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틀러6, 변화에 적응한 모습을 보이다(세틀러6 : 제국의 부흥)
2008.01.03 18:22게임메카 검정고릴라
‘삼국지’, ‘프린세스메이커’, ‘파이널판타지’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게이머라면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게임이라는 것 외에도 같은 타이틀을 달고 10년 이상 꾸준히 출시가 되며 장수하고 있는 게임들이다. 이 게임들은 적게는 5편, 많게는 10편이 훌쩍 넘는 후속편이 나오기도 했다. 이번에 살펴 볼 ‘세틀러6 : 제국의 부흥(이하 세틀러6)’ 역시 그런 게임 중의 하나이고, 20대 후반 정도의 게이머라면 한 번쯤은 해봤을 그런 게임이 아닌가 싶다.
위의 게임들의 공통점은 첫 편이 세상에 나왔을 때 정말 눈이 확 띌정도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 주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안주 하지 않고 끊임 없이 자신을 채찍질 하여 변화하고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했다. 4~5편쯤 넘어가면 제목만 같았지 내용은 삼천포로 빠져 버렸던 영화 13일의 금요일이 아닌, 변해 가면서도 시리즈 특유의 본질은 살아 있는 그런 변화를 뜻한다.
세틀러의 변신은 무죄
변화와 발전은 중요하지만 이 변화라는 녀석의 정도와 때를 정하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시대는 바뀌어 가는데 계속 구닥다리 방식을 유지하기도 그렇고, 변화를 꾀하자니 타이틀만 보고도 달려올 올드 유저들의 기대를 저 버리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세틀러 역시 변해야 할 때라는 것을 직감했는지 4편까지 입어왔던 헌 옷을 벗어 던지고 5편부터 화려한 새 옷으로 갈아 입었다. 하지만 너무도 달라진 모습에 겉만 번지르르한 된장녀가 된 것 아니냐는 비아냥을 듣고 남몰래 눈물을 흘려야 했다.
그러나! 여자의 변신은 무죄라는 말도 있지 않는가? 엄마한테 물려받은 소중한 옷이라도 10년이 지나면 닳고 떨어져서 눈물을 머금고 새 옷으로 갈아 입어야 하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세틀러도 이런 우려를 뒤로 한 채 새 옷을 입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니가 세틀러 맞아?’라는 말을 들었다. 그래도 아픔은 잠시, 화려한 변신 뒤 두 번째 작품인 세틀러6에선 엄마 옷의 향수를 떨쳐 버리고 새 옷에 적응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
▲ 4편까지는 1편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던 세틀러
이제는 아저씨가 된 일꾼들
‘세틀러’ 하면, 앙증맞은 일꾼들이 아기자기하게 움직이며 자원을 캐고 건물을 짓는 모습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농장을 짓고 벼를 수확하고, 벼로 빵을 만들고, 빵으로는 일꾼들의 주린 배를 채워주는 것과 같은 하나의 연결고리가 완성 되는 모습을 지켜 보는 것이야말로 ‘세틀러’의 가장 큰 재미이다.
‘세틀러6’도 이런 ‘세틀러’의 초심을 여전히 지니고 있다. 다만 아기자기한 부분이 많이 줄었을 뿐이다. 풀 3D로 제작된 일꾼들을 가까이서 쳐다보면 예전에는 마냥 즐거운 꼬마 아이 같았는데 이제는 힘들게 일하는 아저씨처럼 느껴진다고 할까?
비록 아저씨가 됐을지언정 시키면 시키는 대로 군말 없이 따르는 착한 심성은 여전하다. 본능에 충실한 녀석들이라 먹을 것만 잘 주면 24시간 교대 없이 부려먹는 것도 가능하다. 그런데 나이가 먹어서 세상 물정을 좀 깨달은 탓인지 이제는 문화 생활도 좀 시켜주고, 위생도 생각해 줘야 한다. 먹을 것, 문화 생활, 위생 용품 중 하나라도 공급 되지 않으면 마을 광장에 모여 단체로 파업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게 될 것이다. 어느새 노조까지 만들었구나.
▲ 귀엽던 놈이었는데… 아저씨가 돼버렸다
▲ 밥 안 줬다고 단체 파업을 하는 일꾼들
약해진 영웅, 그래도 쓸모는 있다
‘세틀러’에서 자원을 캐고 이것저것 뚝딱뚝딱 만드는 이유는 병사를 양성해서 적을 무찌르기 위한 것이다. 다만 다른 RTS게임들과의 차이점은 전투와 자원채집의 비중이 반대라는 점이고 그것이 세틀러의 매력 포인트라고 할 수 있겠다.
6편에서는 레드 프린스라는 녀석과의 대결 구도가 캠페인의 큰 줄기를 이루고 있다. 첫 번째 미션은 튜토리얼 성격으로 세틀러6의 대략적인 조작을 배울 수 있다. 이 후 캠페인을 진행할수록 다양한 건물을 생산할 수 있다.
▲ 꽤 나이 들어 보이는데 아직도 왕자라고 불리는 레드 프린스
캠페인을 진행하며 도움을 주거나 받았던 NPC들은 영웅 캐릭터로 주인공 진영에 합류하는데 제각각 다른 특수 능력을 가지고 있다. 미션이 시작되기 전 설명을 잘 듣고 미션의 성격에 어울리는 영웅을 데리고 가면 한 결 수월한 진행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전작에 비해 영웅들의 능력이 크게 약화 되었기 때문에 그리 큰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특히 전투에서 영웅의 전투력은 미미하다. 일반 병사보다 +@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물론 다급한 순간에서 횃불을 보급해주거나, 치유를 해주거나, 적의 1부대를 우리 편으로 만들 수 있는 특수능력을 적절히 사용하면 불리한 싸움을 유리하게 이끌 수도 있을 것이다.
영웅의 역할이 중요한 것은 영웅을 키워야 더 높은 등급의 건물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영웅은 특정 조건을 만족하면 작위를 얻을 수 있게 되는데, 영웅의 빠른 성장이 곧 마을의 성장이므로 신경 써서 건물을 짓도록 하자. 또한 빠른 이동속도로 정찰과 교역을 담당한다. 여기에 업그레이드 비용을 절약하게 해주는 영웅이 있다면 한결 자원관리에 숨통이 트일 것이다.
▲ 머리가 커서 슬픈 세틀러6의 영웅들
▲ 미션을 시작하기 전 설명을 잘 듣고 데려갈 영웅을 고르자
느림의 미학을 벗어나려는 세틀러6
세틀러 시리즌 전통적으로 거북이 같은 진행 속도를 자랑했다. 다양한 종류의 자원을 채집하고 가공하고, 국경을 넓히다 보면 어느새 1~2시간은 우습게 지나버리기 일쑤였다.
이런 고질병(?)을 ‘세틀러6’에서는 고치려고 한 노력이 보인다. 먼저 영토확장의 편리함이 눈에 띈다. 과거처럼 국경 근처에 초소를 하나씩 지어가며 야금야금 영토를 넓힐 필요가 없어졌다. 세틀러6의 지도는 여러 조각으로 나뉘어 있고, 영웅이 그 지역에 가면 초소 세우기 아이콘이 활성화 된다. 초소를 세우면 그 조각에 해당하는 지역은 단숨에 우리 영역이 된다. 아래 그림을 보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 지도는 여러 조각으로 나뉘어 있고 자원의 위치가 표시되어 있다
단, 이것은 상대에게도 마찬가지기 때문에 적과의 인접한 지역에서는 초소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초소는 절반 정도의 내구력이 달면 점령이 가능해 지는데 점령을 하는 순간 오델로의 말이 뒤집어 지듯이 상대 영토로 바뀌게 되므로 관리에 주의를 요한다.
두 번째로 채집 가능한 자원이 줄어들고 가공을 위한 단계가 간략해졌다. 광석의 종류만 해도 4가지였던 시절이 있었지만 이제는 돌과 철만 있으면 된다. 완성품 하나를 얻기 위해 2차, 3차 가공까지 이뤄졌던 것도 거의 모든 것을 한 번에 생산 가능하도록 바뀌었다. 대신 자원의 활용도는 높아졌기 때문에 자원의 공급이 모자를 때는 꼭 필요한 것 먼저 생산할 수 있도록 조절해 주는 역할이 중요하다.
▲ 예전에 비해 간략해진 세틀러6의 자원과 생산 시스템
건물에서는 초소를 남발해서 지을 필요가 없어졌다. 업그레이드를 통해 건물의 능력이나 효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예전에 비해서 적은 건물을 필요로 한다. 물론 건물이 많으면 그만큼 한 번에 많은 채집이나 생산이 가능하다. 후반 부에는 초소러시로 국경을 늘려가던 모습을 보지 않아도 되는 것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할 수 있겠다.
덕분에 과거에는 2시간이 걸렸다면 1시간이면 클리어 할 수 있을 정도로 진행이 빨라졌다. 물론 적절한 2배속과 3배속은 필수이다. 실제로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대부분은 1시간대에 클리어 할 수 있었다. 지나치게 늘어지는 게임이 줄다 보니 몰입도도 높아지고 시간도 아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었다.
민심이 국력이다
‘세틀러6’의 주민들은 시키는 대로 열심히 일하지만 시대가 바뀌다 보니 문화생활과 위생도 어느 정도 보장해줘야 한다. 위에 식량이 모자라서 파업을 하는 장면은 이미 소개했지만 빗자루 비누와 같은 위생용품, 술이나 목욕물이 모자라게 되면 사람답게 살고 싶다며 거리로 뛰쳐나오게 된다. 파업을 하게 되면 해당 채집이나 생산라인이 멈추게 되어 큰 손실이 발생한다.
민심이 또 중요한 이유는 군인의 사기와 관련이 있다. 화면 맨 좌측 위의 그래프가 높을수록 군인들의 전투력이 높아진다. 같은 숫자라면 당연히 전투력이 전쟁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중요성은 굳이 설명안해도 될 거라 믿는다.
민심을 관리하는 방법은 제일 먼저 관련 물품들이 부족하지 않게 라인을 잘 돌리는 것이다. 이 외에도 종종 축제를 열어서 결혼을 시키고, 연극 같은 문화생활을 시켜주면 방긋방긋 웃는 일꾼들이 가득한 마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민심이 높을수록 강해지는 군인들
▲ 축제를 통해 배우자를 찾게 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계절, 괜히 있는 게 아냐
‘세틀러6’에는 계절이 존재한다. 4계절인지는 모르겠지만 중요한 부분은 겨울이 있다는 것이다. 겨울은 게임 진행에 상당한 변수를 제공한다. 겨울이 오면 강물이 얼고, 추수가 불가능해지며 벌꿀을 채집할 수 없다.
이로 인해 식량은 4가지 중 수렵과, 소를 기르는 2가지로 제한이 된다. 세틀러6의 겨울은 길고 춥기 때문에 비축된 식량이 없다면 낭패를 보게 될 것이다. 한 번은 농장과 낚시에 식량의 대부분을 의존하고 있다가 겨울이 오는 바람에 파업을 하는 일꾼들을 겨울이 지나갈 때까지 멀뚱멀뚱 쳐다보는 일도 있었다.
또한 전략적으로도 굉장히 중요하다. 캠페인 진행 중 아무리 주위를 둘러봐도 병사들이 성벽 안으로 갈수 있는 길이 없는 미션이 있었다. 돌 성벽은 공성무기가 아니면 파괴도 불가능하고 도둑 외에는 지나갈 수 없다. 그런 도둑은 전투능력이 최악이다. 게다가 이 미션은 공성무기가 등장하기 전이었다. 무려 30분 이상이나 방황한 끝에 여러 번 겨울이 와서야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겨울이 되면 얕은 강물은 얼게 되고 평소에는 지나갈 수 없던 강 위로 이동이 가능하게 된다. 알고 보니 견고한 돌 성벽의 한 구석에는 나무로 된 울타리가 있었고, 얼어 붙은 강물위로 진격한 병사들의 횃불 공격으로 울타리를 무너뜨릴 수 있었다. 그렇게 기나긴 미션을 승리로 이끌게 되었다.
▲ 바로 이 미션이다. 겨울을 기억하라!
▲ 돌 성벽은 공성무기로만 파괴가 가능하다
퀘스트로 지루함을 덜어
‘세틀러6’에서 빠질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퀘스트다. 때로는 자원을 달라고 하기도 하고, 때로는 적대 세력을 처치해 달라고 하는 등의 퀘스트는 자칫 멍하니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을 수도 있는 것을 예방해 준다. 가끔 시간 제한이 있는 퀘스트도 등장해서 진행 속도에 박차를 가하기도 한다.
캠페인의 8번째 미션은 이런 퀘스트를 종합선물세트로 던져둔다. 레드 프린스의 세력과 4가지의 퀘스트 중 3가지를 먼저 수행하는 세력에게 도움을 주겠다고 한다. 금을 달라는 퀘스트, 옷을 달라는 퀘스트, 생선을 달라는 퀘스트 등을 주는데 얼핏 보면 간단해 보이지만 이 과정이 순탄치 만은 않다.
금은 건물을 몇 개 지으면 성에서 세금 징수관이 나와서 알아서 걷어 가므로 별로 어렵지 않다. 옷을 만드는 게 시간의 압박이 상당하다. 게다가 우리 영역에는 옷을 만들 때 필요한 양이 없다. 결국은 교역을 통해야 하는데, 상대방은 그냥 도움을 주지는 않는다. 이 녀석 요구 들어주고 양을 사고, 옷을 만드는 시간에 어느새 제한 시간이 넘어가고 말았다.
세 번째 생선을 달라는 퀘스트도 만만치 않다. 이 미션에서 생선이 나는 곳은 한 곳뿐이다. 결국은 한바탕 싸우고 나서 끊임없이 밀려오는 병사를 막으며 낚시를 해야 한다. 즉, 간단한 퀘스트지만 결국 그 과정은 세틀러6의 다양한 부분을 거쳐야만 가능하게 구성되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적절한 시간제한을 두어 플레이 타임이 지나치게 길어지는 것도 막아 주었다.
▲ 이 녀석은 군대를 안 다녀온 게 분명하다. 주위에 싸리비 재료 널렸다
▲ 달콤한 승리~ 할머니 영입으로 한층 세력이 강해졌다
세틀러의 부흥을 꿈꾸며
전작은 급작스런 변화에 혹평을 피할 수 없었지만 이번에는 그 변화가 몸에 익었다고 해야 될까? 10주년 기념판이 나오기도 했던 2편만큼은 아니지만 변화된 모습에 어울리는 ‘세틀러’의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5편은 6편을 위한 디딤돌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약간 우려되는 부분은 갈수록 채집/생산과 전투의 비중이 변하고 있는 부분이다. 이 부분만큼은 ‘세틀러’가 10편이 나오더라도 세틀러만의 본질을 간직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것이 ‘세틀러’가 ‘세틀러’일 수 있는 가장 큰 이유 아닐까?
이번 6편으로 인해 7편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풀 3D로도 세틀러의 재미를 줄 수 있다면 앞으로 더 발전된 그래픽과 사운드로 무장한 ‘세틀러’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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