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투의 절대고수를 꿈꾼다(버추어 파이터 4 에볼루션)
2003.09.06 13:26게임메카 김범준
깔끔하게 바뀐 인터페이스
버추어
파이터 시리즈가 4로 넘어오면서 이미 그래픽적인 발전은 더 이상 있을 수 없다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만큼 PS2의 성능을 충분히 활용했을 정도로 그래픽은 우수한
편이었는데, 이번 에볼루션의 경우 버추어 파이터 4를 능가하는 깔끔한 인터페이스를
지니고 있어 더욱 눈길을 끈다. 특히 퀘스트와 트레이닝 모드의 추가를 통해 새로운
화면을 볼 수 있게 됐는데, 그러한 점이 4와의 차이로 더욱 부각됐다. 퀘스트 모드에서는
아틀라스의 진 여신전생 시리즈에서나 볼 듯한 일본의 사이버틱한 분위기가 풍기는
일본 열도와 게임센터의 화면들을 볼 수 있으며, 트레이닝 모드에서는 하얗게 채색된
밀폐된 공간에서 가상으로 만들어진 캐릭터와 훈련을 하는 것과 같은 연상이 이뤄지게끔
화면이 구성됐다. 그 뿐만 아니라 메뉴를 선택할 때 보게 되는 바탕화면 및 추가된
요소인 버추어 파이터 1 게임화면 또한 게이머에게 신선하게 다가서는 요소라 하겠다.
전투장면은 전작과 동일
하지만
엄밀히 얘기해서 대전장면에서 느낄 수 있는 그래픽 차이는 관심을 갖고 따져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칠 정도로 미미하다. 등장하는 무대도 같을 뿐 아니라 새로운 캐릭터가
출현했다는 점을 제외하고라면 그리 큰 차이를 느끼기는 힘들다. 아이템 착용을 통한
캐릭터 스타일의 변화도 그대로 고수하고 있으니 전체적인 느낌은 4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설원, 해변, 수족관, 고지대 등과 같이 마치 도를 닦는 사람에서부터
휴양 온 사람들의 분위기를 풍기는 무대며, 항상 똑같은 모습으로 나이를 먹지 않는
듯한 캐릭터에 이르기까지... 버추어 파이터 4 에볼루션의 경우 버추어 파이터 4의
스타일을 고수한 채 게임을 부가적으로 즐길 수 있는 요소를 추가한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앞서도 말했지만 이미 버추어 파이터
4의 경우, 상당한 수준의 그래픽을 보여줬으니 그 자체를 유지했다는 면에서도 부족한
면은 찾기 힘들 것이다.
엄숙한 승부의 분위기를 살리는 사운드
무대를
울리는 기합 소리. 대전을 펼치는 상대와 수많은 기술을 사용하며 소리내는 기합소리야말로
버추어 파이터만의 묘미라고 볼 수 있다. 큰 타격기를 명중시켰을 때 흘러나오는
묵직한 소리, 벽에 부딪혔을 때 들을 수 있는 사물이 부숴지는 굉음. 바람직한 콤보가
들어감은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소리로 느낀다고 하지 않던가? 이처럼 게임속에
사용된 소리의 대부분은 기술을 위주로 한 것들로 구성돼 있다. 따라서 감동적인
뭔가를 얻기보다는 실제로 대전에 유용한 효과음들로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물론
무대마다 다른 테마가 설정돼 있기는 하지만 기억속에 오래남을 만큼의 매력을 지니고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게임의 완성도가 떨어지는가?
그렇지 않다. 게임속에 사용되는 음원들은 무엇보다도 게임의 분위기를 이끌어내주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어야하기 때문이다. 이 게임은 실제 무대와 같이 느낄 수 있는 바람소리나,
헬기, 지하도의 웅웅거림과 같은 소리를 곳곳에 배치해 놓고 있어 전체적인 게임의
분위기와의 조화를 이뤘다.
패드냐, 스틱이냐, 이것의 문제로다!
버추어
파이터나 철권과 같이 통상기술을 여러번 입력해 큰 데미지를 입히게 하는 게임이
보통 그러하듯 이 게임 역시 복잡한 커맨드 입력을 필수적으로 요구한다. 아케이드
유저가 콘솔용 게임에 적응하지 못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손에 맞지 않는 커맨드
입력 때문이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없는 사실. 물론 아케이드에서 즐기던 느낌을 살리기
위해 스틱이 있는 컨트롤러를 별도로 구매한다면 이러한 문제는 그냥 지나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게임을 즐기는, 혹은 즐기게 될 대부분의 게이머가 패드를
손에 쥐고서 플레이한다고 생각할 때에는 이 점을 간과할 수 없다.
그러면 게임은 패드를 손에 쥐고서도 모든 기술이 생각대로 발동될 수 있는 그러한 조건을 충족시켜주는가? 물론 대부분의 커맨드는 이러한 조건을 만족시켜준다. 가령 예를 들어 ▼→와 같은 입력의 경우 정확히 입력해야 발동시킬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와 같은 식으로 입력해도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술을 단독으로 사용할 경우, 이러한 점이 크게 좋다고 느끼기 힘들겠지만 콤보 중 빠른 속도로 커맨드를 입력하는 상황에서 훨씬 수월하게 커맨드를 입력할 수 있다는데 장점으로 작용한다(물론 그러한 대체 커맨드를 알아내기까지 상당한 수련이 필요하겠지만).
그래도 스틱을 사용하고 싶다네
물론
어려운 커맨드도 존재한다. ▼←→나 ←↘와 같은 커맨드가 가장 대표적인데(물론
단독은 그나마 쉽다), 공격이 들어가던 중 이 기술을 사용하기란 그리 녹녹치 않다(이럴
때 스틱을 사고싶다는 충동이 든다). 방향키의 조작뿐만 아니라 버튼의 경우에도
애로사항은 존재한다. □가 가드(G), △와 ×버튼이 펀치(P), ○버튼이 킥(K)으로
설정돼 있는데, G+P와 P+K는 그렇다 치고, G+K와 같은 커맨드의 입력을 한손으로
하기는 오른손 엄지 손가락이 매우 가늘지 않는 한 힘겹기 그지없다(패드를 손에
쥐지 않고 오른손 검지와 중지, 두 손가락을 사용하면 할말없다). 하지만 이런점도
고려해 3개의 버튼조합을 단추키 형태로 제공해 조작의 편의성을 실현시켰다(L1은
G+P, R1은 P+K, L2는 G+P+K, R2는 G+K와 같이). 따라서 버튼의 입력도 손에만 익숙해지만
그리 문제될 것은 없다. 다만 아키라의 궁극기 제슬탄퇴(G+K에서 G를 1프레임 이전에
뗄 것)는 두 손가락을 사용하지 않는 한 절대로 구현할 수 없는 기술이기 때문에
여기서 또 다시 “스틱을 사고싶다”라는 충동이 일어난다.
수차례 시리즈를 거듭하며 완성된 밸런스
대전격투액션게임에서
가장 중요하게 평가받는 요소중의 하나가 캐릭터간의 밸런스를 유지하는 일이다.
특히 버추어 파이터의 경우 10년 전과는 다르게 시리즈를 거듭하며 기술발동에 따른
데미지량의 수정도 수차례 이뤄진 상태여서(예전에는 철산고나 썸머솔트 킥 2~3번이면
게임이 종료될 정도로 데미지량이 상당했다) 그러한 논의가 필요하겠냐고도 볼 수
있겠지만 밸런스에 대한 논의가 비단 그것 뿐이겠는가? 이미 겉으로 드러난 것으로
캐릭터 사용빈도를 살펴볼 때 특정 캐릭터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물론 캐릭터의 외모나 분위기에 끌려 그 캐릭터를 선택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자신이 승리할 수 있는 캐릭터를 선택한다. 이런 점을 살펴볼 때 특정 캐릭터의
선호는 게임의 밸런스가 어떻게 맞춰져 있는지를 반영해준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특정 캐릭터의 선호는 여전히 문제
아키라,
파이, 카게, 라우, 잭키와 같이 단골로 사용되는 캐릭터가 있는 반면, 제프리와 울프,
순, 아오이와 같이 외면을 받는 캐릭터도 존재한다. 물론 외모도 따지겠지만(전통적으로
대전격투액션게임에서는 제프리나 울프와 같은 거대 캐릭터는 외면받아온게 사실,
스맥다운과 같은 시리즈에 등장하면 인기를 모을 수 있겠지만... 그 외에도 아오이는
나약해보여서, 순은 아무도 관심을 안가져서 외면받았다) 기술의 사용이 쉽다는 점이
여기서 중요하게 작용한다. 예를 들어, 아키라의 경우 약보정주나 양포, 연환퇴 등과
같이 발동이 쉬우면서 상대를 빠르게 제압할 수 있는 기술이 다수 포함돼 있다. 사라와
잭키와 같은 경우는 긴 다리를 이용한 공격을, 파이와 라우와 같은 경우도 빠른 손
공격 후에 발로 마무리하는 등의 기술은 아주 기본적인 기술임에도 화려한 면을 지니고
있다.
버추어 파이터의 입문자도 고수를 꿈꾸게
하는 게임
버추어 파이터 4 에볼루션만의 특징은 다양한 컨텐츠 수록에
있다. 대전격투액션만 행하다보면 쉽게 지루함을 느낄 수 있는데, 이 게임은 게임속에서
펼친 수많은 대전 데이터를 기록할 수 있게끔 설정돼 있어 그러한 우려를 없애준다.
퀘스트 모드에서 한자리 승수의 10급 소지자들과의 대전에서부터 천자리 승수의 패왕
소지자까지의 승부. 자신의 실력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눈으로 보고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그 뿐 아니라 승리할수록 돈을 벌고, 그것을 가지고 각종 악세서리를
구입할 수 있다는 설정은 게이머의 수집욕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또한 게임은
스스로 기술을 연마할 수 있는 트레이닝 모드도 포함하고 있어 더욱 재미를 더해준다.
어떤 상대를 맞이했느냐에 따라 최적의 콤보기를 검색할 수 있으며 상황에 따른 방어방법도
훈련가능케 해 특별한 공략의 필요성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탄탄하게 짜여져 있다.
기술이 어떻게 발동되는지 프레임 단위(60분의 1초)로 확인할 수도 있어 자신의 기술과
상대의 기술 사이에 지연 프레임을 계산하게 하는 등 게임을 실제로 즐기지 않고서도
버추어 파이터의 세계안에 빠져들게 하는 것, 그것이 이 게임이 지닌 최대의 장점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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