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네이터4: 스카이넷은 복사기에 불과했나?
2009.06.19 09:50게임메카 김진성 기자
6년 만에 돌아온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 `터미네이터4:미래 전쟁의 시작` 영화가 개봉되는 5월 19일에 맞춰 동일한 타이틀의 게임으로 발매되었다. Xbox360, PS3, PC의 세 가지 플랫폼으로 발매된 이번 게임은 3인칭 슈팅(TPS) 장르로 구현되어, 발매 전 공개된 트레일러 영상만으로도 큰 기대를 받아왔다.
하지만 발매 된지 얼마 되지 않아 `수작이다`, `별로다` 라는 상반된 평가를 받으며 논쟁의 핵이 되었다. 과연 어떤 부분에서 사람들의 평가가 엇갈리게 되었을까? 필자와 함께 `터미네이터4: 미래 전쟁의 시작`을 하나하나 따져보도록 하자.
`터미네이터4: 미래 전쟁의 시작`은 스카이넷이 일으킨 `심판의 날`로부터 약 11년 후의 이야기로, 인간과 기계와의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점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산발적으로 스카이넷에 대항하며 인류를 구원해 줄 ‘영웅’을 기다리던 시대 속의 ‘존 코너’가 되어, 위험에 가득 찬 전장을 직접 체험해나간다.
▲ 인류의 운명은 당신 손에 달려있다!!
플레이어는 영화에서 다뤄지는 사건보다 더 과거의 이야기를 탐험하게 된다. 게임 속에서 진행하게 되는 스토리 부분은 꽤나 알차게 만들어 놓았지만, 로봇공장에 폭탄을 설치한 상태에서 태연히 엘레베이터를 이용하여 탈출하려고 한다거나, 천장이 무너진 후 뒤늦게 건물이 흔들리는 등 일부 엉성한 느낌이 드는 연출들도 눈에 띄었다.
`터미네이터4: 미래의 전쟁의 시작`은 일정 범위의 지역에 도착하면 이벤트와 전투가 진행되는 존 방식의 게임이다. 때문에 무작정 돌진하여 전투를 벌이는 다른 TPS 게임들과는 달리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어떻게 이야기가 진행되어가고 있는지 차분히 이해할 수 있게 하여 TPS장르의 초심자나, 터미네이터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을 배려해 주었다.
▲ 게임 내에서 제일 많이 보게 될 장면
하지만 지나치게 자주 등장하는 로딩은 치명적이었다. 존의 단위 자체가 지나치게 세분화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로딩 시간도 상당한 편이라, 게임 진행의 맥이 끊기는 느낌을 받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게임 속에는 영화에 나타나거나 비중 있게 다뤄지지 않은 새로운 로봇들이 대거 출현한다. 이 로봇들은 영화에 등장하는 가장 초기모델 T-800 시리즈보다도 구식이지만, ‘스카이넷’의 로봇들이 어떤 형태로 진화해 나가는지를 순차적으로 보여준다.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팬이라면 영화에선 볼 수 없었던 또 다른 설정을 만나보는 재미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T-7t, T-600 Skin-job 등 다양한 계보의 로봇들이 출현한다
그러나 무엇이든 과하면 해가 되는 법이다. Aerostats, T-7t, T-600등 똑같은 로봇들을 매번 보고 또 보느라 초반에 느꼈던 감동이 점차 퇴색되어갔던 것이다. 대량으로 제작된다는 설정상 자주 나오는 것이 이상하지는 않겠지만, 매번 똑 같은 패턴의 적만 상대하게 되는 전개는 플레이 자체를 지루하게 만들기 딱 좋은 선택임엔 틀림없었다. 때문에 플레이 중간중간 차량에 탑승하여 ‘로켓 런쳐’, ‘유탄발사기’, ‘중기관총’ 등을 사용하거나 거대한 로봇에 탑승한 채로 전투를 벌이는 미션들을 등장시켜 단조로운 분위기를 환기시키려는 노력도 보였지만, 너무 미비하지 않았나 싶다.
▲ 스카이넷의 초기 모델로 알려진 IR-3200 (물론 농담입니다) |
두다다다다다! 언제까지 쏠 거야!
AI 시스템의 단조로움은 매우 실망스러웠다. T-600 시리즈를 제외한 사이보그들은 자리를 고수한 체로 대부분 공격을 존 코너만을 향하여 해댔고, 동료들은 플레이어가 미끼가 되어있는 동안에도 제대로 된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문제는 그 뿐만이 아니었다. 플레이어가 지나치게 가까이 근접할 경우 피할 수도 없는 즉사 공격을 날려대기에, 접근전을 이용한 다양한 전술을 구사하는 것은 불가능했고, 이는 멀리 서서 총격전만 벌이는 단순한 전투패턴으로 이어졌다. 게다가 엄폐물에 숨어있으면 플레이어가 일어나기 전까지 계속 그 엄폐물에만 총을 쏘는 사이보그의 행동은 인류를 멸망의 길에 빠트린 ‘사이버넷’의 인공지능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 밥먹고 화장실을 다녀와도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 상황
그러나 전투 시스템은 나쁘지 않았다. 엄폐물을 사이를 재빠르게 이동하며 적의 약점을 노리는 존 코너의 움직임은 역동적이고 생동감 넘치게 묘사되었다. 그리고 무작정 총만 많이 쏘면 다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적의 약점을 찾아 영리하게 공략해야 한다는 점은 마음에 들었다.
화려한 인트로 영상과 게임을 플레이하는 동안 조우하게 되는 전투, 이벤트 씬의 그래픽은 영화와 구분이 힘들 정도로 실감나게 잘 표현되었다. 특히 로봇이 폭발할 때의 충격으로 주변 물건들이 로봇의 잔해와 함께 파편이 되어 날아가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 폭파되는 로봇의 효과는 화려한 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출시되었던 ‘터미네이터’ 게임들이 가진 고질적인 문제였던 ‘타격감’은 이번에도 개선되지 않았다. 적에게 총을 사용했을 때 소리만 요란할 뿐, 총탄이 로봇에 박힌 흔적이나 효과가 전혀 없어 “내가 정말 제대로 쏘고 있는 건가?”라는 기분이 들 정도로 밋밋한 느낌이었다.
게임 속에 구현된 무기는 총기류 6종, 투척 무기류 2종으로 생각보다 적을 뿐더러, 무기 고유의 특징도 효과적으로 살려내지 못했다. 특정 전투를 제외하고 ‘로켓 런쳐’와 ‘유탄 발사기’는 탄수가 너무 적어 자주 손이 가지 않았고, 화력이 높은 ‘경기관총’이 등장하는 시점부터 ‘자동소총’은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 터미네이터에게 세 탄창을 써야 쓰러트릴 수 있는 소총, 단 50발만으로 쓰러트릴 수 있는 경기관총 당신은 어떤 무기를 쓰시겠습니까?
영화 개봉과 일정을 맞추려 했던 것이 무리수였을까? 필요한 재료는 다 갖췄지만 ‘특유의 맛’을 우려내는 데에는 실패한 ‘터미네이터4: 미래 전쟁의 시작’ 리뷰를 이 것으로 마치며, 개발사인 ‘그린 게임즈’에게 이런 말을 전하고 싶다.
“누구에게나 두 번째는 주어져야 하는 거야. 다음에는 분발하라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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