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천기! 하늘로 ‘승천’하나?(용천기)
2006.02.16 18:43프리라이터 이홍규
무협을 소재로 한 MMORPG 용천기가 오픈베타서비스에 들어갔다. 한국 MMORPG 시장은 그야말로 난세다. 지금은 웬만한 퀄리티가 되지 않으면 명함도 못 내미는 그런 시대다. 또한 판타지와 함게 무협 장르는 이미 많은 게임들로 개발되어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다. 따라서 용천기만의 특별함이 없다면 참패는 따 놓은 당상. 과연 용천기는 어떤 차별점으로 유저들의 마음을 사로잡을까?
손맛 하나는 ‘절대지존!!
이 게임의 ‘백미’라면 몬스터와 일대 다수로 붙어 한꺼번에 척살하는 짜릿한 손맛에 있다. 칼질을 하던, 맨주먹으로 때려잡던 캐릭터의 부드럽고 화려한 모션과 유저의 귀를 사정없이 때리는 타격음은 그야말로 일품. 특히 다수의 적을 한번에 날려버릴 때의 짜릿한 손맛은 용천기가 일구어낸 가장 큰 ‘수확’이다. 여기에 용천기의 전투는 전투 중 ‘일격필살’을 먹이면 적이 나가떨어지는 효과를 삽입해 타격감에 날개를 달아준다. 일대 다수의 경쾌한 손맛, 최근 MMORPG에서 느낄 수 없는 새로운 경험이다.
일대 다수의 진수를 맛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각 지역에 흩어져 있는 도장이다. 기존 MMORPG의 던전을 연상케 하는 도장은 여러 개의 방으로 구성됐으며, 각 방에는 수십 명의 적들이 득실대고 있다. 도장에서 사범급 몬스터를 죽이면 간판이 나오는데 이 간판을 등록해야 자신의 캐릭터를 성장시킬 수 있다. 마치 무협영화에 등장하는 도장 깨기와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어 유저를 불타오르게 한다.
▲이렇게 잘 가다가도 |
▲나무를 피해가지 못하는 멍청함을 보인다 |
광폭이라는 요소도 매력적이다. 적을 섬멸해 나가다보면 분노게이지가 오르게 되고, 분노게이지가 100% 찼을 때 ‘광폭모드’로 돌입할 수 있다. 광폭모드에 돌입하면 공격력과 방어력이 일정시간동안 비약적으로 증가한다. 때문에 강한 적을 상대할 때 유용하다. 또, 레벨 업 속도도 비교적 빨라, 스피디한 진행을 좋아하는 국내 유저들에게 안성맞춤이다.
인터페이스는 쉽고 직관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마우스 하나면 모든 것이 해결되며 연속 퀘스트의 경우 다음에 가야할 방향을 미니 맵에 표시해 주기 때문에 NPC를 찾아 해매는 수고를 덜어준다. 또, 맵을 통해 NPC의 이름을 볼 수 있어 어디에 누가 있는지를 쉽게 알 수 있다. 다만 퀘스트 클리어 후 보상을 받으러 가야할 때 어디로 가야하는지 지도상에 표시해 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쉽게 들어오는 자는 쉽게 빠진다!
용천기 개발자는 인터뷰에서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무협게임을 만들겠다”라고 공언했다. 그의 말처럼 용천기의 게임성은 MMORPG를 처음 접하는 유저들이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을 만큼 쉽다. 아니 간편하다는 말이 적절할 것이다. 마치 컵라면과 같아서 뜨거운 물 넣고 기다리기만 하면 바로 먹을 수 있다. 이렇다할 조리법도, 간을 맞춰야 하는 수고도 없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러한 간편함은 양날의 검으로 다가온다.
아머드 코어나 진 여신전생 같은 게임을 흔히 마니아 게임이라고들 한다. 이런 게임들의 특징은 다른 게임보다 적응하기 어려운 반면 한번 빠지게 되면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는 마력이 있다.
용천기의 경우 이와는 반대로 쉽게 다가갈 수 있기 때문에 쉽게 버림받을 우려도 있다. 어렵지 않다는 것은 그만큼 ‘성취감’도 덜하다. 이 경우 해결방법은 한가지다. 유저들이 싫증내기 전에 끊임없이 새로운 컨텐츠를 제공하는 길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의 용천기는 뭔가 부족한 점이 많아 보인다.
용천기 퀘스트를 예로 들어보자. 대부분 퀘스트는 몬스터를 몇 마리 죽이거나 특정 NPC를 만나고 오는 등 단편적인 내용에 국한되어 있다. 이러한 보편적인 퀘스트 만으로는 유저들을 오랫동안 잡아둘 수 없다.
용천기의 단조로움은 사냥터에도 이어진다. 앞서도 언급했듯 ‘도장’은 용천기의 ‘던전’과도 같다. 가장 극적이고 재미가 넘쳐야하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용천기의 도장은 그렇지 못하다. 도장은 어느 곳을 가던 방과 안전지대(연결통로)로 이루어져 있다. 지역에 따라 방이 마당으로 바뀌어 있을 뿐 덩그런 공간에 몬스터들만 들이부어 놓은 꼴이다. 색다른 구성이나 짜임새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중간 휴식지대. 여기엔 몬스터가 들어올 수 없는 안전지대다. 이곳에서 HP를 채우고 다시 돌진~~ |
▲죽으면 없어져야 하지만 종종 없어지지 않고 남아 있는 버그가 생긴다. 앞에 있는 적들도 마치 그림자 마냥 공격을 하지도 받지도 않는다. |
▲이 놈이 사범. 던전의 보스격이지만 무게감은 상당히 떨어진다. |
▲각 도장 사범을 죽이고 얻은 현판을 등록해야 더 좋은 무기나 아이템을 장착할 수 있다. |
일반 필드나 던전이나 차이점이 없다. 또, 도장이라면 분명 있어야 할 보스급 캐릭터도 없다. 물론 사범 캐릭터가 등장하지만 심심할 때마다 한번씩 등장하기 때문에 보스로서의 희소성이나 강한 인상은 심어주지 못한다. 몬스터가 많은 것 같아 보이지만 실상 그렇지 못한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화면에서 보기에는 상당히 많은 몬스터가 있지만 하나의 캐릭터가 다수의 적을 상대하기 때문에 실상은 몬스터가 부족한 경우가 종종 생긴다.
몬스터 부족은 도장에서 심하다. 한정된 공간에 한정된 몬스터를 마구 몰아 사냥하다보면 다른 유저들은 넋 놓고 기다리고 있는 경우가 생긴다. 더욱이 현판을 차지하기 위해선 사범을 죽여야 하는데 사범이라는 녀석이 가뭄에 콩 나듯이 등장하니 유저들 간의 ‘사범 쟁탈전’이라는 웃지 못 할 상황까지 벌어진다. 사범 하나를 잡기 위해 줄을 서고 기다려야 하니 짜증날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불편요소는 유저들 간의 분쟁의 소지를 낳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파티플레이도 그다지 큰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단순히 많은 적을 상대하기 위한 모임일 뿐 파티원들 간의 ‘역할분담’은 생각할 수도 없다. 이동 중 나무 같은 장애물을 피해가지 못해 제자리걸음만 하는 캐릭터를 보면 한숨이 나올 지경이다. 또, 죽은 몬스터가 화면에서 사라지지 않고 화면에 그대로 남아있는 등의 몇몇 버그도 눈에 거슬리게 한다
해는 지고 갈 길은 멀고
日募途遠(일모도원): 해는 지고 갈 길은 멀다.
할 일은 많은데 시간이 없다는 고사성어다. 용천기를 하는 내내 떠오른 말이다.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이것이 오픈 베타가 아닌 클로즈 베타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하는 생각이 맴돌았다. 마치 물을 쪽쪽 빨아들이는 스펀지 마냥 용천기는 초반 유저를 빨아들이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이는 쉬운 게임성과 호쾌한 타격감이라는 가장 직관적인 게임성 때문이리라. 하지만 지금상태로는 빨아들인 물을 오래 머금고 있지는 못할 듯 하다. 조금만 더 풍성한 컨텐츠를 확보한 후 오픈서비스를 들어갔다면 용천기는 아마도 온라인 게임의 ‘돌풍’을 이루었을지 모른다.
▲방을 통해 퀘스트를 얻는 경우가 많은데 문제는 어느 방에서 퀘스트를 얻었는지 표시가 안 되어있기 때문에 마을 전체를 헤매고 다니는 경우가 허다하다. |
▲지도를 통해 어디에 누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점은 편리. |
그래도 고무적인 것은 기본적인 퀄리티는 탄탄하다는 것이다. 특유의 손맛과 심각한 수준의 버그 없이 비교적 원활한 서비스가 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용천기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나머지는 어떻게 보강하고 다듬느냐에 달렸다. 이미 해는 저가지만 더딘 걸음이라도 재촉하다보면 언젠가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단, 도달하는 과정에서 유저들과 끊임없이 대화하고 서로 이해하는 ‘열린 운영마인드’가 꼭 필요하다. 앞으로 더욱 짜임새 있는 게임성으로 온라인게임계의 또 하나의 ‘용’으로 승천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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