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더스 게이트와 네버윈터 나이츠의 기막힌 조화(네버윈터 나이츠 2)
2006.11.28 15:59게임메카 나민우 기자
*본 기사는 네버윈터 나이츠 2의 한국 유통사인 ‘아타리 코리아’에서 제공되어진 ‘싱가포르 판’을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
발매가 연기되어 게이머들에게 아쉬움을 느끼게 하는 타이틀은 흔치 않다. 이 흔치않은 타이틀에 분명 ‘네버윈터 나이츠 2(이하 네버 2)’도 포함될 것이다. 네버 2는 ‘발더스 게이트’와 ‘아이스윈드 데일’ 시리즈를 개발한 ‘블랙아일’ 맴버가 주축이 된 개발사 ‘옵시디안’에 의해 탄생된 게임이다. RPG 매니아들 사이에선 옵시디언이라는 이름만으로로 그 기대감이 하늘을 찌를 듯했다.
‘부전자전’이라 했던가, 네버 2에서는 발더스 게이트와 네버윈터 나이츠 1, 이 두 게임의 장점이 적절히 조화되어 있다. 게임의 진행방식, 전투방식 등은 전작의 틀을 벗어나지 않으면서, 발더스 게이트의 간편한 인터페이스가 추가된 느낌이다. 그럼 지금부터 네버 2가 어떤 장, 단점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발더스 게이트 + 네버윈터 나이츠 = 네버윈터 나이츠 2
필자가 네버 2를 플레이하면서 느낀 첫인상은 ‘네버윈터 나이츠에 발더스 게이트의 재미요소을 덧씌웠다’는 느낌이었다. 전투방식, 진행방식 등은 네버윈터 나이츠의 시스템을 그대로 계승하면서, 컨텐츠면에선 발더스 게이트의 재미를 조합, 발전시켰다. 한 마디로 ‘온고지신’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게임이다.
▲ 그래픽이 좋아졌다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 |
▲ 네버 2는 고구마(발더스 게이트)와 우유(네버윈터 나이츠)처럼 궁합이 잘 맞는 음식을 같이 먹는 느낌이다 |
특히 게임에는 발더스 게이트 특유의 NPC 동료들간 상호작용이나 파티플레이의 재미가 고스란히 배어있었다. 오로지 주인공(플레이어의 캐릭터)을 위한 게임이란 느낌이 강했던 전작과 달리 이번 작품에 등장하는 NPC 동료들은 서로 다른 목적과 성향을 가지고 주인공에게 자신의 주장을 펼친다. 그들은 마치 ‘나는 데이터 덩어리가 아니야. 살아있는 존재야’라고 말하듯 서로 다투기도 하고 칭찬하기도 한다.
▲ 동료들끼리 옥신각신하는 것도, 서로 칭찬하는 것도 모두 게임을 재미있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 |
▲ 함께 있을 때, 우린 아무것도 두려울 것이 없었다. 발더스 게이트 특유의 파티플레이를 고스란히 즐길 수 있다 |
또 전작은 RPG 게임이 아닌 솔로잉 액션 게임이라는 비웃음을 받기도 했지만 이번 작품에선 발더스 게이트 특유의 파티플레이를 고스란히 즐길 수 있었다. 마법사는 동료들에게 방어력과 능력치를 올려주는 강화 마법을 걸어주고, 적에게 강력한 공격마법을 날려 한줌의 재로 만들어 버린다. 성직자는 다친 동료를 치료하고 신의 축복으로 동료들의 용기를 복돋아준다. 도적은 위험한 함정을 가소롭다는 듯 해제하고 적에게 보이지 않게 접근해 목에 칼을 꽂아 넣는다. 전사는 동료들의 굳건한 방패가 되어 보호하며, 거대한 검을 휘둘러 적들의 갑옷을 으깨버린다. 네버 2에선 서로 부족한 점을 보완해주는 파티플레이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필자는 네버윈터 나이츠 2를 ‘발더스 게이트의 환생’이라고 부르고 싶을 정도였다.
네버
2의 장점은 바로 이것!
네버 2는 전체적으로 전작에 비해 많은 부분이 개선, 수정되었다. 그리고 그 개선방법들은 확실히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부터 전작에 비해 이번 작품이 어떤 점에서 전작보다 더 발전되었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①편리한
헨치맨(NPC 동료) 조작 시스템
전작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을 100명에게
말하라고 한다면 100이면 100, 반드시 거론하는 부분이 바로 ‘헨치맨(NPC 동료)’의
바보 같은 인공지능(A.I)이다. 전작에선 헨치맨에게 ‘이동 시 플레이어와의 거리’,
‘공격적으로 행동’, ‘방어적으로 행동’ 등 단순한 명령 밖에 설정할 수 없었다.
때문에 헨치맨이란 존재는 도움커녕 플레이어가 보살펴줘야하는 ‘혹’으로 치부되었다.
그래서인지 헨치맨 없이 게이머 혼자 싱글플레이를 클리어하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하지만 네버 2에서는 이런 단점을 찾을 수 없었다. 그 이유는 바로 ‘발더스 게이트’ 시리즈에서 볼 수 있었던 '스크립트(행동방식) 설정'을 더욱 발전 시킨 시스템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번 작품에선 적이 사용하는 마법에 따른 대응 방법부터 함정 발견 시 대응 방법, 정찰 시 수행할 패턴 등 11개에 이르는 옵션이 존재한다. 덕분에 게이머의 입맛대로 헨치맨의 행동을 컨트롤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행동 설정 옵션 중 하나인 ‘해로운 마법 무효화’ 부분을 ‘On’시켜두면 아군이 해로운 마법에 걸렸을 경우, 마법을 무효화 시키는 기술을 가진 헨치맨은 게이머의 별다른 지시 없이 곧바로 아군이 걸린 해로운 마법을 무효화 시킨다. 또 '퍼펫모드'라는 옵션에선 게이머가 이 행동설정을 ‘On/Off’할 수 있어 수동으로 헨치맨을 조작해야하는 상황 등 다양한 전투상황에 맞추어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해준다.
②솔로는
이제 그만! 다양한 성향의 동료와 파티플레이
전작에선 헨치맨 1 ~
2명과 함께 모험을 즐길 수 있었다(멍청한 A.I덕에 동료라는 말이 유명무실했지만).
하지만 이번 네버 2에선 최대 4명의 동료와 모험을 즐길 수 있다(게이머까지 포함하면
총 5명이 되는 셈). 주목할 점은 이 동료들이 게임의 불륨감을 높여준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발더스 게이트 시리즈를 플레이 해본 게이머라면 느껴봤을 ‘NPC 동료와
게이머 간의 상호작용’과 1+1=3(시너지 효과)이 되는 쾌감을 맛볼 수 있는 ‘파티플레이’가 속한다.
우선 NPC 동료와 게이머 간의 상호작용에 따른 재미에 대해서 알아보자. 여기에서 말하는 상호작용이란 게이머의 행동(퀘스트, 대사 선택문 등)에 따라 동료들은 제각각 다른 반응을 보이는 것을 말한다. 물론 전작에서도 이런 시스템이 일부분 구현되어 있었지만, 이번 작품처럼 자세하고 다양한 반응을 볼 순 없었다.
예를 들어 늙은 노인을 도와주는 퀘스트가 있다 치자. 게이머는 늙은 노인을 도와줄지 말지를 고민중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파티에 속해있는 동료들은 자신의 의견을 말한다. ‘악(Evil)성향’의 동료라면 ‘그까짓거 해봤자 우리한테 하나도 도움이 않되. 그냥가지?’라고 말할 것이고, ‘선(Good)’성향을 가진 동료는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노인을 돕지요?’라고 할 것이다. 이런 동료들의 다양한 반응은 이들이 각자의 개성을 가진 ‘생명체’라는 느낌을 줘, 게임의 몰입도를 한층 높여준다.
파티플레이의 재미는 발더스 게이트 시리즈를 즐겨본 게이머라면 충분히 느껴봤을 것이다. 헨치맨의 수가 적은 전작에선 게이머가 모든 일을 수행해야 하는 ‘솔로잉’의 느낌이 강했다. 즉, 게이머가 전사를 선택했든 마법사를 선택했든 적을 공격하고, 자신을 치료하고, 함정을 피하고 해제하는 등 자신의 전문분야 외의 일까지 모두 도맡아 해야했다.
하지만 네버 2에선 앞서 이야기한 다양한 행동 설정과 함께 네 명의 동료 덕에 RPG 감초인 ‘파티플레이’를 마음껏 맛볼 수 있다. 전사는 전사가 가장 잘 하는 일을, 마법사는 마법사가 가장 잘 하는 일에 전념할 수 있다. 덕분에 전투나 던전탐험 시 다양한 전략과 전술을 구상할 수 있어 진정한 파티플레이의 맛인 ‘1+1=3’이란 공식을 몸소 체험할 수 있게 해준다.
▲ 게임에는 약 10명의 동료가 등장한다. 술집, 성채 같은 게이머의 본거지에서 파티 맴버를 자유롭게 교체할 수 있다. 하지만 나중을 위해선 게이머의 성향에 맞추어 파티를 구성하는 것이 좋다 (스크린샷의 코볼트는 네버윈터 나이츠 시리즈의 마스코트 바드 '디킨') |
게임에는 약 10명의 동료가 등장하는데, 플레이어의 본거지(술집, 요새)에서 자유롭게 교체가능하다. 한 가지 알아둬야 할 점은 게이머가 수행하는 퀘스트 성향에 따라 동료들이 게이머를 바라보는 호감도가 달라진다는 점이다. 쉬운 예로 위에서 이야기한 ‘노인을 돕는 일’은 선(Good)성향의 동료들과 같이 있을 때 수행하면 그들에게 호감을 사지만 악(Evil)성향 동료에게는 그리 달갑지 않은 퀘스트다. 후에 이 호감도는 꽤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므로 미리 신경써두는 것이 좋다.
초반 게이머의 본거지는 ‘성큰 플라곤’이란 술집이고 후에는 ‘크로스로드 킵’이란 성채로 바뀐다.
③몰입감을
높여주는 ‘컷-인’과 편리해진 인터페이스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있어 눈에 띄게 달라진 점으로 ‘컷-인(영화나 드라마에서 특정부분을 클로즈업해 주목도를 높이는 기법)’의 추가를 꼽을 수 있다. 전작에선 덜렁 텍스트 몇 줄 주는 것으로 퀘스트를 마무리 했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네버 2에선 컷-인을 추가해 드라마틱한 장면을 연출해 준다. 컷-인은 대부분 메인퀘스트에서만 발생하기 때문에, 현재 게이머가 진행하는 퀘스트가 서브인지 메인인지 판단할 수 있도록 해주는 이점도 있다.
불편했던 인터페이스 부분을 개선한 점도 빼 놓을 수 없다. 개선된 인터페이스 부분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카메라 앵글’이다. 전작에선 캐릭터가 중앙에 위치한 상태에서 카메라가 캐릭터를 따라다니는 식이였기 때문에 시야가 좁아 답답한 감이 있었다. 즉, 게이머가 보고자 하는 지역이 있어서 직접 캐릭터를 그 지역까지 움직이지 않으면 볼 수 없었다.
▲ 발더스 게이트나 RTS 게임처럼 화면을 게이머 마음대로 이동 시킬 수 있는 ‘프리 카메라’를 지원해 전작의 답답함을 없앴다 |
하지만 네버 2에선 발더스 게이트나 RTS 게임처럼 화면을 게이머 마음대로 이동 시킬 수 있는 ‘프리 카메라’를 지원해 이런 답답한 감을 없앴다. 게이머가 보고자 하는 지역으로 화면을 이동시켜 미리 지형 등을 살펴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아이템을 루팅할 때의 인터페이스도 개선되었다.
▲ 새로 추가된 ‘루트 올’ 메뉴. 클릭 한 번으로 모든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어 편리하다 |
적을 해치운 후, 또는 상자에서 아이템을 루팅(아이템을 획득하는 행위)할 때 전작에선 일일이 아이템을 클릭해줘야 했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는 ‘루트 올’ 이란 메뉴가 생겨 한 번 클릭으로 모든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와우(WOW)에서 ‘쉬프트+오른쪽 마우스 버튼’으로 모든 아이템을 루팅하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마지막으로 마법을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퀵 스펠’ 창이 추가되었다. 물론 전작에도 단축키를 지정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지만 그 수가 적어 불편했다. 이번 작품에선 화면 좌측에 위치한 퀵 스펠창에서 캐릭터가 시전할 수 있는 마법을 쉽게 찾을 수 있고, 마법들은 간단한 아이콘으로 정리되어 있어 클릭 한 번으로 손쉽게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
이밖에 대부분의 서브 퀘스트가 메인 스토리와 연관되어 있어 게이머에게 풍부한 배경지식을 제공한다는 점도 네버 2의 장점으로 꼽을 수 있다.
하지만
네버 2에도 ‘옥에 티’는 있다
‘세상에 완벽한 인간은 없다’라는 말처럼 게임도 그러하다. 전체적으로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 네버 2지만 분명히 단점도 존재한다. 이번엔 네버 2에서 아쉬웠던 부분을 짚어보도록 하자.
①고사양이 아니면 게임을
쾌적하게 즐기지 못한다
전작에 비해 그래픽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었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쉽게 말해 네버 2는 고사양 컴퓨터가
아니라면 쾌적하게 즐길 수 없다. 필자의 컴퓨터 사양은 P-4 2.4, 램 1기가, 지포스
6600GT다. 확실히 좋은 컴퓨터는 아니지만 왠만한 게임은 그럭저럭 즐길 수 있는
평균적인 사양이다. 하지만 네버 2를 실행시켜보니 특수효과는 고사하고 그래픽 최소품질에서
겨우 플레이 할 수 있을 정도였다. 최근 고사양 게임이 많아져 업그레이드가 필수라곤
하지만 게이머들의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게 하는 고사양 게임은 달갑게 느껴지지
않는다.
▲ (좌)하이 퀄리티, (우)로우 퀄리티. 로우 퀄리티와 하이 퀄리티에서 큰 차이를 볼 수 없다. 가장 낮은 품질에서 게임이라도 실행시켜보고 싶은 게이머에게는 쥐약. 고사양 컴퓨터가 아니면 로우 퀄리티 조차 즐길 수 없다는 말인가! |
②길 찾기 인공지능
이 문제는 단순히 네버 2만의 문제라기 보다 파티를
실시간으로 움직이는 게임들의 고질적인 문제중 하나다. 네버 2 역시 이 문제를 가지고
있다. 길 찾기 인공지능이 그다지 영리하지 못해 게이머를 뒤쫓아 오는 헨치맨들이
엉뚱한 곳에서 길을 해메기 일수다. 또 전투 시 이동에서 엉뚱한 방향으로 움직이다가
적들의 샌드백이 되기 일수다. 헨치맨들을 인도하기 위해 일일이 수동으로 길을 안내해야
하는 점은 게이머들에게 ‘고단한 노동’으로 다가온다. 패치를 통해 더 똑똑한 길
찾기 인공지능이 제공됐으면 하는 바램이다.
③멀티플레이
방법이 번거로워졌다
전작의 멀티플레이에선 서버 역할을 하는 컴퓨터에서만
‘모듈(맵의 정보를 담고 있는 파일)’이 필요했던 것과 달리, 이번 작품에서 멀티플레이를
즐기기 위해선 서버에 들어오는 모든 사용자가 'PWC'라는 파일이 설치되어있어야 한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특정 서버에 참가하기 위해선 해당 서버의 PWC파일을 설치한 상태여야
한다는 것.
‘워크래프트3’의 유즈맵 ‘카오스’로 예를 들어보면 전작(네버1)에선 방을 개설한 사람만 카오스 맵을 가지고 있으면 방에 참가한 사람들은 맵 파일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하지만 네버 2에선 방을 개설한 사람뿐만 아니라 방에 참가한 모든 사람이 맵 파일을 가지고 있어야 게임이 가능해진 것이다.
방에 입장하는 사람은 따로 모듈을 필요치 않았던 전작에 비해 아쉬운 생각이 든다.
강력한 툴셋 덕에 쉽고 빠르게 멀티플레이를 즐길 수 있었던 전작. 이에 비해 이번 작품의 멀티플레이 시스템은 많은 것을 요구하기 때문에 초보자에겐 ‘머나먼 여정’으로 느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전작만한
후작없다’는 말에 코웃음을 날려줄 게임
전체적으로 네버 2는 전작에
비해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특히 헨치맨 시스템과 인터페이스 등 전작에서 제기되었던
문제점들이 대폭 수정되어 확실히 발전된 모습을 보여줬다. 필자가 네버 2를 플레이하면서
인상 깊었던 점은 발더스 게이트 시리즈와 네버윈터 나이츠 시리즈의 재미를 모두
느낄 수 있었던 점이다. 말하자면 네버 2가 발더스 게이트나 네버윈터 나이츠, 둘
중 하나라도 즐겁게 플레이한 게이머라면 충분히 만족할 만한 퀄리티를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이런저런 이유에서 발매가 연기됐지만 아마추어팀에 의해 한글화가 이루어질 예정이라는 희소식도 있어 네버 2는 꾸준히 기대감을 가져볼 만한 게임이다. ‘전작만한 후작없다’는 말은 네버 2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는 말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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