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도 불어닥친 메탈기어 열풍(메탈기어 솔리드 2)
2002.06.07 19:20금강선
메탈기어 솔리드 2가 국내에 발매되었다. 아쉽게도 음성이 한글화되진 않았지만 영어음성에 한글자막이 표시되어있어 적어도 게임의 분위기를 망쳐놓지 않았다는 점은 참으로 안심이다. 마치 헐리우드의 영화를 보는 듯한 인상이다. 게다가 아이템의 설명 등이 모두 한글화가 되었기 때문에 게임의 몰입도가 보다 높아질 것이다. 이제 제대로 한번 메탈기어 솔리드의 멋진 스토리를 감상하며 100% 메탈기어 솔리드 2를 즐길 때가 온 것이다.
메탈기어 시리즈의 역사
메탈기어는 계속해서 MSX, 패미컴으로 등장하며 2편까지 제작되었고 나름대로의 많은 인기를 끌며 여러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거의 6년이 넘도록 소식이 없다가 코나미는 PS용으로 3D로 만들어진 메탈기어 솔리드를 제작중이라고 발표했다. 3D로 메탈기어 솔리드가 발매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메탈기어를 한번이라도 플레이해봤던 게이머들은 흥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메탈기어 솔리드가 발매되고나서 전세계는 [메탈기어 솔리드]를 찬사했다. 3D를 확실하게 활용한 연출과 게임성,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잘 짜여진 스토리, 멋드러지는 캐릭터들의 연기, 짜릿한 보스전과 숨가쁜 액션 등 최고의 액션어드벤처 게임의 탄생이었다. 결국 메탈기어 솔리드는 일본에서 다시 한번 그 이름을 드높였으며 미국에서는 이 게임에 대항할 인기를 가진 게임이 없을 정도로 절대적인 인기를 자랑했다. 그리고 3년뒤 PS 2용으로 메탈기어 솔리드의 속편인 [메탈기어 솔리드 2]가 발매된 것이다.
전작의 단점을 완전보완
많은 사람들이 메탈기어 솔리드의 완벽한 게임성을 칭찬했고 단점의 지적은 거의 하지 않았기 때문에 제작자는 자칫 이 게임에서 존재하던 작은 결점들을 잃어버리기가 쉽다. 하지만 코지마는 한번 했던 실수는 용서하지 않았다. 완벽한 게임성을 자랑했던 메탈기어 솔리드. 하지만 몇가지 문제점은 가지고 있었다. 첫째는 인공지능이다. 전작에서 문제가 되었던 적 병사의 단순한 패턴의 움직임이 이번 작품에서는 소름끼칠 정도로 완벽하게 개선되었다. 게임을 하지 않았던 사람이라도 필자의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면 놀라움을 금치못할 듯 하다. 이번 작품에서는 적에게 발견되면 적은 재빨리 다른 병사들에게 지원을 요청한다. 만약 지원을 요청하던 중 게이머에게 당하게 되면 지원요청을 받던 병사는 연락이 끊긴 지점으로 병사들을 순찰보낸다. 만약 게이머에게 살해된 적 병사가 있으면 순찰해오던 병사들은 생사를 확인하고 죽었으면 적이 침입한 것으로 가정하고 비상경계령을 발동시킨다.
또한 전작에서는 대부분 3인칭으로 전투를 했기 때문에 전투의 미세함이 결여되어 있었다. 역시 이 부분도 문제점을 느꼈는지 2편에서는 1인칭모드가 게임의 기본적인 모드가 돼버렸다. 따라서 전투나 전략에 있어서 세밀한 부분까지 관여할 수 있다. 예를들어 M9총(마취총)으로 적을 잠재우고 싶어하는 경우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전작과 같은 경우에는 가까이 다가가서 총을 쏴야할 것이다. 하지만 이번엔 멀리서 1인칭모드로 적을 겨냥할 수 있다. 또 적의 어느 부분을 맞추는가에 따라서도 판정이 다르다. 예를들어 머리를 겨냥하면 적은 한발이면 그 자리에서 쓰러진다. 다리를 겨냥하면 세발에서 네발까지를 요구하게 된다. 따라서 머리를 맞추기 위한 세밀한 조작이 요구되고 어느 부위를 맞추느냐에 따라서 게이머가 느끼게 되는 성취욕도 달라지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전작의 문제점을 개선해서 얻어낸 MGS 2의 또하나의 훌륭함이다.
그래픽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연출적인 면에서는 전작도 영화와 같은 훌륭한 연출을 보였주었다는데 반론을 제기할 수 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도트가 많이 튀는 그래픽보다는 좀더 매끄럽게 랜더링된 깔끔한 그래픽을 보고싶었을 것이다. 메탈기어 솔리드는 발매당시 뛰어난 수준의 그래픽이라고 평가할 수는 없었다. 이런 그래픽 속에도 연출기법 등은 상당한 평가를 받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좀 더 그래픽이 좋았더라면`하는 아쉬움이 남아있던 것 또한 분명했다. 그래서인지 MGS 2의 그래픽은 게이머들에게 아쉬움을 남기고 있지 않다. \"이보다 좋을 순 없다\"라는 말이 저절로 튀어나올 정도로 현재 최고의 수준을 자랑하는 그래픽이다. 따라서 연출효과는 극대화되었고 게임의 영상장면은 헐리우드 영화를 방불케하는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창의적 플레이를 요구한다
스네이크가 적에게 총격을 받아 피를 흘리게 되면서 도망을 가면 병사들을 핏자국을 보고 스네이크를 따라온다. 이렇게 인공지능은 완벽하다 할정도로 놀랍게 변해있다. 이것을 반대로 얘기하면 그만큼 게이머에게 할당되는 자유도도 커졌다는 얘기다. 전작과는 다르게 적병사를 따돌리는 방법에도 수십개가 존재한다. 박스에 숨어있다가 적이 등을 돌렸을 때 뒤를 공격하는법, 길목 한가운데 야한책을 놔두면 적병사들이 그것을 보느라 정신없을 때 따돌리는 법, 일부러 감시카메라에 들킨다음 적병사들이 모두 감시카메라의 구역으로 몰려들 때를 틈타 다른 구역을 쉽게 통과하는 등 게이머가 창의적으로 개발해서 사용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이 존재하는 것 또한 굉장히 놀랍다.
하는 게임인가 보는 게임인가?
MGS 2에는 장점이 될지도, 단점이 될지도 모르는 애매한 요소가 있다. 그것은 바로 이벤트영상이 차지하는 분량이다. 게임을 직접하는 시간과 이벤트영상의 분량은 약 2:1의 비율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게임에서 영상이 차지하는 부분이 1/3이나 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MGS 2는 파이날 판타지 7 등장이후 흔히 게임계의 유행어가 되다시피한 \"게임이 하는거냐? 보는거냐?\"라는 비판의 도마에 오르게 된다. 그렇다면 장점이니 단점이니 하는 해답은 어디서 찾아야 한다는 말인가? 고민한 끝에 얻어낸 결론이 있으니 필자는 이 갈림길의 이정표를 [스킵]이라는 요소에서 찾을 수 있었다.
근본적인 문제에 접근해서 [게임이 하는거냐 보는거냐]라는 논쟁자체가 발생한 까닭은 게이머들의 취향이 `하는 것만 좋아하는 취향`과 `보는 것도 좋아하는 취향`으로 나뉘어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해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MGS 2에는 스킵기능이 있다. 긴 영상이 보기가 싫다면 스킵을 하고 게임만 열중하라는 것이다. 긴 영상이 보기 싫다, 머리아픈 스토리따윈 알고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게이머들은 스킵기능을 이용해서 이벤트영상을 넘기고 게임만 즐기면 되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게임을 하면서 드라마틱한 게임의 스토리를 즐기면서 보는 재미도 얻고싶다라고 생각되면 그대로 준비된 영상을 즐기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답은 의외로 간단하게 나온 셈이다. 머리아프게 복잡하게 돌려가면 생각할 것이 없지 않은가? 게임이 하는것이라고 주장하는 게이머들은 영상을 스킵하고 게임만 즐기면되고 보는 것도 같이 즐기고 싶은 게이머는 그냥 보면 되는 것. 이로써 양쪽모두에게 불평거리는 없애놓은 셈이다.
성우들 연기, 영화를 방불케할 정도
성우들의 연기 또한 대단하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연기와 차이가 없을 정도로 성우들의 연기는 리얼함 그 자체다. 가끔씩 오버하는 장면부터 시작하여 터져나오는 심각한 분위기의 대사들 또한 메탈기어 솔리드 인기비결의 일등공신이다. 사운드를 빠뜨리면 음악제작스텝이 서운할 것이다. 이벤트시에는 비장미 넘치는 메탈기어의 테마를 비롯, 수많은 헐리웃 풍의 음악들이 터져나온다. 게임플레이시에도 위기상황과 잠입상황의 음악이 달라 `위험하다`라는 기분을 눈이 아닌 귀로서 체험할 수 있게 해준다. 게임상에서의 여러 가지 효과음도 뛰어나다. 이 효과음이 MGS 2를 눈만이 아닌 귀로도 게임을 할 수 있게해주는 감각적인 요소를 만들어주고 있는 것이다. 최근들어 인간과 비슷한 리얼한 캐릭터의 움직임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게임인 [귀무자]를 비롯 CG영화 [파이날 판타지 무비] 등에 도입한 `모션캡처기법`을 MGS 2에도 도입했다. 그 결과물로 캐릭터들의 사실감 넘치는 움직임을 낳았다. 전작보다 훨씬 부드러워진 움직임은 한결 더 코지마가 목표로 하는 `영화에 가까운 게임`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게임의 백미, 스토리의 완성도는?
게임의 반이상을 이끌고 있다고해도 과언이 아닐 스토리에 대한 평가를 해보자. 전작이 수많은 인기를 끌고 몇 년이 지나도 많은 사람들의 가슴속에 잊혀지지 않은채 간직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매력적인 스토리가 아닐 듯 싶다. 전작의 스토리는 굉장이 심오하면서도 깊이가 있었다. 영화 [식스센스]에서 보여주었던 뛰어난 수준의 극적반전을 만들어내는데도 성공했다. 유전자, 핵, 스텔스미체 등의 전문적인 내용이 많아 게임의 전체를 이해하는 것은 힘들었지만 어느정도의 이해만으로도 스토리의 깊이와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또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은 스토리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지 않았다.
MGS 2의 스토리도 굉장한 반전을 거듭한다. 전작의 스토리와 이번작의 스토리를 비교하여 어느것이 낫다고 한다면 섣불리 말할 수 없다. 확실한 것은 전작의 스토리가 너무 뛰어나 이것을 능가하는 스토리를 만들어내기란 쉽지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많은 사람들의 불안을 말끔히 날려주었다는 점이다. 적어도 대부분의 게임이 보여주듯 앞으로 벌어질 이야기와 정체불명의 캐릭터에 대한 것들이 게이머의 예상과 딱딱 맞아떨어지는 게임은 재미가 없지 않은가? 앞을 전혀 예측할 수 없다는 점. 이래서 나는 메탈기어 시리즈의 스토리가 좋다! 하지만 메탈기어 솔리드 2의 대단해보이는 스토리도 뒤로가면 상당히 어색해진다. 너무 꼬아서 그런건지 내 이해력이 부족한것인지 모르지만 너무 사건을 필연적으로 만들었으며 뭔가 매듭이 흐느적하다는 느낌이다. 2편이 완결편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지 뭔가 답답한 느낌이 계속 남아있는 것이 나쁘다. 마지막에 오타콘이 말한 패트리어트가 100년전에 죽었다는 내용은 과연 무엇일까? 패트리어트도 대령처럼 생명을 디지털화 시켰다는 것인가? 이야기가 너무 수습할 수 없는 사태에 까지 간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
한글번역, 정말 우울하다
외국 헐리우드의 영화가 들어올 때 보통 번역가를 간판으로 내새우는 영화들이 많다. 특히나 이미도씨 등의 유명 번역가들을 영화포스터에 내새우면 많은 사람들은 번역에 대한 ‘믿음’을 가진다. 즉, 작품을 해치지 않고 그대로 우리말로 바꾸어 멋지게 영화를 토착해준다는 것이다. 그런의미에서 번역이라는 작업은 굉장히 중요하다. 메탈기어 솔리드 2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나 멋들어진 코지마 히데오의 문장력으로 유명한 게임이기 때문에 더욱더 문장의 번역은 빛을 발휘할 정도로 뛰어난 의역을 필요로한다. 그렇다면 이번에 정식발매된 메탈기어 솔리드 2의 한글화작업에 대한 내 소견을 말하자면... 한글폰트가 이쁘고 밉고의 문제를 떠나서 번역에 상당한 문제가 있다고 말하고 싶다. 전문가들이 번역한 문장들과 어휘력을 평가할정도로 내가 영어를 잘하는 것은 아니다. 단, 이 번역은 메탈기어 솔리드 2를 직접 해보았던 게이머가 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번역 전문가가 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게임에 대해서 제대로 아는 사람이 존대말과 반말의 구분도 짓지 않고 대화를 군대식으로 딱딱 짤라먹는 행위는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이다. ‘~했다’, ‘~한다’, ‘~ 다’ 문장이 대부분 딱딱해서 게임의 원작을 망친다. 병사들이 상사에게 반말을 하지를 않나... 내용의 번역이야 완벽할지 모르겠지만 어휘력이 영 꽝이다. 예를들어 오타콘과 절친한 사이인 스네이크와의 대화내용에서.
“오타콘! 나는 메탈기어 2가 재밌다. 정말 재밌다”
“나도 그렇다. 스네이크. 정말 재밌는 것 같다”
라고 하는 것이 스토리를 부드럽게 만들어줄까 아니면,
“오타콘 메탈기어 2 끝내주는데? 정말 재밌군”
“나도 그래, 그네이크. 정말 재밌는데!”
라고 하는 것이 스토리를 부드럽게 만들어 줄 것인가? 즉, 이 번역의 문제점은 메탈기어 솔리드 2의 스토리나 게임을 잘 모르고 단순히 번역작업만 충실히 한 것에서 비롯된 것이다. 아무리 내놓으라고 하는 번역가라도 분명 게임에 대한 내용을 모르면 그렇게 해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즉, 적어도 번역하는 사람이 메탈기어 시리즈나 최소한 메탈기어 솔리드 2를 한번쯤은 플레이해봤어야 했다는 것이다. 또 어휘의 사용이 매끄로왔어야 했다는 것이다.
영화와 게임의 벽을 허물다
대작게임, 소위 말하는 완벽한 게임의 리뷰가 힘든 이유는 그속에 존재하는 작은 결점을 찾아내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필자의 역량부족인지 MGS 2는 아쉽게도 작은결점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았다. 굳이 꼬집는다면 실제로 플레이하는 시간이 전체적으로 짧은감이 있다는 점과 스토리와 게임자체가 굉장히 사실적으로 흘러가는 반면에 모든 총알을 다 막아내는 포츈, 여기저기 날라다니는 뱀프 등의 비사실적 캐릭터들의 등장과 이러한 요소가 구석구석 존재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것이 영화가 아닌 게임이라는 점에서 흥미성을 감안한다면 마이너스 요소보다는 플러스 요소가 클 것이기 때문에 눈감아주자. MGS 2는 충분한 성공작이며 전작의 명성을 증폭시켜 이어갈 수 있는 대작이다. 게임과 영화의 경계선을 가리려하지 말자. 게임의 장르를 탓하지 말자. 차라리 MGS 2를 영화적 요소와 게임적 요소가 복합된 하나의 새로운 장르로서 봐주자. 영화인이나 게이머나 모두 환호할만한 완성품 MGS 2, 언제나 그랬듯이 게임의 역사에 있어서 새로운 길을 갈고 닦아주는 작품으로서 높은 평가를 아끼지 않는다. 더불어 이제 얼마 안있으면 영화평론가가 게임을 평론하는 날이 멀지 않았음을 느끼게 하는... 그러한 작품이었다.
메탈기어 시리즈의 역사
메탈기어는 계속해서 MSX, 패미컴으로 등장하며 2편까지 제작되었고 나름대로의 많은 인기를 끌며 여러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거의 6년이 넘도록 소식이 없다가 코나미는 PS용으로 3D로 만들어진 메탈기어 솔리드를 제작중이라고 발표했다. 3D로 메탈기어 솔리드가 발매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메탈기어를 한번이라도 플레이해봤던 게이머들은 흥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메탈기어 솔리드가 발매되고나서 전세계는 [메탈기어 솔리드]를 찬사했다. 3D를 확실하게 활용한 연출과 게임성,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잘 짜여진 스토리, 멋드러지는 캐릭터들의 연기, 짜릿한 보스전과 숨가쁜 액션 등 최고의 액션어드벤처 게임의 탄생이었다. 결국 메탈기어 솔리드는 일본에서 다시 한번 그 이름을 드높였으며 미국에서는 이 게임에 대항할 인기를 가진 게임이 없을 정도로 절대적인 인기를 자랑했다. 그리고 3년뒤 PS 2용으로 메탈기어 솔리드의 속편인 [메탈기어 솔리드 2]가 발매된 것이다.
전작의 단점을 완전보완
많은 사람들이 메탈기어 솔리드의 완벽한 게임성을 칭찬했고 단점의 지적은 거의 하지 않았기 때문에 제작자는 자칫 이 게임에서 존재하던 작은 결점들을 잃어버리기가 쉽다. 하지만 코지마는 한번 했던 실수는 용서하지 않았다. 완벽한 게임성을 자랑했던 메탈기어 솔리드. 하지만 몇가지 문제점은 가지고 있었다. 첫째는 인공지능이다. 전작에서 문제가 되었던 적 병사의 단순한 패턴의 움직임이 이번 작품에서는 소름끼칠 정도로 완벽하게 개선되었다. 게임을 하지 않았던 사람이라도 필자의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면 놀라움을 금치못할 듯 하다. 이번 작품에서는 적에게 발견되면 적은 재빨리 다른 병사들에게 지원을 요청한다. 만약 지원을 요청하던 중 게이머에게 당하게 되면 지원요청을 받던 병사는 연락이 끊긴 지점으로 병사들을 순찰보낸다. 만약 게이머에게 살해된 적 병사가 있으면 순찰해오던 병사들은 생사를 확인하고 죽었으면 적이 침입한 것으로 가정하고 비상경계령을 발동시킨다.
또한 전작에서는 대부분 3인칭으로 전투를 했기 때문에 전투의 미세함이 결여되어 있었다. 역시 이 부분도 문제점을 느꼈는지 2편에서는 1인칭모드가 게임의 기본적인 모드가 돼버렸다. 따라서 전투나 전략에 있어서 세밀한 부분까지 관여할 수 있다. 예를들어 M9총(마취총)으로 적을 잠재우고 싶어하는 경우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전작과 같은 경우에는 가까이 다가가서 총을 쏴야할 것이다. 하지만 이번엔 멀리서 1인칭모드로 적을 겨냥할 수 있다. 또 적의 어느 부분을 맞추는가에 따라서도 판정이 다르다. 예를들어 머리를 겨냥하면 적은 한발이면 그 자리에서 쓰러진다. 다리를 겨냥하면 세발에서 네발까지를 요구하게 된다. 따라서 머리를 맞추기 위한 세밀한 조작이 요구되고 어느 부위를 맞추느냐에 따라서 게이머가 느끼게 되는 성취욕도 달라지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전작의 문제점을 개선해서 얻어낸 MGS 2의 또하나의 훌륭함이다.
그래픽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연출적인 면에서는 전작도 영화와 같은 훌륭한 연출을 보였주었다는데 반론을 제기할 수 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도트가 많이 튀는 그래픽보다는 좀더 매끄럽게 랜더링된 깔끔한 그래픽을 보고싶었을 것이다. 메탈기어 솔리드는 발매당시 뛰어난 수준의 그래픽이라고 평가할 수는 없었다. 이런 그래픽 속에도 연출기법 등은 상당한 평가를 받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좀 더 그래픽이 좋았더라면`하는 아쉬움이 남아있던 것 또한 분명했다. 그래서인지 MGS 2의 그래픽은 게이머들에게 아쉬움을 남기고 있지 않다. \"이보다 좋을 순 없다\"라는 말이 저절로 튀어나올 정도로 현재 최고의 수준을 자랑하는 그래픽이다. 따라서 연출효과는 극대화되었고 게임의 영상장면은 헐리우드 영화를 방불케하는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창의적 플레이를 요구한다
스네이크가 적에게 총격을 받아 피를 흘리게 되면서 도망을 가면 병사들을 핏자국을 보고 스네이크를 따라온다. 이렇게 인공지능은 완벽하다 할정도로 놀랍게 변해있다. 이것을 반대로 얘기하면 그만큼 게이머에게 할당되는 자유도도 커졌다는 얘기다. 전작과는 다르게 적병사를 따돌리는 방법에도 수십개가 존재한다. 박스에 숨어있다가 적이 등을 돌렸을 때 뒤를 공격하는법, 길목 한가운데 야한책을 놔두면 적병사들이 그것을 보느라 정신없을 때 따돌리는 법, 일부러 감시카메라에 들킨다음 적병사들이 모두 감시카메라의 구역으로 몰려들 때를 틈타 다른 구역을 쉽게 통과하는 등 게이머가 창의적으로 개발해서 사용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이 존재하는 것 또한 굉장히 놀랍다.
하는 게임인가 보는 게임인가?
MGS 2에는 장점이 될지도, 단점이 될지도 모르는 애매한 요소가 있다. 그것은 바로 이벤트영상이 차지하는 분량이다. 게임을 직접하는 시간과 이벤트영상의 분량은 약 2:1의 비율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게임에서 영상이 차지하는 부분이 1/3이나 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MGS 2는 파이날 판타지 7 등장이후 흔히 게임계의 유행어가 되다시피한 \"게임이 하는거냐? 보는거냐?\"라는 비판의 도마에 오르게 된다. 그렇다면 장점이니 단점이니 하는 해답은 어디서 찾아야 한다는 말인가? 고민한 끝에 얻어낸 결론이 있으니 필자는 이 갈림길의 이정표를 [스킵]이라는 요소에서 찾을 수 있었다.
근본적인 문제에 접근해서 [게임이 하는거냐 보는거냐]라는 논쟁자체가 발생한 까닭은 게이머들의 취향이 `하는 것만 좋아하는 취향`과 `보는 것도 좋아하는 취향`으로 나뉘어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해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MGS 2에는 스킵기능이 있다. 긴 영상이 보기가 싫다면 스킵을 하고 게임만 열중하라는 것이다. 긴 영상이 보기 싫다, 머리아픈 스토리따윈 알고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게이머들은 스킵기능을 이용해서 이벤트영상을 넘기고 게임만 즐기면 되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게임을 하면서 드라마틱한 게임의 스토리를 즐기면서 보는 재미도 얻고싶다라고 생각되면 그대로 준비된 영상을 즐기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답은 의외로 간단하게 나온 셈이다. 머리아프게 복잡하게 돌려가면 생각할 것이 없지 않은가? 게임이 하는것이라고 주장하는 게이머들은 영상을 스킵하고 게임만 즐기면되고 보는 것도 같이 즐기고 싶은 게이머는 그냥 보면 되는 것. 이로써 양쪽모두에게 불평거리는 없애놓은 셈이다.
성우들 연기, 영화를 방불케할 정도
성우들의 연기 또한 대단하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연기와 차이가 없을 정도로 성우들의 연기는 리얼함 그 자체다. 가끔씩 오버하는 장면부터 시작하여 터져나오는 심각한 분위기의 대사들 또한 메탈기어 솔리드 인기비결의 일등공신이다. 사운드를 빠뜨리면 음악제작스텝이 서운할 것이다. 이벤트시에는 비장미 넘치는 메탈기어의 테마를 비롯, 수많은 헐리웃 풍의 음악들이 터져나온다. 게임플레이시에도 위기상황과 잠입상황의 음악이 달라 `위험하다`라는 기분을 눈이 아닌 귀로서 체험할 수 있게 해준다. 게임상에서의 여러 가지 효과음도 뛰어나다. 이 효과음이 MGS 2를 눈만이 아닌 귀로도 게임을 할 수 있게해주는 감각적인 요소를 만들어주고 있는 것이다. 최근들어 인간과 비슷한 리얼한 캐릭터의 움직임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게임인 [귀무자]를 비롯 CG영화 [파이날 판타지 무비] 등에 도입한 `모션캡처기법`을 MGS 2에도 도입했다. 그 결과물로 캐릭터들의 사실감 넘치는 움직임을 낳았다. 전작보다 훨씬 부드러워진 움직임은 한결 더 코지마가 목표로 하는 `영화에 가까운 게임`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게임의 백미, 스토리의 완성도는?
게임의 반이상을 이끌고 있다고해도 과언이 아닐 스토리에 대한 평가를 해보자. 전작이 수많은 인기를 끌고 몇 년이 지나도 많은 사람들의 가슴속에 잊혀지지 않은채 간직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매력적인 스토리가 아닐 듯 싶다. 전작의 스토리는 굉장이 심오하면서도 깊이가 있었다. 영화 [식스센스]에서 보여주었던 뛰어난 수준의 극적반전을 만들어내는데도 성공했다. 유전자, 핵, 스텔스미체 등의 전문적인 내용이 많아 게임의 전체를 이해하는 것은 힘들었지만 어느정도의 이해만으로도 스토리의 깊이와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또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은 스토리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지 않았다.
MGS 2의 스토리도 굉장한 반전을 거듭한다. 전작의 스토리와 이번작의 스토리를 비교하여 어느것이 낫다고 한다면 섣불리 말할 수 없다. 확실한 것은 전작의 스토리가 너무 뛰어나 이것을 능가하는 스토리를 만들어내기란 쉽지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많은 사람들의 불안을 말끔히 날려주었다는 점이다. 적어도 대부분의 게임이 보여주듯 앞으로 벌어질 이야기와 정체불명의 캐릭터에 대한 것들이 게이머의 예상과 딱딱 맞아떨어지는 게임은 재미가 없지 않은가? 앞을 전혀 예측할 수 없다는 점. 이래서 나는 메탈기어 시리즈의 스토리가 좋다! 하지만 메탈기어 솔리드 2의 대단해보이는 스토리도 뒤로가면 상당히 어색해진다. 너무 꼬아서 그런건지 내 이해력이 부족한것인지 모르지만 너무 사건을 필연적으로 만들었으며 뭔가 매듭이 흐느적하다는 느낌이다. 2편이 완결편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지 뭔가 답답한 느낌이 계속 남아있는 것이 나쁘다. 마지막에 오타콘이 말한 패트리어트가 100년전에 죽었다는 내용은 과연 무엇일까? 패트리어트도 대령처럼 생명을 디지털화 시켰다는 것인가? 이야기가 너무 수습할 수 없는 사태에 까지 간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
한글번역, 정말 우울하다
외국 헐리우드의 영화가 들어올 때 보통 번역가를 간판으로 내새우는 영화들이 많다. 특히나 이미도씨 등의 유명 번역가들을 영화포스터에 내새우면 많은 사람들은 번역에 대한 ‘믿음’을 가진다. 즉, 작품을 해치지 않고 그대로 우리말로 바꾸어 멋지게 영화를 토착해준다는 것이다. 그런의미에서 번역이라는 작업은 굉장히 중요하다. 메탈기어 솔리드 2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나 멋들어진 코지마 히데오의 문장력으로 유명한 게임이기 때문에 더욱더 문장의 번역은 빛을 발휘할 정도로 뛰어난 의역을 필요로한다. 그렇다면 이번에 정식발매된 메탈기어 솔리드 2의 한글화작업에 대한 내 소견을 말하자면... 한글폰트가 이쁘고 밉고의 문제를 떠나서 번역에 상당한 문제가 있다고 말하고 싶다. 전문가들이 번역한 문장들과 어휘력을 평가할정도로 내가 영어를 잘하는 것은 아니다. 단, 이 번역은 메탈기어 솔리드 2를 직접 해보았던 게이머가 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번역 전문가가 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게임에 대해서 제대로 아는 사람이 존대말과 반말의 구분도 짓지 않고 대화를 군대식으로 딱딱 짤라먹는 행위는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이다. ‘~했다’, ‘~한다’, ‘~ 다’ 문장이 대부분 딱딱해서 게임의 원작을 망친다. 병사들이 상사에게 반말을 하지를 않나... 내용의 번역이야 완벽할지 모르겠지만 어휘력이 영 꽝이다. 예를들어 오타콘과 절친한 사이인 스네이크와의 대화내용에서.
“오타콘! 나는 메탈기어 2가 재밌다. 정말 재밌다”
“나도 그렇다. 스네이크. 정말 재밌는 것 같다”
라고 하는 것이 스토리를 부드럽게 만들어줄까 아니면,
“오타콘 메탈기어 2 끝내주는데? 정말 재밌군”
“나도 그래, 그네이크. 정말 재밌는데!”
라고 하는 것이 스토리를 부드럽게 만들어 줄 것인가? 즉, 이 번역의 문제점은 메탈기어 솔리드 2의 스토리나 게임을 잘 모르고 단순히 번역작업만 충실히 한 것에서 비롯된 것이다. 아무리 내놓으라고 하는 번역가라도 분명 게임에 대한 내용을 모르면 그렇게 해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즉, 적어도 번역하는 사람이 메탈기어 시리즈나 최소한 메탈기어 솔리드 2를 한번쯤은 플레이해봤어야 했다는 것이다. 또 어휘의 사용이 매끄로왔어야 했다는 것이다.
영화와 게임의 벽을 허물다
대작게임, 소위 말하는 완벽한 게임의 리뷰가 힘든 이유는 그속에 존재하는 작은 결점을 찾아내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필자의 역량부족인지 MGS 2는 아쉽게도 작은결점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았다. 굳이 꼬집는다면 실제로 플레이하는 시간이 전체적으로 짧은감이 있다는 점과 스토리와 게임자체가 굉장히 사실적으로 흘러가는 반면에 모든 총알을 다 막아내는 포츈, 여기저기 날라다니는 뱀프 등의 비사실적 캐릭터들의 등장과 이러한 요소가 구석구석 존재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것이 영화가 아닌 게임이라는 점에서 흥미성을 감안한다면 마이너스 요소보다는 플러스 요소가 클 것이기 때문에 눈감아주자. MGS 2는 충분한 성공작이며 전작의 명성을 증폭시켜 이어갈 수 있는 대작이다. 게임과 영화의 경계선을 가리려하지 말자. 게임의 장르를 탓하지 말자. 차라리 MGS 2를 영화적 요소와 게임적 요소가 복합된 하나의 새로운 장르로서 봐주자. 영화인이나 게이머나 모두 환호할만한 완성품 MGS 2, 언제나 그랬듯이 게임의 역사에 있어서 새로운 길을 갈고 닦아주는 작품으로서 높은 평가를 아끼지 않는다. 더불어 이제 얼마 안있으면 영화평론가가 게임을 평론하는 날이 멀지 않았음을 느끼게 하는... 그러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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