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생명의 게임(젤다의 전설 : 바람의 택트)
2003.01.17 11:36금강선
탈 리얼리티,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다
2000년 닌텐도 스페이스 월드에서 처음 공개된 게임큐브용 젤다의 전설은 게이머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진지한 모습으로 대결을 벌이고 있는 링크(젤다 시리즈의 주인공)와 가논드로프(젤다 시리즈의 보스)의 사실적인 게임그래픽이 제법 임팩트가 있었기 때문이다. 성인의 모습을 하고있는 링크의 박력과 뛰어난 광원효과 등을 보며 이제 닌텐도도 시대가 원하는 쪽으로 리얼리티를 추구한다는 인상이 강했다. 많은 게이머들은 박수의 갈채를 보냈고 젤다의 다음 작품이 게임큐브의 강력한 성능을 통해 태어나는 것을 기대하며 속편에 대한 기대가 급속도로 높아져갔다.
그리고 일년후 스페이스 월드에서 공개된 새로운 젤다는 1년전 보여줬던 데모영상의 작품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진지한 분위기는 커녕 익살스러운 분위기의 역시나 닌텐도라는 말이 저절로 나올법한 아동틱한 화면이 펼쳐졌다. 카툰랜더링(쉘쉐이딩)을 훌륭하게 사용했다는 점만이 게이머들의 볼거리가 됐을뿐, 이를 지켜보던 게이머들은 패닉에 빠져버렸다. 이 영상이 나간 후 닌텐도의 팬 등 중 진보세력(닌텐도의 기술력이 시장상황에 맞게 성인층을 타겟으로 진보해야한다는 주장을 하는 세력)들이 크게 반발했다.
닌텐도가 매트로이드 프라임이나 이터널 다크니스 등의 작품을 선보이면서 성인취향에 한발자국 다가가는 진취적인 모습을 보여주던 시기였기 때문에 어찌보면 카툰랜더링으로 나온 젤다의 전설은 닌텐도의 게임철학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며 성인링크가 싸우는 장면을 통해 보여줬던 리얼리티는 닌텐도의 방향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을 각인시켰던 사건이다.
최근 나오는 게임타이틀들을 보면 게임계의 발전속도가 굉장히 빠른 속도를 보여주고 있음을 느낄 것이다. 3D기술이 시작된 이래 급속도로 발전해온 게임그래픽은 리얼리티라는 공동목표를 두고 똑같은 이상향을 쫓아가면서 게임의 미래를 정형화해나가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여기서 말하려는 ‘쉘쉐이딩’이라는 기술은 앞문장에서 내린 정의를 부정해버릴만큼 획기적인 기술은 아니다.
이미 젯셋라디오나 포포로크로이스 이야기 등의 게임들을 통해 일반 게이머들에게까지 널리 알려져있는 기술이며 그래픽 표현방법에 있어서 하나의 수법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이머들이 젤다의 전설 : 바람의택트를 플레이해보면 마치 이 기술(쉘쉐이딩기법)을 처음 보는 것처럼 탄성을 지르게 된다. 그 이유는 캐릭터와 배경의 완벽한 만화다움에 있다. 기존에 쉘쉐이딩을 사용한 게임들은 만화같다정도였다면 이것은 만화다라고 불릴만큼의 퀄리티 차이를 보인다. 동일기법으로는 기술력으로 볼 때 정점에 서있다고나 할까. 이미 닌텐도는 쉘쉐이딩 기법이 게임에서 쓰이게 된 목적을 건너뛰어 이 수법의 미래, 혹은 종착점을 밟아버렸다.
궁극적으로는 최근 3D게임이 추구해왔던 인터랙티브 무비(interactive movie)를 실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려면 인터랙티브 애니메이션을 실현시켰다고 해야하나. 어쨌든 대작게임의 정의가 획일화되어가는 가운데 발매된 젤다의 전설 : 바람의 택트는 게임계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으며 게임의 본질적인 의미와 그에 따른 발전방향에 이르기까지 이에 대한 원초적인 질문을 게이머에게 던지고 있는 것이다.
게임은 정녕 그 본질이 진보하는 엔터테인먼트인가?
해답은 아래 리뷰내용들을 통해서 얻어나가보자.
완벽한게임의 속편이 받는 딜레마
바람의 택트의 전작인 닌텐도 64용 젤다의 전설: 시간의 오카리나는 완벽한 게임으로 칭송받았다. 여러 언론으로부터 쏟아지는 만점세례는 물론 많은 게이머들에게까지 액션RPG계의 최고의 명작으로 남아있는 게임이 전작인 시간의 오카리나였다. 이렇게 완벽에 가까운 작품을 만들어낸 전작이었기 때문에 후속편으로 넘어오면서 받아야하는 스트레스는 상당했다는 것을 어렵지않게 짐작할 수 있다.
이런 작품의 후속작을 만들어내는 제작자의 입장에서 받는 딜레마는 굉장한 것이었으리라. 새롭게 획기적인 변화를 추구하자니 전작에서 완벽에 가깝도록 완성해낸 젤다의 시스템이 울고, 기존의 있던 것을 그대로 가져다 쓰자니 시대가 요구하는 변화와 거리가 있는 작품이 될 것 같고... 즉, 완벽한 게임의 속편이 받는 딜레마를 극복하기란 굉장히 어려웠을 것이라는 결론이다.
제작자가 생각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두가지이다. 첫 번째는 현 시대의 게이머들이 원하는 쪽으로 성인링크를 등장시키고 화려함을 강조하여 리얼리티를 추구해가는 방식이다. 이 경우에는 기존 팬들뿐만 아니라 신규팬들까지 끌어들일 수 있는 효과를 가지게 되지만 지금까지 젤다의 전설 시리즈가 추구해온 철학이나 게임관 자체가 자칫 붕괴되어버릴 위험도 가지고 있다. 어쩌면 이것은 젤다가 아닌 젤다 시리즈가 될지도 모른다. 마치 파이날 판타지가 시리즈 6편에서 7편으로 변화하던 단계와 마찬가지로 말이다.
두 번째는 기존의 시스템이나 분위기(크게는 배경음악까지 포함)를 변화시키지 않는 범위내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이다. 즉, 본질은 그대로 두고 변화한 느낌을 게이머들에게 가져다주는 것이다. 이것은 훌륭한 시스템의 계승으로 어느 정도 기본적인 완성도를 보장해주며 기존 젤다팬들에게 호평을 받을만한 것이다. 결국 닌텐도는 후자를 택했다. 이것을 선택한 이유는 기존 젤다의 전설이 추구하던 방향과 닌텐도 64때부터 추진되던 리얼한 성향의 젤다가 맞지 않는 부분이 생긴 것 때문이다.
오카리나는 분명히 성공한 작품이지만 오카리나에서 그 이상의 발전은 젤다가 추구하는 것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었다. 그래서 제작자는 원점으로 돌아가자쪽을 선택한 것이리라. 또한 단순히 두 번째 경우를 택한 것에 그치지 않고 첫 번째 경우의 메리트인 폭넓은 타켓층이라는 부분을 뛰어난 애니메이션화면을 통해 해결해보려고 노력했다. 물론 이 아동틱한 화면에 실망한 게이머들도 상당수 있었지만 차츰 공개되는 게임화면에 많은 게이머들이 이 게임을 상당히 기대를 하는 분위기로 이어져나갔다. 또한 애니메이션인지 게임인지 구분을 못할 뛰어난 게임화면에 젤다를 모르던 게이머들도 하나둘씩 이 타이틀에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이다.
똑같은 골격에 다른 색깔을 칠하다
게임을 약 30여분간 플레이해보고 내뱉은 말은 이것이었다. 이것은 틀림없는 젤다이다. 애니메이션틱한 그래픽으로 게임의 분위기나 세계관이 변화되는 것은 아니냐는 걱정들은 기우였을음 확인시켜주었다. 분명 새로운 느낌으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고 움직이는 느낌이나 화면표현 방법이 달랐을 분 게임의 흐름이나 분위기는 분명한 젤다의 전설이었다.
다만 기본골격에 색칠을 다르게했을 뿐이다. 실제적으로 시대상황(혹은 시대수준?)으로부터 받는 임팩트 자체는 시간의 오카리나 때보다 훨씬 충격적이다. 분명히 지금시장에서는 어떤 게임이 등장하더라도 크게 놀라지 않는 분위기인데 바람의 택트는 분명 획기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으며 게임의 발전에 있어서도 새로운 길을 만들어주었다고 평가해도 큰 무리가 없을 듯 하다. 또한 앞서 얘기했듯이 후속편이 받는 딜레마 문제를 확실하게 해결한 점도 돋보인다. 바람의 택트는 젤다 시리즈를 처음 접해본 게이머일지라도 어렵지 않게 빠져들 수 있도록 하는 요소들이 게임 구석구석에 설계되어 있다.
단순하게는 애니메이션인지 게임인지 구분할 수 없는 화면상의 캐릭터를 움직이는 것 자체로도 30분 정도는 여유롭게 놀아볼 수 있다. 또한 애니메이션상의 캐릭터를 움직이고 있으면 게임이라는 문화를 처음 접했을 때의 두근거림이 그대로 느껴질 정도다. 그렇다면 이 게임은 게임 자체가 과거로의 회귀를 갈망하는 것이 아니라 게이머를 과거로의 회귀를 시켜보겠다는 제작자의 집념이 만들어낸 마법의 게임이란 말인가? 적어도 필자에게는 그렇게 느껴졌다. 그렇다. 나는 젤다의 마법에 걸려버렸다.
복잡하지도 반복적이지도 않은 사고를 원한다
왜 그럴까? 단순히 게임을 많이 해서만은 아닌 것 같다. 게임이 한번 막히기 시작하면 왜 끝까지 풀어볼 생각은 하지 않고 짜증을 내며 게임기의 전원을 꺼버리는 것이냐? 이것은 지금까지 여러 게임(초대작이든 졸작이든간에)을 해오면서 게임의 진행이 막혔을 때 습관처럼 해온 행동이다(졸작의 경우 약간의 욕도 곁들인 것 같다).
게임에서 도전의식을 찾을 수 없었다고 말한다면 게임들에 대한 실례가 될 수 있으니 나의 도전정신이나 집착이 과거에 비해서 크게 떨어졌다고 하자. 바람의 택트에서 진행이 막히면 왠일인지 오기가 난다. 게임진해 중 막혀버리면 짜증나는거야 다른게임과 마찬가지지만 이것(젤다)은 왜 굳이 풀어내려고 하는 것인가?
던전을 30분째 헤매고 있다. 도저히 길이 안보인다. 얻은 도구를 다 사용해봤지만 소용이 없다. 훅샷을 사용해보자. 부메랑을 사용해보자. 로프로 되는건 아닐까? 게이머의 발칙한 상상력이 총동원된다. 즉, 머리를 쓰게 된다는 것이다. RPG게임이 머리쓰는 것은 다 마찬가지 아니냐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바람의 택트에서 사용하는 두뇌회전은 일반 RPG의 전투쯤에서 찾아볼 수 있는 단순한 마법이나 공수체계, 데미지의 계산 등으로 인한 복잡하고 반복적인 것들이 아니다.
정말로 아이들이 터무늬 없이 생각해볼만한 것들을 게이머들은 연령에 상관없이 순수하게 상상력을 발휘한다. 안될 것을 알면서 괜히 혹시나 되진 않을까 행동을 해본다. 간혹 기대도 안했던 상상에 따른 행동이 퍼즐을 푸는데 성공을 했다면 뛸 듯이 기뻐한다. 결론적으로 이 게임에서의 두뇌회전은 즐겁다. 던전의 부분부분을 풀어나갈 때마다 제작자들이 요구하는 게이머들의 두뇌회전은 산뜻하면서 심지어는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제작자는 뛰어난 센스의 퍼즐들과 기막힌 완성도를 보이는 던전구조, 적절한 밸런스와 난이도를 맞추어 게이머들의 두뇌회전을 요구하기 위한 권리를 충분히 마련해둔 셈이다.
링크는 완벽하게 TV속에 살아있었다
TV안에서 필자와 함께 100시간 이상을 함께한 링크는 완벽한 생명체(?)였다. 제작자의 혼이 링크의 생명을 만들어낸 것일까? 내 TV안에서 주인공 링크는 완벽하게 살아 숨쉬고 있었다. 닌텐도가 쉘쉐이딩 화면을 통해 젤다세계관의 애니메이션화를 만들어냈다는 점과 더불어서 나는 그것 이상으로 캐릭터의 표정연기나 눈의 움직임 등에 주목하고 싶다. 캐릭터의 표정 하나하나가 그 캐릭터는 살아있다는 느낌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일반적으로 서있을 때의 멍청한 표정이나 힘이 쭉빠진 표정 등은 게이머들의 폭소를 터뜨린다. 물에서 숨이 차기 시작하면 표정이 변하며 케엑케엑거리는 소리는 우스우면서도 심리적으로는 다급해진다.
한가지 더! 눈의 움직임을 살펴보자. 개인적으로 이 게임 최대의 매력포인트 중 하나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 전작의 경우 링크가 새로운 장소에 도착하면 1인칭 시점으로 여기저기를 둘러봤었다. 그렇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링크가 특별한 힌트가 될만한 곳을 눈으로 주시하고 있다. 그러면 게이머는 저곳에 뭔가가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된다. 자신이 택트를 지휘하면서 가는 방향을 쳐다본다든지 던전내에서 퍼즐해결의 힌트가 될만한 장소를 쳐다본다든지 하는 눈짓들은 굉장히 애교스럽다.
그러다가도 칼을 집어들었을 때의 날카로운 눈매는 다시 비장감마저 느끼게 한다. 무엇인가 굉장히 좋은 아이템을 얻고 좋아서 날뛰는 눈을 보고 있으며 마치 링크의 행동이 게이머의 기분을 완벽하게 대신해주고 있는 일체감마저 만들어준다. 눈의 사실적인 움직임 하나가 캐릭터의 생명을 불어넣음은 물론 게이머와 게임의 캐릭터간의 싱크로율을 100%로 만들어주는 촉매제 역할까지 하고있는 것이다.
인형극의 극중수단으로 사용되는 캐릭터 인형의 느낌을 주지않고 캐릭터자체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는 점에서도 큰 점수를 줄만하다. 이 게임의 주인공 링크는 TV속에서 나를 대신해 모험해줄 분신으로 그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었다. 더 나아가 게임상의 캐릭터와 플레이어 사이에서 발생하는 미묘한 정마저 느끼게 해주었다. 엔딩에서 링크가 출항해나가면서 플레이어와의 헤어짐을 신고하게 될 때 그간 게임을 해오면서 느끼던 정으로부터 오는 아쉬움과 섭섭함. 이런 감정을 느낀 것은 비단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액션 RPG의 전투는 단순하다?
액션 RPG들이 자주 지적받는 부분이다. 잘 만들어진 액션 RPG를 보면 게임의 주가되는 전투부분을 지루하지 않게하기 위한 배려가 남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기본적으로 액션 RPG는 스토리 + 전투 + 퍼즐 정도의 구조로 되어있지만 이중에서도 전투의 비중은 상당히 크다. 그렇다면 전투가 단순하다는 것은 게임전체적인 지루함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의미로 봐도 무방하다. 실제로 퍼즐이나 여러 가지 면에서 상당한 완성도를 보여주었던 스타폭스 어드벤처도 전투의 지루함 때문에 전체적으로 게임이 단순해지고 지루해지는 경향을 보였던 아픈 기억이 있다. 그만큼 액션RPG에서의 전투의 비중은 큰 것이다.
젤다의 전설에서의 전투는 늘 즐겁다. 이번 작품에서는 적이 공격할 타이밍에 맞춰서 카운터공격을 하는 기능이 추가되어 전투의 새로운 맛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다양한 무기들과 어울려져 밸런스되어있는 다양한 몬스터들의 조화가 특히 전투의 지루함을 녹여준다. 어떤 몬스터가 나왔을 때 어떤 무기로 대처해야한다는 느낌. 게이머는 전투를 할 때도 끊임없이 생각을 해야한다. 이미 닌텐도는 게이머들이 전투시에 지루함을 느낄 틈 따위는 허락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완벽한 전작이 바람의 택트를 비완벽으로 만들었다?
바람의 택트의 스토리는 심오하지도, 복잡하지도 않다. 전작을 해보지 못했던 게이머들은 초반부분 이해가 조금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스토리의 비중은 크지 않다. 이것은 젤다의 특성이기 때문에 오히려 심오한 것이 어울리지 않을 것이다. 다만 스토리의 짜임새는 훌륭하기 때문에 이것만으로도 게임진행에 스토리로 인한 불만은 크게 없을 것으로 본다.
그렇다면 정작 게임에서 중요한 즐기는 파트를 분석해보자. 기존 시리즈들과 마찬가지로 모험해나가면서 여러 던전들을 클리어하고 던전의 마지막에는 박진감넘치는 보스전이 마련되어 있으며 스토리진행이 아닌 외적인 부분에도 상당히 많은 즐길 것들이 마련되어 있다. 난이도나 밸런스, 진행템포 등 어느 한편에서 큰 불만은 없다. 게임의 기본적인 골격이 시간의 오카리나와 너무 비슷하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맵자체도 바다를 주무대로 하여 확실한 분위기 차이를 느끼게 되고 던전의 수법도 새롭게 추가된 신선한 것들도 많이 보이고 있어서 색다른 기분으로 플레이할 수있다. 바다라는 특성을 이용해서 보물찾기나 유령선의 등장, 해도그리기, 각종 미니게임 등을 만들어 특성을 최대한 살려냈다.
특히 바람이라는 요소(나뭇잎 등의 아이템 등)를 이용한 던전내의 여러 가지 퍼즐이나 바람의 방향에 따른 게임의 진행변화 등의 요소들이 신선했다. 또한 초보자를 위해서인지 던전구조가 좀 더 편리성을 중요시하여 건설되었다는 점도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일부매니아들에게는 조금 섭섭할지도 모르겠다). 사운드면에서도 이미 익숙한 것들을 게임의 분위기에 맞게 절묘하게 만들어서 귀속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간다. 각종 효과음도 수준이 높아진 듯 하고 진동부분의 수법도 전작보다 크게 발전을 거두었다.
이렇게 전작과 마찬가지로 완벽한 완성도를 자랑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전작이 너무 완벽했기 때문에 비교가 되었는지 게임의 전개력에 있어서 적지않은 치명타가 존재한다. 게임을 클리어하고 보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겠지만 막상 게임을 플레이할 때는 상당히 지루하게 끌려가는 느낌이 들었던 것이 바로 트라이포스조각 찾기이다. 후반부에 이 트라이포스조각을 찾는데 걸리는 시간은 그리 적지 않다. 상당한 시간을 요구하는 이 미션에서는 뭔가 게임의 플레이시간을 늘리기 위해 만들어놓은 궁여지책이라는 씁쓸함이 감돌았다.
전작에서는 엔딩으로 갈 때까지 전혀 미적미적거리거나 질질 끄는 느낌을 받지 못했었지만 이번 트라이포스는 뭔가 급조된 느낌을 지울 수 없어 아쉬움으로 남는다. 물론 트라이포스 찾기만으로도 던전에서의 이벤트와는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긴 하다. 이것은 분명히 오카리나에는 없는 새로운 매력이지만 쓸떼없이 상당한 손을 거치는 반복적인 작업이라는 점이나 게임의 템포나 흥미를 떨어뜨릴 가능성도 높다는 점은 지적받아야할 것이다. 어쩌면 이 단점은 완벽한 전작 때문에 보이는 손해일지도 모르겠지만.
게임의 본질은 변하지않는다, 다만 시대에 맞게 변형될 뿐
결론적으로 젤다의 전설 : 바람의 택트는 완벽했다던 전작과 비교해서도 뒤쳐지지 않는 작품이다. 오히려 부분적으로는 전작보다 앞서는 부분도 상당히 많다. 제작자들이 직접적으로 발언하지는 않았지만 그들의 의지속에 과거로의 회귀는 충분한 성공을 걷었다고 평가하고 싶다. 리얼리티를 중시하는 발전방향을 탈피하여 게임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어준 것만으로 게임역사의 획을 긋는 큰일을 해주었다고 나는 감히 말한다. 그리고 이것이 콘솔게임의 발전방향이자 근본이며 콘솔게임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매력이라고도 자신있게 얘기한다.
자, 이제 거두절미하고 앞서 서론부분에서 제시한 물음에 대답해보자. 게임은 정녕 그 본질이 진보하는 엔터테인먼트인가?. 바람의 택트를 플레이해보고 난 이 질문에 대한 정확한 해답을 찾아냈다. 정확히 말하자면 게임은 본질은 진보하지 않는다. 게임의 본질은 하나이다. 다만 그것이 여러가지 형태(DDR같은 체험기계를 예로 들 수 있겠다)로 변화되고 시대상황에 따라 변화되어갈 뿐이다. 그렇다. 게임을 결코 진보하지 않는다. 다만 시대에 변화에 맞춰 형태만 바뀌어 나갈 뿐이다. 게임의 본질은 즐겁게 노는 것이다. 아차! 이제 게임의 본질에 대한 얘기도 질릴 때도 됐겠군. 하지만 너무 식상해하거나 복잡한 소리라고 나를 구박하지 말길 바란다. 아직도 게임불감증에 빠져서 이 해답을 찾으려는 사람들은 분명 많지 않은가?
답을 궁금하다면 젤다의 전설 : 바람의 택트를 당장 해보자. 즐겁게 논다라는 본질은 그대로 두고 시대에 변화에 맞춰 인터랙티브 애니메이션으로 둔갑한 바람의 택트를... 분명 해답이 게임 여기저기에 주렁주렁 열려있을 것이다. 아직도 이런 순수하고 담백한 게임이 등장하기 때문에 우리 게이머들은 행복하다. 그리고 애프터 서비스로 다음 작품이 나올 때 전작의 향수에 빠지며 새 작품을 기대하는 두근거림을 만들어줄 것이다.
<글/금강선>
2000년 닌텐도 스페이스 월드에서 처음 공개된 게임큐브용 젤다의 전설은 게이머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진지한 모습으로 대결을 벌이고 있는 링크(젤다 시리즈의 주인공)와 가논드로프(젤다 시리즈의 보스)의 사실적인 게임그래픽이 제법 임팩트가 있었기 때문이다. 성인의 모습을 하고있는 링크의 박력과 뛰어난 광원효과 등을 보며 이제 닌텐도도 시대가 원하는 쪽으로 리얼리티를 추구한다는 인상이 강했다. 많은 게이머들은 박수의 갈채를 보냈고 젤다의 다음 작품이 게임큐브의 강력한 성능을 통해 태어나는 것을 기대하며 속편에 대한 기대가 급속도로 높아져갔다.
그리고 일년후 스페이스 월드에서 공개된 새로운 젤다는 1년전 보여줬던 데모영상의 작품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진지한 분위기는 커녕 익살스러운 분위기의 역시나 닌텐도라는 말이 저절로 나올법한 아동틱한 화면이 펼쳐졌다. 카툰랜더링(쉘쉐이딩)을 훌륭하게 사용했다는 점만이 게이머들의 볼거리가 됐을뿐, 이를 지켜보던 게이머들은 패닉에 빠져버렸다. 이 영상이 나간 후 닌텐도의 팬 등 중 진보세력(닌텐도의 기술력이 시장상황에 맞게 성인층을 타겟으로 진보해야한다는 주장을 하는 세력)들이 크게 반발했다.
닌텐도가 매트로이드 프라임이나 이터널 다크니스 등의 작품을 선보이면서 성인취향에 한발자국 다가가는 진취적인 모습을 보여주던 시기였기 때문에 어찌보면 카툰랜더링으로 나온 젤다의 전설은 닌텐도의 게임철학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며 성인링크가 싸우는 장면을 통해 보여줬던 리얼리티는 닌텐도의 방향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을 각인시켰던 사건이다.
최근 나오는 게임타이틀들을 보면 게임계의 발전속도가 굉장히 빠른 속도를 보여주고 있음을 느낄 것이다. 3D기술이 시작된 이래 급속도로 발전해온 게임그래픽은 리얼리티라는 공동목표를 두고 똑같은 이상향을 쫓아가면서 게임의 미래를 정형화해나가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여기서 말하려는 ‘쉘쉐이딩’이라는 기술은 앞문장에서 내린 정의를 부정해버릴만큼 획기적인 기술은 아니다.
이미 젯셋라디오나 포포로크로이스 이야기 등의 게임들을 통해 일반 게이머들에게까지 널리 알려져있는 기술이며 그래픽 표현방법에 있어서 하나의 수법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이머들이 젤다의 전설 : 바람의택트를 플레이해보면 마치 이 기술(쉘쉐이딩기법)을 처음 보는 것처럼 탄성을 지르게 된다. 그 이유는 캐릭터와 배경의 완벽한 만화다움에 있다. 기존에 쉘쉐이딩을 사용한 게임들은 만화같다정도였다면 이것은 만화다라고 불릴만큼의 퀄리티 차이를 보인다. 동일기법으로는 기술력으로 볼 때 정점에 서있다고나 할까. 이미 닌텐도는 쉘쉐이딩 기법이 게임에서 쓰이게 된 목적을 건너뛰어 이 수법의 미래, 혹은 종착점을 밟아버렸다.
궁극적으로는 최근 3D게임이 추구해왔던 인터랙티브 무비(interactive movie)를 실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려면 인터랙티브 애니메이션을 실현시켰다고 해야하나. 어쨌든 대작게임의 정의가 획일화되어가는 가운데 발매된 젤다의 전설 : 바람의 택트는 게임계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으며 게임의 본질적인 의미와 그에 따른 발전방향에 이르기까지 이에 대한 원초적인 질문을 게이머에게 던지고 있는 것이다.
게임은 정녕 그 본질이 진보하는 엔터테인먼트인가?
해답은 아래 리뷰내용들을 통해서 얻어나가보자.
완벽한게임의 속편이 받는 딜레마
바람의 택트의 전작인 닌텐도 64용 젤다의 전설: 시간의 오카리나는 완벽한 게임으로 칭송받았다. 여러 언론으로부터 쏟아지는 만점세례는 물론 많은 게이머들에게까지 액션RPG계의 최고의 명작으로 남아있는 게임이 전작인 시간의 오카리나였다. 이렇게 완벽에 가까운 작품을 만들어낸 전작이었기 때문에 후속편으로 넘어오면서 받아야하는 스트레스는 상당했다는 것을 어렵지않게 짐작할 수 있다.
이런 작품의 후속작을 만들어내는 제작자의 입장에서 받는 딜레마는 굉장한 것이었으리라. 새롭게 획기적인 변화를 추구하자니 전작에서 완벽에 가깝도록 완성해낸 젤다의 시스템이 울고, 기존의 있던 것을 그대로 가져다 쓰자니 시대가 요구하는 변화와 거리가 있는 작품이 될 것 같고... 즉, 완벽한 게임의 속편이 받는 딜레마를 극복하기란 굉장히 어려웠을 것이라는 결론이다.
제작자가 생각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두가지이다. 첫 번째는 현 시대의 게이머들이 원하는 쪽으로 성인링크를 등장시키고 화려함을 강조하여 리얼리티를 추구해가는 방식이다. 이 경우에는 기존 팬들뿐만 아니라 신규팬들까지 끌어들일 수 있는 효과를 가지게 되지만 지금까지 젤다의 전설 시리즈가 추구해온 철학이나 게임관 자체가 자칫 붕괴되어버릴 위험도 가지고 있다. 어쩌면 이것은 젤다가 아닌 젤다 시리즈가 될지도 모른다. 마치 파이날 판타지가 시리즈 6편에서 7편으로 변화하던 단계와 마찬가지로 말이다.
두 번째는 기존의 시스템이나 분위기(크게는 배경음악까지 포함)를 변화시키지 않는 범위내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이다. 즉, 본질은 그대로 두고 변화한 느낌을 게이머들에게 가져다주는 것이다. 이것은 훌륭한 시스템의 계승으로 어느 정도 기본적인 완성도를 보장해주며 기존 젤다팬들에게 호평을 받을만한 것이다. 결국 닌텐도는 후자를 택했다. 이것을 선택한 이유는 기존 젤다의 전설이 추구하던 방향과 닌텐도 64때부터 추진되던 리얼한 성향의 젤다가 맞지 않는 부분이 생긴 것 때문이다.
오카리나는 분명히 성공한 작품이지만 오카리나에서 그 이상의 발전은 젤다가 추구하는 것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었다. 그래서 제작자는 원점으로 돌아가자쪽을 선택한 것이리라. 또한 단순히 두 번째 경우를 택한 것에 그치지 않고 첫 번째 경우의 메리트인 폭넓은 타켓층이라는 부분을 뛰어난 애니메이션화면을 통해 해결해보려고 노력했다. 물론 이 아동틱한 화면에 실망한 게이머들도 상당수 있었지만 차츰 공개되는 게임화면에 많은 게이머들이 이 게임을 상당히 기대를 하는 분위기로 이어져나갔다. 또한 애니메이션인지 게임인지 구분을 못할 뛰어난 게임화면에 젤다를 모르던 게이머들도 하나둘씩 이 타이틀에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이다.
똑같은 골격에 다른 색깔을 칠하다
게임을 약 30여분간 플레이해보고 내뱉은 말은 이것이었다. 이것은 틀림없는 젤다이다. 애니메이션틱한 그래픽으로 게임의 분위기나 세계관이 변화되는 것은 아니냐는 걱정들은 기우였을음 확인시켜주었다. 분명 새로운 느낌으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고 움직이는 느낌이나 화면표현 방법이 달랐을 분 게임의 흐름이나 분위기는 분명한 젤다의 전설이었다.
다만 기본골격에 색칠을 다르게했을 뿐이다. 실제적으로 시대상황(혹은 시대수준?)으로부터 받는 임팩트 자체는 시간의 오카리나 때보다 훨씬 충격적이다. 분명히 지금시장에서는 어떤 게임이 등장하더라도 크게 놀라지 않는 분위기인데 바람의 택트는 분명 획기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으며 게임의 발전에 있어서도 새로운 길을 만들어주었다고 평가해도 큰 무리가 없을 듯 하다. 또한 앞서 얘기했듯이 후속편이 받는 딜레마 문제를 확실하게 해결한 점도 돋보인다. 바람의 택트는 젤다 시리즈를 처음 접해본 게이머일지라도 어렵지 않게 빠져들 수 있도록 하는 요소들이 게임 구석구석에 설계되어 있다.
단순하게는 애니메이션인지 게임인지 구분할 수 없는 화면상의 캐릭터를 움직이는 것 자체로도 30분 정도는 여유롭게 놀아볼 수 있다. 또한 애니메이션상의 캐릭터를 움직이고 있으면 게임이라는 문화를 처음 접했을 때의 두근거림이 그대로 느껴질 정도다. 그렇다면 이 게임은 게임 자체가 과거로의 회귀를 갈망하는 것이 아니라 게이머를 과거로의 회귀를 시켜보겠다는 제작자의 집념이 만들어낸 마법의 게임이란 말인가? 적어도 필자에게는 그렇게 느껴졌다. 그렇다. 나는 젤다의 마법에 걸려버렸다.
복잡하지도 반복적이지도 않은 사고를 원한다
왜 그럴까? 단순히 게임을 많이 해서만은 아닌 것 같다. 게임이 한번 막히기 시작하면 왜 끝까지 풀어볼 생각은 하지 않고 짜증을 내며 게임기의 전원을 꺼버리는 것이냐? 이것은 지금까지 여러 게임(초대작이든 졸작이든간에)을 해오면서 게임의 진행이 막혔을 때 습관처럼 해온 행동이다(졸작의 경우 약간의 욕도 곁들인 것 같다).
게임에서 도전의식을 찾을 수 없었다고 말한다면 게임들에 대한 실례가 될 수 있으니 나의 도전정신이나 집착이 과거에 비해서 크게 떨어졌다고 하자. 바람의 택트에서 진행이 막히면 왠일인지 오기가 난다. 게임진해 중 막혀버리면 짜증나는거야 다른게임과 마찬가지지만 이것(젤다)은 왜 굳이 풀어내려고 하는 것인가?
던전을 30분째 헤매고 있다. 도저히 길이 안보인다. 얻은 도구를 다 사용해봤지만 소용이 없다. 훅샷을 사용해보자. 부메랑을 사용해보자. 로프로 되는건 아닐까? 게이머의 발칙한 상상력이 총동원된다. 즉, 머리를 쓰게 된다는 것이다. RPG게임이 머리쓰는 것은 다 마찬가지 아니냐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바람의 택트에서 사용하는 두뇌회전은 일반 RPG의 전투쯤에서 찾아볼 수 있는 단순한 마법이나 공수체계, 데미지의 계산 등으로 인한 복잡하고 반복적인 것들이 아니다.
정말로 아이들이 터무늬 없이 생각해볼만한 것들을 게이머들은 연령에 상관없이 순수하게 상상력을 발휘한다. 안될 것을 알면서 괜히 혹시나 되진 않을까 행동을 해본다. 간혹 기대도 안했던 상상에 따른 행동이 퍼즐을 푸는데 성공을 했다면 뛸 듯이 기뻐한다. 결론적으로 이 게임에서의 두뇌회전은 즐겁다. 던전의 부분부분을 풀어나갈 때마다 제작자들이 요구하는 게이머들의 두뇌회전은 산뜻하면서 심지어는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제작자는 뛰어난 센스의 퍼즐들과 기막힌 완성도를 보이는 던전구조, 적절한 밸런스와 난이도를 맞추어 게이머들의 두뇌회전을 요구하기 위한 권리를 충분히 마련해둔 셈이다.
링크는 완벽하게 TV속에 살아있었다
TV안에서 필자와 함께 100시간 이상을 함께한 링크는 완벽한 생명체(?)였다. 제작자의 혼이 링크의 생명을 만들어낸 것일까? 내 TV안에서 주인공 링크는 완벽하게 살아 숨쉬고 있었다. 닌텐도가 쉘쉐이딩 화면을 통해 젤다세계관의 애니메이션화를 만들어냈다는 점과 더불어서 나는 그것 이상으로 캐릭터의 표정연기나 눈의 움직임 등에 주목하고 싶다. 캐릭터의 표정 하나하나가 그 캐릭터는 살아있다는 느낌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일반적으로 서있을 때의 멍청한 표정이나 힘이 쭉빠진 표정 등은 게이머들의 폭소를 터뜨린다. 물에서 숨이 차기 시작하면 표정이 변하며 케엑케엑거리는 소리는 우스우면서도 심리적으로는 다급해진다.
한가지 더! 눈의 움직임을 살펴보자. 개인적으로 이 게임 최대의 매력포인트 중 하나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 전작의 경우 링크가 새로운 장소에 도착하면 1인칭 시점으로 여기저기를 둘러봤었다. 그렇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링크가 특별한 힌트가 될만한 곳을 눈으로 주시하고 있다. 그러면 게이머는 저곳에 뭔가가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된다. 자신이 택트를 지휘하면서 가는 방향을 쳐다본다든지 던전내에서 퍼즐해결의 힌트가 될만한 장소를 쳐다본다든지 하는 눈짓들은 굉장히 애교스럽다.
그러다가도 칼을 집어들었을 때의 날카로운 눈매는 다시 비장감마저 느끼게 한다. 무엇인가 굉장히 좋은 아이템을 얻고 좋아서 날뛰는 눈을 보고 있으며 마치 링크의 행동이 게이머의 기분을 완벽하게 대신해주고 있는 일체감마저 만들어준다. 눈의 사실적인 움직임 하나가 캐릭터의 생명을 불어넣음은 물론 게이머와 게임의 캐릭터간의 싱크로율을 100%로 만들어주는 촉매제 역할까지 하고있는 것이다.
인형극의 극중수단으로 사용되는 캐릭터 인형의 느낌을 주지않고 캐릭터자체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는 점에서도 큰 점수를 줄만하다. 이 게임의 주인공 링크는 TV속에서 나를 대신해 모험해줄 분신으로 그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었다. 더 나아가 게임상의 캐릭터와 플레이어 사이에서 발생하는 미묘한 정마저 느끼게 해주었다. 엔딩에서 링크가 출항해나가면서 플레이어와의 헤어짐을 신고하게 될 때 그간 게임을 해오면서 느끼던 정으로부터 오는 아쉬움과 섭섭함. 이런 감정을 느낀 것은 비단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액션 RPG의 전투는 단순하다?
액션 RPG들이 자주 지적받는 부분이다. 잘 만들어진 액션 RPG를 보면 게임의 주가되는 전투부분을 지루하지 않게하기 위한 배려가 남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기본적으로 액션 RPG는 스토리 + 전투 + 퍼즐 정도의 구조로 되어있지만 이중에서도 전투의 비중은 상당히 크다. 그렇다면 전투가 단순하다는 것은 게임전체적인 지루함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의미로 봐도 무방하다. 실제로 퍼즐이나 여러 가지 면에서 상당한 완성도를 보여주었던 스타폭스 어드벤처도 전투의 지루함 때문에 전체적으로 게임이 단순해지고 지루해지는 경향을 보였던 아픈 기억이 있다. 그만큼 액션RPG에서의 전투의 비중은 큰 것이다.
젤다의 전설에서의 전투는 늘 즐겁다. 이번 작품에서는 적이 공격할 타이밍에 맞춰서 카운터공격을 하는 기능이 추가되어 전투의 새로운 맛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다양한 무기들과 어울려져 밸런스되어있는 다양한 몬스터들의 조화가 특히 전투의 지루함을 녹여준다. 어떤 몬스터가 나왔을 때 어떤 무기로 대처해야한다는 느낌. 게이머는 전투를 할 때도 끊임없이 생각을 해야한다. 이미 닌텐도는 게이머들이 전투시에 지루함을 느낄 틈 따위는 허락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완벽한 전작이 바람의 택트를 비완벽으로 만들었다?
바람의 택트의 스토리는 심오하지도, 복잡하지도 않다. 전작을 해보지 못했던 게이머들은 초반부분 이해가 조금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스토리의 비중은 크지 않다. 이것은 젤다의 특성이기 때문에 오히려 심오한 것이 어울리지 않을 것이다. 다만 스토리의 짜임새는 훌륭하기 때문에 이것만으로도 게임진행에 스토리로 인한 불만은 크게 없을 것으로 본다.
그렇다면 정작 게임에서 중요한 즐기는 파트를 분석해보자. 기존 시리즈들과 마찬가지로 모험해나가면서 여러 던전들을 클리어하고 던전의 마지막에는 박진감넘치는 보스전이 마련되어 있으며 스토리진행이 아닌 외적인 부분에도 상당히 많은 즐길 것들이 마련되어 있다. 난이도나 밸런스, 진행템포 등 어느 한편에서 큰 불만은 없다. 게임의 기본적인 골격이 시간의 오카리나와 너무 비슷하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맵자체도 바다를 주무대로 하여 확실한 분위기 차이를 느끼게 되고 던전의 수법도 새롭게 추가된 신선한 것들도 많이 보이고 있어서 색다른 기분으로 플레이할 수있다. 바다라는 특성을 이용해서 보물찾기나 유령선의 등장, 해도그리기, 각종 미니게임 등을 만들어 특성을 최대한 살려냈다.
특히 바람이라는 요소(나뭇잎 등의 아이템 등)를 이용한 던전내의 여러 가지 퍼즐이나 바람의 방향에 따른 게임의 진행변화 등의 요소들이 신선했다. 또한 초보자를 위해서인지 던전구조가 좀 더 편리성을 중요시하여 건설되었다는 점도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일부매니아들에게는 조금 섭섭할지도 모르겠다). 사운드면에서도 이미 익숙한 것들을 게임의 분위기에 맞게 절묘하게 만들어서 귀속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간다. 각종 효과음도 수준이 높아진 듯 하고 진동부분의 수법도 전작보다 크게 발전을 거두었다.
이렇게 전작과 마찬가지로 완벽한 완성도를 자랑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전작이 너무 완벽했기 때문에 비교가 되었는지 게임의 전개력에 있어서 적지않은 치명타가 존재한다. 게임을 클리어하고 보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겠지만 막상 게임을 플레이할 때는 상당히 지루하게 끌려가는 느낌이 들었던 것이 바로 트라이포스조각 찾기이다. 후반부에 이 트라이포스조각을 찾는데 걸리는 시간은 그리 적지 않다. 상당한 시간을 요구하는 이 미션에서는 뭔가 게임의 플레이시간을 늘리기 위해 만들어놓은 궁여지책이라는 씁쓸함이 감돌았다.
전작에서는 엔딩으로 갈 때까지 전혀 미적미적거리거나 질질 끄는 느낌을 받지 못했었지만 이번 트라이포스는 뭔가 급조된 느낌을 지울 수 없어 아쉬움으로 남는다. 물론 트라이포스 찾기만으로도 던전에서의 이벤트와는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긴 하다. 이것은 분명히 오카리나에는 없는 새로운 매력이지만 쓸떼없이 상당한 손을 거치는 반복적인 작업이라는 점이나 게임의 템포나 흥미를 떨어뜨릴 가능성도 높다는 점은 지적받아야할 것이다. 어쩌면 이 단점은 완벽한 전작 때문에 보이는 손해일지도 모르겠지만.
게임의 본질은 변하지않는다, 다만 시대에 맞게 변형될 뿐
결론적으로 젤다의 전설 : 바람의 택트는 완벽했다던 전작과 비교해서도 뒤쳐지지 않는 작품이다. 오히려 부분적으로는 전작보다 앞서는 부분도 상당히 많다. 제작자들이 직접적으로 발언하지는 않았지만 그들의 의지속에 과거로의 회귀는 충분한 성공을 걷었다고 평가하고 싶다. 리얼리티를 중시하는 발전방향을 탈피하여 게임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어준 것만으로 게임역사의 획을 긋는 큰일을 해주었다고 나는 감히 말한다. 그리고 이것이 콘솔게임의 발전방향이자 근본이며 콘솔게임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매력이라고도 자신있게 얘기한다.
자, 이제 거두절미하고 앞서 서론부분에서 제시한 물음에 대답해보자. 게임은 정녕 그 본질이 진보하는 엔터테인먼트인가?. 바람의 택트를 플레이해보고 난 이 질문에 대한 정확한 해답을 찾아냈다. 정확히 말하자면 게임은 본질은 진보하지 않는다. 게임의 본질은 하나이다. 다만 그것이 여러가지 형태(DDR같은 체험기계를 예로 들 수 있겠다)로 변화되고 시대상황에 따라 변화되어갈 뿐이다. 그렇다. 게임을 결코 진보하지 않는다. 다만 시대에 변화에 맞춰 형태만 바뀌어 나갈 뿐이다. 게임의 본질은 즐겁게 노는 것이다. 아차! 이제 게임의 본질에 대한 얘기도 질릴 때도 됐겠군. 하지만 너무 식상해하거나 복잡한 소리라고 나를 구박하지 말길 바란다. 아직도 게임불감증에 빠져서 이 해답을 찾으려는 사람들은 분명 많지 않은가?
답을 궁금하다면 젤다의 전설 : 바람의 택트를 당장 해보자. 즐겁게 논다라는 본질은 그대로 두고 시대에 변화에 맞춰 인터랙티브 애니메이션으로 둔갑한 바람의 택트를... 분명 해답이 게임 여기저기에 주렁주렁 열려있을 것이다. 아직도 이런 순수하고 담백한 게임이 등장하기 때문에 우리 게이머들은 행복하다. 그리고 애프터 서비스로 다음 작품이 나올 때 전작의 향수에 빠지며 새 작품을 기대하는 두근거림을 만들어줄 것이다.
<글/금강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