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의 에바를 내가 주인공이 되어 체험한다(신세기 에반겔리온 2)
2004.11.12 11:21게임메카 송찬용
안녕, 토우지. 내 집은 아니지만 어서 와. 어라, 리츠코 씨도 오셨네요? 엇… 뭐, 뭐죠? 갑자기 손을 잡고. 제게는 마야라는 좋아하는 사람이…. 우왓 펜펜! 보지만 말고 어떻게 좀 해줘! 휴우~ 이제야 다들 갔네. 그럼 이제 조용해졌으니 미사토 씨랑 연애나 한 번 해볼까? “정말 그러려고?” 당연하지. 내가 이 세계의 이카리 신지거든!
‘신세기 에반겔리온’은 우주전함 야마토, 기동전사 건담과 함께 사회현상으로까지 불릴 정도로 일본에서 큰 붐을 일으켰던 애니메이션이다. 일본 게임과 애니메이션을 좋아했던 필자 역시 에반겔리온에 빠져든 건 물론이다. 왜 이렇게까지 에반겔리온이 인기를 끌었던 것일까? 필자는 ‘주요 캐릭터들에 대한 시청자들의 불만’이 중요한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나약한 신지, 히스테릭한 아스카, 위선자 미사토 등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이 어떤 의미로 시청자들의 흥미를 불러일으켰다는 소리다. 시청자들은 이 짜증나는 캐릭터들을 보며 “나 같았으면 이렇게 했을 것이다”, “이 상황에서는 이렇게 했을 텐데”. 이런 생각을 하지는 않았을까?
하지만 지금까지 에반겔리온을 소재로 발매된 게임을 찬찬히 살펴보면 팬들의 이런 생각과 발매된 게임 사이에 꽤나 큰 갭(gap)이 존재함을 알 수 있다. 새턴으로 발매된 세 작품, PC로 발매된 두 작품 모두 외전적인 사이드 스토리 또는 설정이 아예 다른 어나더 스토리였다. ‘아야나미 육성 계획’ 역시 큰 흐름은 본편과 비슷했지만 주인공이 게임 오리지널 캐릭터인 넬프 직원 A였다. 이와 달리 ‘신세기 에반겔리온 2’는 팬들의 이런 답답함과 작품 개입에 대한 열망을 전부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흡수하고 받아들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게임을 시작하면 플레이어는 TV판 주인공인 이카리 신지가 되어 2015년의 제 3 신동경시라는 그 익숙한 상황 아래 놓이게 된다. 물론 사도가 공격해오면 초호기 파일럿으로서 소집되고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이벤트도 몇 개인가 있다. 하지만 ‘신지’가 어디에 가서 누구와 대화하고 어떤 관계를 만들어 가는지, 한정된 조건이라고는 하지만 사도와 어떻게 싸울 것인지 등 상당히 많은 부분이 플레이어의 손에 맡겨진다. 사이 나쁜 아버지 겐도와의 관계를 개선하는 것도 좋다. 개발주임 리츠코를 도와 신병기 개발에 매진하는 것도 좋다. 아스카나 레이 등 이른바 전우들과 친해지면 결과적으로 그녀들의 전투력도 올라간다. 본 내용과는 전혀 관계없지만 위원장(반장)에게 적극적으로 대시해 여자친구로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게임의 핵심이 되는 것은 A.T.다. 애니메이션에서는 A.T.필드, 즉 ‘마음의 벽’이라 표현되지만 본 작품 내에서는 일종의 ‘의욕’, ‘기분’을 수치화한 것으로 다뤄지고 있어 주로 다른 사람과의 대화에 의해 좌우된다. A.T.가 높으면 대인관계도 좋아지고 싱크로율도 높아져 전투가 쉬워진다. ‘에반겔리온’이라는 작품이 최종적으로 ‘사람들간의 마음의 융화’로 귀착하는 작품임을 생각해보면 이런 시스템은 정말로 잘 만든 시스템이라 생각된다. 다른 사람과 교류하는 것이 서툰 내성적인 소년(설령 그것이 주위 환경의 영향에 따른 것이라 할지라도)에게 세상은 결코 만만하지 않다. 만만하게 보기 위해선 자신이 먼저 달라져야만 한다. 물론 사람과의 융화는 때로 자신에게 상처를 주는(A.T.가 하강) 결과가 되기도 한다.
기억과 감정을 지니고 시시각각 그것이 달라지는 캐릭터들이 이전과 같은 선택지를 골랐다고 해서 같은 반응을 보인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게임으로서, 그리고 애니메이션 본편의 모의적인 재구성작으로서 오히려 그런 부분에서 재미가 있는 게 아닐까?
애니메이션에 있는 명장면 몇 개가 수록되지 않는 등 팬들 입장에서 보면 불만점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에반겔리온’이라는 애니메이션에 매료된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신지, 아스카와 레이 또는 미사토나 카지가 되어 그 끝나지 않는 여름을 ‘바꿔볼 수 있는’ 이 작품은 분명 큰 유혹이 될 것이다. 아니, 유혹에 빠져야 한다.
▲ 다양한 캐릭터들이 되어 실제 원작에서의 느낌을 생생히 맛볼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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