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본드, PC로 작전지역을 넓힌다(제임스본드 007: 나이트파이어)
2003.05.23 19:31PC PowerZine
1인칭 액션 게임은 특유의 조작성 때문에 얼마전까지만 해도 콘솔 게임기가 넘볼 수 없는 PC만의 고유한 장르로 여겨졌으며, 현재까지도 여전히 PC게임 장르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러므로 지금으로부터 5년 전인 1997년에 007을 소재로 한 게임인 ‘골든아이’가 닌텐도 64용으로 출시된 사실을 고려하면 007을 소재로 한 PC용 액션 게임이 이제야 나왔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최초의 PC용 007게임’이라는 수식어를 단 007 나이트파이어(이하 나이트파이어)가 출시 전부터 PC 게이머들의 관심을 끈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007 영화의 배경과 캐릭터를 소재로 했다는 점 때문에 게이머들이 나이트파이어 역시 스파이를 소재로 한 노 원 리브스 포에버 시리즈처럼 위트 있고 흥미진진한 액션게임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했던 것도 사실이다.
유명무실한 요소들
나이트파이어는 제임스 본드의 필수품으로 야시경 등의 기능을
갖춘 선글라스인 큐-스펙스, 레이저를 발사해 자물쇠 등을 딸 수 있는 레이저 시계,
갈고리를 발사해 높은 곳도 쉽게 올라갈 수 있도록 해주는 셀폰 그래플 등 다양한
특수장비를 제공하는데 대부분 레벨 디자인과 유기적으로 연관돼 있어 미션을 완수하는
데에 필수적이다. 단, 셀폰 그래필의 경우 게이머의 창의적인 판단에 따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갈고리를 걸 수 있는 고리가 있어야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생각보다 흥미롭지는 못하다. 물론 다른 장비들도 마찬가지다. 사용할 수
있는 곳이 제한돼 있을뿐더러 적을 무력화시키기보다는 잠긴 문 열기 등의 퍼즐풀기에
사용되기 때문이다.
나이트파이어가 내세우는 특징 중 하나는 다양한 루트를 제공하는 레벨 디자인이다. 정확히 말하면 2개의 루트, 즉 잠입 위주의 루트와 전형적인 액션 게임 스타일인 ‘슛 앤 런(Shoot and Run)' 스타일로 풀어나가는 루트를 제공한다. 어떻게 보면 흥미진진한 구성 같지만 실제로 해보면 특별한 차이점을 발견하긴 힘든데 이는 잠입을 위한 장비가 부족한 탓이 크다. 더군다나 다양한 자유도를 보장하는 레벨은 몇 개의 초반 미션에서만 등장한다. 대부분의 미션은 게임 후반부로 갈수록 일직선적인 구성을 보인다.
본드 무브(Bond Move)는 나이트파이어만의 독특한 시스템이다. 플레이어는 본드다운 기지를 발휘했을 때 본드 무브에 성공했음을 알리는 경쾌한 007 테마송을 듣게 된다. 그런데 본드 무브라는 게 대부분은 잘 안 보이는 곳에 숨겨져 있는 고리를 찾아내 셀폰 그래플을 이용, 멋진 점프로 높은 곳에 올라가는 것이 고작이며 찾아서 하기엔 그 기준이 너무 불명확하다. 각 레벨에는 본드 무브를 할 수 있는 곳이 몇군데 있으며 미션종료 후 나타나는 미션 성적표에 몇 개나 성공했는지 나타난다. 본드 무브는 성공했을 경우 약간의 아이템을 얻거나 게임을 쉽게 풀어갈 수 있는 점 말고는 그리 큰 보상이 따르지 않아 솔직히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다.
불만족스러운 게임플레이
나이트파이어는
액션 게이머라면 분명 시도해볼만한 게임이다. 하지만 007 시리즈 특유의 ‘맛’을
살리는 데에는 상당히 부족해 보인다. 마치 샌드위치의 햄처럼 미션 중간 중간에
빠지지 않고 삽입된 동영상 말고는 게임의 분위기나 스토리를 전달할만한 요소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다. 더구나 인-게임 컷신에 비해 부자연스럽게 역동적이지
못한 동영상이 저해상도인 점은 게임의 몰입감을 떨어뜨리는 데 한몫했다. 스크립트
이벤트와 같이 게임의 흥미를 유지시켜주는 장치를 미션 중간 중간에 배치했더라면
싱글플레이가 단조로운 레벨 클리어 수준에 머물지는 않았을 것이다. 수준 낮은 인공지능은
단조로운 레벨 구성과 더불어 게임의 재미를 반감시킨다.
나이트파이어의 멀티플레이는 기어박스가 만든 게임이라는 사실을 무색하게 할 정도다. 가장 기본적인 데스매치와 팀 데스매치, 깃발뺏기가 멀티플레이 모드의 전부며, 007 영화에 등장했던 다양한 캐릭터를 이용한 새로운 모드를 추가할 것이라는 약속은 말잔치로 끝나버렸다. 설상가상으로 마우스 스크롤 딜레이 때문에 원하는 무기를 빠르게 선택할 수 없어 기본적인 게임진행도 쉽지 않다(나이트파이어에서는 마우스 스크롤로만 무기를 선택할 수 있다).
그래픽은 그런대로 봐줄 만하지만 최근 출시된 게임에 비하면 평균 이하다(물론 개량한 하프라이프 엔진으로 이 정도의 퀄리티를 뽑아낸 것은 대단한 일이다). 가끔 발견되는 충돌체크 실패현상으로 캐릭터가 움직이지 못하는 버그와 이따금 인터페이스가 사라지는 문제는 나이트파이어가 완전히 다듬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액션이 전부가 아니다
인기
애니메이션을 소재로 한 저가의 아동용 게임처럼 단지 프랜차이즈의 인기에 편승하기
위해 제작된 게임이 아닌 이상, 나이트파이어는 최근에 출시된 액션 게임의 경향에
비추어 007 시리즈 특유의 매력을 구현할 것으로 기대할만한 작품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007 영화가 새로운 시리즈를 선보일 때마다 매번 선풍적인 인기를 RMfau 40년 이상 장수한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007이 단순한 액션 영화가 아니라 마초들에게 대리만족을 선사하는 ‘판타지’이기 때문이다. 위급한 상황에서도 유머와 여유를 잃지 않고, 마티니 한잔의 낭만을 즐길 줄 알며, 언제라도 ant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언변과 매력을 갖췄고, 온갖 최신기술이 집대성된 멋진 특수장비를 장난감처럼 다루고, 무엇보다도 다양한 기능으로 무장된 최신 스포츠카를 가진 제임스 본드는 뭇남성들이 꿈꾸는 이상적인(?) 남성상이다. 이런 모습들이 게이머들이 나이트파이어에서 체험해보길 원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게임 속에서 만족스럽게 구현되지 못했다.
‘뚜껑은 열어봐야 안다’와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라는 속담은 게이머라면 새로운 게임이 출시될 때마다 매번 깨닫는 진리와도 같은 말이다. 불행하게도 나이트파이어는 이 두 경우에 모두 해당되는 게임이다.
?
많이 본 뉴스
- 1 “노안 때문에…” 드퀘 3 리메이크 플레이 포기 속출
- 2 PS 스토어 ‘몬헌 와일즈 유사게임‘ 주의보
- 3 창세기전3 리버스, 유니콘 오버로드와 유사성 논란
- 4 9년 만의 복귀, ‘마리오 카트 8 디럭스’ 해피밀 출시
- 5 [순정남] 배상 따위 하지 않는 '락카칠' 캐릭터 TOP 5
- 6 ‘미드 안 주면 던짐’ 롤 챔피언 선택 방해 대응책 낸다
- 7 전염병 주식회사 이후를 다룬 ‘애프터 주식회사’ 공개
- 8 엘든 링 DLC 포함, 더 게임 어워드 GOTY 후보 발표
- 9 하프라이프 3는 레포데 때문에 나오지 못했다?
- 10 한국 육군 배경 8출라이크 ‘당직근무’ 정식 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