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만큼의 완성도를 기대해선 곤란(해리포터와 불의 잔)
2005.11.17 09:31게임메카 김범준
영화보다 먼저 출시된 해리포터
해리포터의
본격적인 성장기를 다룬 이번 작품은 12월 1일 영화개봉을 20여일 앞두고 게임계에
출사표를 내던졌다. 원작은 소설로 750페이지, 영화로 2시간 이상의 내용을 담고
있다. 게임은 해리포터가 14세의 어린나이로 17세 이상의 성인들만 참여할 수 있는
트리위저드 대회에 참가한다는 줄거리다. 이번 리뷰에서는 소설과 영화의 특징을
게임속에서 얼만큼 살렸는가 평가하는데 초점을 맞추겠다. 더불어 액션게임으로서
‘연출’과 ‘조작감’은 어떠한지 평가하겠다.
▲ 오프닝은 원작의 느낌을 잘 살려준다 |
긴박함은 있지만 자세하지 못한 줄거리는
아쉬워
우선 원작의 긴박함을 잘 표현했다는데 합격점을 준다. 시작하자마자
의문의 적들에게 공격당하는 해리포터와 현란한 마법연출은 액션게임으로써의 긴박함을
잘 표현해준다. 스피디한 게임진행을 유도하는 이동메시지와 순간순간 등장하는 나무,
바위와 같은 장애물은 게임의 긴박함을 더해준다.
하지만 전투를 반복하면서 이러한 ‘긴박함’은 어느새 ‘지루함’으로 바뀐다. 왜냐하면 등장하는 적들의 움직임이 느릴 뿐 아니라 전투시 ‘기절’과 ‘마법’ 기술만 반복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또 전투시간이 길다는 점도 게임을 지루하게 만드는 요소다. 차라리 적의 수를 늘리고, 몬스터의 움직임은 빠르게, 체력을 적게 구성했다면 좀 더 효율적이었을 것이다.
또 한가지 원작의 스토리를 충분히 재현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스테이지 사이에 등장하는 짧은 동영상과 해설 만으로는 게임의 내용을 파악하기 어렵다. 게다가 겉모습만 다를 뿐 판에 박힌 듯이 똑같이 행동하는 등장인물 등 원작에서의 개성이 잘 표현되지 못해 아쉽다. 적어도 게임속에서 캐릭터들간의 대화량만 추가했더라도 좀 더 탄탄한 느낌을 전달할 수 있었을텐데. 게임을 먼저 접하는 게이머들을 위해 원작만큼 충실한 인물과 세계관을 묘사했다면 더 좋은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한다.
▲ 게임속에서 등장인물들이 하는 대화라곤 간단한 주문을 외거나 비명을 지르는 정도 |
전작보다 나아졌지만, 아직 개선의 여지는 남아
시리즈
최신작품인 만큼 그래픽은 전작보다 한층 더 진화했다. 하지만 최신게임을 접하면서
눈이 높아진 게이머들은 뭔가 부족함을 느낄 것이다. 그래도 게임속 사물들의 움직임을
생동감있게 표현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 하다.
전작과는 달리 이번 작품은 동료를 전투에 참가시키는 ‘파티플레이’가 가능하다. 일단 캐릭터들을 한 화면에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3인칭 관찰자 시점을 채택했다. 하지만 게임 곳곳에서 주인공을 보조해야할 NPC들의 인공지능이 낮다는 점이 문제다. 장애물을 만났을 때 적합한 위치를 못 찾고 헤매거나, 전투시 오히려 짐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NPC들의 인공지능을 높혀 장애물을 극복할 수 있는 고유능력을 갖게 했으면 어땠을까? 또 전투시 NPC들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었다면 파티플레이의 특징을 잘 살리지 않았을까 싶다.
게임은 키보드나 게임전용스틱을 지원한다. 일단 게임전용스틱의 사용은 괜찮다. 문제는 키보드로 캐릭터를 조작할 때다. 예를 들어 적을 향해 키보드를 조작하더라도 정확하게 적을 향하지 않아 불편하다. 단지 주인공이 적이나 사물에 근접하면 자동조준되지만 이것으로는 세밀한 조작을 하기에 부족하다. 그래서 긴박한 상황에서 적들에게 민첩하게 대처하지 못해 공격 당하기 일쑤다. 이런 조작의 불편함은 게임의 맥을 끊어놓을 뿐이다.
▲ 불을 끄고 있는 해리포터. 이를 구경하는 헤르미온느. 론은 화면상에 보이지도 않는다. 문제는 게임속에서 자주 이런 상황에 직면한다는 것 |
지형지물을 이용하거나 변형시키는 등 해리포터 특유의 마법시스템은 게임의 또 하나의 재미다. 적에게 마법을 걸어 바위를 던져버리거나 폭발물을 이용해 장애물을 극복하는 요소는 꽤 통쾌하다. 하지만 이런 연출도 벽이나 동상을 부수는 것처럼 작은 것들 뿐이니 웅장한 스케일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스테이지 곳곳에 잔재미가 있다
게임의 전반적인
밸런싱은 스테이지 곳곳에 숨어 있어 게임을 가볍게 즐기기에 무난하다. 이 게임은
수집욕을 자극하기 위해 방패, 개구리, 카드 등의 요소를 집어넣었다. 스테이지 곳곳에
숨겨진 방패를 찾아야 다음 미션으로 진행할 수 있는데, 그 때마다 등장하는 간단한
퍼즐을 푸는 과정도 재미가 쏠솔하다. 또 적이나 트랩을 극복해서 얻은 콩들로 더
좋은 카드를 구매할 수 있는데, 종류도 캐릭터별로 50장이 채 되지 않아 쉽게 수집할
수 있다.
편안하게 즐기고 싶다면 해리포터를!!
해리포터와
불의 잔은 액션게임으로 재미를 느끼기엔 무난하다. 하지만 소설이나 영화속에서
느낄 수 있는 박진감 넘치는 연출을 게임에서 기대하기는 어렵다. 해리포터 시리즈를
좋아하거나 쉬운 퍼즐, 단순한 조작 등 부담없는 게임을 원하는 이들에게 추천한다.
하지만 복잡한 두뇌계산, 심도있는 스토리, 가슴찡하게 남는 여운을 기대하는 이들은
일단 관련정보를 한번 더 훑어보는게 어떨까 싶다.
▲ 꾸준히 콩을 모아야 새로운 카드를 수집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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