릿지와 니드 포의 비교 리뷰. 과연 내 취향은 무엇?(니드 포 스피드 언더그라운드 라이벌)
2005.06.01 15:55게임메카 송찬용
전세계 게이머들의 화제를 집중시킨 PSP가 국내에 정식 출시된 지 어언 1달. 이런 저런 사고도 많았지만 48시간 만에 예약판매 물품이 동나기도 하고, 출시 전날부터 게이머들이 매장 앞에 줄을 서는 진풍경이 연출되는 등 PSP는 나름대로 좋은 출발을 보이고 있다. 여기 까지는 좋지만 막상 PSP를 구입한, 또는 구입을 심각히 고려하고 있는 게이머들이 불만을 토로하는 한 가지 요소가 있으니….
“하드웨어와 동시에 출시된 게임의 수가 너무 적지 않은가!”
많은 게이머들이 이에 동감하리라 생각한다.
“그럼, 게임이 충분히 나온 후에 느긋하게 하드웨어를 사면 되지 않느냐.”
물론 이런 반론도 있을 수 있다. 엄밀히 말하자면 저 반론이야말로 지극히 상식적이고 사리에 맞는 의견이다. 하지만 저 반론은 게임 애호가(=얼리어댑터[註 1] 포함)의 속성을 전혀 모르고 하는 말이다. ‘그들’의 세계에는 기대되는 물건을 ‘일단 손에 넣고’(물론 어느 정도 예측은 하지만) 차차 그 활용법을 연구해서 남에게 알려 주고자 하는 자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사태의 추이를 지켜 본 후 결정’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이다.
▲ 가격 문제만 해결된다면 PSP는 한 번 탐내 볼만한 물건이다 |
그러나 막상 기대되는 게임기를 사놓고도 할만한 게임을 결정하지 못하는 것은 게이머로서 대단히 서글픈 일이다. 하여 게임메카에서는 PSP와 함께 발매된 게임 중에서 가장 비중 있으면서도 추천할 만한 장르, 즉 레이싱 타이틀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독자들이 예상하고 있는 대로 메뉴는 PSP용 레이싱게임 중에서도 압도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릿지 레이서’(이하 릿지)와 그 라이벌이라 할 만한 ‘니드 포 스피드: 언더그라운드 라이벌’(이하 니드 포) 되겠다.
註1 얼리 어댑터
신제품, 진기한 장난감 등에 열광하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단어. 필수 생활비를 제외한 수입의 대부분을 취향에 맞는 물품비로
지출하는 이들이 많다. 관심에 두고 있는 신제품을 누구보다 먼저 사용하고 싶어
하는 것으로도 유명.
릿지 레이서와 니드 포 스피드
‘릿지 레이서’ 시리즈와 ‘니드 포 스피드’ 시리즈는 저 유명한 ‘그란투리스모’ 시리즈와 함께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레이싱게임 시리즈들이다. 그러나 ‘그란투리스모’는 나머지 두 시리즈와 달리 게임적인 감각을 최소화시킨 ‘시뮬레이터’로서의 길을 걷고 있기 때문에 실질적인 비교 대상이 되기에는 무리가 있다.
▲ 레이싱 게임의 제왕 ‘그란투리스모’ 시리즈의 최신작 ‘그란투리스모 4’ |
반면 ‘릿지’와 ‘니드 포’는 공히 다소 과장된 연출이나 흥미 위주로 짜여진 물리엔진 등을 최대로 활용, 현실적인 느낌보다 재미를 우선시 하는 점에서 그 맥락을 같이 한다. 그리고 이 게임들은 ‘추구하는 재미가 비슷해 보인다’는 사실 때문에 두 타이틀 사이에서 갈등에 갈등을 거듭하는 게이머들도 적지 않으리라.
그러나 사실 두 게임은 각각 자신의 출신국, 즉 ‘일본’과 ‘미국’의 게임 제작 스타일이 진하게 녹아있어 전혀 다른 느낌을 주고 있다. 말하자면 ‘미소시루(註 2)’와 ‘스튜(註 3)’ 같은 느낌이랄까?
‘미소시루’와 ‘스튜’, 둘 중 어느 것이 더 맛있다고 딱 잘라 말할 수 없는 것처럼 ‘릿지’와 ‘니드 포’ 둘 중 어느 것이 더 재미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게이머들에게 각자 입맛이라는 것이 있으므로 이번 리뷰는 독자 자신의 입맛에 맞는 것이 어느 쪽인지를 보다 쉽게 판단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작성해 보고자 한다. 자, 그렇다면 ‘릿지’와 ‘니드 포’는 각각 어떤 재미를 추구하는가?
註2 미소시루
일본식 된장을 물에 엷게 풀어 끓인
반찬류. 돈까스 전문점, 초밥집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다.
註3 스튜
고기, 야채 등을 중심으로 다양한 재료를
섞어 비교적 오랜 시간 끓여내는 서양식 요리. 재료의 맛과 영양분이 국물에 진하게
우러나와 맛이 강하며 건더기가 부드러워 섭취가 용이하다.
어떤
재미를 추구하는가?
‘릿지’의 깔끔함, 그 끝에는…
‘릿지’는
한마디로 ‘깔끔한’ 레이싱 게임이다. 무엇보다 등장하는 코스들이 전체적으로 잘
정돈되어 있고 이렇다할 방해물도 일체 없기 때문에 달리는 것 그 자체가 즐겁다.
게다가 상대역인 CPU 차량 역시 깔끔한 매너(?)를 지켜주기 때문에 껄끄러운 타이밍에
과감한 바디 체크를 시도해서 플레이어를 골탕 먹이거나 하는 일이 없다. 말하자면
이 게임은 순수하게 스피드를 즐기면서 경쟁할 수 있는 게임이다.
▲ 순수하게 스피드를 즐길 수 있는 릿지 레이서 |
이처럼 억지로 큰 실수를 유발시키는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이 게임에서는 딱히 상대에게 위해를 가할 수단 역시 없다. 단, 그 덕분에 차량의 최고속도가 높아지고 상대 차량도 실수를 거의 범하지 않는 게임 후반부로 갈수록 사소한 실수로 벌어진 차이를 만회하기 힘들어진다. 결국 처음에는 만만하게 보이던 ‘깔끔한’ 구조가 어느 순간 ‘실수해선 안 된다’는 압박이 되어 플레이어를 긴장시키고 게임에 몰입하게 만드는 것이다.
게임이 주는 긴장감은 ‘엔젤’, 혹은 ‘데빌’ 등의 약칭으로 불리는 최고급 차량과의 대결에서 극으로 치닫는다. 이들은 차량 스펙 설정상 너무 강한 상대이기 때문에 매 순간 최선에 가까운 조작을 성공시켜야 겨우 승리할 수 있다. 곳곳의 인터넷 게시판에도 ‘한 번 실수 하시면 리셋하세요’라는 게시물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30만원짜리 게임기를 상대로 이런 표현은 우습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예리한 검을 맞댄 무사끼리의 승부를 연상케 한다고나 할까. ‘릿지 레이서’의 ‘깔끔함’ 그 끝에는 한 순간의 실수에 목숨이 오가는 진검 승부의 날카로운 맛이 숨어 있다.
?
‘니드 포’의 격렬한 매력
‘니드
포’는 ‘격렬함’으로 무장하고 있다. 틈만 나면 상대 CPU 차량이 온 몸을 던져
플레이어를 들이 받고, 코스에도 은근 슬쩍 가로놓인 기둥에서부터 날카로운 타이밍에(고의적이라고
생각되는) 코스 한가운데로 뛰어드는 NPC 차량까지 다양한 방해물들이 즐비하다.
덕분에 '앗' 하는 사이 속도계 바늘이 0Km를 가리키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일견 이런 방해 요소들이 짜증스러울 법 하지만, 맹렬하게 덤벼드는 방해 요소들을 돌파했을 때 느껴지는 쾌감은 상상 이상이다. 자꾸 귀찮게 구는 날파리 같은 녀석을 유인해 중앙선 분리대에 처박아 넣는 순간, 난데없이 날아드는 NPC 차량을 종이 한 장 차이로 피하는 순간 플레이어는 천국을 맛보게 된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에는 지옥을 보겠지만 그러한 위험 부담이 역으로 강력한 자극제가 된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다행스럽게도 ‘니드 포’의 경우 차량의 반응이 매우 빨라서 시시각각 변화하는 주변 환경에 재빨리 대응할 수 있다. 조작에 익숙해지기 시작하면 상대의 방해 공작을 회피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오히려 플레이어 쪽에서 적극적으로 CPU를 압박해 줄 수도 있으며 게임 후반부에서는 이러한 압박 전술이 코스 공략의 일환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 때로는 자기들끼리 치열한 몸싸움을 벌이는 ‘니드 포’ |
한 마디로 ‘니드 포’는 빠르게 달리는 것 만큼이나 ‘얻어맞기 전에 때려눕히는’ 것도 중요한(쾌감도 상당하다!) 화끈한 드러그 레이싱(註 4)이라 할 수 있겠다.
註4 드러그 레이싱
차량의 몸싸움이 주가 되는 격렬한
레이싱. 최고 속도보다 근접전의 승패 여부가 승부의 향방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조작
- 게임이 원하는 것, 게이머가 원하는 것
플레이어가 원하는 때에 원하는 조작을 할 수 없다면 게임이 추구하고자 하는 재미는 결코 전달되지 않는다. 이를 거꾸로 말하자면 게임이 추구하고자 하는 재미를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는 원하는 조작을 원하는 때에 해 낼 수 있을 만큼의 실력을 키워야한다는 이야기도 된다.
때문에 소비자인 플레이어는 두 가지 중요한 명제에 대해 고찰해보아야 한다. 그 첫째가 ‘게임이 요구하는 조작방식을 자신이 납득할 수 있는가, 그렇지 않은가’이고 둘째는 ‘게임이 요구하는 조작이 어느 정도로 어려운가’다.
쉽고, 상쾌하고, 빠른 릿지
차량이
땅바닥에 착 달라붙어 있는 듯한 느낌이다. 한 마디로 ‘바퀴에 풀을 발라 놓은 듯한’
감각이랄까? 무엇보다 웬만큼 핸들을 꺾어서는 차량이 미끄러지지 않는다! 설령 차량이
미끄러진다 하더라도 게임 시스템 상에서는 그 상태를 ‘드리프트’로 인식하기 때문에
속도도 떨어지지 않고 컨트롤도 거의 흔들리지 않는다.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안심하고 달릴 수 있는 것이다.
‘드리프트’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릿지 레이서의 ‘드리프트’는 쉽고 안전할 뿐만 아니라 성능마저 뛰어난 것으로 유명하다. 정말 ‘대충대충 질러도’ 내부 시스템이 어느 정도 차체의 방향을 보정해 줄 뿐만 아니라 액셀러레이터를 계속 밟고 있다면 ‘드리프트’ 도중 차량의 속도가 올라가기도 한다!
‘드리프트’의 마무리 동작인 ‘카운터’(註 5) 역시 매우 쉬운 편. 이 게임에서는 ‘데이토나 USA’라든지 ‘세가 랠리’처럼 기껏 드리프트를 해 놓고도 차체를 바로 잡기 위해 핸들을 미친 듯이 돌려대는 수고를 할 필요가 없다. 일생 동안 단 한번도 레이싱 게임을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조금만 노력하면 누구나(!) ‘릿지 레이서’의 드리프트를 익힐 수 있다(물론 그 심오한 사용법을 익히는 데는 시간이 조금 걸리겠지만)!
▲ 드리프트 상태. 얼핏 위태로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무사히 코너를 빠져나갈 수 있다 |
‘릿지 레이서’ 제작진은 어느 인터뷰에서 이번 ‘릿지 레이서’의 난이도를 ‘플레이어 자신이 스스로를 천재라고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그들은 목적을 제대로 달성한 셈이다.
하드 보일드의 멋, 니드 포
첫
인상을 한 마디로 잘라서 표현한다면 ‘버터 바른 노면을 달리는 느낌’이라 할 수
있겠다. 물론 약간 과장된 표현이긴 하지만 말이다.
어쨌든 핸들을 조금만 과하게 꺾어도 차체가 미끄러지기 시작하면서 컨트롤이 흔들리는 것은 사실이다. 만에 하나 여기서 당황하기라도 하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차체가 미친 야생마처럼 날뛰기 시작한다. 결국 이리저리 비틀거리다가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좌절. 심한 경우에는 이 모든 상황이 단 5초 만에 ‘폭풍처럼’ 스크린을 휩쓸고 지나가니 초보자는 정말 ‘못해 먹을 게임’이다.
그러나 이런저런 고난을 뚫고 제멋대로인 것처럼 보이는 차량을 완전히 ‘지배’할 수 있게 되는 순간 플레이어에게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시속 200km를 넘나드는 사선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는 애마(愛馬)의 움직임은 경이로움 그 자체. 걸신들린 마귀처럼 달려드는 NPC 차량과 장애물들을 능숙하게 따돌리며 앞으로 질주하는 그 쾌감은 결코 다른 레이싱 게임에서 맛볼 수 없는 것이다. 굳이 비유 하자면 ‘거나하게 한 잔 걸치고 스노우보드에 몸을 맡긴’ 감각이라고나 할까?
▲ 아슬아슬하게 벽면을 긁고 달리는 이 맛.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오기 힘들다 |
단, 이 게임이 이처럼 강렬한 몰아의 쾌감을 보여줄 수 있는 상대는 어디까지나 ‘합당한 실력을 가진 자’들 뿐이다. 그리고 ‘니드 포’ 시리즈를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면 ‘합당한 실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할 것이다.
註5 카운터
(주로) 드리프트 등을 행할 때 차체가
완전히 미끄러지지 않도록 순간적으로 ?핸들을 원하는 진행 방향의 반대 방향으로
돌렸다가 원상 복귀시키며 그립을 유지하는 동작.
밟아라!
니트로~
요 몇 년간 출시된 레이싱 게임들의 매뉴얼을 살펴보면 ‘니트로’(註 6)라는 단어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이것은 이번 ‘릿지’와 ‘니드 포’ 역시 마찬가지다.
‘릿지’와 ‘니드 포’에 등장하는 ‘니트로’ 역시 순간적으로 차체를 가속시켜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저 잠깐 언급하고 넘어가도 될 법한 요소를 굳이 별도의 챕터로 분류해 놓은 이유는 이 ‘니트로’라는 요소가 두 게임의 스타일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릿지’의 경우 ‘니트로’는 그야말로 ‘초필살기’처럼 표현되고 있다. 비약적인 가속력을 얻게 되는 것도 큰 장점이지만 차체의 그립마저 무시무시할 정도로 좋아진다. 약간 극단적인 예를 들자면 시속 180Km로 겨우 빠져나가야 하는 코너를 시속 250Km에 가까운 속도로 빠져나갈 수도 있다.
덕분에 ‘릿지’에서는 초급에서 중급까지의 레이스라면 웬만큼 큰 사고를 내도 ‘니트로’ 한 방으로 실수를 만회할 수 있다. 레이싱 게임을 그다지 오래 즐기지 않은 입문자라도 ‘릿지’라면 얼마든지 안심하고 게임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 ‘릿지’의 니트로. 위력은 격투 게임의 초필살기 수준 |
반면 ‘니드 포’의 ‘니트로’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순간적으로 폭발적인 가속력을 얻을 수 있는 것은 ‘릿지’와 마찬가지지만 이쪽의 ‘니트로’는 플레이어 차량의 그립을 올려 주는 등의 배려는 거의 없다. 자신이 없다면 코너에서 사용하는 것은 절대 금지. 직선 코스에서도 어이없게 적 차량의 꼬리를 들이 받는 날엔 그 폭발적인 가속력을 고스란히 적에게 갖다 바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만다.
▲ 오른쪽 하단에 보이는 것이 ‘니드 포’의 ‘니트로 게이지’. 절대 함부로 사용하지 말 것! |
한 마디로 말하자면 ‘니드 포’의 ‘니트로’는 필살기가 아니다. 가속과 감속, 그리고 핸들링 만으로 승부를 내야하는(어찌 보면 단순한 조작이다) 레이싱 세계에서 믿을만한 ‘필살기’ 하나가 있는지 없는지의 차이가 얼마나 큰 것인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으리라. 자, 이제 부터는 ‘릿지’와 ‘니드 포’의 또 다른 차이점에 대해 알아보자.
註6 니트로
포괄적으로는 분자 구조상 [N2O]가 포함되는
화합물을 통칭하는 화학용어. 레이싱 세계에서 말하는 ‘니트로’는 대개 ‘니트로메탄[CH3NO2]’을
뜻한다. 니트로메탄은 쉽게 폭발하며 물리적인 성질(끓는점, 비중 등)이 가솔린과
흡사하기 때문에 연료에 적당히 섞어서 순간적으로 차체를 가속시키는데 사용되곤
한다. 단, 폭발력이 너무 강하기 때문에 순수하게 ’니트로‘만을 연료로 사용하는
일은 거의 없으며 로켓 연료로 사용된다.
그
밖에는…
대부분의 게이머들이 게임을 구입함에 있어서 가장 먼저 고려하는 사항 중 하나는 게임 그래픽이다. ‘릿지’ 쪽은 휴대용 기기라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깔끔하고 디테일이 좋은 게임 그래픽을 선보이고 있는데, 덕분에 화면 크기에 비해 차체가 상당히 큰 편임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눈에 거슬리지 않는다(자세히 보면 계단 현상이 보인다).
반면 ‘니드 포’ 쪽은 전체적으로 도로가 탁 트여있어 시원시원한 느낌을 주고 있지만 다소 화면이 다소 거친 감이 없지 않은데, 이는 심야의 도로를 묘사한 다수의 광원 및 NPC 차량 등을 사용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인 것으로 보인다(註 7).
▲ 좌측이 ‘릿지’, 우측이 ‘니드 포’. 스크린 샷의 품질은 ‘릿지’ 쪽이 월등히 뛰어나다 |
다음으로 사운드 부분. 간단하게 이야기하자면 ‘릿지’는 ‘테크노’, ‘니드 포’는 ‘락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장르’로 요약할 수 있겠다. 물론 양쪽 모두 게임이 추구하는 재미와 전체적인 분위기에 절묘하게 맞아떨어질 뿐만 아니라 게임 음악으로서는 최상급의 품질을 자랑하므로 어느 쪽도 나무랄 구석은 없다. 굳이 사운드에 점수를 준다면 두 게임 모두 100점 만점에 90점 이상을 주어도 무방할 것이다.
자, 이제 남은 것은 게임 모드를 비롯한 기타 즐길 거리들인데…. 사실, 이 점에 관해서 만큼은 ‘릿지’에 대해 아쉬움을 감출 수 없다. 추억의 명작 ‘랠리-X'를 덤으로 즐길 수 있다는 것은 매우 기분 좋은 일이지만 기본적으로 즐길 수 있는 게임 모드의 종류도 부족할 뿐더러 차량 개조나 스티커 제작 등의 소소한 재미 요소들도 전무하다시피 한 수준.
반면 ‘니드 포’의 경우 절차가 대폭 간소화 되어있긴 해도 상당히 세분화된 튜닝 기능을 지원하고 있으며 즐길 수 있는 게임 모드 역시 다양하다. 이 중 특히 눈여겨 볼 것은 PSP용 EA 게임에 공통적으로 들어있는 뮤직 플레이어다. 이를 통해 게임에 등장하는 멋진 음악들을 언제 어디서나(PSP의 배터리가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들을 수 있게 되었다! ‘니드 포’의 게임 음악은 대부분 현역 뮤지션들의 히트곡이기 때문에 이 뮤직 플레이어는 더욱 가치가 높다고 할 수 있겠다.
▲ ‘니드 포’의 튜닝 화면. 기본적으로 3가지 항목을 선택할 수 있으며 각 항목에 다양한 세부사항들이 붙어있다 |
마치며
게임 장르 중 레이싱 게임만큼 기술혁신에 따른 혜택을 제대로 누린 장르가 또 있을까? 2D 시대와 3D 시대를 거치며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한 레이싱 게임은 이제 장소의 제약까지 벗어던지며 우리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의 혼합. 이제 레이싱게임 팬들은 시각적인 속도감에 화면 바깥에서 느껴지는 속도감까지 더 할 수 있는 행운을 누리게 되었다. 그것이 버스가 됐든, 친지나 지인들이 운전 해주는 승용차가 됐든 아무래도 상관없다. 화면 속 차량과 함께 앞으로 달려 나가는 자신의 육체. 어쩌면 이것은 ‘외부기기’인 게임기에서 구동되는 레이싱 게임이 추구할 수 있는 진화의 종점인지도 모른다. PSP용 게임 타이틀 중에서도 유난히 레이싱 게임들이 두드러져 보이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릿지’나 ‘니드 포’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좋다. 이들과 함께 거리로 나서보자. 그곳에는 지금껏 맛보지 못한 새로운 감각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참, 이 두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두 가지 배운 점이 있다. 첫 번째, 승용차에 탑승할 때는 안전밸트를 매야 한다는 것. 두 번째 버스나 지하철에 탈 때에는 내려야 할 정거장을 지나치치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것 말이다.
註7
일반적인 3D 게임의 경우 화면 내에 비치는 빛의
효과 및 표시해야 할 물체의 수가 많아질 수록 CPU가 많은 연산을 처리해야하므로
물체 각각의 표면을 나타내는 텍스처의 해상도를 낮추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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