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뭐 전투축구도 아니고…(포더싸커)
2008.01.15 11:50게임메카 김경래 기자
▲ 포더싸커 2차 클로즈 베타 테스트의 실제 플레이 영상
빅썬 소프트의 온라인 축구 게임, 포더싸커(Forthesoccer)의 2차 클로즈베타테스트가
1월 14일 시작되었다. 1월 19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베타 테스트는 클로즈베타테스트라는
명칭이 붙어 있긴 하지만 포더싸커 홈페이지에 가입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참여해서
테스트를 할 수 있었기에 오픈베타테스트에 가까웠다.
‘피파 온라인’을 따라잡을
국산 온라인 축구게임이라는 거창한 슬로건과 함께 등장한 포더싸커. 과연 피파 온라인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 포더싸커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포더싸커의 우울
수많은 유저들의 기대와 함께 2차 클로즈베타테스트를 시작한 포더싸커. 그러나 솔직히 말하자면 요리를 끝내주게 못하는 여동생이 (그것도 상냥한 미소를 짓고 콧노래까지 부르는) 만들어 준 정체불명의 음식을 먹은 듯한 느낌의 테스트였다.
일단 서버 오픈부터 문제였다. 1월 14일 오후 2시부터 서버가 오픈 됐다. 그러나 서버 오픈 전에 배포하는 것이 보통인 베타테스트용 클라이언트를 서버 오픈 시각인 2시부터 배포했다는 점은 서비스의 질을 떠나 개발사의 준비 부족을 잘 보여주는 것이었다. 몇 십 메가 짜리 조그마한 용량의 클라이언트도 아니고 수백 메가 짜리 클라이언트를 서버 오픈 시간과 동시에 배포하면 인터넷 속도가 느린 유저들은 도대체 어쩌란 말인가? 덤으로 홈페이지에서 게임실행이 안 되는 버그와 무한 로그인 버그까지… 그나마 이 두 버그는 제작사가 발견 즉시 패치를 했으니 다행이라면 다행.
▲ 나름대로 산뜻한 로그인 화면. 축구 게임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 이 그라운드에서 이제 시작이다!
어쨌든 이런 저런 역경과 고난을 헤치고 포더싸커에 접속하면 넓은 그라운드와 수많은 관중 들이 우리를 반겨준다. 포더싸커는 기본적으로 자신의 캐릭터를 축구 경기를 통해 성장시키는 게임이다. 당연히 처음 접속을 했다면 신규 캐릭터를 생성하지 않고서는 게임에 참가할 수 없다. 포더싸커의 신규 캐릭터 생성은 매우 직관적인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에 큰 고민 없이 간단하게 캐릭터를 만들 수 있다. 다만, 아직은 클로즈 베타 상태이기 때문에 캐릭터를 꾸밀 수 있는 몇몇 기능은 사용할 수 없었다는 것은 약간 아쉬운 점이었다.
▲ 여자 선수도 만들 수 있다. 근데 헤어스타일이…
▲ 캐릭터 선택 화면에서는 캐릭터의 상세한 정보를 볼 수 있다.
캐릭터를 생성하고 나면 ‘바로시작’을 클릭 해 게임에 바로 참가하거나 ‘월드맵’을 클릭 해 대륙별로 있는 경기장(일종의 채널 개념)을 고를 수 있으며, 클럽(일종의 클랜 개념)을 관리하거나 상점에서 물품을 구입할 수 있다. (클럽과 상점은 아직 미구현) 이외에 ‘튜토리얼’을 통해 간단하게 조작법을 배울 수도 있으나 버그가 있기 때문에 그다지 쓸모가 없다. 예를 들자면 튜토리얼 중에서 공을 AI에게 패스하는 것이 목표인 튜토리얼이 있다. 그런데 황당하게도, AI가 플레이어에게 달려들어 공을 빼앗는 어이없는 장면을 종종 볼 수 있다.
▲ 이것이 월드맵. 테스트 경기장은 태평양 한 가운데 있다.
▲ 경기장 맵 에서는 현재 개설되어 있는 룸의 리스트를 볼 수 있다.
▲ 가만히 있으면 패스해 줄 텐데 괜히 와서 태클하는 분노의 AI
들어는 봤나, 전투축구
게임룸에 접속하면 방의 설정 상태와 팀의 포메이션, 각 포메이션에 배치된 유저의 상태를 볼 수 있다. 포더싸커는 최대 11대 11까지 경기를 치를 수 있기 때문에 유저 개개인이 해당 포메이션의 선수가 된 느낌을 가지고 경기에 임할 수 있다는 점이 독특하다. 그러나, 이 11대 11에는 부작용이 있으니… 이 부작용에 대해서는 다시 설명하기로 하자. 게임룸에서 황당했던 것은 11대 11임에도 불구하고 선수 전원(!)이 레디를 누른 상태여야 방장이 게임을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다. 룸에 있는 선수의 과반 수 이상이 레디를 했을 때 방장이 게임을 시작할 수 있게 만들었으면 안됐을까? ?
▲ 이것이 바로 11대 11! 그러나 한 명이라도 레디를 안 하면 게임 시작이 안 된다.
▲ 11대 11이라 로딩 시간도 장난이 아니다.
22명 전원이 레디를 해서 게임을 시작 했다고 해도 아직 갈 길이 멀다. 22명분의 로딩은 그렇다고 쳐도, 로딩 후에 선수 소개와 입장 장면을 보여주는데 22명 중 1명이라도 스킵을 누르지 않으면 스킵이 되지 않는다. 도대체 어쩌라는건지…
▲ 팀의 경계를 넘어서 한 마음으로 스킵 좀 하라고 아우성치는 유저들
▲ 로딩 화면의 그 관객들은 다 어디로?
드디어 게임시작! 심판의 휘슬과 함께 날렵한 몸짓으로 패스를… 같은 멋진 장면은 미안하지만 포더싸커 에서는 눈을 씻고 찾아도 안 보인다. 왜냐하면 그런 패스를 하기에는 컨트롤이 너무 까다롭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포더싸커는 Z,X,C 키와 마우스 좌우버튼을 이용해서 캐릭터의 컨트롤을 하게 되어있다. 그런데 키보드와 마우스를 함께 사용해서 전방위로 조작한다는 포더사커의 조작법은 아이디어 면에서는 참신했지만, 실제로 게임을 몇 판 뛰어보면 이런 조작법은 말 그대로 사람 열받게 하기 충분하다. 말이 쉬워 전방위 컨트롤이지 실제로는 패스 하나 하려면 온갖 고생을 다 해야 한다.
게다가 포더싸커의 캐릭터는 화면에 비해서 매우 작고 기본 이동속도는 완전 조깅 수준이기 때문에 자신의 캐릭터가 후방에 있다면 축구공 보려고 한참을 뛰어야 한다. 물론 X키를 눌러 뛰어다닐 수 있기는 한데, 한참동안 뛰어다니면서 공 쫓아다니다 보면 체력이 다 빠져서 헉헉대는 캐릭터를 볼 수 있으니 결국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 이제 슬슬 11대 11의 부작용이 나올 차례.
자, 컨트롤도 없고 전략도 없이 도합 22명이서 마구잡이로 하는 축구가 어떻게 되는지 독자 여러분은 이미 다 짐작하셨으리라 믿는다. 바로 ‘군대스리가’ 모드! 이건 포메이션이고 뭐고 공을 하나 잡으면 적 팀 6명 우리 팀 5명 도합 11명이 공을 둘러싸고 적군 아군 할 것 없이 서로 공을 뺏으려고 난장판이다. 거기에 태클을 한 번 당할 때마다 캐릭터가 ‘윽!’ 하는 소리를 내는 게 또 가관. (참고로 캐릭터마다 윽! 하는 소리가 각자 다르기 때문에 온갖 종류의 ‘윽!’ 소리를 계속 듣고 있자면 정말 정신이 혼미해진다) 결국 세계의 온갖 인종들이 다 모여 한다는 스포츠가 전투축구… 차라리 전투축구 컨셉으로 게임을 만들었으면 그래도 재밌었을텐데.
▲ 야, 김일병! 이 새X야 빨리 공 이리 안 내놔? …이병장님 저희는 같은 편인데 말입니다…
▲ 이병장님 그래서 제가 뭐랬습니까…
이외에도 로딩 때에는 폭죽 터트리고 난리도 아닌데 게임에 들어가 보면 관중 하나 없는 썰렁한 경기장이라든가, 검정색 유니폼이라서 선수와 구분이 안 가는 심판, 노래 하나로 끊임없이 우려먹는데 그나마 시합을 시작하면 나오지도 않는 배경음악이라든가, 뭔가 캐릭터와 따로 노는 음향효과… 개발사가 과연 무엇을 목표로 잡고 포더싸커를 제작했는지 미스테리하게 느껴지는 부분 들 뿐이다.
그래, 포더싸커는 이제 시작이다
피파 온라인을 꺾겠다는 원대한 목표와 여러 가지 참신한 아이디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포더싸커는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는 느낌이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 포더싸커는 위에서 말했듯이 요리를 무지 못하는 여동생이 만들어준 정체불명의 음식이나 마찬가지다. 먹으면 하늘이 노래지는 그런 음식…
물론 포더싸커가 아직 2차 클로즈베타테스트이니 만큼 필자의 혹평을 지나치게 가혹한 것 아니냐고 반문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유저는 그 누구보다도 냉정하고 가혹하다. 아무리 피파 온라인을 꺾겠다고 목표를 세우고 온갖 참신한 아이디어를 도입해도, 아직 클로즈베타테스트일 뿐이라고 변명해도, 게임으로서의 기본이 갖추어져 있지 않으면 그 게임은 철저히 외면 받을 뿐이다.
그래도, 아직 희망은 있다. 요리를 못하는 여동생도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면 언젠가는 오빠를 위해 맛있는 요리를 만들 수 있다. 포더싸커 역시 가능성은 충분하다. 22명이 한 경기장에서 뛴다는 독특한 맛은 분명 다른 축구 게임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참신한 맛이다. 이런 참신한 아이디어를 게임에 잘 녹일 수만 있다면 언젠가 피파 온라인을 누를 만한 멋진 물건이 될 것이다.
▲ 정말 이제부터가 시작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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