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저 투고] 위닝 일레븐 8을 대하면서(월드 사커 위닝 일레븐 8)
2004.08.28 10:28프리라이터 박국환
어느덧 때가 되어 위닝 일레븐이 시리즈 여덟번째 작품을 선보였다. 위닝 일레븐 8은 가장 최근(2004년 8월19일)에 출시된 작품이기도 하거니와 지금까지의 발자취를 비춰볼 때 위닝의 현주소라 해도 과언이 아닌 작품이다.
뭐니뭐니해도 이번 위닝 8의 가장 큰 특징은 유니폼이 최근 것이란 점과 선수들 이름과 데이터가 비교적 최근의 자료란 점이다.
흔히 축구게임의 양대 산맥을 꼽을때 EA의 피파 시리즈와 KONAMI의 위닝 일레븐을 거론한다. 그 만큼 두 회사의 제품은 축구를 좋아하는 마니아들에게 사실적이고 강렬한 게임성으로 오래동안 사랑받아 왔다.
사실 이 분야에 있어서는 EA의 피파가 방대한 라이센스로 인해 100% 가까운 실명을 자랑하지만 위닝의 경우 조금씩 실명화가 이루어 지고있는 실정. 과거 6 인터내셔널 이나 6fe(파이널 애볼루션)의 경우엔 출처가 없는 유니폼과 선수 이름 등으로 많은 아쉬움을 주었지만 7 인터내셔널부터는 한국 선수들이 실명으로 등장하면서 유니폼도 사실적으로 개선되는 등 큰 단점이 해결됐다.
데이터뿐만 아니라 지난 유로 2004에 모습을 보였던 라트비아가 추가되는 등 현대 축구의 흐름을 반영한 점도 크다.?또한 클럽팀이 전작에 비해 두배 이상 증가했고 대부분 실명화가 이루어져 있음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위닝 8의 게임적인 특징에 대해 살펴보자. 선수들의 몸 동작이 활발해졌으며 사소한 몸싸움과 경기 외적인 부분 즉 선수교체 모습, 코너킥 장면, 골킥에서 공을 가져다 놓는 골키퍼의 동작(이 부분들은 피파2004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부상시 들것에 실려가는 모습 등 역대 위닝에 등장하지 않았던 모습을 다양하게 볼 수?있어 새로운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팔을 휘두르는 모습의 스케일이 커진 점도 실제 유명 선수들의 경기 모습을 보는 듯한 사실삼을 주어 GOOD!
솔직히 이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성에 촛점을 맞추어 온 위닝의 고유한 품위가 조금 가벼워진 듯한 느낌도 들어 개인적으로 마냥 기뻐할 수는 없는 부분인 건 사실이다. 하지만?이로 인해 심판이 경기 중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점은 만족스럽다. 파울이 발생했을 경우에만 홀연히 등장했다가 경기 중엔 화면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던 전작의 위닝과 달리 이젠 선수들과 함께 뛰고 경기에 관여하면서 실제 축구에 더 가깝게 진 일보한 것이다.
필자의 경우 위닝 7 인터내셔널을 주로 플레이하면서 위닝의 사실적인 모습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그러나 7 인터내셔널은 뛰어난 그래픽에 수반되는 방대한 데이터 때문에 길어지는 로딩시간이 문제로 지적되곤 했다.
이번 위닝 8이 마음에 들었던 점 중 하나는 7 인터내셔널의 로딩시간에 비해 다소 짧아졌다는 것이다. 과거의 6이나 6fe보다는 길지만 지루함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로딩시간이라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게임을 해보면 게임진행에 스피드가 붙었다는 걸 분명히 느끼게 된다. 이것은 선수들의 행동 반경이 전작에 비해 세분화되고 활동 폭이 넓어졌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비슷한 움직임은 있어도 선수들의 움직임이 같은 경우는 없다고 보아야할 것이다.
아쉬운 점이라면 전작보다 방대한 데이터를 보유했으면서도 로딩의 원할함을 위해 일부 측면 화면 등에서 화면이 다소 흔들리거나 몇몇 경기장이 투박한 느낌을 준다는 것. 오히려 이 부분에선 위닝 7 인터내셔널의 그래픽이 섬세한 듯 하다.
자신이 감독이 되어 선수를 영입하고 팀을 우승으로 이끌어가는 마스터리그를 비롯해(성장과 쇠퇴의 요소가 추가됨) 역대 위닝의 게임 옵션들과 에디트, 연습 모드 등이 충실히 재현되어 있고 초보자들을 위한 배려까지 첨부한 초심자 전용모드 등 제작사 KONAMI의 세심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어째서 위닝이 일본?발매 첫날(2004.8.5) 100만장 돌파라는 경이적인 판매고를 올릴수 있었지 짐작케한다.
한편 불만도 있다. 국내에 발매된 위닝 8은 일본판 그대로이기 때문에(동봉 매뉴얼만 한글화) 언어 이해에 문제가 생긴다. 모든 게임옵션이 일본어로 표기되어 있어 일본어를 모른다면 클럽팀과 국가대표팀을 고를 때 오직 국기와 클럽 깃발을 참고로 팀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영어로 출시된 7 인터내셔널과 비슷한 옵션으로 구성되어 있긴 해도 8부터 게임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겐 이마저 불가능한 일. 위닝이 여타의 스포츠 게임처럼 간단한 조작으로 쉽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 아니기 때문에 한글화는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 스포츠 게임이니 외국어라도 상관없다는 얘기는 적어도 위닝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고수가 되기 위해선 복잡한 조작을 익혀야 하고, 그를 위해선 일본어를 알아야 하기에….
그나마 다행인 점은 화면에 가득차는 메인화면의 컬러플한 아이콘이 일어를 모르는 사람에게도 어느 정도 가이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중에서 특히 필자의 눈을 끌었던 것은 컵 모드에서 화면에 나타나는 스코어보드의 색상배치(투명한 블루에 국기가 그려져있음)가 타이트한 게임과는 대조적으로 화사한 분위기를 자아냈으며 특히 유명 선수들을 비롯, 한국팀의 유니폼과 선수들의 특징적인 생김새를 두루 사실적으로 묘사한 점 등이다.
그리고 의식하진 않았겠지만 피파 2004의 몇 가지 이미지 메이킹적 요소도 한층 보완해 재현되는 부분이 있는 듯 하다(골킥 시 골키퍼가 공을 내려놓는 모습, 코너킥 장면). 하지만 두 게임 모두 축구라는 실제 스포츠 경기를 게임화시킨다는 한가지 목표로 아이디어를 집약시키다 보면 일부 유사한 점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은 필자도 공감한다. 다만 축구 마니아들은 게임의 내용을 근본적으로 보완하고 발전시켜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길 바란다는 점을 두 회사는 기억해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