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녀 게임, 양지에 그 모습을 드러내다 - 스파이크걸즈 3차 CBT 체험기(스파이크걸즈)
2008.06.03 18:13게임메카 잼아줌마
최근 들어 대한민국 온라인 게임에서 볼 수 있는 하나의 트렌드는 ‘미소녀’다. ‘비주얼노벨’혹은 ‘미연시’로 음지에서만 통(?)하던 미소녀가 서서히 양지의 땅으로 나오고 있는 것이다. 미소녀와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캐주얼 게임에까지 그 여파는 강하게 미치고 있으며, ‘팡야’의 성공에 힘입어 근육미가 넘치는 서양식 캐릭터 일색이었던 스포츠 게임에까지 하늘하늘한 ‘미소녀’의 힘이 미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스파이크 걸즈’의 등장은 어떻게 보면 예고된 수순이라고 할 수 있다. 모르핀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미소녀 족구 게임인 ‘스파이크 걸즈’는 무엇을 노리고 만든 것인지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게임이다. ‘공박’등의 다른 족구 게임이 ‘족구’에 중점을 두었지만 그다지 큰 인기를 얻지 못하고 고전하고 있는 반면, ‘스파이크 걸즈’는 ‘미소녀’를 전면에 내세워 특정 계층에게 확실한 지지를 얻고 있다.
‘미소녀’를 전면에 내세운 최초의 온라인 게임, ‘스파이크 걸즈’. 과연 ‘미소녀’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극복할 만큼의 게임일까? ‘스파이크 걸즈’의 3차 클로즈베타테스트를 체험해 보았다.
마니아의 숨통을 노리는 매의 눈빛: 강력한 캐릭터성
당연한 말이겠지만 어떠한 게임에든 캐릭터는 있다. 그러나 ‘스파이크 걸즈’에서 게임 캐릭터는 큰 비중을 차지한다. 아니, 어떻게 보면 ‘스파이크 걸즈’에서 캐릭터를 제외하면 남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니다.
‘스파이크 걸즈’의 타이틀 화면에서도 알 수 있겠지만, ‘스파이크 걸즈’는 메인 컨텐츠인 ‘족구’보다는 일본식 미소녀 캐릭터(그리고 거기에 대한 ‘모에’)를 무기로 내세우고 있다. ‘스파이크 걸즈’에서 4명의 메인 캐릭터는 각기 ‘로리(슈)’,’만능소꿉친구(유나)’,’누님(앨리스)’,’츤데레+로리(도로시)’ 이렇게 4가지의 테마에 따라 설정되어 있다. 전형적인 일본식 미소녀 게임의 인물상을 빼다 박은 듯한 모습이다.
테마에 따라 강한 인물을 설정해 놓은 대신 ‘스파이크 걸즈’에서는 어떠한 캐릭터 커스터마이징도 할 수 없으며, 심지어 머리 색깔이나 모양, 눈 등의 간단한 외모조차 세팅 할 수 없다. 캐릭터를 보고 ‘즐기려는’사람이나 세세한 캐릭터 설정이 귀찮은 사람에게는 좋은 부분이고, 캐릭터를 ‘자신의 분신’으로 여기는 사람에게는 불편한 부분이다.
▲ 딱 생긴 것 부터 츤데레+로리인 '도로시'
이렇듯 ‘스파이크 걸즈’의 포커스가 캐릭터에 맞추어져 있는 만큼, 전체 시스템 역시 이 캐릭터를 꾸미기 위해 준비되어 있다. ‘스파이크 걸즈’에서 캐릭터를 ‘꾸미는 것’외의 아이템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다못해 적을 방해하는 아이템이나 일시적인 능력강화 아이템이 있을 법도 한데, 이런 아이템은 존재하지 않는다. 실제로 ‘스파이크 걸즈’에 구현되어 있는 대부분의 장비가 캐릭터를 꾸미기 위한 ‘뽀대용’ 옷인 것이다.
▲ 그냥 전부 옷가게다.
장비를 구입할 수 있는 ‘쇼핑 아케이드’ 역시 무엇을 노리는지 노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기존의 게임에서처럼 같은 가게에서 같은 장비를 언제나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주기적으로 구입할 수 있는 장비가 변경되므로 마음에 드는 장비를 얻기 위해서는 ‘쇼핑 아케이드’에 죽치고 기다려야만 하는 것이다. 미소녀 게임 ‘한정판’에 열광하는 마니아들을 노린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 물품 입고 시간이 지나면 새 물건으로 갱신된다
이런 시스템은 장비를 사기 전 까지 장비에 어떤 옵션이 붙어 있는지 알 수 없는 시스템과, 사용하지 않는 장비를 무작위로 다른 장비로 교환하는 ‘쿠폰’ 시스템에서 절정을 이룬다. ‘스파이크 걸즈’의 장비는 상점에서 살 때 운이 좋으면 랜덤하게 능력치 상승옵션이 붙는다. 그러나 이 상승옵션은 구입하기 전 까지는 알 수 없기 때문에 원하는 장비를 얻으려면 엄청난 시간과 게임머니를 허비해야 한다. 우리는 이런 시스템을 이미 경험해봐서 알고 있다. 동전을 넣고 레버를 돌리면 랜덤하게 뽑혀나오는 ‘가샤퐁’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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쭉쭉빵빵 미소녀 보는 재미는 좋은데, 게임은 과연 어떨까?
주 테마가 ‘미소녀’라고 해서 ‘스파이크 걸즈’가 대충 뚝딱 만들어 낸 게임이라고 하면 큰 오산이다. ‘스파이크 걸즈’의 또 다른 테마인 ‘족구’ 시스템 역시 잘 구현되어 있다. 깔깔이 입은 김병장님과 즐기던 그 땀내나는 족구만은 못하겠지만, 다른 족구 게임에 비하면 훌륭한 수준이다.
‘스파이크 걸즈’ 역시 족구의 특성상 모든 경기가 2:2나 3:3의 팀 경기로 이루어진다. 이런 게임 방식에 ‘스파이크 걸즈’의 캐릭터성이 결합하면서 플러스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 ‘스파이크 걸즈’의 가장 큰 특징. 앞에서 말했던 ‘캐릭터 설정’이 단순히 마니아들을 위한 말장난이 아니라 캐릭터에 따라 능력과 스킬이 확연히 다르기 때문에 적절한 캐릭터 조합이 승부를 가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 보기엔 이래도 스크린 샷 찍을 시간조차 없습니다.
게임 플레이 자체도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공의 순환 속도가 빠르고, 팀플레이를 중시하기때문에 플레이 내내 화면에서 눈을 뗄 수가 없으며, 스킬을 사용하면 캐릭터에 알맞은 효과를 보여주어 게이머를 즐겁게 해준다.
예를 들어 ‘슈’의 경우에는 작은 키를 이용해 네트 근처에서 고유 기술인 ‘헤딩’을 사용, 기습을 할 수 있다. 이 기술을 사용하면 키가 자그마한 슈가 살짝 점프하면서 ‘머리에요~’라는 말과 함께 헤딩을 하는데 확실히 귀엽다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다른 캐릭터들도 고유 기술에 따라 각기 다른 음성이 준비되어 있으니 관심이 있다면 한 번 찾아보는 것도 괜찮다.)
전체적으로 우수하지만 덜 잡힌 밸런스는 문제
‘스파이크 걸즈’는 3차 클로즈베타테스트 임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우수한 퀄리티를 보여준다. 화려한 광원 기술이나 최신 그래픽 기술은 없지만, 저사양에서도 불편함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최적화나, 캐릭터의 고유 특성을 잘 묘사한 그래픽은 ‘스파이크 걸즈’의 미덕이다.
▲ 그냥 볼 만한 수준의 그래픽이다
배경음악과 음향효과도 잘 구현되어 있는데, 공이 바닥에 튀길 때 나는 소리나 공을 찰 때의 타격음은 확실히 ‘족구’라는 느낌을 잘 살려주고 있었다.
그러나 옥에도 티는 있는 법. ‘스파이크 걸즈’ 최대의 단점은 바로 불안정한 밸런스에 있다. 3차 클로즈베타테스트 현재 중간 정도의 캐릭터 레벨에서는 각 캐릭터의 특성이 서로 상성을 이루며 안정적인 게임을 즐길 수 있지만, 고레벨로 갈수록 이러한 상성은 차츰 무너지기 시작한다.
예를 들어 ‘도로시’나 ‘슈’등 로리 계열(?) 캐릭터의 경우, 상위 레벨로 갈수록 공격 특화인 ‘앨리스’에게 밀려버리는 경향이 확연히 드러난다. ‘슈’의 경우 본래 스피드와 방어에 특화되어 있는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상위 레벨로 가면 동 레벨의 ‘앨리스’를 막아내지 못하는 무기력함을 보였다.
▲ 오른쪽 팀이 평균 레벨이 높지만 왼쪽 팀이 훨씬 더 강하다
‘도로시’의 경우는 더욱 치명적이어서 상위 레벨로 가면 믿고 공격에 쓸 만한 스킬도 없고, 그렇다고 방어에 능한 것도 아니어서 결국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캐릭터가 되어버린다. 공격은 ‘앨리스’에 한참 뒤떨어지고, 방어는 ‘슈’나 ‘유나’에 미치지 못하는데 누가 힘들게 ‘도로시’를 사용할 것인가? 애초에 올라운드 캐릭터라는 설정이 붙어있기는 하나, 고레벨이 되면 그 올라운드조차 제대로 뛸 수 없다는 것이다.
▲ 체력이 벌써 다 떨어져서 헉헉거리는 초딩팀
대신 ‘앨리스’의 경우, 캐릭터가 일정 레벨이 넘어서면 강력한 공격 기술을 바탕으로 적을 완전히 농락해버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고레벨 ‘앨리스’의 경우 받을 수 조차 없는 빠른 공격은 기본이고 다양한 페인트 기술로 적의 방어를 순식간에 무너뜨려버렸다.
이런 밸런스의 불균형은 캐릭터 별로 상성이 짜여있는 ‘스파이크 걸즈’의 특성에도 맞지 않고, 각자 역할을 분담해서 플레이 하는 족구의 특성에도 맞지 않는 부분이기 때문에 많은 게이머들이 이런 불균형에 대해 ‘스파이크 걸즈’ 자유게시판에서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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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녀 게임, 마니아를 넘어서 양지를 향할 수 있을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스파이크 걸즈’는 상당히 우수한 게임이다. 일본만 하더라도 ‘미소녀’를 테마로 한 ‘쓰레기 게임’이 일년에 수도 없이 쏟아져 나오는 것을 감안한다면 ‘스파이크 걸즈’의 게임성은 미소녀 게임으로 따진다면 말 그대로 A급. 물론 경험 많은 개발사에서 만든 ‘진짜’ 캐주얼 게임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의외로 ‘미소녀’만 내세운 게임은 아니라는 것이다.
▲ 뭐 그래도 미소녀가 주가 되는 게임은 맞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파이크 걸즈’가 넘어야 할 산은 높아 보인다. 게임의 타겟 자체가 그렇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게이머가 ‘특정 계층’에 속하는 마니아뿐 이었다. 지난 2차 클로즈베타테스트 때 올라왔던 ‘테스트 참여 감사 공지’가 아니더라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실제로 애니메이션이나 미연시 등 특정 취미를 테마로 모인 집단에서는 ‘스파이크 걸즈’가 말 그대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일반 게이머들의 반응은 생각 외로 시큰둥했다.
▲ 시큰둥~
이는 ‘온라인 족구 게임’이라는 장르의 낯설음 보다는 ‘미소녀’에 대한 무의식적인 거부감에서 기반하고 있다. ‘스파이크 걸즈’에 대해 ‘오덕게임’이라고 비난하는 일부의(?) 모습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에서 ‘미소녀’에 대한 거부감은 여전히 상당한 수준이다. 비록 많은 온라인 게임에서 미소녀 코드를 차용하고, 또 많은 게이머들이 즐기고 있지만 여전히 미소녀는 주류가 아닌 비주류 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스파이크 걸즈’가 가지고 있는 충분한 게임성은 또 하나의 희망으로 보여진다. 일반인도 접근할 수 있는 ‘족구’라는 테마를 가지고 좀 더 노력한다면 ‘스파이크 걸즈’가 양지로 향하는 것도 시간 문제가 아닐까? ‘스파이크 걸즈’가 특정 마니아만을 노린 미소녀 게임으로 남을지, 아니면 마니아를 넘어 일반인에게도 매력적인 국내 최초의 미소녀 게임으로 남을지는 이제 ‘스파이크 걸즈’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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