차 공식 패치가 발표되고 게이머들은 드디어 제대로 된 게임을 만날 수 있었다. 비록 발매 전에 발표했던 월하랑 스토리와 온라인모드는 추가되지 않았지만 천랑열전이라는 게임을 드디어 온전히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기본적으로 게임은 만화가 박성우님의 만화인 ‘천랑열전’의 스토리를 베이스로 하고 있다. 으레 이런 원작이 있는 만화의 경우 롤플레잉을 장르로 하는 경우가 많으며 천랑열전 역시 마찬가지로 롤플레잉이라는 장르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캐릭터들과 대화로써 스토리를 이끌어 나가며 전투를 통해 성장을 해나간다. 다만 마을이나 맵을 걸어서 이동할 수는 없으며 게이머는 외길의 스토리를 따라가게 되는 것이 독특하다. 롤플레잉게임이라고는 하지만 오히려 슈퍼로봇대전이나 화이어 엠블렘같은 시뮬레이션형 롤플레잉에 가까운 방식이다. 중간중간에 약간의 무비가 삽입되어 있기도 하나 주인공인 연오랑은 전투를 해가면서 전투사이마다 스토리의 진행부분을 대사로서 이끌어나간다. 원작이 만화인 데다가 스토리 부분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기 때문에 내용이 조금 길어 지루한 면이 있지만 스토리에 몰입을 하게 되면 거슬리는 정도는 아니다.
밸런스가 무너진 전투
그래도 게임의 장르가 롤플레잉인 만큼 전투를 자세히 살펴보지 않고는 지나갈 수가 없다. 롤플레잉에서는 캐릭터의 성장시스템이나 전투방식이 게임의 50%이상을 좌우하는 것 아닌가? 일단 겉으로 보는 천랑열전의 전투 화면은 택틱스형 SRPG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사각형으로 된 마스(캐릭터가 움직일 수 있도록 배경에 선으로 구분된 공간)위를 이동력에 따라 이동해서 행동을 하며 공격의 범위 역시 마스에 의해 결정된다. 거기에 시간개념의 도입은 그란디아의 전투 시스템이나 파판의 액티브 타임배틀을 연상하게 해준다. 그란디아 시리즈보다는 이해하기 쉽고 간단한 방식이며 캐릭터들의 행동이 가능해지는 타이밍이 한 곳에 모여 있어 차례가 오는 것 역시 보기가 편하다. 전투 방식 자체를 딱 잘라서 이야기하자면 파이널 판타지 택틱스의 전투가 가장 가까울 것이다. 하지만 캐릭터의 성장은 평범한 RPG와 다를 바 없다. 내공수위 즉 레벨이 올라가면서 높은 수준의 무공을 사용할 수 있게 되고 능력치도 상승하는 방식이다. 장비품이나 사용 아이템 조차 내공수위에 좌우된다. 전투 방식이나 캐릭터의 성장 방식을 보자면 특별히 나쁜 면은 없다. 하지만 특별히 흥미를 끄는 면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좀더 세세한 면에서 신경을 써 주었다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전투의 시스템이 그렇다고 하면 실제 전투를 해보면 어떠한가. 불행히도 밸런스가 깨져있는 것이 눈에 보인다. 게임은 오로지 월하랑 한명이 존재하느냐 존재하지 않느냐에 따라 난이도의 차이가 극심하다. 월하랑의 마비기술 한 종류만 가지고도 거의 데미지 없이 전투를 풀어나갈 수 있을 정도이다. 아직 불완전한 것이겠지만 마비기술에서 풀리지를 않는 단점 등은 전투의 밸런스를 더욱 흐트러뜨리는 요소로 작용한다. 그녀 한명만 있으면 통과하지 못할 전투가 없는 것 같을 정도이다. 최종 전의 방어문제도 마찬가지. 1:1전투만 벌어지면 통하는 방어 후 공격문제도 게임의 밸런스를 무너뜨린다. 단지 방어를 해서 적이 기술을 사용할 수 없게 되면 공격을 하는 것이다. 후의 3차 패치를 기대해야 하는 것인가?
그래도 쓸만한 그래픽과 사운드
천랑열전의 그래픽은 카툰 렌더링을 사용하고 있다. 3D를 이용해서 보다 부드럽고 많은 양의 프레임을 보여주면서 카툰 렌더링으로 만화와의 이질감을 최대한 줄이고자 하는 것이다. 그림자선이 눈에 걸리기는 하지만 그래픽은 좋은 느낌이다. 캐릭터의 자잘한 액세서리의 표현부터 머리카락이 날리는 모습까지 너무나 잘 표현하고 있다. 단지 표정변화가 없는 것은 조금 더 신경 써 주었으면 하는 느낌이 든다. 잘 만든 3D 캐릭터가 표정의 변화 없이 슬픈 장면이나 기쁜 장면이나 모두 다 웃고 있는 모습을 보면 조금 안타까운 생각이 들 따름이다. 전투나 크게 움직일 때 캐릭터들의 움직임은 꽤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준다. 본 만화의 느낌을 어느정도 살리고 있다고 할 수 있으며 전투시의 액션은 조금 느린 편이지만 액션자체에 불만은 없다. 말칸이나 메뉴의 인터페이스도 그럭저럭 깔끔하고 말칸에 들어가는 일러스트도 꽤나 종류가 많아서 보는 즐거움을 주고 있다.
사운드 역시 만족할 만한 수준이다. 종류가 많아서 들을 때마다 다른 음악이 나와 주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상황에 맞는 음악이 분위기를 띄워주고 그 음악을 들으면서 게임에 심취할 수 있을 정도라면 사운드만큼은 꽤나 잘 만들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단지 몇몇 대사가 조금 거슬린다는 것이 아쉽다. 적 자코(스토리나 전투에 별 영향을 주지 못하는 하급 캐릭터)의 대사가 너무 시끄럽고 길다든지 주요 캐릭터의 대사가 분위기 맞춘다고 조용하게 나와서 들리지도 않거나 시끄러운 배경음악에 묻히게 되는 것을 듣고 있노라면 스킵이 가능했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전투시의 시작 대사는 캐릭터의 개성을 살려주고 실제로 천랑열전이라는 만화를 접해보지 않은 게이머가 그 캐릭터를 쉽게 알게 하기 위한 방법이긴 하다. 그래도 10명씩 나오는 자코가 자신의 턴이 올 때마다 뻔한 대사를 내뱉고 있으면 그대사가 슬슬 거슬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게임을 하면서 즐거운가?
게임을 하면서 즐겁지 않다면 이미 게임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고 말할 수 있다. 게임은 플레이 시 바로바로 즐겁거나. 쌓아가면서 모든 것이 완성되었을 때, 고난을 딛고 완성한 희열을 느끼는 것이 보통이다. 과연 천랑열전은 그러한가? 크고 작은 버그들과 여러 가지 사건들을 겪으면서도 천랑열전이라는 게임 자체를 플레이하는 것에 재미를 느낄 수 있느냐 라고 묻는 것이다. 필자는 감히 ‘예’라고 말하고 싶다. 스토리는 천랑열전을 보지 않은 사람이라도 얼마든지 그 내용을 알 수 있도록 잘 맞추어 놓았으며, 그 스토리를 풀어나가는 전투역시 그다지 답답하지 않아 스토리를 즐기며 전투를 플레이한다는 데에 있어 그다지 이질감이나 거부감을 느낄 수 없다. 다만 가람과 바람사에서 표현하려고 했던 것이 이런 것이었던가, 게이머들이 기대하던 천랑열전이 이런 것이었던가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답변을 내리기가 힘들다.
(글/ 지명근)
‘천랑열전‘. 나르실리온을 제작했던 ‘가람과 바람‘사에서 제작을 발표하면서부터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작품이다. 게임제작발표 후 나르실리온을 즐겨본 게이머부터 천랑열전이라는 만화를 좋아하는 애독자까지, 많은 사람으로부터 기대를 모으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작 발매 당일, 게임을 받아본 사람들의 반응은 “게임을 즐기기도 힘들다” 라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의 열악한 개발조건이 불러온 고질병인 버그, 그리고 선발매, 후패치라는 절차를 천랑열전은 그대로 따라가고 있었다. 천랑열전이 발매된 후 며칠이 지난 2월 21일, 1차 공식 패치가 발표되고 게이머들은 드디어 제대로 된 게임을 만날 수 있었다. 비록 발매 전에 발표했던 월하랑 스토리와 온라인모드는 추가되지 않았지만 천랑열전이라는 게임을 드디어 온전히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기본적으로 게임은 만화가 박성우님의 만화인 ‘천랑열전’의 스토리를 베이스로 하고 있다. 으레 이런 원작이 있는 만화의 경우 롤플레잉을 장르로 하는 경우가 많으며 천랑열전 역시 마찬가지로 롤플레잉이라는 장르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캐릭터들과 대화로써 스토리를 이끌어 나가며 전투를 통해 성장을 해나간다. 다만 마을이나 맵을 걸어서 이동할 수는 없으며 게이머는 외길의 스토리를 따라가게 되는 것이 독특하다. 롤플레잉게임이라고는 하지만 오히려 슈퍼로봇대전이나 화이어 엠블렘같은 시뮬레이션형 롤플레잉에 가까운 방식이다. 중간중간에 약간의 무비가 삽입되어 있기도 하나 주인공인 연오랑은 전투를 해가면서 전투사이마다 스토리의 진행부분을 대사로서 이끌어나간다. 원작이 만화인 데다가 스토리 부분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기 때문에 내용이 조금 길어 지루한 면이 있지만 스토리에 몰입을 하게 되면 거슬리는 정도는 아니다.
밸런스가 무너진 전투
그래도 게임의 장르가 롤플레잉인 만큼 전투를 자세히 살펴보지 않고는 지나갈 수가 없다. 롤플레잉에서는 캐릭터의 성장시스템이나 전투방식이 게임의 50%이상을 좌우하는 것 아닌가? 일단 겉으로 보는 천랑열전의 전투 화면은 택틱스형 SRPG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사각형으로 된 마스(캐릭터가 움직일 수 있도록 배경에 선으로 구분된 공간)위를 이동력에 따라 이동해서 행동을 하며 공격의 범위 역시 마스에 의해 결정된다. 거기에 시간개념의 도입은 그란디아의 전투 시스템이나 파판의 액티브 타임배틀을 연상하게 해준다. 그란디아 시리즈보다는 이해하기 쉽고 간단한 방식이며 캐릭터들의 행동이 가능해지는 타이밍이 한 곳에 모여 있어 차례가 오는 것 역시 보기가 편하다. 전투 방식 자체를 딱 잘라서 이야기하자면 파이널 판타지 택틱스의 전투가 가장 가까울 것이다. 하지만 캐릭터의 성장은 평범한 RPG와 다를 바 없다. 내공수위 즉 레벨이 올라가면서 높은 수준의 무공을 사용할 수 있게 되고 능력치도 상승하는 방식이다. 장비품이나 사용 아이템 조차 내공수위에 좌우된다. 전투 방식이나 캐릭터의 성장 방식을 보자면 특별히 나쁜 면은 없다. 하지만 특별히 흥미를 끄는 면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좀더 세세한 면에서 신경을 써 주었다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전투의 시스템이 그렇다고 하면 실제 전투를 해보면 어떠한가. 불행히도 밸런스가 깨져있는 것이 눈에 보인다. 게임은 오로지 월하랑 한명이 존재하느냐 존재하지 않느냐에 따라 난이도의 차이가 극심하다. 월하랑의 마비기술 한 종류만 가지고도 거의 데미지 없이 전투를 풀어나갈 수 있을 정도이다. 아직 불완전한 것이겠지만 마비기술에서 풀리지를 않는 단점 등은 전투의 밸런스를 더욱 흐트러뜨리는 요소로 작용한다. 그녀 한명만 있으면 통과하지 못할 전투가 없는 것 같을 정도이다. 최종 전의 방어문제도 마찬가지. 1:1전투만 벌어지면 통하는 방어 후 공격문제도 게임의 밸런스를 무너뜨린다. 단지 방어를 해서 적이 기술을 사용할 수 없게 되면 공격을 하는 것이다. 후의 3차 패치를 기대해야 하는 것인가?
그래도 쓸만한 그래픽과 사운드
천랑열전의 그래픽은 카툰 렌더링을 사용하고 있다. 3D를 이용해서 보다 부드럽고 많은 양의 프레임을 보여주면서 카툰 렌더링으로 만화와의 이질감을 최대한 줄이고자 하는 것이다. 그림자선이 눈에 걸리기는 하지만 그래픽은 좋은 느낌이다. 캐릭터의 자잘한 액세서리의 표현부터 머리카락이 날리는 모습까지 너무나 잘 표현하고 있다. 단지 표정변화가 없는 것은 조금 더 신경 써 주었으면 하는 느낌이 든다. 잘 만든 3D 캐릭터가 표정의 변화 없이 슬픈 장면이나 기쁜 장면이나 모두 다 웃고 있는 모습을 보면 조금 안타까운 생각이 들 따름이다. 전투나 크게 움직일 때 캐릭터들의 움직임은 꽤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준다. 본 만화의 느낌을 어느정도 살리고 있다고 할 수 있으며 전투시의 액션은 조금 느린 편이지만 액션자체에 불만은 없다. 말칸이나 메뉴의 인터페이스도 그럭저럭 깔끔하고 말칸에 들어가는 일러스트도 꽤나 종류가 많아서 보는 즐거움을 주고 있다.
사운드 역시 만족할 만한 수준이다. 종류가 많아서 들을 때마다 다른 음악이 나와 주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상황에 맞는 음악이 분위기를 띄워주고 그 음악을 들으면서 게임에 심취할 수 있을 정도라면 사운드만큼은 꽤나 잘 만들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단지 몇몇 대사가 조금 거슬린다는 것이 아쉽다. 적 자코(스토리나 전투에 별 영향을 주지 못하는 하급 캐릭터)의 대사가 너무 시끄럽고 길다든지 주요 캐릭터의 대사가 분위기 맞춘다고 조용하게 나와서 들리지도 않거나 시끄러운 배경음악에 묻히게 되는 것을 듣고 있노라면 스킵이 가능했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전투시의 시작 대사는 캐릭터의 개성을 살려주고 실제로 천랑열전이라는 만화를 접해보지 않은 게이머가 그 캐릭터를 쉽게 알게 하기 위한 방법이긴 하다. 그래도 10명씩 나오는 자코가 자신의 턴이 올 때마다 뻔한 대사를 내뱉고 있으면 그대사가 슬슬 거슬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게임을 하면서 즐거운가?
게임을 하면서 즐겁지 않다면 이미 게임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고 말할 수 있다. 게임은 플레이 시 바로바로 즐겁거나. 쌓아가면서 모든 것이 완성되었을 때, 고난을 딛고 완성한 희열을 느끼는 것이 보통이다. 과연 천랑열전은 그러한가? 크고 작은 버그들과 여러 가지 사건들을 겪으면서도 천랑열전이라는 게임 자체를 플레이하는 것에 재미를 느낄 수 있느냐 라고 묻는 것이다. 필자는 감히 ‘예’라고 말하고 싶다. 스토리는 천랑열전을 보지 않은 사람이라도 얼마든지 그 내용을 알 수 있도록 잘 맞추어 놓았으며, 그 스토리를 풀어나가는 전투역시 그다지 답답하지 않아 스토리를 즐기며 전투를 플레이한다는 데에 있어 그다지 이질감이나 거부감을 느낄 수 없다. 다만 가람과 바람사에서 표현하려고 했던 것이 이런 것이었던가, 게이머들이 기대하던 천랑열전이 이런 것이었던가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답변을 내리기가 힘들다.
(글/ 지명근)
많이 본 뉴스
- 1 세나 리버스, ‘쫄작’ 남기고 영웅 머리 크기 줄였다
- 2 20년 전과 올해 지스타 풍경 변화, 전격 비교
- 3 “노안 때문에…” 드퀘 3 리메이크 플레이 포기 속출
- 4 [롤짤] 한 명만! 젠지 FA에 몰려든 팀들
- 5 엘든 링 DLC 포함, 더 게임 어워드 GOTY 후보 발표
- 6 9년 만의 복귀, ‘마리오 카트 8 디럭스’ 해피밀 출시
- 7 [순정남] 배상 따위 하지 않는 '락카칠' 캐릭터 TOP 5
- 8 하프라이프 3는 레포데 때문에 나오지 못했다?
- 9 [포토] 금손 코스어 집합, 지스타 코스프레 어워즈
- 10 전염병 주식회사 이후를 다룬 ‘애프터 주식회사’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