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는 쾌감, 짜릿한 손맛을 즐겨라!(귀무자 3)
2004.03.10 09:50게임메카 송찬용
화제만발,
귀무자 3
귀무자. PS2 소프트웨어 최초로 밀리언 셀러를 기록한
작품. 대체 어떤 장점이 있었기에 밀리언 셀러를 기록할 수 있었을까?
귀무자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은 액션게임으로서 타격감을 제대로 살렸다는 점일 것이다. 적을 공격했을 때 들리는 ‘서걱서걱’ 소리. 이 짜릿한 손맛은 귀무자 시리즈가 일관되게 유지해오고 있는 부분이다. 또한 귀무자는 실존하는 배우들을 게임 속 주인공으로 기용하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국내에서는 금성무로 널리 알려진 카네시로 타케시가 시리즈 첫 작품에 등장했으며 일본의 국민배우 마츠다 유사쿠, 레옹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배우 장 르노 등 쟁쟁한 배우들이 작품에 출연했고 목소리 연기까지 맡았다. 사실 배우나 가수들의 게임 내 등장은 이전부터 조금씩 진행되고 있었다. 하지만 귀무자에 카네시로 타케시가 등장하면서 이런 경향은 대폭 확대되어 요즘에는 심심치 않게 이런 캐스팅을 볼 수 있다.
어쨌거나 첫 작품에 카네시로 타케시가 기용된 이후 다음 작품에 누가 기용될 것인지 관계자들 사이에는 의견이 분분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예상을 깨고 이나후네 프로듀서(귀무자 시리즈의 프로듀서)는 「2」에서는 이미 고인이 된 마츠다 유사쿠를, 「3」에서는 카네시로 타케시와 장 르노를 공동으로 기용했다. 또 한 번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음은 물론이다.
▲ 카네시로 타케시와 장 르노가 녹음하고 있는 모습 |
작품 자체가 큰 이슈였던 귀무자 3. 게이머들은 시리즈의 완결편이기도 한 귀무자 3에서 오랫동안 전개되어왔던 귀무자의 스토리가 어떻게 끝날지 궁금해했다. 또한 전작을 통해 이미 친숙한 카네시로 타케시와 헐리웃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장 르노가 귀무자 3에 등장한다고 해 게이머들의 기대는 더욱 컸다. 국내 게이머들 역시 귀무자 3가 한글화에 호의적이었던 캡콤의 타이틀이었기에 어떤 모습으로 국내에 발매될지 기대해왔다. 동시발매가 가능할지, 가격은 얼마일지, 일본에서 화제가 되었던 특전은 포함될 것인지…. 이런 궁금증들은 2월 6일이 되서야 비로소 풀렸다. 귀무자 3 제품 발표회에 이나후네 프로듀서가 직접 참여해 가격과 발매일, 특전 여부를 처음 공개한 것이다.
가격은 52,000원. 이 가격은 일본판이 6,800엔(소비세 5% 제외)인 것에 비하면 2만원 이상 저렴한 것이며 일본판 발매일 이후 1주일 정도의 간격을 두고 발매할 것이라는 항간의 추측을 깨고 일본판 발매일인 2월 26일에 동시 발매된다고 발표되었다. 또한 작품 내의 자막까지 완벽하게 한글화되며 일본에서는 이미 품절된 특전 DVD까지 예약 구매자들에게 증정되는 등 관련 소식들은 가히 파격적이었다.
게임 관련 온라인 게시판은 이 소식으로 후끈 달아올랐다. 발매 전부터 이렇게 많은 관심과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게임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관련된 게시물들이 끊임없이 올라왔다. 그리고 시간은 흘러 게임이 발매되었다.
▲ 특전 DVD의 자켓 사진 |
▲ 역시 특전으로 제공된 귀무자 3 스티커 |
게임에
대한 단상
참신함보다 익숙함을 택했다
게임을
하면서 가장 먼저 느꼈던 점은 익숙함이었다. 캐릭터의 이동, 전술각의 활용, 전투의
핵심인 일섬과 튕기기 일섬, 연속일섬 등 전작에 등장했던 많은 시스템들이 별다른
변경 없이 귀무자 3에 그대로 등장했다. 새로운 시스템에 익숙해지기 위한 시간은
필요 없었다. 단지 눈 앞에 나타나는 적들을 호쾌하게 해치우면서 스토리의 흐름을
따라 쭉쭉 진행하기만 하면 그뿐. 물론 채찍 종류의 무기를 사용하는 잭의 등장과
그로 인해 다양해진 공격법, 10연속 베기 등 새롭게 추가된 부분도 있다. 하지만
이건 기존 시스템을 베이스로 살짝 포장을 바꾼 개량일뿐 진화는 아니다. 즉, 액션게임으로서
적을 베는 짜릿한 손맛을 강조한다는 귀무자 본연의 취지를 다시 부활시킨 것이다.
귀무자 3처럼 후속작이 전작과 크게 차별화되지 않은 게임도 사실 드물다. 그렇다면
대체 제작진은 무슨 생각으로 귀무자 3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바로 귀무자에서 귀무자
2로 넘어오면서 범했던 실수를 고려했기 때문이 아닐까? (이 실수에 대해서는 다음
파트에서 설명하겠다)
▲ 화려한 연출과 베는 맛은 여전하다 |
▲ 특유의 퍼즐 풀기도 건재 |
이나후네 프로듀서는 제작 발표회 당시 장 르노의 기용 이유에 대해 전세계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귀무자를 만들기 위해서라고 대답했다. 일본뿐만 아니라 북미 시장과 유럽 시장에서도 잘 팔리는 귀무자. 즉, 게임을 잘 몰라도 장 르노라는 배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어필해 게임을 사게끔 만들기 위해서인 것이다. 어렵게 사람들을 끌어들였는데, 귀무자 2가 가진 단점을 귀무자 3가 그대로 갖고 있다면? 그로 인해 사람들이 외면해버린다면? 따라서 제작진은 귀무자 2가 아닌 귀무자를 베이스로 여기에다 조금의 개량을 가해 귀무자 3를 만들었다. 이나후네 프로듀서 역시 귀무자 3의 제품 발표회를 위해 방한했을 때 귀무자 3는 어드벤처 성격이 강했던 귀무자 2보다 액션성이 강조된 귀무자에 더 가깝다고 말한 것도 그 이유다.
이상 설명했듯이 귀무자 3는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보다 전작을 더 가다듬고 손질한 성격의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게이머들에 따라 찬반양론이 갈릴 부분이지만, 귀무자 2의 너무나 달라진 시스템에 곤혹스러워했던 필자에게 있어 귀무자 3의 이런 경향은 환영할만한 것이었다.
▲ 두 번재 주인공인 잭 블랑의 등장으로 다양한 동작이 가능해졌다 |
▲ 반딧불을 이용한 이동 역시 잭에게만 가능한 동작 |
반복 플레이를 ‘강요’하지 않는다
귀무자
2에는 많은 서브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이 서브 캐릭터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스토리에
등장하는데, 주인공 야규 쥬베이가 이 캐릭터들과 어떻게 교류하고 친분을 쌓느냐에
따라 이벤트의 내용이 바뀌고 엔딩이 달라진다. A라는 캐릭터와 친분을 쌓으면 B
캐릭터와 겪에 되는 이벤트가 생기기 않고, 반대로 B 라는 캐릭터를 우선시하다는
특정 아이템을 놓칠 수도 있다. 또한 시나리오에는 달성률이라는 개념이 있어 이
달성률을 채우기 위해서 플레이어는 원치 않은 플레이를 하게 만들었다. 즉, 플레이어에게
반복 플레이를 강요했던 것이다.
같은 게임을 완벽히 즐기기 위해 플레이를 반복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대략적인 스토리를 한 번 맛본 후 그만 두는 사람이 있다. 제작자들은 서로 다른 두 특성을 가진 게이머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보통 첫 번째 플레이에서 게임 본편의 재미를 마음껏 맛보게 하고, 두 번째 플레이 이후에 추가적인 요소를 즐기게끔 배려한다. 즉, 첫 번째 플레이에서 게임이 가진 재미를 100% 맛보게 한 후 이후 반복 플레이에서 120%를 맛보게끔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귀무자 2는 그렇지 못했다. 첫 번째 플레이에서는 기껏해야 게임이 가진 재미의 60% 정도밖에 맛볼 수 없고 계속 반복 플레이를 해야 80, 90, 100% 이렇게 올라간다. 결국 100%를 느끼기 위해선 반복 플레이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 반복 플레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을 배려하지 않은 처사였다.
이런 실수를 느꼈기 때문인지 귀무자 3는 변했다. 한 번만 플레이해도 게임 대부분의 재미를 맛볼 수 있도록 바뀐 것이다. 클리어 후 새로운 복장이 추가되거나 미니게임이 등장하는 보너스 적인 요소는 시리즈 공통이지만, 게임 스토리 중에서 빠진 걸 보충하기 위해 다시 플레이를 강요토록 하는 불합리한 점은 사라졌다. 새로운 복장으로 움직이는 사마노스케와 장 르노를 보고 싶다면 한 번 더 플레이를 하게 하고, 그렇지 않다면 굳이 플레이를 할 필요가 없다.
▲ 클리어 후 플레이어의
성적이 표시된다. 더 좋은 성적을 위해 다시 도전할지는 전적으로 플레이어 |
▲ 헤이하치로가 왜 등장했는지 궁금하지 않다고? 그럼 플레이할 필요 없다 |
여전히 충실한 클리어 특전
귀무자
시리즈의 백미는 클리어 특전일 것이다. 게임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복장으로 돌아다니는
주인공을 보는 재미, 플레이어의 도전욕을 활활 타오르게 만드는 미니 게임, 게임을
120% 즐기기 위해 반복 플레이에 도전하려는 플레이어에게 최강장비를 마련해주는
친절함 등 클리어 후 특전은 이번 귀무자 3에도 여전하다.
특히 이번에는 미니 게임 외에도 게임 내에서 등장하는 조연 캐릭터 혼다 헤이하치로 타다카츠의 활약상을 그린 헤이하치 무뢰전이라는 미니 스토리가 마련되어 있다. 이를 통해 플레이어는 게임 내에서 아직 풀리지 않았던 의문점을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또한 여주인공(?) 미쉘의 파격적인 복장도 귀무자 3 클리어 특전 매력 포인트 중 하나가 아닐까?
▲ 청바지에 팬더 갑옷 토시를 한 사마노스케 |
▲ 이랬던 그녀가… |
▲ 이렇게 등장한다!! |
2% 부족한 결말
귀무자를 클리어한
후 분노에 몸을 떤 적이 있다. 엔딩이 너무나 허전하다고 느낀 필자는 이게 어떻게
된 건지 궁금해하며 클리어 특전을 보고 있었는데, 너무나 뻔뻔스럽게 후속편 예고
영상이 들어있었던 것이다. 허전한 엔딩에 대한 의문점은 풀렸지만 후속편 광고를
게임 내에 버젓이 포함시킨 캡콤의 행태에 한편으론 황당함을, 다른 한편으론 분노를
느꼈다.
이후 귀무자 시리즈가 3부작이 될 거란 이야기를 들었다. 일본 전국시대라는 소재를 교묘하게 틀어 귀무자라는 게임에 접목시킨 시나리오 라이터가 어떤 결말을 선보일지 무척 궁금했다. 혼노지의 변을 통해 1482년 죽고 마는 오다 노부나가. 환마왕으로 등장하는 게임에서도 노부나가는 1482년에 죽을까? 죽은 것처럼 처리되지만 다시 되살아나 환마계를 뒤에서 조종하지는 않을까? 혹시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는 귀무자 후속편이 또 나오는 건 아닐까?
귀무자 3를 클리어한 후 그런 의심은 더욱 짙어졌다. 노부나가는 비록 죽었지만 다른 환마들은 건재했다. 게다가 전작에 등장했던 노부나가의 심복 히데요시가 이번 작에는 어떤 역할도 보이지 않아 궁금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엔딩 영상에서 나타나 의미심장한 웃음을 날린다. 이뿐만 아니다. 귀무자 2의 주인공 야규 쥬베이와 그 동료들은 모두 어떻게 됐을까? 단지 귀무자 무뢰전에 등장하고 끝? 필자가 알기로 야규 쥬베이는 노부나가의 사후에도 몇 십년 간을 더 살았는데? ‘아고’라는 녀석은 어떻게 출현하게 된 거지? 이런 의문이 끊이지 않는다.
이나후네 프로듀서는 거듭 말했다. 귀무자 시리즈는 3부작에서 완결이라고. 애초부터 3부작을 기획해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하지만 이런 엔딩을 보여주고 우리들에게 그 말을 믿으라고? 뭔가 석연치 않다. 만약 귀무자 3와 관련된 후속작이 또 다시 등장한다면 이런 결말은 이해가 되지만, 그렇지 않고 여기서 끝이라면 이런 엔딩은 절대 만족할 수 없다. 그냥 플레이어의 상상에 맡긴다는 건가? 그렇다면 왜 3부작까지 만들었는데? 그냥 1부에서 끝내고 나머지를 플레이어가 상상하게 놔두지.
아니, 후속작이 등장한다고 해도 문제다. 분명히 귀무자는 3부에서 완결이라고 몇 번이나 거듭했는데, 또 후속작이 나온다면? 프로듀서와 디렉터들은 여간해서는 확답을 하지 않는다. 혹시나 다른 사정으로 인해 후속작이나 관련작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매체와의 인터뷰 시에 후속작과 관련된 질문이 나오면 후속작을 예정하고 있어도 “팬들의 요청이 있다면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라고 돌려말하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이나후네 프로듀서는 그렇지 않았다. 분명히 귀무자는 종결이라고 했다.
재미있게 즐긴 귀무자 3가 결국 엔딩 때문에 감동이 희석되고 말았다.
▲ 노부나가와 결전이 벌어지지만 |
▲ 히데요시는 아직 건재하다. 대체 결말은!? |
어쨌거나 결론은 이것
비록 엔딩 부분에서 미흡하긴 했어도 귀무자 3는 잘 만든 작품이다.
액션게임의 본질을 유지하면서 시행착오를 통해 게임이 본래 추구하려 했던 방향을
관철시킨 훌륭한 작품이다. 그리고 이런 작품을 만든 이나후네 프로듀서 또한 훌륭한
제작자다. 엔딩에서 불만스러웠던 점이 있었지만 이후 이나후네 프로듀서가 어떤
작품으로 우리를 즐겁게 해줄지 무척 기대된다. 굳이 한 가지 바란다면 이번에는
엔딩이 확실한 작품을 만들어주었으면 한다는 것. 엔딩이 어정쩡하면 꼭 화장실 갔다가
손 안닦고 나온 것 같아 기분이 영 찝찝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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