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명의 병사들과 거대 원생생물이 벌이는 SF 초대작(피크민 2)
2005.02.23 15:21게임메카 송찬용
피크민을 모르는 사람에게 “피크민이 어떤 이미지의 게임이야?”라고 물으면 어떤 대답이 돌아올까? 아마도 ‘귀엽고 아기자기한 게임’이라 대답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피크민 2를 플레이하기 전의 필자 역시 ‘귀여운 게임’이라 생각한 게 사실이다. 참고로 필자는 전작을 플레이하지 않았다.
▲ 이 얼마나 귀여운 모습인가? 그러나 이 겉모습에 속아선 안 된다! |
그러나 플레이를 하게 되자 이내 그것이 큰 착각임을 깨닫게 됐다. 보물을 운반하고 피크민의 수를 늘려나간다. 여기까지는 좋다. 문제는 자기보다 큰 생물과의 전투 부분이다. 수십 마리나 되는 피크민을 거대 생물에게 돌진시켜 장렬히 전사시킨다. 피크민이 거대 생물에게 차례차례 잡아먹혀 승천한다. 처음에는 잡아먹힐 때마다 들려오는 피크민의 비명 소리가 너무나 가슴 아파 원생생물을 발견해도 오리마 하나만으로 싸우곤 했다. 하지만 싸움이 계속되면서 이 전법은 어려워져 갔다. 생물을 쓰러뜨리는 것만으로 하루가 지나가 보물찾기 작업이 진전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얼마 후 결국은 오리마 혼자 싸우는 건 포기하고 피크민을 전투에 참가시키게 됐다. 이렇게 피크민과 원생생물의 혈투가 매일 반복된다. 그러나 처음에는 잔인하다고 생각했던 광경도 매일 보게 되니 차츰 익숙해져 갔다. 아니, 마비되어 갔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이다. 무섭게도 처음에는 친구라고 생각했던 피크민이 지금 필자의 눈에는 전투를 위한 도구로 보이는 것이다. 이제 게임은 더 이상 보물찾기라는 평화로운 소재가 아니라 전쟁을 소재로 한 게임으로 바뀌었다.
여기까지 원고를 쓰고 나니 문득 ‘스타쉽 트루퍼스’라는 영화가 생각났다. 못본 사람들을 위해 짧게 설명하자면 이 영화는 곤충형 에이리언 ‘벅스’와의 싸움을 그린 SF 영화다. 벅스의 흉악한 모습이 적나라하게 묘사되기 때문에 벅스에 대한?증오의 표현이 극단적으로 나타난다. 어린아이들이 벌레를 발로 밟아 죽이는 모습이 TV를 통해 흘러나오며 병사들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벅스 대응 요령을 교육받는다. 벅스와 싸우는 병사들은 “좋은 벌레는 죽은 벌레뿐이다”라고 외치며 목숨을 걸고 벅스와 끝나지 않는 전쟁을 계속한다.
이 영화에서 나오는 전투 장면 역시 아주 박력 넘치는데, 가장 기억나는 장면은 엄청난 수의 벅스들이 전선기지로 쳐들어오는 모습. CG를 통해 그 과정이 생생히 그려진다. 벅스 한 마리 한 마리가 인간에 비해 무척 크기 때문에 벅스와 인간이 싸우는 모습은 원생생물과 피크민이 싸우는 모습과 아주 흡사하다. 이 작품의 속편은 우리나라에서 개봉을 하지 않았지만 필자는 지인을 통해 비디오로 빌려볼 수 있었다.
▲ 비단 거대 원생생물뿐만 아니라 황당하고 엽기스러운 이벤트들이 곳곳에 등장한다 |
어쩌다 보니 영화의 소개가 되고 말았는데, 피크민 2의 전투가 얼마나 생생한지 영화 설명을 통해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을 거라 믿는다. 이런 장면은 ‘변경의 동굴’의 보스인 퀸 차피와의 싸움에서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다. 이 녀석은 스타쉽 트루퍼스의 최종 보스마저 귀엽게 느껴질 정도로 그로테스크한 모습을 자랑한다. 퀸 차피는 여왕 백개미와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는데 엉덩이에서 헤비 차피를 만들어낸다. 헤비 차피가 태어날 때에는 실을 뽑아내면서 요상한 소리가 들리는데, 이게 아주 신경에 거슬린다. 게다가 헤비 차피를 쓰러뜨리면 벌레는 밟았을 때처럼 체액이 사방으로 튄다. 산산이 흩어진 헤비 차피의 잔해와 퀸 차피의 머리에 올라 타 옥쇄를 각오하고 공격을 펼쳐내는 피크민들. 스타쉽 트루퍼스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모습이다.
이런 장면을 보고도 아직 귀엽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아니다. 이 게임은 용감한 병사들과 흉악한 원생생물의 전쟁을 그린 SF 바이올런스 액션게임인 것이다. 또한 한 번 사용하고 버려진 병사(피크민)들의 처연함과 전쟁의 비극까지 생각해볼 수 있는 휴머니즘 가득한 전쟁게임이다. 필자는 전쟁을 체험한 적이 없지만 실제 전장도 이런 광경일 것이라 생각한다. 피크민의 모습과 병사들의 모습이 오버랩 되는 것과 동시에 지금도 지구 어딘가에서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을 거라 생각하니 가슴이 섬뜩해진다.
다시 얘기가 새고 말았는데, 어쨌거나 피크민 2의 캐릭터가 귀엽다는 걸 부정하는 건 아니다. 오리마를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해 일하는 피크민에게 애정을 듬뿍 담아 플레이하는 것도 물론 좋은 방법이다(보통 이게 대부분의 플레이법이겠지만). 그러나 강조하고 싶은 건 ‘피크민 2 같은 게임은 여자, 어린애들이나 즐기는 게임이야’라며 치부해버리는 남성 게이머들도 아주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는 점이다.
오늘도 원생생물과의 싸움은 계속된다. “오리마 소대, 돌격하라!!”
▲ 보통은 이런 평범한 물건들을 발굴하는 것이 일반적인 게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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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피크민에서는 통조림 캔, 게임기(게임워치) 등 황당한 물건들을 발굴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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