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아틀란티스에서 펼쳐지는 김태곤의 꿈(아틀란티카)
2007.12.04 10:04게임메카 검정고릴라
책, 노래, 게임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등장하는 미지의 대륙 아틀란티스는 그 동안 여러 종류의 매체에서 소재거리를 제공해 왔다.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만큼 신선함이 떨어질 수도 있는 소재지만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매력적인 모습으로 어필한 경우도 많았다. 뜬금 없이 아틀란티스에 대해 언급한 것은 이번에 살펴볼 게임인 ‘아틀란티카’ 역시 이것을 소재로 삼았기 때문이다.
사실 ‘아틀란티카’의 세계관은 진부하기 그지 없다.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아틀란티스를 찾아 떠나는 주인공, 간략하면서 복잡하지 않은 세계관을 보고 있자면 그렇게 신경을 쓴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아니, 굳이 길게 설명을 하려고 안 한 것 같다. 게임성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것일까? 여기서 좀 더 안을 살펴 보면 ‘아틀란티카’의 개발을 지휘한 사람은 임진록, 충무공전, 군주 온라인에 이르기까지 주로 동양적인 게임들을 만들어 온 김태곤이다. 그 동안 ‘한국형’ 게임들을 만들어온 그가 이번에는 어떤 게임으로 우리를 즐겁게 해줄지 살펴 보자.
▲ 7가지의 직업이 등장하는 아틀란티카
친절한 퀘스트 씨
게임의 목표는 아틀란티스를 찾는 것이지만 시작은 한국, 중국, 일본 중 한 곳을 선택해서 하게 된다. 여기서 ‘아틀란티카’의 칭찬할 만할 점은 굳이 홈페이지를 뒤져 가며 게임 조작법 같은 것을 뒤져 볼 필요 없이 NPC의 안내를 따라 퀘스트를 수행하다 보면 게임에 대한 하나부터 열까지 자연스레 익히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친절한 퀘스트는 첫 시작지점을 벗어나서도 쭈욱 지속되며, 게임 화면에 보이는 거의 모든 것에 대해 가르쳐 줌으로 초심자들을 위한 배려로는 아주 훌륭한 수준이었다. 이 정도면 첫 인상은 오케이~
▲ 이유 없이 유저를 부려먹지 않는 퀘스트 NPC들
스피디한 턴 방식 전투
빠른 것과 턴 방식은 왠지 어울리지 않는 사이처럼 보인다. 그러나 ‘아틀란티카’의 전투는 턴 방식이면서도 느리다고 생각 되지 않는다. 필드나 던전을 떠돌고 있는 몹을 클릭하면 칼질을 하는 게 아니고 전투 화면으로 전환이 된다. 그리고 유저는 30초의 시간 안에 주인공을 포함한 최대 9명의 캐릭터를 조작해야 한다. 혹시 1명의 행동을 끝내는 것만 해도 5초는 걸리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텐데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손놀림만 따라 준다면 캐릭터들은 유저가 행동을 지정해 주자마자 거의 동시에 우르르 몰려가며 각자 맡은 일을 수행 한다.
▲ 먼지 나게 맞아봐라
‘아틀란티카’에는 총 7종류의 무기가 등장하는데 사용하는 무기에 따라 직업이 결정된다. 무기 선택은 각자 장, 단점이 있고 주인공 외에도 최대 8명의 용병을 거느릴 수 있기 때문에 딱히 어느 것이 좋다고는 할 수 없다. 다만 자신이 빠르고 아기자기한 전투를 원하는지, 한 번에 여럿을 공격하는 걸 좋아하는 지에 따라서 무기를 선택 하는 것이 좋다.
‘아틀란티카’의 전투는 그저 나 한 번 너 한 번 공격하는 게 아니라 턴이 돌아와도 행동력이 부족하면 그 턴에는 캐릭터를 움직일 수 없다. 검과 창 같은 근접 무기는 턴이 빨리 돌아오고, 대포나 마법 계열 같은 원거리 계열은 턴이 늦게 돌아 온다. 그리고 근거리 공격은 맨 앞줄부터 맞기 때문에 주로 맨 앞줄에는 방어력이 높고 턴이 자주 돌아오는 캐릭터들로 방패를 삼고, 뒤 쪽에는 원거리나 회복 계열을 배치하는 게 좋다. 물론 화살이나 대포 같은 것은 뒤에 있어도 맞지만 그래도 한 방이라도 덜 맞는 게 어딘가?
▲ 앞에는 검사와 창병으로 몸빵을, 뒤에는 대포와 회복 계열을 배치했다
전투의 난이도는 그리 높지 않은 편이라 대충 아무렇게나 공격만 해도 될 정도지만 중간 중간 나오는 준 보스 급 몹은 부하들을 방패 삼아 맨 뒤에서 강력한 스킬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서 확실한 전략을 세우고 전투에 임해야 한다. 물약, 주문서, 마법, 직업마다 고유한 스킬을 충분히 활용한다면 충분히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
‘아틀란티카’에서 전투에서 죽게 될 경우 주어지는 페널티는 꽤 높은 편이라 보스 전은 충분한 준비를 할 것을 권한다. 또한 도망 갔을 경우도 죽을 때와 다름 없는 페널티가 주어지기 때문에 무모한 도전은 골드와 경험치를 깎아 먹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경험치만 깎는다면 모를까 소지금의 10% 가까운 골드도 빠져 나가기 때문에 다소 가혹한 페널티가 아닌가 생각된다. 조금만 깎아 주면 안되겠니?
▲ 노트에 저 녀석 이름을 쓰면 40초 후에 죽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 하지만 현실은 겁나게 아프다
친절한 선생 NPC, 내가 다 알려주마
앞서 말했다시피 ‘아틀란티카’ 퀘스트 NPC들은 선생 기질이 넘쳐서 게임에 대한 것을 너무나도 친절하게 알려준다. 이와 더불어 게임정보 메뉴에는 ‘아틀란티카’의 거의 모든 정보가 모여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듯 하다. 일반 NPC정보, 퀘스트 정보, 사냥터 정보를 비롯해 전투 중 얻게 되는 몬스터 도감까지 다양한 정보가 있다. 더불어 클라이언트에서 게시판을 이용할 수도 있어서 클라이언트 하나로 꿩 먹고 알 먹고, 일석이조가 되는 셈이다.
▲ 모으는 재미가 있다. 전투 중 일정확률로 습득하는 몬스터 도감
다양한 시스템을 잘 버무려 놓았구나
따지고 보면 ‘아틀란티카’의 전체적인 시스템은 그다지 독창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래도 그 동안 접해왔던 게임의 장점들을 모아서 ‘아틀란티카’의 것으로 만들려고 하는 노력이 엿보인다. 유저들이 게임을 대하는 눈 높이가 상당히 높아진 현 시점에서, 어설픈 독창성과 실험정신은 탄탄한 콘텐츠가 뒷받침 되지 않는 한 무모한 도전이 될 수도 있기에 현실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생각된다.
핵심적인 부분은 전투에 있지만, 이 외에도 시장(경매장), 거점 지배, 편리한 길드 시스템, 각 도시 순간이동(여행 관리소), 도감, 제조 시스템 등이 ‘아틀란티카’속에 적절히 스며들어 있다. 하나씩 살펴보면 ‘최초’가 될 만한 것은 찾아 볼 수 없지만 게임을 하면서 이질적인 느낌은 들지 않았다. 말 그대로 잘 버무렸다고나 할까?
▲ 좀 더 편리하게 개선되었으면 하는 시장
인챈트가 빠질 수는 없지~
이게 다인가? 라는 생각이 들 때쯤 역시나 빠질 수 없는 시스템이 또 하나 있으니 바로 인챈트 시스템이다. ‘아틀란티카’의 인챈트 방식은 애니메이션 강철의 연금술사에 나오는 ‘등가교환’의 법칙과 유사하다. 예를 들어 검을 인챈트 하려면 똑 같은 검이 필요하고, +1짜리 검을 인챈트 하기 위해서는 역시 +1검이 필요하다. 필자는 +3까지 만들어 봤는데 이렇게 들어간 재료는 +1일 때는 2개, +2일 때는 4개가 되는 식으로 늘어나게 된다. 여기에 제련석도 단계에 맞춰서 1개, 2개, …… 이런 식으로 요구하므로 인챈트를 하려는 아이템은 고이 모셔두도록 하자. 인챈트를 하게 되면 성능이 올라감과 동시에 +3부터는 빛이 나기 때문에 인챈트에 대한 매력을 높여준다.
▲ +0일 때(좌)와 +3일 때(우)
룰렛이 도는 상자
그러고 보니 ‘아틀란티카’의 아이템 습득 방식은 특이한 면이 있다. 전투를 통해서 무기나 방어구가 직접 드랍 되는 것이 아니고 무기상자, 도구상자 같이 상자 형태로 드랍이 되는데 상자를 열면 마치 룰렛이 돌아가듯이 여러 아이템이 지나가고 랜덤 하게 한 가지 아이템이 나오는 것이다.
이것 때문에 대포를 선택한 필자의 주인공 캐릭터는 레벨 10이 넘도록 대포가 나오지 않아서 고생했다. 이는 재료나 기술 책 같은 것도 마찬가지인데 솔직히 말해서 우려가 앞서는 부분이다. 이런 랜덤 습득 방식은 특정 몹에만 집중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도 있지만 앞으로 상용화가 되면서 사행성 문제가 떠오르지 않을까 생각되기 때문이다. 만약 캐쉬를 사용해 구입한 상자에서 랜덤 하게 좋은 아이템을 준다면 어떻게 될까? 아직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기에 내일 일은 내일 걱정하도록 하자.
▲ 뭐가 나올지는 며느리도 모른다
SRPG의 향수를 불러 일으킬 수 있을까?
현재까지 본 것만으로 평가했을 때는 일단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그래픽이 투박해서 아쉽기는 하지만 게임의 시스템에 많은 공을 들인 것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다만 클베에서의 호평 -> 오베에서의 악평과 더불어 무관심 이라는 패턴은 수 없이 반복 되어 왔기 때문에 걱정이 되는 부분도 있다.
다양한 시스템을 구현해 놓고는 있지만 너무 전투에 치중된 점(제조를 할 때도 전투를 해야 숙련도가 오른다)은 전투에 싫증을 느끼는 순간 큰 약점이 될 수 있다. 또한 한가지 퀘스트라인을 따라가는 일방통행 식의 진행은 단조로움이 느껴진다. 즉, 게임 플레이의 다양화는 아직 덜 이뤄졌다고 보인다.
그리고 제작사가 밝히는 타깃인 20대 이상의 남성이라는 부분이 얼마나 유효할지는 아직 판단하기 일러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예전에 밤잠을 설쳐가며 즐겼던 SRPG 게임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는 조금 부족함이 있지 않냐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