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성검인가? 빛바랜 성검인가?(성검전설 4)
2007.02.22 16:51게임메카 김지연
이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는
소년이 어떻게 하여 성스러운 검을 손에 넣게 되었는지
소녀가 어떻게 하여 마나의 여신이 되었는지
정령과 인간과 세상을 연결하는 길고 긴 절망과 희망의 이야기입니다.
그렇답니다.
이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는
필자가 어떻게 성검전설 4번째 시리즈를 플레이했는지
필자가 어째서 뒷목잡고 쓰러지게 되었는지 -_-
성검전설 4번째 시리즈와 필자와 세상을 연결하는 길고 긴 절망과 희망의 이야기입니다.
(해당 스크린샷을 클릭하시면, 보다 큰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 아름다운 일러스트는 한결 같다 |
‘성검전설 4’의 오프닝은 100점짜리 오프닝이다. 2D의 일러스트와 3D그래픽이 멋지게 어우러진 한 편의 동화 같은 세계. 사카모토 류이치의 아름다운 오프닝. 10년의 기다림 끝에 제작 되었다는 4번째 시리즈는 성검전설이 드디어 3D로 새 단장 했다는 소문과 함께 팬들의 기대를 높였다. 그리고 부푼 기대만큼, 발매 이후 불만의 소리가 많기도 했다.
◆ 희망 하나. 아름다운 그래픽과 깜찍한 캐릭터
원작의 팬들은 2D의 일러스트가 유지되길 바랐지만, 새롭게 바뀐 3D 그래픽도 성검전설 특유의 분위기를 잘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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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D와 3D가 어색하지 않게 잘 어울린다. 동화 같은 분위기는 100점 |
아기자기한 캐릭터와 아름다운 판타지 세계는 그야말로 탄성을 자아낸다. 특히 시리즈를 이어 내려온 몬스터 들이나 익숙한 정령들을 3D로 감상 할 수 있는 것이 포인트.
몬스터들은 폭신폭신한 질감이 잘 살아있어 상당히 귀엽다. 각 원소를 상징하는 정령들도 특징을 잘 살린 디자인이 깜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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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 귀여운 정령들 (8종류의 정령이 존재한다) |
주인공인 엘디, 여주인공 리치아, 왕자 스트라우드의 화려한 복장과 세세한 표정도 잘 살아 있다. 리치아의 화려하지만 정돈된, 무녀의 이미지에 어울리는 이국적인 의상과 단아한 분위기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흠잡을 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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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모의 무녀 리치아. 엘디가 목숨 걸고 쫓아 다닐 만 하다 |
엘디는 금발에 파란 눈, 적대 세력인 왕자 스트라우드는 은색의 장발. 얼핏 스퀘어의 또 다른 유명 작에서 절대 카리스마를 보여준 두 사람이 생각나지만, 엘디의 캐릭터나 스트라우드의 카리스마는 그 둘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조금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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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엽지만 연기력은 많이 떨어지는 엘디와 쌍꺼풀이 문제인 듯 살짝 느끼한 스트라우드 |
◆ 희망 둘. 상황을 만들어내는 MONO를 던져라
성검 전설은 본래 역동적인 액션 RPG로 유명하다. 그런데 4번째 시리즈는 액션 어드벤처를 선택했다.
맵 상에 MONO라는 ‘물건’들이 곳곳에 굴러다닌다. 여러 가지로 응용이 가능한 MONO를 써먹어서 게임을 플레이 하는 것이 성검전설4의 가장 새롭고 핵심적인 시스템이다. 게임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도 이 부분이다.
‘성검전설 4’에는 하복엔진이 사용되었다. 하복엔진은 물리엔진이다. 물리엔진에 대한 복잡한 설명은 넘어가고, 하여튼 하복 엔진이 열심히 일하면 이런 일이 벌어진다.
맵에서 움직이는 모든 것이 중력의 영향을 받는 것처럼 각각의 특성에 따라 움직인다. 경사면에서 돌을 굴리면 빠르게 내려오고, 미끄러운 비탈에 서 있으면 물건이나 캐릭터가 미끄러진다. ?
▲ 비탈에서는 미끄러지는 이동도 가능하다 |
▲ (아부지~??) 돌 굴러가요~ |
둥근 물건은 각진 물건보다 빨리 구른다. 무거운 물건은 밀어 내기가 힘들고, 가벼운 물건은 던지면 멀리 날아간다. 기둥이 부서지면 위에 쌓여있던 물건들이 순서 없이 무너져 떨어지기도 하고, 떨어지다 물건끼리 부딪히면 다시 다른 방향으로 날아간다. 작은 몬스터는 휙 끌려오지만 거대한 몬스터는 끌려다 오히려 캐릭터가 끌려간다.
▲ 큰 돌들은 서로 부딪히면서 서서히 멈춘다 |
▲ 둥근 돌은 아래로 떨어지고 상자만 남았다 |
이런 움직임을 일일이 계산하는 것이 물리 엔진이다. 물리 엔진 덕분에 맵 위의 물건들이 사실성을 갖고 리얼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특히 하복 엔진은 ‘하프라이프2’,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3’, 그라비티의 신작 ‘레퀴엠’등에 사용된 최고의 물리엔진이다.
◆ 희망 셋. 다양한 조작을 즐기는 3가지 무기
주인공 캐릭터의 액션성이 많이 강조 되었다. 이동 하나에도 구르기, 점프, 슬라이드 이동 등 조작에 따라 다양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3가지 종류의 무기가 지원되기 때문에 각각의 무기에 따른 조작까지 더하면 조작은 간단하다고 말하기 힘들다.
주인공 엘디가 검을 사용하는 모습은 ‘킹덤하츠’의 주인공 소라가 키블레이드를 휘두르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레벨이 오르면 연속기가 가능한데 그냥 평범한 타격 공격이고, 타격감도 괜찮은 정도이다. 타격 공격으로는 큰 데미지를 줄 수 없고, 몬스터의 가드에 막히는 경우도 있다.
▲ 몬스터와 MONO 둘 다 타격 가능 |
▲ MONO도 HP가 없어지면 부서진다 |
‘파칭코’는 새총이다.(젤다의 전설이 생각나려고 한다 ㅠ_ㅠ) ‘동그란 돌’과 ‘정령의 혼’을 총알로 사용할 수 있다. 동그란 돌은 단순한 데미지를 주지만 정령의 혼을 사용하면 몬스터가 패닉상태에 빠진다. 각 정령의 돌에는 정령의 힘이 담겨 있어 효과가 다르다. 한 스테이지에서 가질 수 있는 정령의 혼은 개수가 한정되어 있으므로 사용할 때 신중해야 한다.
▲ 새총과 넝쿨에는 조준 모드가 있다 |
▲ 정령의 혼을 사용하면 '펑' |
‘성검전설 4’의 주력 무기는 넝쿨이다. ‘넝쿨’은 몬스터나 물건을 잡고, 끌어당기고, 던질 수 있다. 이 넝쿨로 MONO를 잡아 몬스터에게 던지면 몬스터가 패닉상태에 빠지게 된다. 몬스터를 다른 몬스터를 향해 던질 수도 있다.
던지는 물건과 강도 등에 따라 패닉상태의 레벨이 달라진다. 패닉상태인 몬스터에게 타격 공격을 해야 아이템이나 능력을 올려주는 메달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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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애는 아니지만 밀고 당기기를 잘해야 한다 |
넝쿨 채찍은 색다른 재미와 괜찮은 타격감을 가지고 있어 익숙해지면 재미있게 가지고 놀 수 있다. 각 챕터가 시작할 때 무기의 레벨이 초기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 조금 번거롭지만 넝쿨을 열심히 사용하면 넝쿨 레벨이 올라 많은 행동을 할 수 있으므로 전투를 통해 반드시 넝쿨의 레벨을 올려 두어야 한다.
넝쿨 채찍으로 돌리기, 던지기, 당기기, 밀기 등 여러 가지 움직임이 가능하다. 넝쿨 레벨이 2일 때는 적을 돌려서 혼란 상태에 빠뜨리는 것이 가능하고 레벨 3이 되면 원하는 방향으로 적을 던지는 조작이 가능하다. 다양한 움직임에서 액션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 몬스터로 몬스터 맞추기 |
▲ 넝쿨로 잡아서 돌리면 ‘혼돈’에 빠진다 |
넝쿨은 성검전설에서 가장 참신한 시도이면서, 플레이 중 제일 많이 쓰이는 조작이다.
몬스터나 물건에 락온을 걸어 이리 저리로 움직일 수 있다. 물론 가끔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 황당함을 안겨 주기도 하지만 넝쿨로 몬스터를 휙휙 집어던져 맞추는 신선한 재미는 '성검전설 4'에서만 맛볼 수 있다.
무기 외에도 주인공을 따라다니는 정령 ‘피이’의 마법도 사용할 수 있다. 지속시간이 짧아 효과는 크지 않지만, HP를 올려주는 마법은 꽤 유용하다. 항상 주인공의 옆을 날아다니다 주인공이 떨어질 때 붙잡아 주기도 하는 정령의 모습이 상당히 귀엽다.
▲ 완전소중 정령 피이 |
▲ 피이 마법 발동(일정시간 파워를 올려준다) |
◆ 절망 하나. 인내를 시험하는 시점과 던전
성검전설의 가장 큰 단점은 시점이다. 3D게임을 오래 즐기려면 시점이 편안해야 하는데 성검전설의 시점은 불편한 편이다.
몇 번 점프를 하면 시점이 너무 가까워져 엘디의 위치를 파악하기 힘들다. 적은 앞뒤를 가리지 않고 나타나고, 공중에서 떨어지기도 하는 등 예기치 못한 상황이 많기 때문에 쉴 새 없이 움직이며 모노를 던지고, 공격을 피해야 한다.
▲ 3D가 되니 박력이 넘치는구나 |
▲ 빙글빙글 도는 자동 일인칭 시점 |
특히, 보스 전에서 시점의 불편을 확연하게 느낄 수 있다. 보스를 물리치려면 주변의 MONO를 이용해야 하는데 시점이 불편하니 주변 상황을 파악하기 힘들다. 혹시 조작치인 플레이어라면 익숙해 질 때까지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플레이해야 한다.
▲ 빠르게 내려가는데 시점이 고정되지 않는다 |
▲ 이런 이상한 화면도 상당히 자주 볼 수 있다 |
불편한 시점을 보완하기 위해 엘디 주변의 사물과 적들에게 자동으로 락온 되는 버튼이 있다. 잘 사용하면 유용할 법한 이 기능이 의외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바로 옆에 적이 있어도 정확하게 락온 되지 않고, 벽에 가로막혀 있을 때 건너편의 보이지 않는 적을 락온 하는 경우도 있다. 주변에 둘 이상의 적이 있을 때 왼쪽 스틱으로 이동해 락온을 바꿀 수 있는데 락온을 바꾸기 전에 적에게 공격당하기 십상이다.
복잡한 시점에 기름을 붓는 것이 복잡한 던전이다. 3번째 챕터부터 슬슬 시작되는 입체적으로 꼬인 맵. 엉뚱한 방향을 가리키는 화살표를 따라 길을 찾아 헤메다 보면 공중에서 떨어져 다시 같은 길을 올라가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 막힌 곳을 가리키는 야속한 화살표 |
▲ 어디 부터 가야할까? |
각 챕터에서 비슷한 풍경의 길이 반복되는 것도 지루함에 한몫 더한다. 한 챕터는 다섯 가지 스테이지로 이루어져 있는데 비슷한 플레이가 반복되는 것에 비해 한 스테이지의 길이가 꽤 긴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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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몬스터의 위치만 표시되는 미니맵과 별 다른 표시가 없는 맵 화면은 큰 도움이 안된다 |
모드는 스토리 모드 외에 셀렉트 챕터모드와 챌린지 아레나 모드 등이 있다. 셀렉트 챕터는 클리어 했던 챕터 중에서 다시 클리어 하고 싶은 챕터를 골라 플레이 하는 것이고, 챌린지 아레나는 펫과 함께 싸울 수 있는 스테이지이다. 각 스테이지의 조건을 빨리 달성해 A랭크를 받는 것이 목표다.
스토리 모드를 비롯한 모든 스테이지가 끝나면 플레이시 모은 메달이나 엠블럼등이 표시되고 A,B,C로 플레이의 등급이 매겨진다. 근성이 있다면 더 높은 점수를 위해 여러 번 플레이 하며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펫과 함께 싸우는 챌린지 아레나모드 |
▲ 능력을 올려주는 엠블렘등 수집의 요소도 가득 |
난이도는 4가지이다. 시작할 때는 이지와 노말 두 가지 중에서 고를 수 있다. 하지만 난이도를 낮춰도 회복 아이템이 좀 더 나올 뿐. 정작 게임의 어려운 요소인 길 찾기에 대한 도움이 있거나, 등장하는 적이 적어지는 것은 아니다.
후에 나오는 아레나 챌린지 모드의 스테이지들을 꺼내려면 이지, 노말, 하드, 울티메이트를 전부 클리어 해야 하는데 약간 지겨운 느낌이 든다.
아이템과 코인을 더 많이 벌기 위해 넝쿨로 패닉상태를 만드는 전투가 반복되면 그만큼 파칭코나 마법등 다른 다양한 무기를 사용하지 않게 되는 것도 아쉽다. 다양한 무기와 모노를 이용한 퍼즐을 풀어나가는 모드를 넣어주는 것도 좋지 않았을까.
◆ 절망 둘. 엇나간 새로운 시도
전체적으로 성검전설4는 상당히 애매한 작품이다. 일러스트나 캐릭터의 분위기는 전작인 성검전설의 분위기를 그대로 차용하고 있으면서, 게임의 진행이나 시스템에서는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
전작의 팬들은 모양이 비슷해서 기대했더니 완전 다른 게임이라며 분노했다. 정말 '성검전설 4'는 그렇게 재미가 없는 게임일까?
복잡한 던전과 불편한 시점은 플레이어를 분노하게 만드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게임으로의 재미는 확실히 있다. 난이도 조절은 실패했지만 액션성이 강하기 때문에 오히려 어려운 난이도에 불타오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액션과 함께 퍼즐에 신경 쓴 것도, MONO를 이용해 상황을 만드는 것도 퍼즐을 좋아하는 유저에게는 충분히 만족을 줄 것이다.
하지만 아기자기한 전작의 장점(낮과 밤에 따라 설정이 바뀌거나, 식물을 길러 열매를 따거나 높은 자유도를 즐기고 싶다거나, 캐릭터를 바꿔가며 스토리에 빠져들 수 있었던)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밖에 없다. 아쉽게도 육성의 요소가 사라지면서 성검전설이라는 시리즈가 가진 매력을 전혀 살리지 못한 것이다.
스토리는 약간 예상이 가는 내용이지만, 그래도 일본어로 들려주는 이벤트 영상의 나열에 플레이어가 감정 이입을 하기 힘들다. 사카모토 류이치의 아름다운 타이틀 음악에 비해 그다지 인상적이지 못한 BGM도 실망을 더한다.
‘챌린지 아레나 모드’에 흔적이 남아 있는 펫의 육성도 노가다의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챌린지 아레나 모드를 즐기기 위해서는 모드만 바꿔서 몇 번씩 복잡한 길을 찾아 헤매야 한다.
전투 중에 모은 코인으로 음악, 무비 아이템을 사거나, 펫의 알을 사서 함께 싸우고 기를 수 있다. 그러나 아기자기한 육성의 재미가 대폭 줄어든 것은 아쉽다.
◆ 시리즈라면 팬의 마음을...
성검전설은 옛날 파이널 판타지 외전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했지만 2탄, 3탄으로 이어지면서 성검 전설만의 세계관과 분위기를 확립한 액션 RPG의 명작이다. 성검전설이 4번째 시리즈를 맞아 2D에서 3D로 변화한 것은 기술의 발전과 차세대기의 경향을 생각해보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약간의 노가다를 동반한 챕터의 구성과 퍼즐에는 문제가 있지만 다양한 액션과 MONO를 이용한 참신한 시스템이 성검전설이 아닌 새로운 타이틀을 달고 나왔다면 이렇게 비난을 받았을까?
성검전설의 4번재 시리즈는 그래픽과 액션이라는 변신에 치중한 나머지 감동을 주는 스토리와 기존 팬의 향수를 자극하는 시리즈의 정통성을 잃어버려 아쉬움이 든다.
특히, 게임을 하면서 ‘킹덤하츠’나 ‘젤다의 전설’이 계속해서 떠오르는 건, 성검전설만의 독특한 분위기가 살아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아무리 장르가 바뀌었지만, 성검전설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싶다면 팬들의 기대도 생각해 주었으면 한다. 기존의 팬과 새로운 팬 모두를 잡고 싶다면, 좀 더 시리즈의 개성을 살려야 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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