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간의 던전탐험! ‘카오틱에덴’ 체험기(카오틱에덴)
2008.09.04 18:50게임메카 정상현 기자
지난 8월 29일부터 9월 2일까지 5일동안 ‘카오틱에덴’의 클로즈 베타테스트가 ‘5일간의 던전탐험’이라는 부제를 달고 진행되었다. 국내 개발, 유통사인 유니아나와 일본의 유명 제작사인 코나미가 공동제작한 ‘카오틱에덴’은 국내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턴 방식의 던전 탐험 RPG인 로그라이크 스타일을 가진 개성 강한 MMORPG다.
로그라이크(ROGUE-like)는 무엇인가!
로그라이크라는 이름은 최초의 로그라이크 게임인 로그를 닮은 게임들을 구분하던 장르다.
초기에는 아스키 코드로 그래픽이 표현되었으며(후에 그래픽 버전이 나오게 된다.)던전 탐험을 소재로 한다. 던전은 정형화된 맵을 가지지 않고 게임 실행 시 지형을 비롯한 몬스터, 아이템 등이 랜덤하게 생성, 설정된다.
진행은 턴 방식으로 플레이어가 턴이 소비될 때 플레이어와 컴퓨터가 한 턴씩 턴을 주고받는 게 아니라 플레이어의 턴과 동시에 몬스터들의 턴도 소비되어 플레이어와 동시에 적들도 행동하기 때문에 턴 방식임에도 불구하고 실시간의 느낌이 나면서 순발력보다는 전략적인 사고와 행동을 요구하는 것이 특징이다.
▲로그라이크 게임인 넷핵의 게임화면. 모든 것이 텍스트로 이루어져있다. 초기에는 그래픽 기반이 아니었기 때문에 모든 상황 연출과 상태는 텍스트 설명으로 출력되었다. (좌측 사진) 후에 그래픽 인터페이스를 차용한 버전(우측 사진)에서도 모든 연출과 상태는 텍스트 설명으로 풀어나간다. |
일본에서는 로그라이크에 그래픽의 비주얼적 효과와 시스템, 인터페이스의 편리성을 추구하여 톨네코의 대모험, 초코보의 이상한 던전, 풍래의 시렌 등의 비디오 게임이 출시되어 많은 매니아층을 확보하였다. 그리고 ‘카오틱에덴’이 위 게임들의 계보를 잇는 캐주얼 스타일의 로그라이크 MMORPG라고 할 수 있겠다.
▲톨네코의 대모험(좌)와 풍래의 시렌(우)의 게임화면. 텍스트 설명의 비중을 줄이고 동적인 그래픽 연출과 표현을 적극적으로 사용하였다. |
철통 같은 보안! 2차 비밀번호
로그인을 하고 캐릭터를 생성하려고 하면 2차 비밀번호 설정창이 뜬다. 2차 비밀번호 시스템은 플레이어의 계정 보안용으로 원래 계정에서 쓰는 비밀번호가 아닌 또 다른 비밀번호를 사용해야 하는데 비밀번호는 4자리로 숫자로만 구성해야 하며, 입력시에는 키패드를 포함한 키보드 숫자 입력은 불가능하고 2차 비밀번호 입력창에 같이 뜨는 키패드 화면을 마우스로 클릭해서 입력해야 한다. 처음 계정을 만들고 로그인하였을 경우 2차 비밀번호를 최초로 생성하게 된다.
▲틀리지 않게 주의해서 입력하도록 하자. |
2차 비밀번호는 3회 이상 틀리게 입력하였을 경우 일시적으로 계정 블록 상태가 되고, 홈페이지에서 2차 비밀번호 찾기를 통해 임시 블록 상태 해지할 수 있고, 홈페이지에서 접수된 2차 비밀번호 찾기는 계정정보 확인 이후 2차 비밀번호 미등록 상태로 초기화된다. 비밀번호를 헷갈리거나 잊어버리게 되면 굉장히 번거로운 작업을 수행해야 하지만 적어도 내 계정이 다른 사람에게 해킹을 당해 피해를 보는 일 보다는 나을 것이다.
에어리어의 구분-타운과 필드
‘카오틱에덴’의 맵은 크게 타운과 필드 두 종류의 에어리어로 나뉜다.
타운에서는 아이템, 장비 구입 및 수리가 가능하며 특정 NPC들에게 퀘스트를 받는 일도 가능하다. 그리고 ‘카오틱에덴’에서 가장 중요한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는 유저 던전 제작이 가능한 곳이기도 하다.
▲집과 성처럼 생긴 곳이 타운, 성의 좌측 하단에 있는 동굴이 필드다. |
▲타운에는 상점 역할의 NPC들이 한군데에 몰려있어 편하다. |
필드는 던전들을 모아놓은 맵으로, 마을에서 퀘스트나 장비를 점검하는 곳이라 한다면 이 곳에서는 수리한 장비와 퀘스트, 기타 챙겨온 아이템들도 남김없이 써야 생존확률이 늘어나는 던전으로의 입구라고 할 수 있겠다. 보통 필드에는 고정적으로 존재하는 던전과 유저들이 만든 유저 제작 던전이 함께 존재한다.
▲필드로 들어가면 해당 필드에 존재하는 던전들을 볼 수 있다. 유저가 직접 만든 던전들도 제법 보인다. 원하는 곳으로 골라서 들어가자. |
유저 던전 제작-직접 만들고 즐기자!
‘카오틱에덴’의 가장 큰 특징이라 한다면 유저 던전 시스템을 꼽을 수 있겠다. 유저 던전 시스템은 제작사가 만들어놓은 던전을 플레이하는 기존의 플레이 방식에서 벗어나 유저가 직접 던전을 만들고 또 다른 유저가 그 던전을 플레이할 수 있도록 하여 유저들이 게임을 좀 더 적극적으로 즐길 수 있도록 만든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만드는 방법은 까다롭지 않다. 타운에서 토지 랜탈 상점으로 이동, 토지 랜탈 계약을 하고 필수아이템인[기본구조이름]의 오브를 사용하면 기본적인 던전의 구조가 완성된다. 이 기본구조로 던전을 만들어도 별 문제는 없지만 좀 더 개성있고 재미있는 형태의 던전을 제작하고 싶을 경우 각종 설계도 아이템이나 함정 공구 아이템을 사용해서 던전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토지 랜탈 계약을 하고 [기본구조이름]의 오브를 사용하는 것으로도 이미 던전은 완성. |
기존 게임에서 플레이어가 즐길 수 있는 던전은 아무리 종류가 많다 해도 그 수가 한정적이었는데, ‘카오틱에덴’에서는 유저 던전 시스템으로 인해 플레이어의 선택폭이 넓어졌다. 취향에 따라 가볍게 하고싶을 때는 3~4층 던전에서 간단하게 한 바퀴 돌 수도, 자신의 한계를 시험해보고 싶을 때는 99층짜리 던전에서 하드코어한 플레이를 즐길 수도 있다.
캐릭터의 성장 ? 베이스 레벨과 던전 레벨
‘카오틱에덴’에는 캐릭터 성장방식에는 베이스 레벨과 던전 레벨의 두 종류의 성장방식이 쓰이고 있는데, 두 가지의 레벨이 각각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
던전 레벨은 던전에서만 적용되는 레벨이다. 최초 출입시 1로 시작되고 던전을 이탈하거나 죽는 경우 레벨은 1로 초기화된다. 던전 내의 몬스터들을 제거했을 때 경험치가 누적되며 레벨이 오를 때마다 능력치가 점차적으로 상승한다. 레벨 초기화 시에는 레벨업으로 상승된 능력치 역시 초기화된다.
▲캐릭터 얼굴 우측 하단의 숫자가 던전 레벨, 위쪽이 베이스 레벨. 던전 레벨이 올라야 능력치가 상승한다. 물론 던전을 떠나면 말짱 꽝이긴 하지만.. |
던전 레벨의 특성은 한번이라도 죽게 되면 이전 장소에서 저장한 데이터를 불러오지 않고 그대로 게임이 끝나버리는 로그라이크 특유의 시스템이 던전 레벨로 구현되었다고 보여진다.
▲엎지른 물은 다시 담을 수 없고 쥐한테 맞아죽은 내 캐릭터는 다시 로드하지 못한다. 사진은 한글화된 로그라이크 게임인 ‘던전크롤’ |
베이스 레벨은 던전 레벨과 같은 휘발성이 아닌, 던전을 이탈해도 얻은 경험치가 초기화되지 않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RPG의 경험치의 개념이지만 캐릭터의 능력치 성장과 연관되지 않고 퀘스트 수행의 필요조건이나 특정 던전 입장시의 제한조건에 영향을 미친다. 기본적으로 던전 플레이를 통해 경험치가 쌓이고 던전 클리어 시 베이스레벨 경험치를 추가로 획득한다. 그리고 퀘스트 보상으로도 경험치를 획득할 수 있다.
▲베이스레벨이 올라야 좀 더 어려운 던전을 들어가거나 보상이 두둑한 퀘스트를 수행할 수 있다. |
그래픽과 난이도
'카오틱에덴'의 그래픽은?전체적으로 무난한 느낌으로 모션에서는 제법 부드러운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전투에서도 턴 방식임에도 불구하고 정적인 느낌이 아닌 동적인 느낌으로 실시간 전투방식에 익숙해진 플레이어들도 별 무리 없이 접할 수 있을 것이다.
▲서양식 로그라이크 게임에서의 그래픽은 화려한 연출보다는 좀 더 직관적인 정보전달의 역할이 대부분이다. ‘아스키코드보다는 그림이 더 알아보기 쉬우니까’ 라는 느낌. |
하지만 아기자기한 캐주얼 풍 그래픽 때문에 난이도가 낮을 것이다 라는 선입견은 버리는 것이 좋다. 평소 로그라이크를 자주 했던 필자는 ‘이정도 쯤이야’라는 생각을 가지고 던전에 들어갔다가 몬스터들한테 호되게 당한 기억이 아직도 머릿속을 맴돌고 있다.
▲죽고 |
▲죽고 |
▲또 죽었다. @#$&$&$%^#$% |
버그성 플레이를 제외한 상태에서 플레이어가 취할 수 있는 컨트롤과 전략은 한계가 있다. 때로는 운도 필요하다. 던전 레벨에서의 능력치 상승은 던전 안에서만 지속되니 플레이어가 의존해야 하는 수단은 장비를 통한 능력치 상승인데, 문제는 어지간히 좋은 장비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 던전 클리어 자체가 고되고 힘든 일이 되기 십상이다.
그렇다고 해서 물가가 싸다거나 돈이 잘 벌리는 편도 아니다. 무기는 비싸고 돈은 없으니 맨몸으로 가서 계속 죽어나는 수밖에 없다. 한 던전에서 반복적으로 아이템을 모아서 파는 노가다를 배제한 정상적인 플레이로는 장비를 맞추기가 굉장히 힘들다. 캐주얼한 느낌의 그래픽으로 이정도의 난이도라면 많은 사람들에게 어필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하나보단 둘, 둘보다는 셋. 멀티플레이는 어떻게 할 것인가!
로그라이크 스타일의 MMORPG는 기존의 실시간으로 진행되었던 MMORPG 유저들에게 확실히 신선한 게임으로 어필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던전 안에서는 ‘혼자서’ 플레이를 해야 하는데 여타 게임에서 다른 플레이어들과 ‘함께’ 게임을 즐기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던전 내의 몬스터만 상대하는 것이 아닌 혼자라는 심심함과 외로움도 동시에 상대를 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플레이어들에게 솔로잉 스타일의 게임방식은 장점이 아닌 단점으로 작용할 지도 모른다.
▲던전크롤의 경우 온라인 버전이 있어 멀티플레이가 가능하지만 이것은 소수의 매니아층만 즐기고 있다. 주요 대상이 일반인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
그렇다고 해서 무턱대고 던전 내 멀티플레이를 지원하기도 힘들어 보이는 것이 기술적인 문제에서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2인 이상 유저 진입시 턴이 나눠져야 할 텐데 이렇게 될 경우 1인 진행 시의 속도감을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유저 던전으로 플레이어들간의 교류가 가능하지만 제공자와 소비자의 입장이 아닌 동등한 소비자의 입장에서 게임을 즐기는 건 확실한 차이가 있다. 이러한 점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을 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국내에서 서비스되는 턴 방식의 던전탐험 MMORPG 게임
‘카오틱에덴’은 턴 방식의 전투이고, 유저가 직접 던전제작에 참여해 기존의 게임들보다 좀 더 능동적인 참여가 가능하다는 점이 흥미롭다. 하지만 이 흥미로움은 기존의 게임과는 다르고 낯설다는 느낌도 동시에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국내 MMORPG 유저들이 이 흥미로움과 낯선 느낌에 어떻게 반응할 지 궁금하다.
비록 난이도의 밸런스와 플레이어간 커뮤니케이션 수단에 대해서 미숙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이번 5일간의 던전탐험으로 100%를 보여준 건 아니니 어떤 게임으로 완성될지 좀 더 지켜보아도 괜찮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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