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른 시간만큼 신선하다(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3)
2005.10.24 18:08신승용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2: 에이지 오브 킹을 출시한 후 6년 만에 앙상블스튜디오가 에이지 시리즈의 최신작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3를 들고 돌아왔다. 중간에 신화시대를 배경으로 한 번외편 에이지 오브 미쏠로지로 3D 그래픽을 시험한 앙상블스튜디오는 하복 물리엔진을 채택해 단순히 훌륭한 그래픽뿐만이 아니라 박진감 넘치는 전투까지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3에서 선보인다. 새로운 시도는 비단 뛰어난 그래픽만은 아니다.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3는 6년간의 공백 기간을 거치고 돌아온 만큼 여러 가지 신선한 요소로 가득하다.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3가 전작들과 차별되는 점 중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은 바로 ‘홈시티’의 개념이다. 게임를 진행하면서 임무 완수, 기술 발전, 적과의 전투 등으로 획득한 경험치가 일정수준 이상 모이면 홈시티의 레벨이 상승하는데 각 레벨마다 군사, 경제 등의 분야에서 사용할 수 있는 보너스 카드를 획득할 수 있다. 이 보너스 카드를 이용해 미션 시작 전에 일종의 테크트리 형태로 된 카드덱(Deck)에서 원하는 보너스를 선택해놓으면, 다음 미션에서 일정한 경험치를 모아 카드를 사용할 조건이 되면 미리 정한 업그레이드, 자원, 유닛 등을 홈시티에서 불러올 수 있는 방식이다.
보너스 카드를 이용한 덱의 구성으로 인한 효과는 보너스 카드가 많지 않을 때에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지만 보너스 덱의 상위단계로 갈수록 그 차이가 크게 드러난다. 간단한 예를 들자면 보너스 덱을 전투 유닛 중심으로 지정해 놓으면 전투 유닛 생산중심으로 가서 보너스 덱으로 추가된 유닛과 함께 공격적인 전략을 펼칠 수도 있고, 기술 발전 중심으로 진행하면서 방어 병력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 경험치는 미션 목표완수 등 다양한 방법으로 획득할 수 있다 |
▲ 이런 실감나는 파괴장면도 전투의 재미를 더해주는 요소 |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3의 또다른 특징은 ‘트레이딩 포스트’ 시스템이다. 일종의 교역 거점이라고 할 수 있는 트레이딩 포스트는 에이지 오브 미쏠로지의 타운센터처럼 지정된 장소에만 건설할 수 있다. 트레이딩 포스트의 역할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인디언 마을에 건설해 해당 부족의 특별 업그레이드나 유닛을 생산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트레이딩 포스트를 지나는 교역로를 통해 미리 지정한 자원(카드 덱을 사용하기 위한 경험치 포함)을 일정시간 마다 일정량 받는 것이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획득한 경험치로 카드 덱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은 섣부르게 전투에 나서 적에게 큰 경험치를 주면 배로 상황이 나빠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트레이딩 포스트는 그 성격상 전세를 유리하게 이끌 수 있는 전략적 거점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트레이딩 포스트를 선점하고 유지하는 것이 승리에 중요한 요소가 된다. 따라서 플레이어는 작은 국지전이라도 소홀함 없이 신중한 작전에 따라 판단하고 행동하는 동시에, 중요 거점인 트레이딩 포스트를 확보하기 위해 게임 상대와 신경전을 벌여야 한다. 카드 덱과 트레이딩 포스트라는 신선한 요소는 이처럼 게임의 전략성에 활력을 불어넣어 전작과 차별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 이번작에서 그래픽적으로 가장 훌륭하다고 생각되는 해상전 |
▲ 미션간 구성한 카드덱을 이용해 전투중 원하는 유닛이나 업그레이드 등을 사용할 수 있다 |
반면에 게임의 배경이 본격적인 화약시대로 설정되면서 대부분의 전투 유닛이 장거리 무리를 이용해 전투를 진행하게 됨에 따라 이전 시리즈의 특징인 빠른 기병과 장거리 궁병, 근접 보병의 가위바위보 방식의 상성을 이용한 전략이 퇴색한 것은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3의 단점이다. 또 스페인, 영국, 러시아 등의 각 국가들이 일견 개성있는 테크트리를 가지고 있지만 실제 전투 유닛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아쉽다. 그나마 개성있는 유닛을 들자면 영국의 장거리 궁병이나 오토만의 강력한 화약 보병 정도뿐이다.
생명의 샘물을 찾는 비밀 조직이라는 컬트적 요소와 대대로 이에 맞서는 주인공 일가와 그 동료들의 모험담을 중심으로 구성된 싱글 플레이어 캠페인은 나름대로 괜찮은 구성이지만, 신화의 영웅들의 모험담을 중심으로 한 에이지 오브 미쏠로지에는 어울릴지 몰라도 역동적인 산업발전의 시대에 벌어지는 열강의 대립을 담기에는 그릇이 너무 작아 보인다. 이와 더불어 역동적인 상황을 연출할 수 있는 훌륭한 게임 엔진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전략시뮬레이션 게임들에서 한 치도 발전하지 못한 밋밋한 컷신도 실망스러운 부분이다.
▲ 컷신은 기존의 게임들과 별 다를 바 없어 실망스럽다 |
▲ 대규모 전투시에는 명령을 내리기 힘들 정도로 랙이 발생한다 |
또한 게임을 플레이하기에 적절한 사양을 갖춘 컴퓨터에서도 대규모 전투가 벌어질 때 마다 게임 속도가 크게 느려지거나 빠른 명령을 내릴 수 없는 점도 패치를 통해 조속히 개선돼야 할 점이다.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3는 그동안 쌓아온 명성만큼이나 팬들이 기대도 큰 게임이다. 무언가 혁신적이거나 신선한 요소를 기대한 팬들이라면 아쉬움을 느낄만하겠지만, 뛰어난 그래픽과 완성도 높은 게임성을 갖춘 전략시뮬레이션을 기대하는 게이머라면 큰 만족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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