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삼국지: 병림성하, 잘 만들어진 웹게임의 표본
2009.12.11 10:00게임메카 이선화 기자
최근에는 노트북이나 넷북, 휴대폰 등 모바일 환경을 통해 손쉽게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다. 업무 상 이동이 잦아, 휴대성이 좋은 모바일 환경을 보다 선호하는 유저들을 잡기 위해 게임 시장 또한 변화하고 있다. 데스크탑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사양인 모바일 환경의 특성 상,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는 게임들이 대세를 타고 있는 것. 특히, 넷북이나 노트북을 통해 즐길 수 있는 ‘웹게임’의 경우 기본적으로 PC환경을 기반으로 제작되었기 때문에 모바일 게임과 달리 플레이 수명이 길고 기존의 데스크탑에서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근자에 들어 급작스레 다양한 종류의 웹게임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면서 유저 끌어모으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추세다. 바야흐로 웹게임의 춘추전국시대가 열린 것이다.
웹게임의 단골 소재, ‘삼국지’ 현재 국내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는 웹게임 중에는, ‘삼국지’를 소재로 하는 게임이 많다. VTC코리아에서 수입하여 제공하는 ‘웹삼국지: 병림성하’(이하, ‘병림성하’)는 ‘삼국지’ 계열의 웹게임 중 가장 후발로 출발하여 현재 오픈베타 서비스 중이며, 정식 서비스를 앞두고 있다.
‘병림성하’는 베트남의 국영 미디어그룹 ‘VTC 미디어그룹’에서 제작한 글로벌 웹게임으로, 이미 베트남 현지와 중국 서비스를 통해 그 게임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시작, 퀘스트로 배우는 게임의 기초 최근 서비스 중인 웹게임들은 단순히 클릭하고 기다린다는 기본에만 충실하지 않고, 다양한 기술적 시도를 통해 웹게임의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여 특색있는 매력을 보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상대적으로 한 페이지의 화면에 노출되는 정보의 양이 많아져 초보가 접근하기 어려운 문제점이 있다. 때문에 대다수의 웹게임들은 초보가 기본적으로 해야하는 명령과 인터페이스에 대한 가이드를 퀘스트 형식의 튜토리얼로 제공한다. ‘병림성하’ 또한, 곳곳에 뿌려지는 수많은 텍스트의 홍수 속에서 유저들을 구하기 위해 튜토리얼을 마련해 두고 있다. ‘병림성하’의 튜토리얼은, 게임을 막 시작하여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들의 적응을 돕고 기본적인 자원을 제공해 주는 길잡이 역할을 해 준다. ‘임무’ 탭에서 제공되는 초보자 튜토리얼을 그저 따라하는 것만으로도, 내정을 비롯한 게임의 기본 개념을 습득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다만, 토벌이라든가, 약탈, 그리고 동맹 간의 전쟁 등 전투와 관련된 내용은 극히 기본적인 항목조차 설명해 주지 않은 채 초보자 튜토리얼이 끝나버리는 점은 아쉬웠다.
적응, 기초 인터페이스에 익숙해 지자 ‘병림성하’의 매력은, 뭐니뭐니해도 아기자기한 그래픽의 도시 화면이다. 건축을 계속 할수록 변해가는 자신의 도시를 구경하는 것은, 게임 플레이에 적잖은 즐거움을 선사한다. 도시 화면은 상당히 근거리에서 조망하는 시점을 선택하여 건물 하나하나의 위치와 모양새를 보는 것이 가능하고, 각 건물을 클릭하면 해당 건물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이 팝업된다.
자원을 모아 도시를 발전시키고 세력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우선 다양한 종류의 수치로 표시되는 정보를 이해해야 한다. ‘병림성하’의 게임 플레이에서 소모되는 것은 돈에 해당하는 ‘동전’과 식량/목재/석재/철광으로 표시되는 네 종류의 기초 자원이다. 그리고 여기에 내정의 안정 및, 자원 수입과 관계되는 민심, 원성, 인구 등의 수치가 상호 간에 영향을 주며 플레이어의 도시 발전에 관계하고 있다. ‘병림성하’에서 가장 중요한 수치는 돈을 비롯한 자원이 아니라 ‘인구’이다. 인구는 가장 기본적인 생산량에 관여할 뿐 아니라, 타 군주의 공격으로부터 도시를 지켜줄 병사를 양성하기 위해 결코 소홀히 해선 안되는 수치이다. 인구는 ‘민가’의 수와 레벨에 비례하여 증가하므로 자원, 병사, 민심 등을 고려하여 꾸준히 건설해 주어야 한다.
중반, 나홀로 게임은 패배를 부를 뿐 ‘병림성하(兵臨城下)’, 즉 ‘적군이 성 밑까지 쳐들어오다.’ 라는 의미의 한자 성어를 게임 타이틀로 사용하고 있을만큼, 게임의 성격은 전쟁 지향적이다. 초보자에게는 일주일이라는 충분한 적응 기간이 주어지지만, 그 일주일의 보호막이 사라진 뒤에는 오직 주변 강국들의 침공만이 있을 뿐이다. 때문에 대다수의 초보 유저들이 보호 기간이 끝나기 전, ‘동맹’에 가입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기본적으로, 커뮤니티에 근본을 두는 것이 웹게임의 목적인 만큼 ‘병림성하’ 역시 커뮤니티를 빼고 유유자적 솔플을 즐긴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동맹에 가입하면 동맹이 선포한 전쟁에 참여하여 전장을 누비거나, 동맹 전용의 채팅 채널에서 동맹원들과 채팅을 즐길 수 있다. ‘병림성하’의 채팅은 1회 채팅 당, 요금을 과금하는 유료 서비스이기 때문에 동맹이 아닌 유저들과의 대화는 다소 제한적인 편이다.
웹게임 천하의 정상에 우뚝서길 꿈꾸며 최근의 웹게임들이 다 그렇듯, ‘병림성하’ 역시 하루에 한두번 접속하여 느긋하게 도시 발전만을 즐기고자하는 유저에게는 다소 적합하지 않은 게임일지 모른다. 게임은, 간신히 ‘분위기 파악’을 마친 유저들을 전장으로 내몰고 그 치열한 약육강식의 세상을 반 강제적으로 탐닉하도록 만든다. ‘클릭하고 기다린다.’는 웹게임의 느긋함을 믿고 얕보기에는 결코 녹록치 않은 세계다. ‘병림성하’의 자유 게시판에는, 초보 때 멋모르고 ‘심시티’만을 즐기다가 군대를 만들 타이밍을 놓쳐, 초보자 보호 기간이 끝난 즉시 속수무책으로 도시를 유린당한 유저들의 안타까운 성토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병림성하’의 오픈 베타는 게임성이나 플레이 부분에서는 그다지 흠잡을 것이 없는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원보’(‘병림성하’의 캐시) 요금의 결제가 원활하지 않고, 유료 아이템 서비스 부분에 있어 다소간 유저들의 불만이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러한 부분들은 오픈 베타가 끝나고 정식 서비스가 시작되면, 해소될 수 있는 문제들이니 크게 걱정하지는 않는다. 넘쳐나는 웹게임들의 홍수 속에서, ‘삼국지’라는 테마는 쉽고 빠르게 유저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친숙한 소재다. 경쟁작들이 치열하게 자리 다툼을 벌이는 와중에도, ‘병림성하’는 삼국지라는 튼실한 소재와 본국에서의 서비스 경험을 바탕으로 유저들의 시선을 잡아두는 데에 일단 성공한 듯 보인다. 남아있는 문제점들은 국내 사정을 고려한 서비스를 통해 해소, 정식 서비스에서는 보다 성숙해진 모습으로 유저들 앞에 나선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는 ‘금상첨화’의 웹게임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