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게임이 합방을 하면(인디고 프로페시)
2005.09.29 16:49게임메카 오재원
인터랙티브 혹은 쌍방향 TV나 영화에 관한 이야기들은 신문이나 잡지 등을 통해 심심치 않게 봤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정해진 이야기를 따라 진행되는 드라마와 영화와 달리 등장인물의 결정을 시청자가 직접 선택하게 함으로써 정해진 이야기와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갈 수 있는 작품을 의미한다.
굉장히 신기하지 않은가?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바꿀 수 있는 영화라니! 일상생활에서는 뉴스의 소재로 쓰일 신기한 이야기겠지만 아마 게임 좀 안다는 게이머들은 ‘뭐야? 어드벤처게임 이야기 아냐?’ 라는 정도의 반응을 보일 것이다.
앞서 말한 것과 같은 TV수상기와 영화관 체인망을 통해 실험되고 있는 대중적인 인터랙티브 무비와는 다르게 컴퓨터 게임분야에서는 이미 90년대 초반에 거의 붐이라 불릴 만큼 수많은 인터랙티브 무비들이 ‘어드벤처’라는 장르로 출시됐다.
▲ 90년대 초반 CD롬이 설치된 PC에 번들용으로 애용됐던 게임인 7번째 손님. 아직도 CD보관함 어딘가에 고이 모셔둔 분들이 꽤 있으실듯 |
▲ 아직도 성인용 하드고어게임의 전설로?그 명성을 알리고 있는 판타스마고리아 실제배우들이 등장 동급생때와는 비교도 안되는 충격을 성인 게이머들에게 선사했다(물론 CD7장이라는 충격적인 용량도 한몫했다..-_-;) |
7번째 손님, 판타즈마 고리아 등 게임 전체를 실제배우들이 촬영한 영화를 장면별로 연결시켜 만든 작품들은 CD-ROM의 보급을 타고 급속도로 퍼져나갔고 또한 많은 성공을 거두었다. 이런 성공은 오리진사의 비행시뮬레이터인 윙커맨더 시리즈로 계속 이어졌지만 시발점이라 할 수 있는 어드벤처 장르의 경우 단순히 영화의 분기점을 결정하는 것을 넘어 직접 체험하는 VR(가상세계 안에서 직접 움직이며 사물을 조정하는 방식의 작품) 스타일의 작품인 미스트가 등장함으로써 점차 모습을 감췄다.
▲ 살인적인 제작비용이 들어갔던 인터렉티브 무비 어드벤처의 대안으로 제시됐던 미스트 렌더링된 CG이미지와 동영상을 활용 환상적인 세계를 열었다 |
▲ 어드벤처의 신기원을 이룩한 작품 릴렌트리스. 이 작품의 성공이후 퓨전 어드벤처 장르의 붐이 일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
이후 어드벤처 장르는 원숭이섬의 비밀 시리즈와 같은 고전적인 인터랙티브 픽쳐북(일종의 전자 그림책. 각 배경은 책의 한 면을 나타내고 그 안에 움직이는 주인공을 조작해 이야기를 진행하는 방식) 방식과 미스트와 같은 VR 형식, 지금까지도 복합장르(롤플레잉게임, 액션, 어드벤처 등 여러 가지 장르의 특징이 모두 포함된 게임)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릴렌트리스와 같은 시리즈로 명맥을 이어가며 90년대 초기의 화려했던 인터랙트 무비의 흔적은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표현 영역의 확대
최근 공개된 CG 무비 ‘파이널 판타지 7: 어드벤트 칠드런’에서 보이듯 최근 컴퓨터 그래픽은 영화 못지않은 연출기법과 표현이 가능할 정도로 놀라운 발전을 이룩했다. 물론 CG 무비보다는 부족하지만 폴리곤을 이용한 게임 내의 캐릭터 모델들 역시 초기의 CG 무비 수준을 뛰어넘을 만큼 놀라운 발전을 보여주고 있다.
인디고 프로페시는 이런 컴퓨터 그래픽스 기술의 발전을 잘 읽고 과거 인터랙티브 무비가 갖고 있던 장점인 ‘영화와 같은 스토리 전개’에다 분기와 퍼즐을 가미함으로써 이야기를 끌어가는 것 이상의 액션게임과 같은 조작성을 함께 포함하고 있다.
▲ 인 게임 무비를 이용 영화같은 연출을 선보이고 있다 |
그렇다고 이 게임이 지금까지 많이 봐온 액션 어드벤처라는 것은 아니다. 플레이어가 직접 캐릭터를 움직일 수 있는 영역은 킹스 퀘스트나 원숭이섬의 비밀 등에서 보아왔던 것과 같은 아주 작은 부분의 퍼즐해결에 불과하고, 게임의 큰 흐름은 인터랙티브 무비와 같은 일방통행의 보여주기 연출이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이전 인터랙티브 무비들과 가장 큰 차이를 보여주는 부분은 이 보여주기 연출이 ‘동영상이 아닌 인게임 무비로 구성’되면서 이로 인해 생기게 된 강점을 잘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까지도 많은 게임들이 동영상에 가까워진 게임 그래픽을 이용해 인게임 무비를 단순히 보여주기식 연출로 활용한 것과 달리 인디고 프로페시의 경우 이 인게임 무비까지 게임으로 직접적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이것은 떨어지는 표시를 맞췄을 때에만 영상이 지속적으로 나오는 리듬액션게임과 흡사한데, 예를 들어 영화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괴물들과 장애물을 피해야 하는 상황이 등장하면 그에 맞는 커맨드가 등장해 짧은 시간 안에 해당 커맨드를 입력해줘야 성공적으로 도망치는 연출이 이어진다(과거 세가가 액션게임 다이너마이트 형사 시리즈에서 이런 연출을 도입한 적이 있다).
▲ 게임 내에 등장하는 커맨드 입력은 크게 3가지로 2개의 방향키를 이용해 DDR처럼 커맨드를 입력하는 방식과 타이밍에 맞춰 버튼을 연타하는 방식, 2번째 액션 커맨드키를 이용해 제한시간 안에 정해진 움직임을 행하는 방식으로 나뉜다 |
보통 때에는 바쁘게 게임을 진행하다 느긋하게 동영상을 보면서 진행하던 이전 게임들과 달리 동영상을 보면서도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인디고 프로페시. 분기마다 다른 진행을 보기 위해 반복적인 플레이를 요구하는 다른 어드벤처 게임이 같은 동영상을 계속 보게 한 것과 달리 이 동영상마저 지속적인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 매우 신선하다.
영화를 즐기는 게이머들이라면 반드시 해볼 만한 작품
영화 마니아들이 만들어낸 산물이라고 할 정도로 인디고 프로페시는 연출적인 면이나 스토리적인 요소에서 헐리우드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강하게 주는 작품이다. 덕분에 누구나 친숙한 이야기 구조에 쉽게 게임에 몰입할 수 있다.
초반에 주인공의 살인사건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는 CSI와 같은 범죄수사물과 흡사한 모습을 보여준다. 형사인 카라와 타일러 시점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는 살인사건의 증거조사와 모인 증거를 토대로 범인을 추적해가는 과정이 흥미진진한 이야기 구성을 보여주며, 반대로 주인공의 경우 왜 자신이 살인을 했는지 이유를 모른 채 주변에서 일어나는 기괴한 현상들을 통해 이야기에 대한 집중도를 높인다.
▲ 도입부만 보면 완전 심령물이다(-_-;) |
범인의 정체가 드러나는 중반부에서는 초인적인 능력을 각성해가는 주인공을 추적하는 카라와 타일러, 그리고 좁혀오는 경찰의 포위망을 피해 점차 자신의 능력에 대한 비밀들을 깨우쳐가는 주인공을 보여줌으로써 마치 영화 도망자에서처럼 자신의 무죄를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주인공과 계속 그 뒤를 쫓는 형사들의 관계와 같은 급박한 이야기 전개를 보여준다.
▲ 화면분할기법을 적절히 사용해 긴장감을 한층 고조시킨다 |
후반부는 여러 가지 SF 영화들을 합쳐놓은 듯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야기의 실마리가 풀려감에 따라 미래에서 온 사이보그(터미네이터)라든가 세계의 운명을 좌우하는 프로그램(매트릭스) 등 여러 작품들의 오마쥬와 패러디들이 녹아있어 그런 계통의 영화를 즐기는 게이머라면 아마 후반부의 이야기 전개가 아주 재미있을 것이다.
▲ 날아다니고 장풍쏘고 이쯤되면 거의 매트릭스 내지는 드래곤볼 수준(-_-;) |
이런 영화적인 전개는 게임에 대한 몰입도를 높여주는데, 게임의 배경음악은 이런 몰입도를 한층 더 업그레이드시켜 준다. 멀홀랜드 드라이브, 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 등 컬트무비의 영화음악가로 유명한 '안젤로 바달라멘티'가 OST에 참여함으로써 게임의 기괴하면서도 음울한 색체를 잘 살려주고 있다.
인디고 프로페시는 게임연출, 스토리, 음악 등 세 박자가 고루 갖춰진 수작이다. 어드벤처 장르는 영화와 같이 어떤 시발점이 되는 작품을 중심으로 비슷한 기법들을 갖춘 새로운 작품들이 많이 등장하는 경향이 있는데, 과거 미스트 시대의 영광처럼 인디고 프로페시가 새로운 어드벤처 열풍의 주역의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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