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탈을 꿈꾸는 자들을 위한 최고의 선물(GTA: 산 안드레아스)
2004.10.30 10:38프리라이터 심광헌
「Grand Theft Auto(이하 GTA)」. 이 게임을 설명하는데 무슨 말이 더 필요한가? 「GTA 3」에서의 혁신적인 변신 이후로 세계적으로 가장 잘 팔린 PS2용 타이틀이 된 이 유명한 게임을 모를 게이머는 아마 없을 것이다. 레이싱과 어드벤처 그리고 액션의 완벽한 조합. 그 어느 분야에도 뒤지지 않을 정도의 훌륭한 완성도를 자랑하는 「GTA」 시리즈는 국내에 정식 발매가 되지도 않았음에 불구하고 국내 게이머들에게 「파이널 판타지」 이상으로 인기 타이틀이 되었다.
여기서 잠깐! GTA란?
「Grand Theft Auto」의 약자로 말 그대로 ‘위대한 차도둑’이란 뜻. 플레이어는 범죄자들에게 의뢰를 받아 살인청부, 요인 호송, 자동차 도난 등 뭐든지 닥치는 대로 한다. 이 안에서 일어나는 갱들 사이의 권력다툼과 배신은 어지간한 어드벤처 게임을 넘는 높은 퀄리티를 자랑하며 소형 리모콘 자동차에서 비행기까지 수십 가지 종류의 탈 것을 몰수 있는 재미와 말 그대로 ‘무엇이든’ 해도 괜찮은 끝없는 자유도는 비디오 게임의 혁명이라 불리며 PS2 최고의 타이틀이 되었다. 현재 그 다섯 번째 작품인 「GTA: San Andreas」가 최근 발매됐다.
▲ 뺏고 도망치고. 이것이 GTA의 모토 |
전작의 4배가 넘는 볼륨
이번
작품에서 새롭게 바뀐 것은 셀 수 없이 많지만 가장 큰 것은 바로 엄청나게 불어난
볼륨이다. 전작인 「Vice City」도 「GTA 3」와 비교했을 때 보다 넓은 맵과 다양한
미션 등으로 약 2~3배 가량 커진 볼륨을 자랑했지만 이번 San Andreas는 무려 Vice
City의 4배가 넘는 크기를 자랑하니 과연 어느 정도일지 한번 상상해 보길 바란다.
▲ 물론 맵 구석구석마다 놀 것으로 가득 차 있다 |
검게, 더욱 거칠게
이번
「San Andreas」의 큰 특징 중 하나가 주인공이 흑인이라는 점이다. 어떻게 보면
흑인이라는 존재가 범죄를 가장 많이 일으키면서 사회적으로 많은 이슈를 안고 있다는
선입견도 있겠지만 이번 작품에서 주인공인 흑인인 이유는 흑인 문화가 뜨고 있는
요즘 코드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주인공이 흑인이다 보니 주변의 동료들도 거의
같은 흑인들이고 내뱉는 말도 온통 흑인영어다 보니 흑인영어에 익숙하지 않은 플레이어들은
‘이것이 뭔 소리인가’ 하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또 조금 후에 따로 설명하겠지만
꾸미기 좋아하는 흑인들의 특성을 살려 옷을 갖춰 입거나 헤어스타일, 심지어 문신까지
새로 할 수 있는 등 외모를 구미에 따라 바꿀 수 있는 범위도 늘어났다. 또 미션
중에도 래퍼가 되려는 친구를 도와주려고 유명 흑인 래퍼의 저택에 숨어들어가 가사를
적은 노트를 훔쳐오는 등 주로 마피아와 야쿠자를 상대로 장사(?)를 했던 전작들과는
많이 달라진 면을 보인다. 이번 「San Andreas」의 주인공은 미국 사회에서 소외받고
멸시받으며 언제까지나 가장 바닥인생을 벋어나지 못하고 있는 흑인이다.
▲ 법이고 뭐가 다 무시다. 그냥 대충 알아넘기자 |
|
▲ 언젠가 할렘가에서 봤던 친구 모습이 꼭 이랬다 |
▲ 대사의 터프함 역시 가히 최강 |
MOD 패치? 이젠 필요 없다
PC
버전으로 「GTA」를 플레이해본 사람이라면 다양한 MOD 패치를 통해서 게임을 더욱
재미있게 즐긴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제 「GTA」에서의 MOD는 단순히 팬들의 장난을
벗어나 하나의 새로운 게임을 만드는 레벨까지 이어졌는데, 이번 「San Andreas」에서는
굳이 MOD 패치가 없더라도 플레이어가 마음껏 주인공을 꾸밀 수 있게 되었다. 모자에서
신발까지, 그리고 문신, 헤어스타일 모두 상당한 다양성이 있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구미에 맞는 것을 골라서 마음껏 꾸밀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커스터마이징은 자동차도
가능하다. 물론 치장할 돈만 충분히 있다면….
▲ 집안에서 혼자서 패션쇼~ |
▲ 모히칸에서 순식간에 아프로(afro) 파마로 변신! |
▲ 차에다 니트로까지!? |
▲ 너무 먹다 보면… |
캐릭터는
성장한다
「San Andreas」에서 늘어난 또 하나의 재미는 캐릭터를
마치 롤플레잉 게임을 플레이하듯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미션을 클리어하면 동료들의
플레이어에 대한 존경치가 올라가고 체육관에 가서 덤벨을 들면 근육이 늘며 러닝머신에서
계속 뛰면 스태미너가 올라가 더 오랫동안 빨리 뛸 수 있게 된다. 반면 운동을 게을리
하거나 빼먹으면 도로 패러미터가 떨어진다. 한 가지 기술을 마스터하거나 패러미터를
일정한 단계까지 올리면 새로운 동작을 배울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일정수준 근육을
키우고 권투도장에서 권투선수와 스파링을 해서 이기면 여러 가지 새로운 격투술을
배울 수 있다. 이러한 것은 단순히 캐릭터가 행동할 수 있는 것 외에도 금전적으로
이익이 되는 것 등 종류도 많으니 하나하나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다.
▲ 한수 가르쳐 줄까? |
|
▲?캐릭터는 패러미터가 늘고 플레이어는 손가락 근육이 늘어난다 |
▲ 미션을 클리어하면 존경치가 높아진다 |
미션,
미션 그리고 서브 미션들
「GTA」의 큰 재미 중 하나가 주
미션 이외에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서브 미션들이 많다는 것이다. 정해진 시간 내에
갱들을 해치우는 Rampage 미션이라든가 차를 타고 언덕에 놓여있는 마크를 정해진
시간 내에 다 먹는 미션 등 서브 미션이라고는 하지만 정규 미션보다 더 어려운 미션들도
있다. 이번 「San Andreas」에도 역시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기상천외한 미션들이
추가되었다
▲ 자동차로 댄스를? |
|
▲ 심지어 이런 미션 까지도… |
▲ 집에 있는 게임기. 간단한 아케이드 게임을 할 수 있다 |
잠입.
또 하나의 묘미
신작에서 획기적으로 도입된 시스템 중 하나가
바로 이 잡입 모드다. 잠입 게임의 대명사 「메탈 기어 솔리드」의 히트 이후 미국
게임들도 잠입을 표현하고자 하는 시도가 많았고 이제는 심지어 「GTA」에까지 그
시스템이 적용되었다. 플레이어는 적 뒤에서 살금살금 다가가 나이프로 단순에 적을
해치우거나 소음총을 이용할 수 있으며 이런 기술로 적 갱단 멤버들 모르게 다른
멤버들을 해치우거나 경찰을 큰소리 내지 않고 간단히 처리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잠입 시스템이 가장 잘 표현되는 것은 남의 집 털러 갈 때로 슬금슬금 밤에 남의
집으로 들어가 모르게 훔쳐내는 재미는 서브 미션들 중에서 최고의 스릴감을 제공한다.
▲ 슬금슬금. 이 정도면 훌륭한 좀도둑 |
▲ 이 게임은 천주가 아니다 |
▲ 소음총으로 정확히 헤드 샷 |
이제는
못몰 것이 없다
각각 특색 있는 차를 갈아타면서 차 몰고 모으는
재미가 아마 「GTA」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아마도 「GTA」에서는 이제 말(馬)과
유모차를 제외하곤 더 이상 플레이어가 직접 못몰 건 없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도로에
굴러다니는 거의 모든 것을 몰 수 있게 해놓았다. 물론 단순히 모는 것 이외에도
차마다의 개성이 더욱 특화되어 차의 특성을 이용한 운전법도 풍부하다. 이것은 처음에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플레이어가 몰게 되는 자전거가 대표적으로 L1 버튼을 누르다
떼면 점프를 하는 등 탈 것의 특수 능력은 게임을 보다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해준다.
▲ 바퀴를 들어 올리면 이런 장해물도 손쉽게 넘어간다 |
|
▲ 자전거를 탄 상태로 경적을 울리면 경쾌한 벨소리가… |
▲ 지게차로 박스 나르기. 모 게임처럼 레이싱을 시키지는 않는다 |
끝으로
이
게임을 처음으로 접했을 때 하나의 게임이 이렇게까지 커질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보통 대자본을 투자해 만드는 대작 게임이라면 흔히 생각하는 것이
북미의 경우 RPG, RTS, FPS 등이 주류를 이루지만 범죄를 소재로 하거나 게임상의
잔혹성을 높인 게임들은 저예산의 질 낮은 게임들이 많다. 그러나 제작사 록스타는
이런 고정관념을 깨고 최고의 기술을 동원하여 「GTA 3」라는 초유의 히트작인 만들어
내었고 이 성공을 바탕으로 후속작을 성공시킨 후 지금 시리즈 상 6번째 작품인 「San
Andreas」로 다가왔다.
이번 「San Andreas」는 지금까지 나온 「GTA」의 기본적인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 전작에서 만났던 앵커들과 블랙 코미디로 가득한 CF들은 여전히 라디오에서 흘러나오고 전작에서 몰았던 차들까지 다시 등장시켜 전작을 플레이한 유저들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하지만 이번 「San Andreas」를 총체적으로 보자면 이번 작품은 게임의 거의 모든 요소를 다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어드벤처, 레이싱, 슈팅, 액션 심지어 최근 유행하는 잠입이라는 코드까지. 거기에 비록 성인용이라는 딱지를 받기는 했지만 타 게임을 추월하는 자유도까지. 이 완벽한 복합체는 게다가 볼륨까지 플레이어가 ‘이제는 그만’ 이라고 외쳤을 때에도 앞으로도 충분히 가지고 놀 수 있을 만한 재미거리를 듬뿍 담고 있다. 하지만 반면에 이 크기는 「GTA」의 차기작이 어떤 식으로 더 이상 발전할지 생각하게 해 본다. 과연 이보다 더 커지고 복잡해진 게임을 플레이어는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까? 예전에 필자가 아는 한 게임 개발자가 한 말이 생각난다. ‘게임은 현실의 모든 것을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시뮬레이션이 아닌 오락으로 즐길 수 있는 부분만 가지고 오는 것’이라고. 지금의 「GTA San Andreas」는 크다. 충분히 크다. 유저들이 지금까지 원해왔던 것에 충분히 부합하고 그것을 초과할 만큼 크다. 이번 작품에는 무려 경찰역으로 국내에서도 유명한 사뮤엘 잭슨(Samuel L. Jackson)을 기용하고 주인공인 CJ 역으로 신인 랩퍼인 영 멀레이(Young Malay)를 기용하는 등 단순한 게임의 영역에서 벗어나 연예계와의 연계까지 계산에 넣고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단순한 히트작을 뛰어넘어 게임계에 영향까지 끼칠 수 있는 매머드급 타이틀로 자리매김한 「GTA 시리즈」. 부디 다음 작품에서도 이번처럼 높은 퀄리티와 밸런스를 지킬 수 있기를 바란다.
▲ 그저 외모만 닮은 것은 아닌 듯 하다 |
▲ 엄청나게 커져버린 총포상. 「San Andreas」로의 발전은 이것을 뛰어 넘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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