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 또 나왔다(진삼국무쌍4 엠파이어스)
2006.09.15 20:37게임메카 시모나미
날이면 날마다 오는 진삼국무쌍 시리즈의 후속작이 작년에 왔던 각설이마냥 ‘또’ 나왔다. 이젠 안나오면 섭섭하기도 할 것 같다. “또 우렸어.”, “지겹지도 않은가봐.” 등등 벌써부터 볼멘 소리하는 유저들의 규탄이 귓가에 쟁쟁하다. 그러나 또 우렸어도 국물만 맛있으면 용서가 되는 법. 하지만 이러다 진삼국무쌍 라이브웨어에볼루션 뭐 이런 것까지 나온다면 용서를 안하련다.
허나 하루이틀 일도 아닌데 괜히 열내지들 마시고 과연 오메가포스가 어떤 포스로 뼛국물을 잘 우렸는지나 살펴보는게 정신건강에 이롭겠다.
▲ 시작! |
코에이 너마저...
“브루투스 너마저...”를 외치며 죽어간 시저나 “난 괜찮다.” 했으나 김재규의 총에 간 박정희. 자고로 철썩같이 믿었던 상대에게 당하는 배신이란 더욱 당혹감이 클 터.
이번 작은 자막 한글화로 일본어 음성을 지원한다. 종전까지 완전한글화였던 진삼국무쌍 시리즈였기에 완전한글화를 믿어 의심치 않았던 유저들에겐 실망감이 컸으리라.
“형님의 천하를 위해 울어라 나의 의의 칼날이여!”라고 멋지게 외치는 관우의 음성을 이제 다신 들을 수 없게 된 것인가. 혹시 돈 떨어졌나?
▲ ‘진삼4’ ‘진삼4엠파’. 엠파이어스는 왼쪽 상단에 뭔가 허전하죠? |
엠파이어스란 무엇인가?
기존의 무쌍류 액션에 PC게임 삼국지 시리즈의 전략성을 가미한 게임이며 궁극적인 목표는 중국대륙의 통일이라고 보면 되겠다. 쉽게 말하면 그냥 ‘무쌍’은 전략이 있거나 없거나 아군이 죽거나 말거나 지나가는(혹은 덤벼드는) 적병1부터 1000번까지를 무작위로 추첨하여 염라대왕 면접을 시키는 전근대적 게임이었으나 ‘엠파이어스’는 아군과 적군의 군세에도 신경을 써야하며 국면에 맞는 적절한 전략, 전술을 구사하여 보다 유리한 전투를 이끌어야 한다.
‘독고다이’를 지양하고 ‘다구리’를 지향하는 보다 아방가르드하면서 계몽적이고 모더니즘적인데다 현대적인 게임으로 무쌍의 베는 재미에 PC판 삼국지의 재미까지 포함된 기존 무쌍과는 차별화된 시도라고 보면 되겠다.
처음 엠파이어스를 접하게 되면 일반 무쌍보다는 쉽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적병의 수도 적어보이고 거점을 점거하기만 하면 주변 적병이 도주를 하니 말이다. 덕분에(?) 일반 무쌍처럼 적병의 씨를 말리며 1000킬을 기록하기는 쉽지 않다. 특유의 베는 재미가 사라졌을까 하고 염려할 것은 없다.
'엠파이어스'는 단순히 적병을 베서 이기기만 하면 되는 게임이 아니다. 어떻게 이길까를 생각해야 한다. 무작정 다니며 닥치는 대로 베는 것이 아니라 중요거점을 점거하며 차례차례 치고 올라가야만 한다. 다시 말하면 일반 '무쌍' 에서는 상황이 불리하면 적총대장에게 달려들어 대장만 베어도 되었으나 이제는 그런 방식은 통하기 어렵다. 주요 거점들을 점거하지 않으면 나오지 않는 대장도 있기 때문이다.
적 병사들도 보다 전략적으로 움직인다. 병사는 무시하고 장수부터 처리하려해도 어느덧 구름처럼 몰려드는 적병들 때문에 쉽지 않다. 이럴 때 아군을 십자키로 호출해서 함께 싸우면 보다 수월하게 싸울 수 있다. 이렇듯 플레이하는 내내 어디를 공격하며 어디를 지킬 것인가를 끊임없이 생각해야하고 전체의 판도를 읽어야한다. 무작정 플레이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하자.
즉, 무예를 살리는 것은 지략이요, 지략을 형태로 만드는 것이 무예이니 곧 문(文)과 무(武)는 하나이자 둘이 아니라는 심오한 말씀이니 깊이 명심하고 플레이하도록 하자.
▲ 지혜로 통치하고 무예로 지배하자! |
전략의 중요성
아군 무장을 적극 활용하여 전황을 유리하게 이끌자. 혼자만 적진을 누비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이제는 전투중에 십자키를 이용하여 아군 무장에게 지시를 내려서 전군을 적진으로 돌격시켜 총공세로 나서거나 아니면 아군에게 거점을 점거시키고 플레이어는 후방으로 빠져 본진을 지킨다던지, 혹은 플레이어가 전선으로 돌격하고 믿을만한 아군의 무장에게 본진을 방어하게 할 수도 있고 동맹세력으로부터 파견된 원군의 도움(이거 조심하자 원군이 죽으면 나도 지는거다;;)도 받을 수 있으니 보다 전략적인 전투가 가능해졌다.
전작인 3엠파이어스에서의 부실했던 전략성을 크게 보완하였으니유저들은 기대해도 좋을 듯.
▲사기케릭의 무서운 명령 ‘작전지시' |
내정을 충실히!
아생연후살타(我生然後殺他)라는 유명한 바둑격언이 있다. 나부터 살고 남을 잡으러 가야지 앞뒤 살피지 않고 무작정 덤벼들다가는 외려 당하기 쉽다는 말이니 엠파이어스 유저들이여. 가슴에 새길지어다.
정략파트에서는 아군 무장을 적재적소에 배치한 후 아군 장수들이 입안하는 효율적인 정책을 추진하자.
▲ 인사가 만사 |
내치에 충실하여 병력과 자원, 군비를 확충하자. 그리하면 승리는 한걸음 더욱 가까이에 있다. 병사 4000으로 적병 8만을 막아내는 건 플레이어 혼자서는 무리다. 그런 일이 닥치기 전에 미리미리 방비를 해두는 것이 슬기로운 자의 앞선 전략이지 않겠는가. 앞에서도 말했듯이 무장 혼자 다 쓸어담는 건 한두번이면 그 어려움을 느끼게 될 것이고 적어도 엠파이어스를 구입할 유저라면 전략으로 이겨야 하지 않을까.
▲ 인의의 정치를..대덕을 펼치면 보답(?)이 있다 |
이제는 혼자가 아니다. 든든한 전우와 함께!
이번 작품에서는 전투모드 돌입시 2P참전이 가능하다. 전작에서는 “공맹의 도를 모르는 오랑캐의 무리들과 난신적자(亂臣賊子)가 창궐하는 이 시기에 분연히 패드를 들어 인과 예의 칼날로 저들에게 따끔한 가르침을 내리지 않는다면 무엇으로 후손을 가르치겠는가!” 하며 분개했지만 1인용인 관계로 뒤에서 발만 동동 구르던 친구에게 패드를 쥐어주며 “나와 함께 난세의 암흑을 밝혀 인의의 세상을 열어가지 않겠는가?” 라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단 말이다.
아아. 벅차오르는 감동!
▲ 2인용 |
고르는 재미가 파워업
플레이가 가능한 시나리오가 시대별로 다양하게 준비되어있어서 선택의 폭이 크게 높아졌으나 적벽대전에서 끝나버린다는 점이 아쉽게도 옥의 티.
에디트 모드에서 마음대로 편집한 신무장도 쟁패모드와 프리모드에 출현시킬 수 있고 진삼국무쌍4 맹장전의 에디트 무장과도 연동시킬수도 있다. 허나 다 키운 무장이나 유니크 무기등도 게임을 클리어 하고 2차 플레이시 반영을 하지 않으면 다 사라지니 신중하게 선택하자. 전회플레이의 반영을 하게되면 2회차 플레이부터는 난이도가 붕괴되는 것도 아쉬운 점이다.(다 키운 무장이 적으로 나온다) 플레이어의 입맛대로 행하자!
? ▲ ‘시나리오선택’ ‘에디트모드’ |
시리즈의 확실한 정착
이제 엠파이어스는 무쌍-맹장전-엠파이어스 라는 3단콤보로 무쌍 시리즈의 코스에 확실하게 안착한 것으로 보인다. 처음에는 ‘무쌍??인기에 편승한 우려먹기도 너무 심하지 않느냐는 비난도 많았으나 갈수록 확실히 눈에 띄게 발전되어가는 재미가 있기에 지금까지 올 수 있지 않았을까? 이번 작의 강해진 전략성은 게임에 대한 몰입도를 크게 높이며 다소 시들해진 무쌍시리즈의 돌파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이번 진삼국무쌍4 엠파이어스가 본시리즈 못지않은 재미에 진삼국무쌍의 동생뻘인 전국무쌍 엠파이어스도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을 볼 때 '엠파이어스' 도 차별화된 재미로 나름의 팬을 확보하며 본 궤도에 올랐다고 판단된다.
하지만 단점도 없지는 않다. 불완전한 한글화나 2회차 플레이부터 난이도가 붕괴되는 현상, 시나리오 전개의 아쉬움, 원군장수 퇴각시 자동패배 등등 눈에 띄는 단점도 있으나 이미 검증된 '무쌍'이라는 명불허전(名不虛傳)의 브랜드파워와 뛰어난 몰입성, 가격대성능비 등 장점이 단점을 능가하기에 구입해도 후회없는 선택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보다 나은 다음 시리즈를 기대해본다.
▲ ‘다음 번에도 잘 부탁해요’ 모빌슈츠의 원조 제갈건담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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