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온라인인데 라이프는 어디갔나요?(라이프 온라인)
2008.01.23 13:42게임메카 김경래 기자
소노브이의 신작 MMORPG ‘라이프 온라인’의 오픈베타테스트가 1월 18일부터 시작되었다. ‘라이프 온라인’은 이미 이번 오픈베타테스트 이전부터 ‘자유로운 MMORPG'로 유저들 사이에 많은 주목을 받아왔던 게임이며, 오픈베타테스트에도 많은 유저들이 참여해 3개의 서버는 언제나 혼잡한 모습이었다. 3년여 간의 개발 끝에 그 모습을 드러낸 ‘라이프 온라인’의 세계를 살펴보도록 하자.
▲ '라이프 온라인'의 깔끔한 초기화면
▲ 나도 이런 미남이 되어 '라이프'를 살아보고 싶다.
갖출 것은 모두 다 갖추었다
‘라이프 온라인’의 첫 인상은 유저들에게 처음으로 공개되는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잘 정돈되어있는 모습이다. 게임의 전반적인 인터페이스나 조작방법 등에 있어 딱히 참신하다거나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들어가 있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지만, 단축키를 통한 타겟팅이나 점프 등의 꼭 필요한 기능은 모두 갖춘 모습이다.
일단 ‘라이프 온라인’의 조작은 기본적으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 동일한 W,S,A,D 이동 방식을 사용하며, 점프 역시 스페이스 바로 할 수 있다. 카메라 시점 이동은 마우스 오른쪽 버튼을 누른 상태에서 커서를 움직이면 변화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으며, 스킬이나 인벤토리를 쉽게 관리하기 위한 단축키 역시 잘 준비되어 있다.
‘라이프 온라인’의 그래픽도 다른 게임에 뒤떨어지지 않는 무난한 수준이다. 화려한 광원효과나 정밀한 캐릭터 랜더링은 구현되어 있지 않지만, 장비의 착용에 따른 캐릭터 모습의 변화 같은 기본적인 요소는 모두 갖추고 있다. 또한, ‘라이프 온라인’의 전반적인 색감 역시 강렬한 원색의 화려함 보다는 연노랑, 갈색이나 녹색 등 자연에 가까운 색을 많이 사용해 편안하고 잔잔한 느낌을 준다.
‘라이프 온라인’의 음악은 캐릭터 선택화면의 음악부터 마을의 배경음악까지 전반적으로 잔잔하고 아름다운 느낌의 음악이 주를 차지했다. 화끈하고 빠른 템포를 원하는 유저들에게는 불만일 수도 있겠지만, ‘라이프 온라인’의 음악은 자연에 가까운 그래픽과 잘 결합해 부드러운 느낌을 더 해준다. 적을 타격했을 때나, 여러 가지 재료를 채집할 때 들을 수 있는 음향효과 역시 지나치게 크거나 거슬리지 않는 무난한 느낌이다.
게임 시스템적인 면에서도 이미 유저들에게 익숙한 유명 MMORPG들의 시스템을 잘 조합해 차용하고 있어서, ‘라이프 온라인’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이더라도 시스템 때문에 막막해 할 일은 없다.
▲ 썰렁하기 그지없는 NPC와의 대화화면. 간단한 일러스트라도 좀 넣어주면 안될까요?
그래서… ‘라이프 온라인’ 만의 특징은 뭐죠?
여기까지만 보면 ‘라이프 온라인’은 충분히 잘 만들어진 게임이다. 그래픽, 사운드, 시스템, 인터페이스… 등등 전반적인 게임의 요소는 결코 다른 게임들에 뒤떨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라이프 온라인’의 한계는 바로 여기까지다. 그냥 다른 게임들에 뒤떨어지지 않을 뿐, ‘라이프 온라인’만이 가지고 있는 특징이 무엇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라이프 온라인’을 플레이 하면서 내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던 생각은 ‘어? 이건 ○○게임이랑 비슷하네? 어? 저건 ○○게임이랑 비슷하잖아?’ 라는 생각이었다. 필자가 단순히 MMORPG를 많이 해서 그런 것일까? 아니다. 실제로 게임을 플레이 하면서 만난 많은 유저들이 필자와 마찬가지의 불만을 토로했고, 자유게시판에서도 많은 유저들이 ‘라이프 온라인’은 그래서 무슨 게임이냐? 라는 의문을 끝없이 던지고 있었다.
도대체 ‘라이프 온라인’ 만의 고유한 특성은 무엇일까? 조작방법과 퀘스트 위주의 플레이, 명성치 시스템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능력치 시스템은 ‘라그나로크 온라인’, 클래스가 없는 자유로운 스킬 육성과 숙련 시스템은 ‘울티마 온라인’과 ‘마비노기’… 지금 필자가 말하려는 것은 ‘라이프 온라인’이 나쁘다는 뜻이 아니다. 좋은 게임의 장점만을 모아 새로운 게임을 만들려는 시도는 좋았지만, 정작 그 장점들에 가려 ‘라이프 온라인’만의 고유한 특성이 사라져버렸다는 뜻이다.
물론 독창적인 부분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라이프 온라인’에는 ‘혼돈’ 시스템이라고 해서, 유저들이 ‘코어’를 지닌 몬스터를 사냥할 경우 ‘혼돈 수치’가 점점 올라가 나중에는 게임 전체의 분위기가 바뀌는 시스템이 존재한다. 이 ‘혼돈’ 시스템은 유저들의 행동이 모여 세계를 변화시킨다는 독장척인 아이디어가 잘 반영되어 있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그 뿐이다. ‘혼돈’ 수치가 모여 세계가 ‘혼돈’ 상태가 될 경우 유저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변화는 딱 두 가지 뿐이다. 첫째, 몬스터가 훨씬 강해진다는 것. 둘째, 마을이든 필드든 장소를 가리지 않고 무제한 PvP가 가능해져, 유저들 간의 싸움질을 실컷 구경할 수 있다는 것…… 끝이다.
▲ 혼돈 상태가 되자 PvP에 환장한 유저들
그래서 이 독창적인 ‘혼돈’ 상태의 결과는 이렇다. 저 레벨 유저들이 사냥터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데 몬스터가 갑자기 강력해져서 혹은 고 레벨 유저가 PK하려고 사냥터에 광역마법을 날려서 사냥 좀 해보겠다고 모여있는 저 레벨 유저들을 모조리 눕힌다. 어이없이 누운 저 레벨 유저들은 마을에 있는 ‘바인드 스톤’에서 부활하게 된다. 기왕에 누워서 마을에 온 거, 무기라도 수리하려 상점에 가서 NPC와 대화하고 있는데 고 레벨 유저들이 NPC 근처에 모인 저 레벨 유저들을 또 다시 광역마법으로 학살한다. 결국 저 레벨 유저는 울분을 삭히며 ‘라이프 온라인’의 종료 버튼을 누른다…
절대 지어낸 상황이 아니다. 실제로 라이프 온라인에서 ‘혼돈’ 상태가 되는 순간 벌어졌던 일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혼돈’ 시스템은 매우 창의적인 아이디어다. 그러나, 그 결과로 저 레벨 유저들이 몬스터들에게 신나게 두들겨 맞고, 마을이나 사냥터에서까지 고 레벨 캐릭터들에게 무제한 PvP까지 당해야 한다는 것은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이건 생활도 아니고 노가다도 아니여…
‘라이프 온라인’의 스킬 시스템에도 여러 가지 지적할 부분이 있다. ‘자유로운 육성’을 구호로 삼은 것은 좋았고, 실제로 시스템적인 면에서도 굳이 특정 스킬만을 키워야 하는 제약은 없었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칼도 쓰고 마법도 쓰고 총도 쓰고 생산도 하는 만능 캐릭터가 될 수 있었다. 다양한 스킬을 유저 마음대로 배울 수 있다는 점은 분명 매력적이다. 하지만, ‘라이프 온라인’의 스킬 수련이라는 것이 말 그대로 엄청난 노가다를 요하기 때문에 이런 ‘자유로운 육성’은 공허한 외침으로 끝나게 된다.
이 글을 읽고 혹여나 ‘라이프 온라인’을 할 독자들이 분명히 알아두어야 할 것이 있다. ‘라이프 온라인’에서 만능 캐릭터는 단지 시스템적인 면에서 가능하다는 것이지, 만능 캐릭터의 길을 걸을 경우 남들보다 수십 배는 더 고생해야 한다. 만능 전투 캐릭터의 예를 보자. 칼과 마법을 같이 올리는 경우는 칼이 좀 약해도 버프 마법으로 조금은 보조할 수 있기에 그나마 낫다. 칼과 총을 같이 올리는 경우에는 게임이 정말로 우울해진다. 총기 계열 스킬이 너무 약해서 기껏 총기 계열 스킬을 올려봤자 몬스터에게 실컷 얻어맞고 결국 칼로 싸우게 되기 때문이다. 결국 만능 캐릭터라고 해봤자 레벨에 비해서 사냥은 안 되고, 서로 다른 계열의 스킬을 죽어라 수련해야 하고… 그냥 이중고일 뿐이다.
▲ 무빙샷이 안되기 때문에 총이고 뭐고 달라붙어서 때린다.
▲ 제발 자비 좀...
‘라이프’의 기반이 되는 생활 스킬은 어떨까? 이미 ‘라이프 온라인’ 에는 여러 가지 생활 스킬이 준비되어 있다. 대장장이, 채광, 낚시, 채집… 생산 계열 스킬의 경우에는 아직 다양한 아이템을 만들지 못할 뿐, 별 다른 문제는 없다. 다만 스킬의 수련치가 엄청나다는 것이 단점이지만, ‘라이프 온라인’은 생활, 전투 가릴 것 없이 스킬 레벨을 올리려면 엄청난 수련을 해야 하므로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 일단 넘어가도록 하자.
문제는 채집 스킬인데, 채집 스킬의 경우 몬스터가 훼방을 놓는 경우가 많다. 채광 스킬이 그 대표적인 예인데 채광 스킬 자체야 돈주고 스킬북 사면 쉽게 배울 수 있지만, 문제는 정작 채광이 이루어지는 광맥 근처를 강력한 몬스터가 순찰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초반에 채집이 가능한 구리 광맥의 경우 ‘구리 탐색꾼 광석골렘’이라는 몬스터가 광맥 근처에서 언제나 얼쩡거리고 있다. 만일 구리 광맥을 캐다가 이 몬스터에게 걸리면 ‘내 구리 광맥 건드리지 마!’ 라는 말과 함께 헉헉거리며 달려와 캐릭터를 쫓아와 눕히고 간다. 그렇다고 ‘너 골렘이야? 나 유저야!‘하면서 골렘을 죽이면 '혼돈‘ 캐릭터가 되어서 심한 불이익을 받는다. 도대체 뭘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 그냥 채집 수련만 해도 심한 노가다인데, 이건 몬스터 눈치까지 봐야 하니 생활 스킬 수련을 하다보면 그냥 정신이 멍해진다.
생활 스킬의 무시무시한 스킬 수련치를 본다면 더 정신이 아득해진다. 채광 스킬을 1레벨에서 2레벨로 업 하기 위해서는 약 300~400번(!)의 채광을 해야 한다. 그냥 채광만 해도 짜증나는데 몬스터 눈치를 보면서 300~400번의 채광을 해야 하다니… 아마 생활 스킬을 열렬히 좋아하는 유저가 아닌 이상, 몬스터 눈치까지 보면서 400번의 채광을 하느니 그냥 전투 스킬을 찍게 될 것이다. 전투 스킬 역시 스킬 레벨 업을 하려면 엄청난 수련을 해야 하지만, 그래도 전투 스킬은 수련하는 동안 레벨 업이라도 하니까.
결국 생활 스킬을 올리려면 몬스터에게 맞으면서도 채집 할 수 있는 강인한 체력이 필요하고, 강인한 체력을 위해서는 레벨 업을 해야 하며, 레벨 업을 위해서는 전투 스킬이 반드시 필요하다. 생활형 MMORPG라면서 다른 MMORPG와 똑같이 생산 스킬을 올리기 위해 먼저 전투 스킬을 올려야 한다면 대체 ‘라이프 온라인’에서 ‘라이프’의 의미는 과연 무엇인가?
▲ 내 피규… 아니 구리쨩에 손대지 마!!
▲ 절벽에서 번지점프를!
그래도 내일은 내일의 업데이트가 뜨겠지
자유로운 육성과 생활을 주제로 화려하게 오픈베타테스트를 시작한 ‘라이프 온라인’. 그 의도는 좋았고, 많은 사람들이 ‘자유로운 육성과 생활’ 이라는 말에 끌려 ‘라이프 온라인’의 오픈베타테스트에 참여했다. 그러나 실제로 체험한 ‘라이프 온라인’은 아직까지는 ‘라이프’라는 말에 어울리지 않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특히 ‘라이프’라는 말의 기반이 될 생활 스킬의 경우에는 이건 해도 너무하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울티마 온라인’까지 갈 것 없이 비슷한 생활형 MMORPG인 ‘마비노기’의 생활 스킬과 단순하게 비교해 보아도 ‘라이프 온라인’의 생활 스킬은 수련이 너무 힘들다. 왜 채집을 방해하는 강력한 몬스터가 있어야 한단 말인가? 그 몬스터를 잡으면 불이익까지 주면서. 생활 스킬을 올리려는 유저들에게 전투 스킬까지 강요하는 ‘라이프 온라인’의 시스템이 과연 ‘라이프’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러나 아직 포기하기엔 이르다. 다행스럽게도 ‘라이프 온라인’의 개발진들이 유저들의 불만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향후 생활스킬을 통해 경험치를 얻을 수 있게 하는 등의 다양한 업데이트를 준비한다고 한다. 하루빨리 ‘라이프 온라인’에 추가 업데이트가 이루어져 많은 유저들에게 진정한 ‘라이프 온라인’의 맛을 보여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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