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복하기에는 난관이 너무 많은…
2004.03.08 19:13PC Power Zine
이미 본지를 통해 여러번 설명했지만, <프로 에볼루션 사커 3(이하 PES3)>는 PS2의 킬러타이틀인 <위닝 일레븐 7(이하 위닝 7)>의 ‘영문 PC 버전’이다. <위닝> 시리즈는 워낙에 유명한 게임이며 그에 대한 평가는 수없이 많이 선보인 상태이므로, 이 리뷰에서는 ‘<위닝 7>을 PC로 얼마나 정확하게 옮겼는가?’에 대해서만 평가하도록 하겠다.
대표적으로 변한 점은? - 속도감과
헤딩의 강화
일본 버전과 비교해서 가장 쉽게 느낄 수 있는 차이점은
속도감과 헤딩의 강화다. 사실 이것은 PC로 컨버전하면서 생긴 차이점이 아니라 일본
버전과 영문 버전의 차이(때문에 국내에 정식발매된 콘솔 버전과 PC 버전은 거의
동일하다).
PES 3는 우선 속도가 너무나 빨라서 이미 일본 버전을 플레이해본 게이머들에게 많은 지탄을 받고 있다. 장면장면이 휙휙 지나가버려 <위닝> 특유의 섬세한 플레이를 즐길 수 없다는 것. 사실 이 게임이 최고의 축구 게임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선수들의 동작 하나하나가 세세하고 치열하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가랑이 사이로 공을 빼는 섬세함, 패스를 받고 볼을 컨트롤하는 발과 다리의 모양, 선수들의 시선 등 순간적으로 스쳐지나가는 움직임 하나하나가 모두 예술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그런데 속도가 너무 빠르다보니 그 움직임을 감상할 시간적 여유가 사라져버린 것이다.
헤딩의 강화는 개인취향에 따라 찬반이 뜨거운데, 일본 버전에 비해 헤딩슛이 대단히 강력하고 성공률도 높다. 때문에 사이드 돌파-헤딩슛으로 이어지는 단조로운 경기흐름을 극복하려던 7편(일본 버전)의 노력이 모두 사라져버렸다. 하긴 일본 버전은 라이트 유저에게 너무 어려운 감이 있었기 때문에 가벼운 게임을 선호하는 서양에서는 헤딩의 강화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얘기가 다르지 않을까?
다가서기 어려운 게임
그
외에도 PC로 <위닝>을 플레이해보려는 사람들에게는 많은 난관이 남아있다.
가장 큰 문제점은 조작. 키보드로 이 게임을 플레이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우며,
설사 키보드에 적응해서 플레이할 수 있다고 해도 <위닝>의 참재미는 반도
느낄 수 없다. 개인적으로는 컨버터와 듀얼쇼크 2(혹은 동급의 패드)를 갖출 수 없는
상황이라면 PES 3를 구입하지 말라고 단언할 수 있다. 게다가 이 게임은 DVD 버전이기
때문에 DVD 롬이 있어야 인스톨 화면이라도 구경할 수 있다. 아직 DVD 롬이 낯선
국내에서는 이 또한 커다란 난관이 아닐 수 없다.
개인 내적으로도 구입 후 엉망으로 설정되어 있는 로스터를 일일이 손봐야 하며(물론 많은 패치가 나와 있긴 하다), 온갖 버그를 극복해야 하고(왜 옵션 파일조차 저장되지 않는 것이냐!), 높은 사양으로 인해 좌절을 겪어야 할 것이다. 실제로 펜티엄 4에 지포스 4 FX5900을 사용하는 필자의 컴퓨터에서도, 골대 앞에만 가면 느려지는 ‘매트릭스 현상’ 때문에 정상적인 플레이를 하기 어려웠다. 아무리 컨버전한 게임이지만 이렇게 다가서기조차 어려워서야….
원조를 따라가긴 힘들다?
필자는
자신 있게 <위닝 일레븐 7>이 최고의 축구 게임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PC로 출시된 PES 3는 어떤가?’라는 면에서는 회의적이다. 높은 사양, 조작의 문제,
PC의 장점을 살리지 못한 인터페이스, 게임 밸런스….
PES 3는 <위닝 7>의 장점과 PC 버전의 장점 중 어느 하나도 살려내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양쪽의 단점만 모아놓은 게임이 되어 버렸다. 자신이 컨버터와 패드, DVD 롬, 게임 패키지를 모두 구입할 수 있으며 최고사양의 컴퓨터를 가지고 있다면 도전해볼만한 타이틀이긴 하다(어쨌든 게임 자체는 훌륭한 요소를 많이 가지고 있으므로). 하지만 필자라면 PS2와 일본 버전의 <위닝 일레븐 7>을 구입하겠다. 아무래도 원조를 따라가긴 힘든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