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ORPG계를 평정할 절대강자!(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한글판))
2004.12.02 16:31와우메카 최수영
※와우메카
로고가 들어있는 스크린샷은 클릭시 확대됩니다
90년대 초 택스트 머드 형태의 온라인게임이 등장한 이래로 한국의 젊은이들은 온라인게임과 함께 성장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온라인게임의 강국이라고 자부하는 이 땅에서, 수많은 타이틀을 즐겨온 게이머들에게 더 이상 MMORPG는 새롭거나 충격적인 장르가 아니다. 그 어떤 대작 MMORPG가 나온다 하더라도 게임 매니아들에겐 비슷비슷한 게임성에 껍데기만 바꾼 아류작처럼 느껴질 뿐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당신이 어떤 온라인게임을 즐겨왔고, 앞으로 무엇을 즐길 예정인지와는 상관 없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는 최고의 게임이다. 만약 아직까지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즐겨보지 못한 게이머가 있다면 지금 당장 이 리뷰를 포함해 모든 프로그램을 종료하고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설치하자.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는 그럴 가치가 있다.
필자는 주변 사람들에게서 '대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다른 게임이랑 차이점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여기에 그 답이 되는 명쾌하면서도 핵심을 찌르는 한마디가 있다.
'재미있다'
리뷰 시작부분부터 이런 이야기를 쓰는 건 조금 가혹할지도 모르지만, 국내 온라인게임 개발사들이 지난 10년 동안 허송세월만 보내야만 했던 특별한 이유라도 있었던 것인지 묻고 싶다.
게임이 담고 있는 배경 스토리, 탐험의 대상이 되는 게임세계, 얻어야 할 아이템, 사냥해야 할 몬스터. 이 모든 것들이 아무리 복잡 다양하게 변화하고 발전한들 그 바탕에 깔려있는 기본적인 틀이 그대로라면 게이머들은 식상할수밖에 없다. 끊임없이 성형수술을 반복해대는 동일인물을 만나는 기분조차 들지 않겠는가.
게임의 본질이 ‘재미’에 있음을 알면서도 그것은 온라인게임의 부차적인 요소로 보는 거만한 시각. 그 외의 부분에 주력하는 상황에서 게이머들에게 진정한 감흥을 주기란 애초에 무리였을 것이다.
물론 재미라는 부분이 단순히 그 게임이 얼마나 매니악 한가에 의해 좌우되는 부분은 아니다. 게임이 매닉악하냐 아니냐는 형식적인 부분이지 내용적인 부분은 아니다. 굳이 따지자면 똑같이 중요한 부분이며, 둘이 서로 양립할 수 없는것도 아니다. 게이머의 성향에 따라 어느 한 쪽을 중시할 순 있겠지만 그것은 개인의 취향이나 추구하는 방향의 차이일 뿐이다. 오히려 온라인게임이라는 장르를 캐주얼화하여 대중에게 널리 보급했다는 측면에서 전형적인 한국 온라인게임은 높이 평가 받을만하다.
여기서 형식이란 그 게임이 취하고 있는 주제를 다루는 방법상의 차이를 말한다.
하지만 형식의 보다 근본적인 역할은 그 게임이 취하고 있는 내용을 어떻게 풀어 놓느냐, 혹은 어떤 자세에서 접근하느냐라는 『표현 방식의 차이』보다도, 게임을 구성하고 있는 각 개별 장치들이 얼마나 적절하게 배치되어 있는가, 폰트나 아이콘의 크기는 적절하며 사냥을 통해 레벨업을 하는 간격, 좋은 아이템을 마련하기 위해 들여야 하는 노력, 재미를 느끼기 위해 투자해야 하는 시간, 캐릭터가 각 지역을 이동하기 위해 움직여야 하는 동선의 배치, 마법 이팩트를 사용했을 때 표현되는 그래픽의 수위, 적절한 스토리 전개 등을 포괄한다.
상업적인 목적으로 제작된 하나의 상품이라면 이러한 점들은 애초에 충분히 고려되어야 마땅하다.
잘 만든 게임이란 외형적으로 보이는 캐릭터의 디자인이나 그래픽의 화려함도 중요하겠지만 플레이어들이 제대로 된 타이밍에 적절한 몬스터를 자연스럽게 사냥하게 되며, 각 레벨에 맞는 적당한 수준의 무기를 때가 되면 얻을 수 있고 적합한 지역에 자연스럽게 도달하게 되는가, 각 마을의 위치는 해당 지역의 플레이어들이 주로 활동하게 될 지역에서 얼마나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는가, 게임이 전개될수록 스토리에 얼마나 자연스럽게 빠져들 수 있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다.
그리고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즐겨보면 이런 근본적인 부분에서 얼마나 고심하여 게임을 제작했는지를 알 수 있다.
적절한 컨텐츠가 아무런 위화감 없이 적합한 장소에 배치되어 있고, 그것이 애초에 의도했던 대로 충분히 활용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람들은 충분한 재미와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게임 세계를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결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다른 국산 온라인게임에 비해 우월하다는 주장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물론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는 다른 국산 온라인게임에 비해 우월한 부분을 많이 가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 말하려는 부분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다른 국산 온라인게임과 비교해서 우월하다는 점을 증명하려는 것이 아닌, 이 게임이 가지고 있는 여러가지 장치들이 다른 국산 온라인게임이 가지고 있는 같은 성격의 장치들과 비교해서 우월할뿐만 아니라 이로인해 국산 온라인게임과 근본적인 부분에서 아예 다른 게임이라는 것을 말하려는 것이다.
그리고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만이 가지고 있는 여러가지 새로운 장치들이 결국은 한국적인 게이머 성향과 맞질 않는다고 하여 애써 무시해왔던 바로 그런 부분이었으며, 그런 점들이야말로 게이머들이 진정으로 원했던 것이었다는 사실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그 어떤 분야보다도 변화에 민감하고 새로운 것을 시도해야 할 게임 업계에서, 국내 온라인게임들은 시작부터 한국적인 성향을 설정해놓고 게이머들이 이럴 것이다라고 정해버렸던 것은 아닐까. 이러한 자가당착적 상황을 만들어놓고, 그것을 타파할 어떠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다면 게임뿐만 아닌 그 어떤 장르에서도 새로운 시도란 일어날 수 없을 것이다.
세계를 왜 탐험해야 하고, 몬스터를 왜 잡아야 하며, 아이템을 왜 얻어야 하는가(이런 부분들은 어디까지나 작은 예시일 뿐이다)라는 근본적인 부분이 전혀 고려되지 않는 온라인게임들은 이제 도태될 시기가 왔고, 불행하게도 구시대적인 온라인게임을 도태시킬 온라인게임들은 이미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이하 와우)다.
와우를 제작한 블리자드는 삼척동자도 다 아는 국민게임 스타크래프트, 그보다는 덜(?) 유명한 디아블로시리즈를 만든 초특급 게임 개발사다.
국내에서는 스타크래프트나 디아블로가 큰 인기를 끌었기 때문에 블리자드라는 게임 개발사를 말할 때 이 두 게임을 먼저 떠올리지만, 게임 매니아들이나 해외 게이머들에게 블리자드는 워크래프트 시리즈의 개발사로 통한다. 워크래프트 시리즈는 오늘날의 블리자드를 있게 한 간판급 게임이자 최고의 흥행 타이틀이다. 때문에 블리자드는 워크래프트 시리즈에 그 어떤 타이틀보다도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워크래프트 시리즈는 수많은 게이머들의 사랑을 받으며 그 방대한 세계관과 수많은 등장인물들, 깊은 스토리라인을 조심스럽게 키워왔고 마침내 2004년 이 모든 것을 거대한 세계로 구현하여 게이머들에게 그 통행문을 열어줬다.
와우는 워크래프트 시리즈 전작 프로즌 쓰론의 스토리가 종결된 후 4년이 지난 시점을 그 배경으로 설정하고 있다. 불타는 군단(Burning Legion)의 침공으로 위기에 빠진 아제로스는 그간 대립관계에 있었던 얼라이언스와 호드를 일시적으로나마 하나로 단합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며, 여기에 수만년 동안 역사의 그늘속에서 숨죽이고 있었던 나이트엘프들의 각성으로 세계는 다시 한 번 위기를 넘긴다.
하지만 그 후 4년, 얼라이언스와 호드 사이에 유지되어 온 실낱같았던 신뢰는 마침내 끊어지고 아제로스 대륙은 다시 한번 절대 강자가 없는 혼란의 소용돌이에 휩쌓인다. 각 종족은 불타는 군단으로 인해 황폐해진 자신들의 도시를 재건하고 아제로스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하여 새로운 투쟁을 벌여나가게 된다.
와우의 게임 특징은 철저한 개인성과 제한성을 기반으로 한 유기적 커뮤니티성에 있다.
인스턴스 던전, PvP 요소, 아이템 시스템과 각종 전문기술 등 와우를 구성하는 모든 특징적인 요소들은 패키지게임과 비견될만한 개인성과 함께 다른 플레이어와 협력해야만 보다 큰 것을 얻을 수 있는 커뮤니티 성을 함께 가지고 있으며, 여기에 각 플레이어들이 게임 세계에서 행사할 수 있는 능력에 명확한 선을 그어 게임의 재미를 저해할만한 요소는 미연에 제한하고 있다.
종족과 직업
플레이어는 얼라이언스와 호드 양 진영을 통해 각각 4가지씩 총 8가지 종류의 개성넘치는 종족을 선택할 수 있다. 각 종족은 특유의 종족 특성을 가지고 있어 어떤 직업을 선택하더라도 다른 종족간의 특성이 확연히 드러나게 된다.
예를 들어 표준 종족의 대표격인 인간은 가장 균형 잡힌 능력치를 보여주며, 그에 걸맞게 가장 광범위한 직업을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인간이 다른 종족에 비해 특색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종족 특성인 외교술이나 정신력 증가 등은 가장 표준적인 종족 성격을 살려줄 뿐만 아니라 표준적이라는 것 자체를 특징적인 요소로 만들어내고 있다.
표준적이고 무난한 종족이란 것 자체가 특징이 될 수 있는 설정이니, 나머지 7종족이 얼마나 개성 넘칠지는 더 이상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때문에 와우에는 특별히 선호되거나 버려지는 종족이 없으며, 게이머들의 성향에 따라 그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우락부락하게 생긴 타우렌에서 미형 캐릭터의 대표주자 나이트엘프까지 광범위한 선호도를 보이고 있다.
종족을 선택한 다음엔 직업을 선택해야 한다. 각 종족별로 선택할 수 있는 직업에 차이가 있을뿐만 아니라 몇 몇 직업은 진영에 따라 선택할 수 없는 것도 있다. 와우에 등장하는 직업들은 다른 온라인 게임에서 친숙했던 기본적 직업 성향에 워크래프트만의 독특한 색깔을 더하여 환상적인 개성과 벨런스를 보여준다.
근접형 전투캐릭터에 속하는 전사, 도적, 성기사는 각각 분노, 기력, 마나라는 전혀 상반된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으며 각각의 특징도 높은 방어력, 높은 공격력, 다양한 오오라 등 개성이 뚜렷하다.
예를 들어 와우의 전사가 사용하는 분노 시스템은 적에게 공격을 하거나 공격을 받을 때마다 증가된다.
마치 격투게임을 연상시키는 분노 시스템으로 전사는 특별한 마나 회복에 대해 신경 쓸 필요 없으면서도 공격과 방어에 대한 전술적 운영에 집중할 수 있다. 특히 전사는 ‘태세’라는 시스템을 통해 전투 상황에 적합한 모드(mode)에 머물 수 있으며, 각 태세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 다르므로 캐릭터의 운영이 법사형 캐릭터에 버금갈 정도로 복잡하고 깊이가 있다.
도적의 기력 게이지는 전사의 분노와 마찬가지로 그 최고수치가 항시 100에 고정된다.
분노 시스템과 다른 점은 분노는 공격을 하거나 받지 않을 땐 감소하여 평소엔 0인데 반해 기력은 공격이나 방어 상태와는 상관 없이 꾸준히 증가한다는 점이다. 도적의 기술은 레벨이 아무리 오르더라도 소모하는 기력의 양이 동일하므로 기술의 운영에 따른 다양한 연개기 개발이 가능하다.
특히 도적의 기술은 연개 포인트라는 누적 시스템의 영향을 받는 것이 많아 누적된 연개 포인트를 소모하여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다. 방어력은 약하지만 개별 몬스터에게 높은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이 도적의 가장 큰 매력이다. 또한 도적은 은신이라는 능력을 사용하여 다른 케릭터에겐 보이지 않는 투명 상태에 들어갈 수 있다. 도적의 기술은 적의 배후에서만 발동되거나 오직 은신 상태에서만 발동되는 것이 다수 존재하므로 진정한 의미의 암살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와우의 직업 특성 시스템은 디아블로 등에서 익숙했던 트리 형태의 기술 전문화 체계다. 동일한 직업이라도 게이머의 성향에 따라 투자한 특성의 방향이 달라지며 극단적인 경우에는 완전히 다른 직업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능력이 바뀌기도 한다. 때문에 와우의 캐릭터는 종족별 특성 시스템과 직업별 특성 트리를 통해 각 플레이어들의 취향에 맞게 개성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전문/ 보조기술 시스템
캐릭터가 가진 고유의 전투 직업 외에도 와우에서는 제 2의 직업인 전문기술/ 보조기술을 육성할 수 있다.
전문 기술을 이용하면 캐릭터가 각종 원재료를 이용하여 아이템을 제작하거나 아이템의 원재료를 수집할 수 있다. 플레이어들이 직접 강력한 아이템을 제작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좋은 아이템이 흔해지는 결과가 초래되진 않는다. 좋은 아이템을 제작하는데 필요한 원재료를 얻는 과정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원재료를 얻기 위해선 전문기술에 속하는 채집 기술을 익혀야 하며, 좋은 아이템의 원료가 되는 좋은 원료는 채집 기술의 숙련도가 높아야만 구할 수 있다. 채집 기술을 통해 원재료를 얻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다만 한번에 얻을 수 있는 원재료의 양이 적기 때문에 아이템을 제작하기에 충분한 분량을 손에 넣으려면 게임세계 전체를 충분히 돌아다녀야 한다.
다시 말해 의식적으로 재료를 모으기엔 약간의 노력이 필요하지만, 평소에 게임 세계를 광범위하게 탐험하면서 꾸준히 재료를 모아왔다면 필요한 만큼의 재료는 모인다는 소리다.
게다가 각 캐릭터는 전문기술을 최대 2개까지만 익힐 수 있으므로 다른 채집기술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재료는 플레이어들간의 거래를 이용하여 입수해야만 한다. 아이템을 제작하는 데 필요한 재료는 채집만을 통해 얻어지진 않는다. 아이템의 주요 재료중엔 NPC들에게 구입해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이 많다. 이러한 재료들은 NPC를 통해 언제든 구입할 수 있지만 종류에 따라 특정 NPC만 판매하는 경우도 있으며 가격이 만만치 않을 때도 있다.
좋은 아이템을 얻기 위해 어느 한가지(끊임없는 반복작업, 혹은 큰 돈)만을 요구하는 시스템이 아닌 플레이어간의 상호 보완적 거래, 게임 세계 탐험, 충분한 숙련도를 함께 요구한다. 결과적으로 좋은 아이템은?누구나 얻을 수 있으면서도 얻기 쉽지 않은 기가막힌 벨런스를 이뤄내고 있다.
개별화와 커뮤니티의 상징 인스턴스 던전
던전에서 플레이어는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 모든 사람들이 자기 집 안방 드나들 듯 돌아다니는 던전은 더 이상 그 신비감을 뿜어낼 수 없게 된다.
와우의 가장 큰 특징인 인스턴스 던전은 오직 플레이어와 플레이어의 파티원들만 들어갈 수 있는 개별 공간이다. 같은 인스턴스 던전이라고 해도 그 공간은 파티 단위로 별도의 장소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인스턴스 던전은 높은 난이도의 상징이기도 해서 결코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는 장소다.
때문에 인스턴스 던전은 하나의 파티 인원이 함께 모여야만 해결할 수 있는, 사전에 철저하게 준비된 놀이공간의 역할을 수행한다.
정밀하게 짜여진 몬스터들의 배치나 각 종 장치들의 절차에 따른 작동도 여러 사람들이 함께 존재할 땐 구현하기 힘든 부분이다.
플레이어들에게 있어 장치의 사용은 온라인 게임에서 간과되기 쉬운 액션 요소를 붙여준다. 아기자기한 느낌과 더불어 스토리 텔링도 용이해진다. 각 부분별 전략적인 돌파 방법, 노하우의 전수, 동일한 레벨의 캐릭터라 할지라도 그 던전을 얼마나 많이 경험해봤느냐에 따라 진행 방법은 판이하게 달라진다.
특정한 아이템을 가지고 들어갔을 때 변화된 모습을 보일 수도 있다. 키 아이템이 제 역할을 해낼 때의 기쁨, 새로운 통로의 발견, 파티원들과의 단합, 보스 몹을 잡는 데서 나오는 쾌감. 이 모든 것은 인스턴스 던전 시스템을 통해 구현되고 있다.
PvP 시스템
강력한 힘을 가진 사람은 어딘가 그 힘을 시험해보고 싶어한다.
예리한 칼에 칼집이 필요하듯, 강한 힘에는 그에 따른 절제력이 필요하다. 강력한 힘은 사람을 매료시켜 그렇게 되게 하는 동기일 수 있지만, 그 힘을 잘못 다루면 자신을, 남을 다치게 한다. 모든 무도가 인격의 수양을 강조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강력한 힘을 휘두를 수 있는 자라면 그에 걸맞는 수양을 쌓아야 마땅할 것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런 수양을 쌓을 순 없는 것이 현실이며, 때문에 온라인 게임에선 늘 PK나 먹자, 스틸등의 문제가 끊이질 않는다.
이런 면에서 와우의 PvP 시스템은 개인적으로 제한되면서 동시에 다른 플레이어와 무제한적인 상호작용을 하도록 제작되어 있다.
PvP를 하기 위해선 반드시 상대방에게 결투 신청을 해야 한다. 같은 진영의 플레이어는 결코 죽일 수 없으며, 어느 한쪽의 체력이 죽기 직전에 도달하면 결투는 자동으로 종료되고 승패가 판가름 난다. 결투는 이기거나 지더라도 아무런 패널티가 없으므로 자신의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위력을 뽐낼 플레이어에게 더없이 좋은 장치다.
반면 무제한적인 PvP는 진영간 전투 시스템에서 발휘된다. 와우에서 플레이어는 상대 진영의 플레이어를 아무런 제약도 없이 완전히 죽일 수 있다.
양 진영은 지난 10년간 워크래프트 시리즈 전체를 걸쳐 오랜 원한을 쌓아왔으며, 게임 내의 각종 퀘스트나 이해관계 때문이라도 상대방 플레이어를 공격할 이유는 넘칠 정도로 많다. 와우는 상대 진영의 플레이어를 공격할 것을 게임 전반에서 조장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싸우고 치열한 전투를 벌이라고 여러가지 장치을 시스템적으로 지원해주고 있다. 두 진영은 서로 대화를 할 수 없으며(애초에 말이 통하질 않는다) 파티는 물론 거래조차 불가능하다.
퀘스트
와우의 퀘스트는 게임 전반에 걸쳐서도 가장 핵심적인 장치다.
플레이어는 퀘스트를 해결하여 캐릭터의 레벨을 올리고, 새로운 지역으로 나설 동기를 얻으며 게임 전반의 스토리를 파악하는 데도 절대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물론 플레이어는 퀘스트를 하지 않더라도 게임을 진행하는 데 치명적인 문제를 겪진 않는다. 하지만 퀘스트를 진행함에 따라 플레이어는 점차 와우의 세계관 전반에 흐르는 거대한 이야기의 줄기에 다가서게 되며, 결국 후반에 만날 굵직굵직한 퀘스트에 이르러서는 마치 플레이어가 게임 세계의 유일한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마저 느낄 수 있다.
퀘스트는 캐릭터가 그것을 수행하기에 적절한 수준이 되야만 부여받을 수 있으며, 오직 퀘스트를 통해서만 익힐 수 있는 기술이 존재한다. 또한 퀘스트는 각 지역의 넓은 범위에 걸쳐 그 종류가 다양하므로 플레이어가 몬스터를 사냥할 때 해당 몬스터를 잡아야 하는 퀘스트를 함께 받는다면 더욱 효과적으로 레벨을 올릴 수 있고 무기와 돈 등 보상품도 함께 얻는다.
아이템
와우의 아이템 시스템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특징은 꽤 좋은 아이템을 퀘스트만 하면 손에 넣을 수 있다는 점이다. 플레이어는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더라도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그 기회가 열려있는 퀘스트를 해결하므로써 일정 수준의 아이템을 끊임 없이 제공받게 된다.
아이템이 퀘스트를 수행하거나 해결하는 동기가 되긴 하지만 아이템 자체가 게임의 목적이 되진 않는다는 의미다. 퀘스트 보상 아이템은 오직 퀘스트 해결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으며 다른 플레이어에게 팔거나 줄 수 없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각 퀘스트 아이템에 대해 유니크한 감각을 느낄 수 있다.
더욱 품질이 좋은 아이템은 인스턴스 던전의 보스를 잡거나 강력한 정예 몬스터를 처치하므로써 얻을 수 있다. 퀘스트 보상 아이템처럼 확실하게 보장된 것은 아니지만 인스턴스 던전 자체가 각 플레이어(혹은 파티)에 대해 개별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좋은 아이템에 대한 기회는 여전히 모든 플레이어에게 그 문이 열려있는 셈이다.
물론 최상급의 아이템은 한정된 플레이어에게만 기회가 돌아간다. 하지만 그런 아이템은 반복행동(소위 노가다)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명성 수치가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구입할 수 있는 특별한 아이템은 다른 의미에서 모든 플레이어에게 공평하게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열려있다.
경제 시스템도 잘 짜여져 있다. 억지로 돈을 소모시키는 부분은 없지만 그렇다고 돈이 남아돌지도 않는다.
물건을 제작할 때 상점에서 필수적으로 구입해야 하는 기본 재료들이 있고, 이것을 구입하는 데만해도 상당한 금액이 소비된다. 또한 돈 자체가 시약으로 소비되기도 한다. 필수적이진 않지만 유용한 마법에 기본 재료가 소모되며 이러한 것들은 오직 상점에서만 구입할 수 있다. 상점에서 구입하는 아이템은 대부분 수량 제한이 없지만 몇몇 것은 수량이 제한되있기도 한다.
귀속 시스템도 한 몫 거든다. 귀속 시스템을 통해 플레이어는 고성능의 아이템을 오직 퀘스트나 던전 공략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세계관이 아닌 것이다. 돈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만 그렇다고 절대적인 것은 아니며, 풍족해서 나쁠 것은 없지만 그렇다고 부족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필수적이지만 많진 않아도 전혀 문제가?없다.
이동수단
광활한 아제로스 대륙을 여행하기 위해선 직접 발로 뛰는 것만으론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때문에 와우에는 고레벨 캐릭터들이 탑승할 수 있는 다양한 탈것을 비롯하여 공중 이동수단, 배나 비행선, 순간이동, 포탈, 귀환석 등 다양한 이동수단이 등장하며 이는 각각 근거리 이동, 지역간 이동, 대륙간 이동 등 고유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먼저 탈 것은 종족별로 40레벨이 되면 탑승 기술을 습득한 후 탈 것을 구입하여 이동속도를 평소의 140%로 증가시켜주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이동속도가 빨라진다는 효과도 있지만 탑승한 모습이 멋지다. 각 종족은 고유의 탈 것을 기본적으로 익히고 구입할 수 있으며, 다른 종족에 대해 평판수치가 증가하면 다른 탑승수단도 익힐 수 있다.
공중 이동수단은 먼 거리를 보다 빨리 이동하기 위한 일종의 택시 서비스다. 이동속도는 평소의 400% 정도이며 지형을 가로질러서 이동하기 때문에 속도는 훨씬 더 빠르다. 공중 이동수단은 각 진영별 특색에 맞게 얼라이언스는 그리폰과 히포그리프, 호드는 와이번과 박쥐가 이용되며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다른 지역의 정해진 목적지까지 플레이어를 자동으로 운송해준다.
와우는 칼림도어와 동부왕국이라는 두 개의 거대 대륙으로 이루어져 있다. 두 대륙 사이에는 거대한 바다가 놓여있기 때문에 탈 것이나 공중 이동수단을 통해서는 상대편 땅으로 이동할 수 없으며, 이를 위해 이용되는 것이 바로 대륙간 이동수단이다.
대륙간 이동수단은 그 이용이 가장 제한적이며, 항구나 비행선 탑승장 등 이용할 수 있는 곳도 한정되어 있다.
이 외에도 스톰윈드와 아이언포지를 연결해주는 지하철, 자신이 설정한 여관으로 순간 이동시켜 주는 귀환석, 마법사의 순간 이동이나 포탈, 흑마법사의 플레이어 소환 등 와우에는 다양한 이동 수단이 존재하며 각 이동수단은 고유의 특색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각 수단이 골고루 활용되는 편이다.
국산 온라인 게임의 귀감이 되길 바라며
리뷰를 통해 와우의 모든 부분을 살펴보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와우는 위에서 언급한 모든 방면에서, 이제까지 다른 게임들이 일궈온 좋은 점은 그대로 계승/ 발전시킴과 동시에 너무도 명백한 문제점, 하지만 그것이 당연시되어온 부분들을 과감하게 타파하여 이제까지의 온라인 게임과는 비교조차 불가한 혁신적인 재미를 게이머들에게 선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와우 자체만을 놓고 봤을때 해결해야 할 문제점은 분명 존재한다. 특히 극심한 랙 현상이라던가 접속을 위해 몇몇 서버는 1시간 이상씩 기다려야 된다는 점은 조속히 해결해야 할 부분이다.
와우가 앞으로 국내에서 얼마나 많은 게이머들에게 사랑받고 어떤 반응을 불러일으킬지에 대해서 예상하기엔 조금 이를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다른 게임들이 근본적인 발전을 이루지 못한다면 와우가 다른 모든 온라인 게임이 누렸던 지위를 땅에 떨어뜨리고 맹주의 자리를 차지할 것은 시간 문제일 것이다.
많이 본 뉴스
- 1 세나 리버스, ‘쫄작’ 남기고 영웅 머리 크기 줄였다
- 2 20년 전과 올해 지스타 풍경 변화, 전격 비교
- 3 [롤짤] 한 명만! 젠지 FA에 몰려든 팀들
- 4 엘든 링 DLC 포함, 더 게임 어워드 GOTY 후보 발표
- 5 9년 만의 복귀, ‘마리오 카트 8 디럭스’ 해피밀 출시
- 6 “노안 때문에…” 드퀘 3 리메이크 플레이 포기 속출
- 7 하프라이프 3는 레포데 때문에 나오지 못했다?
- 8 [순정남] 배상 따위 하지 않는 '락카칠' 캐릭터 TOP 5
- 9 [포토] 금손 코스어 집합, 지스타 코스프레 어워즈
- 10 전염병 주식회사 이후를 다룬 ‘애프터 주식회사’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