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구르트 없는 삶을 생각해 보신 적 있나요?(요구르팅)
2005.05.31 09:04강가딘
제목만으로 유저들의 시선을 충분히 끌었고 학원물이라는 새로운 배경으로 참신함을 더했으며 ‘안나’라는 스타를 선보여 깜찍함을 느끼게 했던 온라인게임 요구르팅이 드디어 일반 유저들에게 공개됐다. 지난 5월 10일부터 시작된 요구르팅 오픈베타테스트는 ‘상반기 기대작’으로 손꼽히며 그동안 많은 온라인게임 유저들의 시선을 받아왔다. 온라인게임을 좋아하는 유저였다면 요구르팅이 얼마나 자신들의 눈을 즐겁게 해줄지 또 얼마나 온 몸에 전율을 전달해 줄지 기대했던 시간들이 생각보다 더 즐거웠을 것이다.
▲정통 RPG와는 차별화된 신선한 느낌의 요구르팅
요구르팅은 정통 롤플레잉을 추구하는 기존 온라인게임과 달리 다소 차이가 있다. 현재 서비스되고 있는 정통 롤플레잉 온라인게임들을 살펴보면 거대한 판타지세계 속에서 자신의 캐릭터를 성장시키기 위해 플레이어에게 여러 지역을 탐험하길 강요했으며 영역이 제한된 마을보다는 제한되지 않은 마을 밖 필드를 주 활동무대로 삼았다.
하지만 요구르팅은 이런 거대한 판타지세상을 돌아다니는 것이 아닌 제한된 학교라는 공간 내에서 플레이어 자신에게 주어진 에피소드들을 클리어해 나가면서 RPG적인 모험을 영위해나가는 새로운 방식을 채택했다.
▲유급의 아픔은 느껴본 사람만이 알고 있다는... |
▲독특하게 무기에는 악기도 존재한다. 학원만의 특징이라고나 할까? |
또 정통 온라인 롤플레잉게임이 캐릭터의 성장 정도를 ‘레벨’이란 정형화된 개념으로 나타낸다면 요구르팅은 레벨이 아닌 ‘학년’이란 세계관에 걸맞는 새로운 요소를 채용하고 있다. 즉 일정한 경험치를 얻어 레벨을 올린다는 기존 롤플레잉의 요소를 요구르팅에서는 ‘학년’이란 일정한 등급으로 나눠 표현하고 있다.
이외에도 착용한 무기에 따라 공격방식이나 사용스킬이 달라지는 공격시스템, 마치 캐주얼 MMORPG를 즐기는 듯한 느낌을 제공하는 간결한 방식의 에피소드 시스템, 착용하는 장비에 따라 외모가 다양하게 변경되는 코스튬플레이 시스템 그리고 무기장비강화 시스템 등 기존 MMORPG에서 이미 다양한 방식으로 선보인다. 요구르팅은 자신만의 시스템을 변화시켜 소화하고 있어 ‘새롭다’ 혹은 ‘신선하다’란 말로 표현할 수 있을 정도의 완성도를 보이고 있다.
▲게임의 무대가 되는 곳은 학교. 이것도 판타지 세계라고 할 수 있나? |
▲밀리계열 무기도 학용품 일색. 커터칼이 칼로 등장하는 요구르팅만의 센스 |
▲겉모습과 달리 진입장벽은 조금 높은 편
이렇듯 기존 시스템을 자신의 색깔에 맞춰 새로운 시스템으로 구현하는 것은 개발자에게 있어 상당한 고통과 창조력을 강요한다. 그것도 높아진 유저들의 눈높이를 충족시킬 수 있을 정도의 수준까지 도달하려면 자신의 두뇌를 혹사시킬 각오를 해야 함은 물론이다. 이런 의미에서 요구르팅은 자신이 채용하고 있는 다양한 게임시스템이 어떻게 다른 게임과 비교될 수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 게임이라고 칭찬해줄 만 하다.
또 요구르팅을 기획한 개발자나 운영자는 한 가지 음식을 만들 때 같은 재료와 양념을 사용하더라도 사용하는 사람이 재료와 양념을 어떻게 조화시키는 지에 따라 다른 음식이 나온다는 것을 정확히 알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러한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방법은 알고 있지만 그것을 직접 느끼고 맛을 봐야 하는 시식자 입장에서의 느낌은 크게 개의치 못한 듯 하다. 즉 요구르팅은 유저가 충분히 맛을 볼 수 있도록 사전에 가르쳐줘야 할 정보에 대해서는 조금 인색하다.
요구르팅을 처음 접하는 유저라면 ‘초보자 가이드 스테이지’를 끝내고 도착한 학교에서 ‘이제부터 무얼해야 하나’라는 물음을 자신에게 던지며 한참을 막막함에 싸여 고민하게 될 것이다. 사막 한가운데 던져진 기분이라고 해야 하나? 에피소드를 클리어하기 위해서는 칼로리를 소비한다고 하는데 필자가 현재 가지고 있는 칼로리는 어디서 확인해야 하는 것인지, 무기나 장비강화는 어디서 해야 하고, 중요 에피소드를 얻는 것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등 게임 속에서 유저들에게 주는 정보가 약한 편이다.
▲이곳을
찾는데 상당히 오래 걸린 플레이어도 있다
물론 초보자만을 생각해서도 안 되겠지만 충분히 라이트 유저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는 요구르팅이라면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는 조작법에서도 느껴진다. 필자가 요구르팅에서 가장 먼저 느낀 불편함은 화면전환과 캐릭터 조작법. 키보드 조작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지금이기 때문에 <W>, <A>, <S>, <D> 키를 사용하는 것은 나름대로 좋은 설정이긴 하지만 이동이 아닌 화면시점 변화를 위한 것으로 사용되는 것은 조금 의아한 부분이다.
물론 이러한 조작법은 마우스 왼쪽버튼으로 이동과 각종 액션이 이뤄지며, 마우스 오른쪽버튼으로 해당 무기의 스킬을 사용할 수 있는 요구르팅의 조작특성상 유저중심의 편리성을 강조한 배려라고 하지만 초보자는 고사하고 숙련자에게도 학습시간을 요구하기 때문에 조금은 지나친 배려가 아닐까 생각한다.
▲요구르팅만의 독특한 시스템은 받아들이기 나름
요구르팅은 다른 MMORPG와 달리 유저 간 경쟁을 표면으로 드러내면서 부추기고 있다.
유저 간 경쟁구조는 커뮤니티를 제공하는 온라인게임만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요구르팅은 ‘아이템 분배방식’이란 시스템을 적용시켜 유저들의 경쟁을 표면으로 드러나게 하고 이로 인해 발생하게 되는 재미있는 상황을 게임컨텐츠로 이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3명의 유저가 ‘복도의 소소’란 에피소드를 클리어하기 위해 디아블로 방식처럼 방을 만들어 게임을 시작한다고 하자. 요구르팅은 경쟁구도에 입각해 해당 에피소드를 클리어하기 까지 소요된 시간과 몬스터를 쓰러뜨린 수에 따라 게임에 참여한 유저를 1, 2, 3등으로 나눠 결과화면을 보여준다. 여기서 문제는 에피소드를 클리어하는 동안 몬스터를 쓰러뜨리면서 획득한 아이템들이 모든 유저들에게 똑같이 분배되는 것이 아니라 아이템 수집박스마다 조금씩 다르다는 것이다.
때문에 열심히 게임에 임한 유저는 그에 상응하는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주어지게 됨은 물론 무기나 방어구 강화에 들어갈 제작아이템도 쉽게 얻을 수 있어 상당히 좋은 시스템으로 받아들여진다.
▲1등을
하기 위해서는 악기계열의 범위스킬이 제격. 써본 사람만이 안다
하지만 자신이 혼자 클리어할 수 있는 에피소드 방을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학년이 높은 캐릭터가 에피소드 룸에 들어오게 되면 저학년 캐릭터는 에피소드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없기 때문에 관련 문제는 해결이 시급하다.
게임플레이에 있어서도 요구르팅은 일반 온라인게임처럼 방대한 필드에 수많은 유저들이 돌아다니며 몬스터를 사냥하는 것과는 방식을 달리한다. 요구르팅은 디아블로나 길드워,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인스턴스 던전과 유사한 유저들만의 방을 만들고 미션을 클리어하는 방식을 따른다(본질적으로든 다르지만 의미는 일맥상통하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점은 학원이란 독특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요구르팅에 있어 강력한 무기가 된다.
▲원하는
아이템을 얻으려면 1등을 해야한다
또 레벨이란 개념을 폭넓게 해석해 6개 학년으로 등급으로 나눈 것도 게임설정의 일관성을 보여준다. 한 학년 진급을 위해서는 중요 에피소드에서 ‘B+’이상의 성적을 얻어야 하는 점도 단순하고 명확하다.
다만 중요 에피소드를 클리어하기 까지 그 과정에 있어서 반복적인 클리어를 통한 일명 ‘노가다’를 배제하기 힘들며 학년이란 개념 속에 자신의 캐릭터가 얼마나 성장했고 현재 어떠한 에피소드를 경쟁자 없이도 혼자서 클리어할 수 있는 능력인지 등을 파악할 방도가 없다. 에피소드를 클리어하는데 필요한 목적은 단순하지만 과정에 있어서 해당 에피소드를 클리어할 요건을 갖추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요구르팅의 칼로리 소모는 유저들에게 많은 제약을 가져온다. 칼로리는 중요 에피소드를 클리어할 때 캐릭터가 소모하는 일종의 포인트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다만 이 칼로리는 어떠한 정보창에서도 표시되지 않으며 에피소드 결과 창에서 방송될 뿐이다.
▲요구르트
언제 먹어요?
중요 에피소드 룸을 만들어 진행 도중 칼로리가 소모된다면 이동속도와 공격력이 떨어져 칼로리를 충전해야만 한다. 처음 주어진 칼로리를 소모하면 유저는 교문 밖, 헌혈차 앞의 NPC로부터(에스티바 학원의 경우) 요구르트를 얻을 수 있지만 무료로 제공되는 양은 미미할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요구르팅이 차후 유료화를 하게 될 때 이 부분을 유료화 항목에 삽입한다면 뜨거운 감자로 대두될 소지가 다분하다.
즉 요구르트를 현금으로 구매하도록 만들었다면 요구르팅 유저들이 구입해야할 요구르트 값어치는 정액요금보다 높지 않다고 보장할 수 없지 않겠는가. 기획의도가 게임 중독을 막고 이용 유저들의 건강을 위해 제한적으로 둔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회사의 본래 목적인 이익추구란 원리에서 소비자를 위한 좋은 의도가 상술로 변질되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그렇다고 무조건적으로 무료로 공급하라는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소비자와 서비스 제공자들이 서로 만족할 만한 적당한 선을 찾아서 해결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다양한 경쟁요소를 도입해 게임 외적인 재미도 충분히 제공하고 있다 |
▲요구르팅의 세상을 꿈꾼다
한 생명이 태어나기까지 10개월의 기간이 필요하듯 요구르팅도 10개월의 기나긴 산고를 감내했다. 새로운 온라인게임의 탄생이라는 기대감을 이제는 어떻게 성장해 나갈지 지켜보는 충족감으로 요구르팅을 바라봐야 할 때가 아닐까 생각한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오픈베타테스트는 게임회사나 유저에게 있어서 당연하게 생각하는 ‘게임에 대한 테스트’가 아니다. 앞으로 소비자들에게 선보이기 위한 상품의 ‘서비스 테스트’라는 것을 자각해 요구르팅이 좋은 게임으로 완성되길 바란다.
리뷰어: 강가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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